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어버이 게이트’ 폭로 내막

“탈북자끼리 싸우다 외부에 알려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과 재향경우회 등으로부터 거액을 지원 받고 청와대와 국정원까지 연결돼 있다는 의혹이 지난 몇 주 간 국내뉴스를 잠식했다. 계속해서 드러나는 커넥션 의혹도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발단은 의외의 곳에서 사소하게 시작됐다. 한 탈북자단체장과 해당 단체 총무 사이의 갈등이 그것이다.      
 

탈북자단체장 김모씨는 해외에서 탈북자 구출 일을 하면서 북한의 최신 정보를 많이 아는 탈북자로 유명하다. 그는 탈북자뿐 아니라 북한에서 건너온 화교나 조선족 출신으로 북한 국적을 받은 북한이탈주민들도 보살펴왔다. 각종 단체나 기업으로부터 물품을 기부 받아 어려운 탈북민들을 돕기도 했다.

사건의 발단은 
사소하게 시작

김 대표는 또 어버이연합 등 보수성향 단체들과 연합해 지난 몇 년 간 수많은 집회를 열어 왔다. 어버이연합 측은 산하에 ‘남북보수연합’이라는 연합체 성격의 단체를 만들어 전 탈북자단체를 아우르려 했다. 김 대표의 단체에서 2012년 4월부터 총무 직함으로 일한 탈북여성 김모씨가 양 단체를 오가며 중재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대표를 비롯한 여타 탈북자단체장은 이에 응하지 않았고, 어버이연합 측은 회원 단체를 모을 수 없었다.

한 탈북자단체 관계자는 당시 <일요시사>에 “어버이연합 측이 힘 있는 사람들이 우리 뒤를 봐 준다고 과시하고 다닌다”면서 “청(청와대)이랑 연결돼 있다는 둥, 원(국정원)이랑 연결돼 있다는 둥 말하고 다닌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어버이연합이 북한 문제와 무관한 국내 정치 문제에 자꾸 탈북자들을 동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 결별하게 됐다”고 여러 차례 언론에 강조했다.    

그러다 지난 2014년 12월, 총무 김씨가 어버이연합 내에 탈북어버이연합이라는 단체의 임원으로 옮겨갔다. 그 후 어찌된 일인지 양측은 서로 고소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김씨는 원래 김 대표의 ‘측근’으로 탈북자사회의 복수 진술에 의하면 김 대표가 김씨에게 단체의 일을 모두 일임할 정도로 신임했다고 한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인들에게 “남편도 없이 두 아이를 키우는 김씨가 딱하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러나 어버이연합으로 옮겨간 김씨는 김 대표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김 대표의 '횡령일지'를 작성해 널리 퍼뜨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김 대표를 탈북민이 아닌 ‘조선족’이라고 주변에 주장했다. 최근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공개한 김 대표에 관한 비방 영상이 사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대표도 김씨를 ‘간첩’이라고 국정원에 제보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조선족 출신으로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북한에 들어가 북한국적을 취득한 북한인 출신이다.

또 김 대표의 요청으로 국정원 측이 김씨가 단체에서 쓰던 컴퓨터를 조사하기 위해 수거해 갔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2015년 초로, 유우성씨 간첩조작사건 이후로 국정원은 간첩사건에 소극적이었다. 
 


김씨의 남편은 지난 2005년께 중국에서 실종됐다. 이를 두고 탈북자사회에선 납북 혹은 자진 월북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남편이 실종된 후 거액의 보험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 확인은 하지 못했다. 국정원은 남편의 실종과 관련해 김씨가 북한과 연결돼 있다는 혐의를 찾지 못했다.

김 대표 측은 “김씨가 단체를 나간 후 수시로 사람을 보내 단체를 접으라고 압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지시설·전경련 지원설 일파만파
내부 관계자 간 갈등…여기서 의혹 비화

김씨가 경찰에 사기로 김 대표를 고발하면서 조사가 시작됐고 지난 1월 말, 김 대표는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보도로 어버이연합에 돈을 송금한 것으로 알려진 단체 중 한 곳이 김 대표에게 1인당 15만원을 지급하라고 송금을 했으나 실제로 김 대표가 13만원을 착복하고 2만원만 지급했다는 내용도 고발내용에 포함됐다.  

그러나 경찰은 김 대표를 ‘남북하나재단’ 국고보조금 등 1억35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만 지난 1월 말 검찰에 송치했다. 해당 보조금은 해외에 있는 탈북자를 긴급 구출해 한국으로 데려오는 데 사용하도록 지급된 금액이다.

김 대표와 김씨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도 함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탈북여성을 위한 여성쉼터사업 명목으로 받은 보조금 6000만원을 전액 유용한 혐의다.

김 대표는 지난해 6월15일 “총무직을 그만두면서 단체 운행차량을 가져가 임의처분하고 받은 보험 해지환급금을 밝히라”며 김씨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또 김 대표 측이 제시한 ‘은행 이체결과 조회’ 서류엔 총무 김씨가 단체로부터 수십 만원의 돈을 여러 차례 송금 받은 사실이 적시돼 있다. 단체 측은 이에 대해 “김씨 측이 총무로 일하면서 단체 계좌에서 직접 자신의 계좌로 송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이랑 연결
원이랑 연결”

