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도우미 한충렬 목사 피살 미스터리

북한에 교회 만들다 당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또 다시 북중접경지역에서 개신교 목사가 피살되는 일이 벌어져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장백현에서 살해 당한 한충렬 목사는 지난 20여년간 탈북민과 북한인을 대상으로 구호 및 선교활동을 해오면서 북한 당국의 미움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한 목사가 북한 내 지하교회 설립을 지원했고, 중국 공안에게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다는 말도 들린다. 해외 지원 창구를 두고 교회 내부에 알력도 있었다.

한충렬(49) 장백교회 담임목사는 지난달 30일 오후 2시께 지인의 전화를 받고 외출했다가 연락이 끊어졌다. 이 날은 토요예배가 있던 날로, 예배가 예정된 오후 6시가 돼도 설교자인 한 목사가 나타나지 않자, 가족과 교회 관계자가 중국 공안에 실종신고를 했다. 그가 실종된 18도구(중국의 행정구역) 지역은 밀무역이 성행하는 북중접경지역으로 검문소마다 통행 차량에 대해 전산으로 등록이 되도록 돼 있다. 공안이 한 목사의 차량을 수배하자, 검문소마다 지난 시간이 확인되면서 그의 위치가 빠르게 파악됐다.  

중국 공안 주시
여러 차례 조사

같은 날 오후 8시, 한 목사는 창바이(長白)현 근처 야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근처에 그의 자동차가 주차돼 있었고 평소 지니고 다녔던 휴대전화 2대는 사라지고 없었다. 시신의 목엔 뚜렷한 자상 흔적이 발견됐고 뒷머리가 함몰돼 있었다. 

시신의 목에 난 치명상을 두고 살인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은 특수부대원의 소행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현지 주민은 중국 공안에 사건 당일 한 목사가 “남성 2명과 다투는 모습을 봤다”면서 “이후 해당 남성들이 북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봤다”는 진술을 했다고 알려졌다.

북한과 중국의 현지사정에 정통한 한 대북 소식통은 “그날 한 목사는 북한 양강도 혜산에 있는 지하교회 관계자를 만나러 18도구에 갔던 것”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탈북자를 도와준 것 때문에 피살된 것은 아니다. 그런 활동은 20년 전부터 해오던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근 북한지하교회를 공격적으로 선교하고 확장하면서 장백교회의 집사 몇 사람이 북한을 드나들었다”며 “이 과정에서 집사 한 사람이 북에 들어갔다가 안 돌아왔다. 아마도 혜산시 보위부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감금됐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이 대북소식통에 의하면, 무사히 돌아온 집사 3명이 보위부에서 조사를 받았다. 교회 관계자들은 돌아오지 못한 집사도 보위부에 구금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당 집사는 재중동포 장문석(50)씨로 지난 2014년 11월1일 납치 당했다. 현재 그의 아내와 딸이 가장의 무사귀환을 기다리고 있으며, 90세 노모는 아들을 기다리다가 지난 2월 사망했다.

교회 교인과 한국의 지인들이 한 목사에게도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며 절대 혼자 다니지 말라고 여러 차례 당부했다. 한 목사는 사람들과 항상 함께 다녔으나 그날만큼은 혼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소식통은 “북한지하교회 관계자가 보위부에 체포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이 관계자가 보위부에 포섭돼 한 목사를 만나러 암살조와 함께 18도구로 넘어왔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북한지하교회 교인들이 많이 체포될 거다. 피바람이 불 것”이라며 “북한정권이 지하교회를 확장하고 활성화시키는 것을 좌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작하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20년간 탈북·북한인 대상 구호·선교
창바이 야산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

이와 관련해 선민네트워크와 탈북동포회 측은 지난 4일 성명서를 내고 북한 내에서 성경 공부를 하던 청년들이 체포돼 그 중 3명이 올해 1월 총살됐다고 주장했다. 이 청년들은 한 목사를 통해 기독교를 접하고 기독교인이 됐다. 현재 중국동포사회에선 사라진 한 목사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와 연락처를 통한 추가 테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휴대전화 내에 장백교회를 지원해온 미국 및 한국의 단체와 선교사, 목사들의 연락처가 저장돼 있기 때문이다.   
 

