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도우미 한충렬 목사 피살 미스터리

북한에 교회 만들다 당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또 다시 북중접경지역에서 개신교 목사가 피살되는 일이 벌어져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장백현에서 살해 당한 한충렬 목사는 지난 20여년간 탈북민과 북한인을 대상으로 구호 및 선교활동을 해오면서 북한 당국의 미움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한 목사가 북한 내 지하교회 설립을 지원했고, 중국 공안에게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다는 말도 들린다. 해외 지원 창구를 두고 교회 내부에 알력도 있었다.

한충렬(49) 장백교회 담임목사는 지난달 30일 오후 2시께 지인의 전화를 받고 외출했다가 연락이 끊어졌다. 이 날은 토요예배가 있던 날로, 예배가 예정된 오후 6시가 돼도 설교자인 한 목사가 나타나지 않자, 가족과 교회 관계자가 중국 공안에 실종신고를 했다. 그가 실종된 18도구(중국의 행정구역) 지역은 밀무역이 성행하는 북중접경지역으로 검문소마다 통행 차량에 대해 전산으로 등록이 되도록 돼 있다. 공안이 한 목사의 차량을 수배하자, 검문소마다 지난 시간이 확인되면서 그의 위치가 빠르게 파악됐다.  

중국 공안 주시
여러 차례 조사

같은 날 오후 8시, 한 목사는 창바이(長白)현 근처 야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근처에 그의 자동차가 주차돼 있었고 평소 지니고 다녔던 휴대전화 2대는 사라지고 없었다. 시신의 목엔 뚜렷한 자상 흔적이 발견됐고 뒷머리가 함몰돼 있었다. 

시신의 목에 난 치명상을 두고 살인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은 특수부대원의 소행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현지 주민은 중국 공안에 사건 당일 한 목사가 “남성 2명과 다투는 모습을 봤다”면서 “이후 해당 남성들이 북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봤다”는 진술을 했다고 알려졌다.

북한과 중국의 현지사정에 정통한 한 대북 소식통은 “그날 한 목사는 북한 양강도 혜산에 있는 지하교회 관계자를 만나러 18도구에 갔던 것”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탈북자를 도와준 것 때문에 피살된 것은 아니다. 그런 활동은 20년 전부터 해오던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근 북한지하교회를 공격적으로 선교하고 확장하면서 장백교회의 집사 몇 사람이 북한을 드나들었다”며 “이 과정에서 집사 한 사람이 북에 들어갔다가 안 돌아왔다. 아마도 혜산시 보위부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감금됐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이 대북소식통에 의하면, 무사히 돌아온 집사 3명이 보위부에서 조사를 받았다. 교회 관계자들은 돌아오지 못한 집사도 보위부에 구금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당 집사는 재중동포 장문석(50)씨로 지난 2014년 11월1일 납치 당했다. 현재 그의 아내와 딸이 가장의 무사귀환을 기다리고 있으며, 90세 노모는 아들을 기다리다가 지난 2월 사망했다.

교회 교인과 한국의 지인들이 한 목사에게도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며 절대 혼자 다니지 말라고 여러 차례 당부했다. 한 목사는 사람들과 항상 함께 다녔으나 그날만큼은 혼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소식통은 “북한지하교회 관계자가 보위부에 체포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이 관계자가 보위부에 포섭돼 한 목사를 만나러 암살조와 함께 18도구로 넘어왔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북한지하교회 교인들이 많이 체포될 거다. 피바람이 불 것”이라며 “북한정권이 지하교회를 확장하고 활성화시키는 것을 좌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작하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20년간 탈북·북한인 대상 구호·선교
창바이 야산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

이와 관련해 선민네트워크와 탈북동포회 측은 지난 4일 성명서를 내고 북한 내에서 성경 공부를 하던 청년들이 체포돼 그 중 3명이 올해 1월 총살됐다고 주장했다. 이 청년들은 한 목사를 통해 기독교를 접하고 기독교인이 됐다. 현재 중국동포사회에선 사라진 한 목사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와 연락처를 통한 추가 테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휴대전화 내에 장백교회를 지원해온 미국 및 한국의 단체와 선교사, 목사들의 연락처가 저장돼 있기 때문이다.   
 

