정진석 ‘친박계 배후조종설’ 진상

제2의 이한구? 드러나는 '친박본색'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와 친박(친 박근혜)계의 공조가 심상치 않다. 소통과 화합을 전면에 내건 정 원내대표는 중요한 결정 사항이 있을 때마다 친박계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다. 이에 정 원내대표의 행보가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과 닮아간다는 평도 정치권에서 들려온다. 체질 개선에 나서도 부족한 시간에 새누리당 내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친박 패권주의’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정치권 전문가들은 친박계와 비박계가 서로 갈등을 보였지만 두 계파 모두 ‘정권 재창출’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공유했다는 측면에서 패권주의로 단정 짓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계파의 이익만을 쫓는 모습이 친박계 내에서 보여 패권주의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지도부로 선출된 정 원내대표가 친박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진석-이한구
완벽한 닮은꼴

정 원내대표는 부인한다. 최근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친박계 핵심이 정 원내대표에게 입김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며 질문하자 “가소로운 이야기”라고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그는 당내에서 친박계로 통한다. 정 원내대표 자신도 이를 애써 감추려고 하지 않는 모습이다. 취임 후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전원이 친박이 되어야 한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손’에 당의 운영이 좌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누가 그런 말을 하느냐. 가소롭다”고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과거 공천권을 행사했던 이한구 전 공관위원장과 닮아있다는 게 당내 시선이다. 이 전 위원장 역시 자신이 친박이라는 점을 은연중에 내비치면서도 청와대의 의중에 따라 공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 전 위원장은 해당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공천이 한창 진행 중이던 날 당사로 출근하는 길에 누군가와 통화하며 “저 남구(지역)에 그러면 생각하시는 것은 어떤 기준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요. 예. 실망 안 시킬 테니까”라고 말해 배후 세력을 의심케 했다.

공관위원이었던 홍문표 의원은 언론에 “(이한구 위원장이) 회의를 하다가도 갑자기 무슨 연락을 받거나 자기 생각이 뭐가 있다 싶으면 ‘오늘 회의는 여기서 그만입니다’라고 (회의를) 그만뒀다”고 말해 의혹을 제기했다. 배후 의혹은 공천 중 이 전 위원장이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 서울 모처의 호텔에서 비밀 회동을 가졌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더욱 불거졌다.

친박계 대표단
물 건너간 혁신

결과적으로 이 전 위원장의 공천은 최악의 결과를 낳았고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로 귀결됐다. 친박계가 ‘책임론’에 휩싸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책임론은 친박계 입장에서는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선출직 지도부에 대한 하마평이 나올 때마다 책임론은 비박계의 주된 레퍼런스가 됐고, 친박계는 이를 부담스러워했다. 특히 당권 욕심이 있는 친박계 입장에서 책임론은 반드시 잠재워야 할 요소다.

앞서 원내대표 경선에서 나경원 후보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왔던 이유도 친박계 주류 쪽에서 먼저 책임론을 가라앉히기 위한 자숙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박심’으로 통하는 최경환 의원은 물론 청와대에서도 “자숙하자”며 스스로 손발을 묶었다. 총선 후 친박계의 운신 폭이 좁아진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서 정 원내대표가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총선 참패는 ‘친박 만의 책임이 아니다’라며 책임의 범위를 확대시켰다. 표면적인 이유는 소통과 화합을 위해서지만, 책임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 원내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친박계 책임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에 친박계 의원이 70∼80명 정도인데 모두가 (총선 참패의)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친박계가) 떼로 몰려다니면서 나쁜 짓을 했느냐. 덤터기를 씌워선 안 된다. 친박계 전체를 책임론으로 등치하는 것, 이를테면 ‘친박=책임’이라는 등식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내가 중립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친박과 비박 다 책임이 있는 것이지, 어느 계파 한쪽에만 일방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정 원내대표가 서서히 ‘친박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정 원내대표 당선 이후 친박계가 서서히 본인들의 목소리를 키워나가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단적인 예로 최근 친박계 내에서 당대표 후보들이 거론되는 상황인데, 지난 원내대표 경선이 있을 당시 마땅한 후보조차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을 때와는 분명 차이가 있는 모습이다.