취재 과정에서 한국 내 고인을 아는 개신교 관계자가 비교적 많이 있고, 한 목사와 장백교회 측이 단순히 탈북민과 북한주민을 돕는 활동뿐만 아니라 북한 내에 지하교회를 설립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온 것이 교계와 북한인권운동계 내에 대체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라는 것이 파악됐다. 고인은 그동안 탈북자 구호활동을 편 탓에 북한독재정권의 미움을 샀고, 북한 내부에 지하교회 설립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피살된 것으로 보인다.

해외 지원 두고
교회 내부알력도

실제로 중국 내 소식통들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한 목사가 북한 보위부로부터 지속적으로 살해 위협을 받았고 납치 시도도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특히 북한 보위부는 탈북자나 중국을 오가는 상인으로 위장해 선교사 및 목사에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함께 예배를 보고 성경 공부를 하면서 수년간 신뢰를 쌓은 후 유인 납치하는 것이 보위부의 수법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고인이 혼자서 18도구로 간 것도 평소 잘 알고 지낸 이가 불러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중국을 자주 방문하는 한 북한학 연구자에 따르면, 고인이 담임목사로 시무하던 장백교회는 장백현에선 큰 규모의 교회라고 한다. 이 연구자는 “교인이 많은 큰 교회다. 교회에서 큰 길로 나가면 바로 폭이 좁은 개울 너머가 북한”이라며 “한국사람이 가긴 위험한 지역이다. 촬영도 못하게 한다. 한 목사의 창고에 구호품이 상당히 많았다”고 전했다.  

해당 지역은 작은 개울을 사이에 두고 북한 혜산과 마주보는 곳으로, 양국 사이에 밀무역이 성행하고 있다. 집집마다 소형 고무보트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들이 모두 밀수에 쓰이는 배다. 또 압록강의 폭이 좁고 수심이 얕아서 대표적인 탈북 루트 중 하나로 꼽힌다.

한 목사는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밀무역을 하는 북한인들을 대상으로 성경을 가르쳐 북한 내부에 파송하는 역할을 조용히 해 왔다고 알려졌다. 북한과 밀무역을 하는 교회 신도들이 국경지역 북한청년들을 자신의 집에 데려오면 한 목사가 해당 신도의 집으로 가서 성경을 가르쳤다. 이렇게 기독교를 접한 북한주민들이 북한으로 들어가 ‘점조직화’해 지하교회를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이유로 장백교회와 북한 양강도 보위부는 지난 수년간 ‘기싸움’을 벌여왔다. 북한 보위부가 북한을 드나드는 교인 4명을 죽이겠다는 말도 공공연히 하고 다녔다. 

앞서의 대북소식통은 “한 목사가 공안 조사를 받았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며 “중국 국가안전부(정보기관)가 계속 주시해왔다. (선교활동과 지하교회 설립을) 적극적으로 하면 안 된다고 문제 제기를 많이 당했다. 조사를 많이 받은 걸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고인은 지난 1993년 지린성 백산시 조선족자치현에 장백교회를 세운 후 북한에 대량 아사 사태가 발생했던 1990년대 중반 이후로 20여년간 탈북자와 북한주민을 상대로 구호 및 선교활동을 해왔다. 미국, 호주, 캐나다, 한국 내 선교단체의 지원도 받았다.

이러한 해외 지원을 두고 교회 관계자들과 알력도 있었다. 한 목사가 모든 지원을 자신을 통해 일원화하길 원하자, 교인이나 집사가 반발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두고 한 목사가 사적으로 원한을 산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뒷머리 함몰 목에 자상 흔적
살인교육 받은 보위부 소행?