취재 과정에서 한국 내 고인을 아는 개신교 관계자가 비교적 많이 있고, 한 목사와 장백교회 측이 단순히 탈북민과 북한주민을 돕는 활동뿐만 아니라 북한 내에 지하교회를 설립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온 것이 교계와 북한인권운동계 내에 대체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라는 것이 파악됐다. 고인은 그동안 탈북자 구호활동을 편 탓에 북한독재정권의 미움을 샀고, 북한 내부에 지하교회 설립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피살된 것으로 보인다.


해외 지원 두고
교회 내부알력도

실제로 중국 내 소식통들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한 목사가 북한 보위부로부터 지속적으로 살해 위협을 받았고 납치 시도도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특히 북한 보위부는 탈북자나 중국을 오가는 상인으로 위장해 선교사 및 목사에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함께 예배를 보고 성경 공부를 하면서 수년간 신뢰를 쌓은 후 유인 납치하는 것이 보위부의 수법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고인이 혼자서 18도구로 간 것도 평소 잘 알고 지낸 이가 불러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중국을 자주 방문하는 한 북한학 연구자에 따르면, 고인이 담임목사로 시무하던 장백교회는 장백현에선 큰 규모의 교회라고 한다. 이 연구자는 “교인이 많은 큰 교회다. 교회에서 큰 길로 나가면 바로 폭이 좁은 개울 너머가 북한”이라며 “한국사람이 가긴 위험한 지역이다. 촬영도 못하게 한다. 한 목사의 창고에 구호품이 상당히 많았다”고 전했다.  

해당 지역은 작은 개울을 사이에 두고 북한 혜산과 마주보는 곳으로, 양국 사이에 밀무역이 성행하고 있다. 집집마다 소형 고무보트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들이 모두 밀수에 쓰이는 배다. 또 압록강의 폭이 좁고 수심이 얕아서 대표적인 탈북 루트 중 하나로 꼽힌다.

한 목사는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밀무역을 하는 북한인들을 대상으로 성경을 가르쳐 북한 내부에 파송하는 역할을 조용히 해 왔다고 알려졌다. 북한과 밀무역을 하는 교회 신도들이 국경지역 북한청년들을 자신의 집에 데려오면 한 목사가 해당 신도의 집으로 가서 성경을 가르쳤다. 이렇게 기독교를 접한 북한주민들이 북한으로 들어가 ‘점조직화’해 지하교회를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이유로 장백교회와 북한 양강도 보위부는 지난 수년간 ‘기싸움’을 벌여왔다. 북한 보위부가 북한을 드나드는 교인 4명을 죽이겠다는 말도 공공연히 하고 다녔다. 

앞서의 대북소식통은 “한 목사가 공안 조사를 받았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며 “중국 국가안전부(정보기관)가 계속 주시해왔다. (선교활동과 지하교회 설립을) 적극적으로 하면 안 된다고 문제 제기를 많이 당했다. 조사를 많이 받은 걸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고인은 지난 1993년 지린성 백산시 조선족자치현에 장백교회를 세운 후 북한에 대량 아사 사태가 발생했던 1990년대 중반 이후로 20여년간 탈북자와 북한주민을 상대로 구호 및 선교활동을 해왔다. 미국, 호주, 캐나다, 한국 내 선교단체의 지원도 받았다.

이러한 해외 지원을 두고 교회 관계자들과 알력도 있었다. 한 목사가 모든 지원을 자신을 통해 일원화하길 원하자, 교인이나 집사가 반발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두고 한 목사가 사적으로 원한을 산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뒷머리 함몰 목에 자상 흔적
살인교육 받은 보위부 소행?