경찰에 수 차례 불려 다니고 자신이 수년 간 도맡아 하던 관제데모까지 탈북단체 임원이 된 김씨에게 옮겨가자 김 대표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김씨는 어버이연합으로 자리를 옮겨 탈북어버이연합(현 자유민학부모연합)과 탈북어머니회 임원이 되면서 어버이연합의 실권자인 추선희 사무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어버이연합의 회장은 심인섭씨이지만 재정과 각종 집회 개최 등 실제 운영은 추 사무총장이 도맡고 있다. 그는 자유네티즌구국연합과 박정희 대통령 바로알기 등의 단체에서 활동하다가 2006년 어버이연합 설립을 주도했다. 현재 추 사무총장은 자금 출처, 청와대 지시 의혹 등과 관련해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설에 의하면 올해 초, 탈북자단체가 연합해 합동 기자회견을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새누리당 A의원을 어버이연합을 비호하는 세력으로 지목하고 ‘A의원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자회견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이번 의혹의 시작이 된 <시사저널> 보도를 두고 어버이연합 측은 김 대표와 그 측근인 이모씨를 제보자로 지목하고 나섰다. 어버이연합 측이 두 사람의 자택 앞에서 ‘보복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씨는 어버이연합에 의해 언론에 회계장부를 넘긴 인물로 지목되면서 집 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두문불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씨는 기자가 여러 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냈음에도 회신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JTBC>는 지난 24일, 이씨가 집회현장에 사람을 동원하면서 1000만원을 맡기면 10만원을 이자로 지급하겠다며 사람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21일 새벽엔 김 대표 자택 부근에서 괴한이 서성이면서 김 대표가 수서경찰서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

의혹이 줄줄이 터지면서 추 총장 측은 김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추 총장은 지난 22일 “범법자의 세 치 혀에 놀아났다”면서 “이 분에게 이용을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추 총장은 한 보수단체 대표에게 메시지를 보내 김 대표가 중간에서 ‘자폭’했다고 비틀기도 했다.    

집회 동원·단체 운영금 두고 알력 
“힘있는 사람들이 뒤 봐준다” 과시

김 대표는 한국에 입국하기 전까지 불법입국 혐의로 미얀마감옥에서 3년을 복역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입국 후에도 국정원으로부터 조선족과 한족으로 차례로 오해를 받으면서 7년에 걸친 긴 법정 다툼 끝에 한국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김 대표는 탈북자 지위를 받지 못한 북한 출신자나 화교를 돌보는 일에 발벗고 나섰다. 국내에 북한인권단체가 여럿 있지만 보증금을 법무부에 납부하고 신원보증을 한 후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직접 가서 보호해제된 북한 출신 화교들을 데려오는 일도 여러 차례 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본인 소유 땅에서 나는 농산물을 어려운 탈북민에게 나눠주는 선행도 했다.   

김씨 역시 탈북자들을 모아 주말에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 설엔 이들을 위로하는 행사를 개최해 선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평양 출신의 한 탈북자는 “탈북자들은 명절이면 갈 곳도 없고 외로움을 부쩍 느낀다. 김씨가 지난 설에 탈북자들을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씨가 한복을 입고 동포들에게 큰 절을 하는데 감동 받아 눈물이 났다. 선물도 여러 개 마련해 나눠줬다”면서 “2만원이 아쉬워 뭘 하는지도 모르고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도 많다. 이번 일로 탈북자의 이미지가 나빠질까 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남한사회의 경제적 약자인 탈북자를 동원해 여론을 호도하는 일에 이용한 것을 비판하는 여론이 높다. 사건 당사자들이 다툼을 벌인 것도 남한 집권층이 이들에게 던져준 한줌의 이권 때문이다. 집회 참가자도 노숙인과 독거노인, 퇴역 경찰과 군인 등 실제론 남한 사람들이 더 많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대일 북한인권제3의길연구소장은 “경제적 약점을 잡아서 탈북자를 동원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며 “동원체제에서 평생을 살다온 탈북민의 맹목적인 국가주의와 당에 대한 충성을 남한이 이용한 것이다. 그들은 그것이 애국하는 길인 줄 안다. 민주시민으로 변화시키지 않고 독제체제의 인민으로 계속 남겨두는 것”이라고 평했다.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어버이연합을 내세운 국정원의 정치개입 문제가 밝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탈북자정책도 예산 투자가 많음에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것은 예산의 중복 사례가 많고, 북한인권문제나 북한인권법, 대북전단, 관련 재단 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탈북자 일자리와 복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정착지원정책의 실패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데모에 탈북자 동원하는 까닭

각종 보수단체와 이익단체, 종교단체 집회에 탈북자가 동원되는 것은 이들이 남한사회의 ‘경제적 약자’라는 것 외에도 다양한 까닭이 있다.

정대일 소장에 따르면, 보수단체의 각종 집회에 참여해온 남한 사람들은 대부분 노쇠한 퇴역군인들로 일사분란하게 모이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이에 비하면 탈북자들은 비교적 젊은 연령대의 사람들도 집회에 참여할 수 있다.

또 북한사회는 출생부터 사망까지 당 생활을 비롯해 각종 조직활동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탈북자들은 조선민주여성동맹, 조선직업총동맹,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조선농업근로자동맹 등 각종 대중조직 생활이 몸에 밴 이들로 공동으로 모여 활동하는 것에 위화감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남한에 와서도 조직생활을 찾아 교회 등에서 공동체생활을 영위한다. 탈북자들은 각종 집회에 모여 고향사람을 만나고 돈도 벌고 도시락을 받아 끼니를 해결하고 외로움도 달랜다고 여기며 집회에 참여해 온 것이다.

이 외에도 탈북자들은 서울의 가양, 거여 등 영구임대아파트단지에 집단 거주하고 있어 단시간 내에 쉽게 인원을 모을 수 있다. 탈북동포 2만9000여명 중 30%가량이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시간을 내기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점도 낮 시간에 1∼2시간가량 참여하는 집회에 참여하기 좋은 조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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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