중국 공안은 현재 한 목사의 피살에 대해 수사 의지가 거의 없다는 전언이다. 사건이 발생한지 이틀 만인 지난 2일, 서둘러 유가족에게 시신을 인계했다. 장백교회는 3일 오전 교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 목사의 장례 예배를 가졌다. 중국정부가 보도 통제를 한 탓인지 이번 사건이 중국 언론에서 보도된 바도 없다. 한 목사가 중국 국적자이므로 중국정부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어야 하나 북한과 관련된 사안으로 보고 민감하게 대처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한국의 정보당국이 정보원을 목사나 선교사로 키우는 경우가 자주 있으나, 한 목사는 동북신학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5년 백산시 기독교 양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은 정통신학 계열의 목회자다. 서울에서 신학 공부를 한 경력도 있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은 탓에 한쪽 다리를 절었으나 국내 교계에서 능력을 인정받았고 안팎으로 신임이 높았다.
 

앞서의 북한학 연구자는 고인에 대해 “순수한 목회자였다”면서 “복음에 대한 열정이 강하고 북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설교도 잘하고 지역에서 신뢰가 높았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사리분별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북한 바로 코앞에서 노골적으로 선교하지 않는다. 신변에 위협을 느끼면서까지 무대포로 북한 사역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 분야에 노하우가 있어서 전략적으로 잘해왔다”고 덧붙였다. 

북한 상대 활동가
300명 납치·살해

북한은 지난 20년간 탈북자를 도운 선교사와 목사, 북한인권운동가를 지속적으로 압박해왔고 현재까지 약 300명을 납치·살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1995년 안승운 목사를 납치했고 2000년 김동식 목사를 납치했다. 두 사람 모두 납북된 후 자살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정확한 최후는 밝혀진 바가 없다. 2011년엔 김창환 선교사를 독침으로 독살했다.

현재도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와 캐나다 국적의 임현수 목사가 북한에 억류돼 있다. 이러한 납치, 살해 및 억류에 대해 한국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고 중국정부도 자국민 보호에 앞장서는 한편 자국 내 북한공작원의 활동을 더 이상 묵인, 방조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북 관료에 당한 캄보디아 카지노 스토리

해외 파견 북한 관료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한 불법도박장에서 북한 관리들이 도박을 한 후 도박 빚을 북한화폐로 갚고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 중인 북한의 해외 파견 관료들이었다. 이들이 개설한 도박 사이트는 여러 가지 눈속임과 조작을 통해 돈을 잃게 만드는 불법 사이트로, 한국, 일본,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접속하는 사이트였다.   

이들은 프놈펜의 한 카지노 내 불법도박장에서 판돈에 상한액을 두지 않는 도박을 즐겼다.  이 과정에서 카지노 측에 20만 달러를 빌려 썼다가 모두 잃고 빚을 독촉 받는 처지가 됐다. 카지노 측은 달러로 빚을 갚을 것을 요구했으나 이들은 달러가 없다며 북한화폐로 빚을 갚겠다고 제안했다.

캄보디아와 북한은 1964년 수교를 맺은 후로 1970년대 시하누크 국왕이 북한에 망명해 김일성과 친분관계를 유지할 정도로 각별히 우호관계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 12월엔 북한이 캄보디아 씨엠립에 박물관을 열 정도로 양국 사이에 친분이 두텁다고 알려졌다.  

카지노 측은 북한화폐를 받기로 결정했고, 북한 관리들은 북한화폐 5000원권이 가득 든 마대 2개를 건네고 프놈펜을 빠져나왔다. 카지노 측은 중앙은행에서 제시한 공식환율을 적용해 1달러 당 ‘20원’으로 계산해서 북한화폐를 받았다.

북한화폐를 처분하고자 그 즉시 구매자를 수소문 했다. 교민사회에 소문이 퍼지면서 한국의 국군정보사령부가 개입했다. 

카지노 측은 정보사령부 관계자로부터 “1달러 당 북한 돈 2500∼3000원은 받아야 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카지노 관계자들은 북한화폐의 공식환율과 블랙마켓의 실제 환율이 100배가량 차이가 난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정보사 측도 제보를 접수하고 카지노 측과 접촉하기 전까지 2009년에 있었던 북한의 화폐개혁 이전의 구권이나 위조지폐일 것이라고 여겼다. 북한인들이 실제론 20만달러가 아닌 2000달러 정도만 갚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알고 카지노의 건달들이 북한인들을 “죽이겠다”며 뒤를 쫓았지만 이들은 이미 방콕으로 도주한 후였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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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