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지난 19일 4·13총선 이후 부산을 첫 방문한 자리에서 “국회의장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과 새누리당 중 어느 당에서 나와야 된다고 보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이번 총선에 나타난 민심에 따르는 게 순리”라고 답변했다.
그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살피면 지금까지의 관례에 따라 동 선거에서 가장 많은 의석수를 확보한 더민주가 국회의장 직을 맡아야 옳다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나뿐만 아니라 정상적 사고를 견지하고 있는 사람 모두 그렇게 받아들였다.
아울러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도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국회의장은 더민주가, 국회부의장은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하는 게 민의다”라고 안 대표의 주장에 지원사격을 하고 나섰다.
그런데 그 안 대표가 지난 22일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직 선출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전격적으로 말을 돌리고 나섰다. 안 대표는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따르는 게 순리라고) 말한 그대로”라면서 “해석을 어떻게 하는지는 자유”라고 말했다. 또한 “제가 어느 당이 의장을 했으면 한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이 내용을 차근히 살피면, 아니 차근히 살필 것도 없이 곧바로 육두문자가 흘러나온다. ‘이게 인간의 자식인가!’라고 말이다. 아울러 난감하기 이를 데 없어 할 박 의원의 표정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그런데 이 장면 조금도 낯설지 않다. 말과 행동이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아니 자신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는 안 대표의 전매특허로 윤여준씨와의 관계에서 발생했었던 일이 떠오른다.
바로 2년 전 이야기다. 당시 안 대표는 윤씨 등과 이 나라의 정치를 바꾸기 위해 새정치를 하겠다고 굳게 약조하고 ‘새정치연합’이라는 정치 결사체를 세웠었다. 그런데 안 대표는 ‘새정치연합’이란 이름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당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손을 잡으며 윤씨 등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우리의 길이 아닌 나만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갔었다.
하여 당시에도 <일요시사>를 통해 그의 행동에 대해 가열하게 몰아세운 적이 있다. 정치를 떠나 차마 인간으로서는 하면 안 되는 행동이라고. 아울러 당시 덧붙이고 싶었으나 안 대표보다 인생 더 산 사람으로서 참았던 말이 있다. ‘안 대표의 아버지가 생존해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도대체 자식 교육 어떻게 시켰기에 저렇게 나대도 한마디 언급이 없느냐’고.
윤씨가 1939년 생으로 1962년 생으로 기록되어 있는 안 대표에게는 아버지뻘이 된다. 그런데 자신의 아버지뻘 되는 사람에게 그리 대하는데도 아버지란 사람 역시 아들에 대한 꾸중이 있었다는 말을 듣지 못한 필자는 부전자전이란 말의 의미를 새삼스럽게 떠올렸던 적이 있다.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와 보자. 오늘의 안 대표와 국민의당의 존재를 가능하게 만든 이면에는 안 대표에게 역시 아버지뻘 되는 박 의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는 윤씨에게 했던 행동을 그대로 재현했다.
참으로 가당치 않다. 정치 이전의 문제다. 아니 정치 영역에서도 박 의원은 당시 세를 형성하지 못했던 윤씨와는 다르다. 그런데 그런 사람에게 그리 대했으니……. 다시 육두문자가 나오려 한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