원내대표단 친박인사로 전격 물갈이
비대위 겸직 두고 혁신위 무용론 대두

거론되는 후보들에는 이정현·이주영·홍문종 의원 등 직·간접적으로 출마 의사를 내비친 사람뿐만 아니라 원유철 의원(전 원내대표)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 4일 첫 당대표 경선 후보로 등록한 친이(친 이명박)계 심재철 의원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친박계로 분류된다. 특히 원유철·이정현·홍문종 의원 등은 친박계 핵심에 속한다.
 

원내대표단이 꾸려질 때부터 계파 편향 얘기가 나왔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를 포함한 13명의 원내부대표단 당직 인선을 발표했다. 강석진 의원은 최 의원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코레일 사장 출신의 비례대표인 최연혜 당선인 또한 친박으로 통한다. 원내대변인에 추가 선임된 민경욱 당선인의 경우, 자타가 공인하는 진박 후보로 공천 당시 유승민계 민현주 의원을 경선에서 꺾고 공천권을 따냈다. 이러한 대표단 인선을 두고 하태경 의원이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 원내대표단 인선”이라고 꼬집었을 정도다.

원내대표단은 자신들의 계파색 논란에 반발하고 있다. 수석부대표가 된 김도읍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사회자가 ‘이번 원내대표단 인선에 대해 친박 일색이다라는 비판이 나오더라. 어떻게 받아들이나’고 묻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우리 정 원내대표께서 탈계파를 선언하면서 당선됐고, 우리 부대표단들도 보면 초선 의원들의 지역이라든지 전문성을 배려를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꼭 친박계로 꾸려졌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기 어렵다.”

정진석 체제
친박 뜻대로

비대위 구성 문제는 친박-비박이 서로 이견을 보인 지점이다. 친박계는 ‘관리형’ 비대위를 내세운 반면 비박계는 ‘혁신형’ 비대위를 주장했다. 물리적으로 전대까지 3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형 비대위가 세워진들 바꿀 수 있을 건 없다는 친박계의 현실론과 지금과 같은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선 외부 인사를 데려온 혁신형 비대위 뿐이라는 비박계의 당위론이 서로 부딪혔다.

결국 정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현실론을 받아들였으며 비대위원장까지 겸임하게 됐다. 정진석 체제는 이제 앞으로 있을 전당대회(이하 전대) 실무를 준비하는 일을 맡게 된다. 친박계의 당권 장악이 한층 수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설문조사까지 간 끝에 나온 결과였다. 지난 10일 비대위 구성에 관한 당내 총의를 모으기 위해 정진석 지도부는 당선자 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도 뒷말이 많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설문조사가 의견을 모으기 위한 목적이라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설문조사지에는 ▲관리형 비대위 ▲관리형 비대위+별도 혁신위 ▲진단형 비대위 ▲혁신형 비대위 ▲기타까지 총 5개의 보기로 이중 하나를 고르는 5지선다형이었다.

불만이 터져 나온 이유는 해당 설문조사가 사실상 친박계가 원하는 관리형 비대위로 가기위한 형식에 불과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기타’를 제외한 나머지 4개의 항목 중 ‘혁신형 비대위’를 제외한 나머지 3개 항목이 사실상 같다는 것이다.

“전대 늦춰라” 8월 연기 지시 있었나?
당·대권 결합론 부상…친박으로 통일?

즉 ▲당 지도체제 개편 ▲원외 당협위원회의 정비 등 지도부 시스템을 손봐야 함에도 혁신형을 제외하면 혁신의 주체가 차기 지도부 또는 비대위가 구성한 혁신위로 같다. 다시 말해 외부 인사 영입이 없는 나머지 3개 항목은 행위가 주체가 동일하기 때문에 이름만 다르지 사실상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것이다.

불만이 터져 나온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비밀이 아닌 실명 공개를 전제로 한 설문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관리형 비대위를 찍도록 유도했다는 주장이 당내에서 일고 있다. 이는 특히 입지가 튼튼하지 못한 초·재선 의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다.

