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유승민 대망론' 명암

비상하는 잠룡 '여의주만 물면 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제 대선이다. 4·13총선이 끝난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았지만, 유권자들과 정치권의 관심은 이미 내년으로 맞춰져 있다. 후보들에 대한 하마평이 끊이지 않는 것이 그 증거.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새누리당에서는 마땅히 내세울 만한 카드가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승민이라는 새로운 수가 생겼지만, 여러 가지 이유에서 힘들 수 있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제1당의 지위에서 내려온 게 위기의 본질이 아니라고 새누리당 내부에선 분석한다. “(4·13 총선으로) 대선주자들이 다 날아가 남은 사람이 없다”는 한 관계자의 말에 위기의 실체가 있다. 그야말로 수확을 앞두고 태풍을 맞은 농부의 심정과 진배없다. 김무성, 김문수, 오세훈 등 그간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여권 1, 2, 3위를 석권해왔던 잠룡들은 이번 ‘총선 참패’로 정치적 치명상을 입고 재활에 들어간 상황이다.

위기의 새누리
전멸한 잠룡들

미우나 고우나 이들은 당에서 심혈을 기울여 키워온 미래 권력 후보들이었다.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김무성 전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여권 1위는 물론 전체 1위 자리를 오랜기간 독점해왔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서는 18주 연속 전체 1위라는 금자탑도 세웠다. 이는 다른 유력 대선후보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도 해내지 못한 기록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당의 또 다른 노림수였다. 앞서 무상급식 파동으로 오랜 공백을 가졌음에도 정계 복귀 후 김 전 대표에 이은 여권 2위에 오른 일은 그의 경쟁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당 지지자들로부터 눈도장을 받은 상태였다. 정치1번지 탈환으로 여권 1위에 올라선다는 긍정론은 충분히 설득력 있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대구 수성갑 출마는 그의 대권 행보에 청신호를 밝혀줄 전략이었다. 자신이 가진 기존 수도권 지지기반에 대구·경북(이하 TK) 지지까지 더한다면, 본선 직행 티켓은 김 전 지사의 몫이 될 게 분명했다. 그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민주 김부겸 후보에 밀리는 상황에서도 안심할 수 있었던 건 현장에서 바뀌는 ‘TK 민심’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들 3명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고, 정치적 치명상을 입었다. 특히 김부겸 당선인에게 패한 김 전 지사를 두고는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을 냈으면 오히려 결과가 더 좋았을 것”이란 혹평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가장 불안했던 사람이 최후의 승자로 남았다. 무소속 유승민 의원은 친박계의 갖은 방해를 뚫고 재선에 성공해 단숨에 유력 대선주자로 올라섰다. 단독 생환으로 더욱 가치가 올랐다는 평이다. 친박계의 공격이 집요했던 만큼 컨벤션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정가 안팎에서 들려온다.

김무성·오세훈·김문수 대권 치명상
홀로 생존…복당후 본격 행보 나설까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국민일보> 의뢰로 지난 18∼19일까지 전국 유권자 10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 결과’를 보면, 유 의원은 17.6%의 지지율로 여당 1위를 차지했다.

해당 지지율에 대해 긍정론과 부정론이 동시에 존재하지만, 긍정론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당에서 불고 있는 ‘친박 책임론’이 이를 뒷받침한다.

일례로 최근 있었던 ‘새누리당 당선자 대회’에서 다시 한 번 책임론이 제기돼 본격적인 비판여론이 형성될 조짐을 보였다. 참석자의 전언에 따르면, 비공개로 전환된 뒤 대회에 참석한 TK·PK 지역 당선자들을 중심으로 친박계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성토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책임론이 커질수록 친박계와 대척점에 있는 유 의원의 가치는 뛸 수밖에 없다.

때문에 최근 정치권에서는 ‘유승민 대망론’이 힘을 받고 있다. 본인은 대권에 대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고 있지만, 많은 정치권 관계자들은 그가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 예상한다.
 


유 의원이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선 복당이 선결 과제다. 새누리당 당헌 제93조 후보자의 자격 ①을 보면 ‘대통령 후보자로 선출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있고 후보자 등록일 현재 당적을 보유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따라서 유 의원이 당으로 돌아오는 시점부터 대망론이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는 김무성
뜨는 유승민

당 지도부는 유 의원의 복당 시점을 늦추는 모습이다. 이른 복당은 자칫 친박계 책임론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의 반응 또한 복당 시점을 늦추는 요인이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출입 언론사의 편집·보도국장단과 가진 오찬에서 ‘배신의 정치’에 대해 입을 열었는데, 유 의원을 겨냥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 의원의 복당 시점에 대해 “당을 보니까 안정이 안 돼 있다”며 “앞으로 안정이 되고 지도체제가 잘 안착이 되고 하면 그때 협의해서 판단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을 한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어진 발언에서는 여전히 앙금이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사람 사이에 관계라는 것이 신뢰가 바탕이 되고 또 그 가치가 서로 맞아서 일을 해 나가는 것”이라며 “그게(관계가) 바뀌어서 오히려 대통령이라는 사람을 더 힘들게 만들고, 막 이렇게 될 때 제 마음은 허탈하다고 할까, 어떻게 보면 굉장히 비애 같은 거를 많이 느꼈다”고 유 의원을 겨냥해 섭섭한 감정을 내비쳤다.