중국 공안은 현재 한 목사의 피살에 대해 수사 의지가 거의 없다는 전언이다. 사건이 발생한지 이틀 만인 지난 2일, 서둘러 유가족에게 시신을 인계했다. 장백교회는 3일 오전 교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 목사의 장례 예배를 가졌다. 중국정부가 보도 통제를 한 탓인지 이번 사건이 중국 언론에서 보도된 바도 없다. 한 목사가 중국 국적자이므로 중국정부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어야 하나 북한과 관련된 사안으로 보고 민감하게 대처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한국의 정보당국이 정보원을 목사나 선교사로 키우는 경우가 자주 있으나, 한 목사는 동북신학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5년 백산시 기독교 양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은 정통신학 계열의 목회자다. 서울에서 신학 공부를 한 경력도 있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은 탓에 한쪽 다리를 절었으나 국내 교계에서 능력을 인정받았고 안팎으로 신임이 높았다.
 


앞서의 북한학 연구자는 고인에 대해 “순수한 목회자였다”면서 “복음에 대한 열정이 강하고 북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설교도 잘하고 지역에서 신뢰가 높았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사리분별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북한 바로 코앞에서 노골적으로 선교하지 않는다. 신변에 위협을 느끼면서까지 무대포로 북한 사역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 분야에 노하우가 있어서 전략적으로 잘해왔다”고 덧붙였다. 

북한 상대 활동가
300명 납치·살해

북한은 지난 20년간 탈북자를 도운 선교사와 목사, 북한인권운동가를 지속적으로 압박해왔고 현재까지 약 300명을 납치·살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1995년 안승운 목사를 납치했고 2000년 김동식 목사를 납치했다. 두 사람 모두 납북된 후 자살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정확한 최후는 밝혀진 바가 없다. 2011년엔 김창환 선교사를 독침으로 독살했다.

현재도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와 캐나다 국적의 임현수 목사가 북한에 억류돼 있다. 이러한 납치, 살해 및 억류에 대해 한국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고 중국정부도 자국민 보호에 앞장서는 한편 자국 내 북한공작원의 활동을 더 이상 묵인, 방조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북 관료에 당한 캄보디아 카지노 스토리


해외 파견 북한 관료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한 불법도박장에서 북한 관리들이 도박을 한 후 도박 빚을 북한화폐로 갚고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 중인 북한의 해외 파견 관료들이었다. 이들이 개설한 도박 사이트는 여러 가지 눈속임과 조작을 통해 돈을 잃게 만드는 불법 사이트로, 한국, 일본,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접속하는 사이트였다.   

이들은 프놈펜의 한 카지노 내 불법도박장에서 판돈에 상한액을 두지 않는 도박을 즐겼다.  이 과정에서 카지노 측에 20만 달러를 빌려 썼다가 모두 잃고 빚을 독촉 받는 처지가 됐다. 카지노 측은 달러로 빚을 갚을 것을 요구했으나 이들은 달러가 없다며 북한화폐로 빚을 갚겠다고 제안했다.

캄보디아와 북한은 1964년 수교를 맺은 후로 1970년대 시하누크 국왕이 북한에 망명해 김일성과 친분관계를 유지할 정도로 각별히 우호관계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 12월엔 북한이 캄보디아 씨엠립에 박물관을 열 정도로 양국 사이에 친분이 두텁다고 알려졌다.  

카지노 측은 북한화폐를 받기로 결정했고, 북한 관리들은 북한화폐 5000원권이 가득 든 마대 2개를 건네고 프놈펜을 빠져나왔다. 카지노 측은 중앙은행에서 제시한 공식환율을 적용해 1달러 당 ‘20원’으로 계산해서 북한화폐를 받았다.

북한화폐를 처분하고자 그 즉시 구매자를 수소문 했다. 교민사회에 소문이 퍼지면서 한국의 국군정보사령부가 개입했다. 

카지노 측은 정보사령부 관계자로부터 “1달러 당 북한 돈 2500∼3000원은 받아야 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카지노 관계자들은 북한화폐의 공식환율과 블랙마켓의 실제 환율이 100배가량 차이가 난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정보사 측도 제보를 접수하고 카지노 측과 접촉하기 전까지 2009년에 있었던 북한의 화폐개혁 이전의 구권이나 위조지폐일 것이라고 여겼다. 북한인들이 실제론 20만달러가 아닌 2000달러 정도만 갚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알고 카지노의 건달들이 북한인들을 “죽이겠다”며 뒤를 쫓았지만 이들은 이미 방콕으로 도주한 후였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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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