결과적으로 혁신위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기자들 사이에서 존재한다. 최근 새로운 원내대변인으로 취임한 민경욱 대변인과의 질의에서는 몇몇 기자들이 과거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맡았던 보수혁신위원회처럼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민 대변인은 “새로 선출되는 당대표에게 혁신위에서 결정한 문제를 다 받아들이도록, 수용하도록 하자는 그런 구체적인 방법까지 논의는 됐지만 결정된 건 없다”고 답해 부분 수용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혁신위원장으로는 김용태 의원이 선임됐는데, 이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원내대표가 소통과 화합을 위해 비박계인 김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앉힌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2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획기적인 혁신안을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김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앉힌 것은 비박계에게 덤터기를 씌우기 위한 술수라는 견해도 있다.

결과적으로 혁신위가 ‘유명무실’해 질것이란 비관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행권한이 없는 특별기구의 성격이라서 정진석 체제의 입김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친박계 핵심의 입을 통해 혁신위의 지위를 격하하는 발언이 나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총선 당선 직후 차기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정현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비대위와 혁신위는 문제 진단과 전대 관리의 역할로 한정하고 새 지도부가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자가 ‘혁신안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냐’고 질문하자 “그렇다”고 답했다.

유명무실
혁신위원회

이처럼 혁신위의 지위와 역할에 의문부호가 달리자 정 원내대표는 수습에 나섰다.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혁신위는 단순히 이번 총선 패배에 대한 미봉책을 땜질하는 기구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향후 비대위·혁신위에서 정해질 ▲전대 날짜와 ▲당권·대권 결합 여부가 계파전의 새로운 뇌관이 될 전망이다. 또한 친박계의 입김에 따라 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 원내대표에 대한 평가도 이때를 기점으로 명확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계가 원하는 것은 최대한 전대 시점을 늦추는 것이다. 앞서 예상됐던 7월보다 한 달가량 늦은 8월에 열리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확한 날짜가 잡히지 않았지만, 시점이 중요한 이유는 전대 시기가 늦어지면 질수록 ‘친박 책임론’이 잠잠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당권·대권 결합론도 친박계 내부에서 얘기가 나온 만큼 향후 불씨가 될 예정이다. 새누리당 당헌에는 ‘차기 대선주자는 대선 1년6개월 전에 모든 선출 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이는 당권·대권을 분리시켜 놓은 규정이다.

이에 대한 폐지를 주장하는 친박은 마땅한 대권주자가 없음을 근거로 내세운다. 즉 인력난을 겪고 있으니 당권·대권을 함께 가져가 강력한 1명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친박계는 그 1명이 당내 과반을 넘긴 친박계에서 나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 나오는 최고위원회의 폐지론과 궤를 같이 한다. 즉 지금과 같이 9명(당대표 1명+원내대표 1명+정책위의장 1명+최고위원6명)이 정하는 집단식 의사결정 시스템은 비효율적이니 이를 당대표에게 몰아줘 과거 총재 시절의 강력함을 되살리자는 취지다.

‘범친박계 당직 장악→정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겸직→전대 연기’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은 분명 친박계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과연 친박계의 의중에 따라 움직인다는 의혹을 받는 정 원내대표는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총선 참패 후 한 달간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새누리당에 혁신의 바람이 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철우의 최고위 해체론

현재 새누리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최고위원회의다. 선출직 4명+지명직 2명에 당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까지 9명으로 구성된 이 기구는 과거 당 총재의 독단적 결정을 제어하기 위해 지난 2002년 탄생했다. 지금까지 당의 민주화에 큰 공헌을 했지만 반대로 많은 사공으로 인해 배가 산으로 가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있다.

중진으로 올라선 이철우 의원은 최고위원회의를 해체하는 수준으로 당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선자 총회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이런 식으로 결론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집단지도체제는 안 된다. 차기 당 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비대위에서 논의해야 한다. 최고위를 해체해야 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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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