대안 반기문
교체 남경필

그러나 복귀 시점과는 별개로 당내에서는 “과연 유 의원을 믿고 가도 될까”라는 본질적 불안감이 있어 주목된다. 아래의 5가지 이유에서 대선주자로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첫 번째로 대구 편중도가 높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 선거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전국 단위의 표를 얻어야 하는 대선에서는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과연 대구 동을에서 4선을 한 유 의원이 서울까지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새누리당은 서울 민심의 엄중함을 경험해 경쟁력 있는 수도권 후보에 대한 갈증이 커진 상황이다.

두번째는 당내 입지가 좁아졌다는 것이다. 총선 전 본격적인 지역 유세가 시작되자 유 의원이 바쁜 일정에도 권은희, 류성걸, 조해진 등의 유세를 도운 이유는 이들의 생환을 돕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생환에 실패하면서 유 의원의 당내 입지도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세번째는 아직 대중성이 여타 야당 후보들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익명의 당 관계자는 “(유 의원은) 선거를 통해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알려지긴 했지만, 대중적 인지도는 여전히 낮다”며 “대선은 정치에 몰입도가 높은 사람만 하는 선거가 아니기 때문에 인지도가 낮은 것은 분명히 취약점”이라고 분석했다.

대구 편중 등
5가지 취약점

네번째는 당에 극한적 반발세력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유 의원이 경선을 거쳐 새누리당 후보가 된다고 해도 계파를 초월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본선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데, 그러기엔 현 정부와의 대립이 너무 첨예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일관된 관측이다.


다섯 번째는 대중적 이미지가 약하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그동안 유 의원은 엘리트 정치인의 길을 걸어왔다. 또한 총선을 앞두고 20대 초반의 딸이 억대 재산을 가진 것으로 선관위에 신고돼 ‘금수저’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서민적인 이미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총선 후 정권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도 유 의원을 그대로 믿고 가기엔 새누리당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요소다. 때문에 유 의원과 함께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남·원·정의 한 축을 맡았던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대안적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선 총선 참패의 구세주 역할로 반 총장을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국면 전환을 위해 새누리당에서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설로만 존재했던 그의 출마가 가속도를 낼 수 있다는 예상이 정치권에서 나오는 중이다.

친박계, 대항마로 반기문 러브콜
남경필 ‘킹메이커’ 윤여준 영입

그의 출마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반 총장이 여러모로 매력적인 카드라는 반응을 보인다. 서울 표심이 날아간 상황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충청 민심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평론가는 “지금으로서는 새누리당 입장에서 반기문 카드가 가장 상수”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리스크 또한 존재한다. 반 총장의 경우 친인척 비리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지난해 ‘성완종 사태’가 정가를 발칵 뒤집었을 당시 반 총장과의 친분은 물론 성완종 회장이 가졌던 경남기업과 반 총장의 조카와의 연루 기사가 JTBC를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기자들이 반 총장이 대권에 나올 것을 예상하고 관련 자료들을 모으고 있다는 출처 모를 괴담도 돌고 있는 상황이다.


‘세대교체 스크럼’은 남경필 경기도지사에게 힘을 실어준다. 지난 18대 대선 때 김문수 당시 경기도지사가 도지사 직을 유지하면서 대통령 경선에 끼어들었던 것처럼 남 지사 또한 그렇게 나설 수 있다는 예상이다. 직을 던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본인으로서도 한결 부담이 적다.

남 지사는 앞서 차기보단 차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던 인물이다. 그러나 최근 언론을 통해 ‘50대 기수론’ 등이 거론돼 ‘조기 등판론’이 부각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남 지사는 내년 대선 출마에 대해 “도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에만 전념하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킹메이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삼고초려 끝에 영입하는 등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어 출마설이 돌고 있다.

내년 대선판은
지자체장들의 전쟁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남 지사가 내년 대선 출마를 결심하고 본격적으로 캠프를 꾸리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말이 있을 정도다.

윤 전 장관은 복수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대통령 선거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면서도 남 지사에 대해 “작은 권력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큰 권력도 나눌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추켜세웠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지사들의 전쟁’을 예상하기도 한다. 여당에서는 앞서 남 지사를 포함해 원희룡 제주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출격하고 더민주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세대교체의 바람을 타고 출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더한다면 ‘지자체장들의 전쟁’으로 판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승민 복당 언제?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못나간다?

무소속 유승민 의원의 늦어지는 복당에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출마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유권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시간적 여유는 충분한 상황이다. 새누리당 당헌 제94조 (대통령)후보자의 선출시기를 보면 ‘대통령후보자의 선출은 대통령선거일 전 120일까지 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19대 대선이 2017년 12월19일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그해 8월22일까지 새누리 당적을 가지게 되면 후보로 출마하는데 문제없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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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