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어버이 게이트’ 폭로 내막

“탈북자끼리 싸우다 외부에 알려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과 재향경우회 등으로부터 거액을 지원 받고 청와대와 국정원까지 연결돼 있다는 의혹이 지난 몇 주 간 국내뉴스를 잠식했다. 계속해서 드러나는 커넥션 의혹도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발단은 의외의 곳에서 사소하게 시작됐다. 한 탈북자단체장과 해당 단체 총무 사이의 갈등이 그것이다.      
 

탈북자단체장 김모씨는 해외에서 탈북자 구출 일을 하면서 북한의 최신 정보를 많이 아는 탈북자로 유명하다. 그는 탈북자뿐 아니라 북한에서 건너온 화교나 조선족 출신으로 북한 국적을 받은 북한이탈주민들도 보살펴왔다. 각종 단체나 기업으로부터 물품을 기부 받아 어려운 탈북민들을 돕기도 했다.

사건의 발단은 
사소하게 시작

김 대표는 또 어버이연합 등 보수성향 단체들과 연합해 지난 몇 년 간 수많은 집회를 열어 왔다. 어버이연합 측은 산하에 ‘남북보수연합’이라는 연합체 성격의 단체를 만들어 전 탈북자단체를 아우르려 했다. 김 대표의 단체에서 2012년 4월부터 총무 직함으로 일한 탈북여성 김모씨가 양 단체를 오가며 중재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대표를 비롯한 여타 탈북자단체장은 이에 응하지 않았고, 어버이연합 측은 회원 단체를 모을 수 없었다.

한 탈북자단체 관계자는 당시 <일요시사>에 “어버이연합 측이 힘 있는 사람들이 우리 뒤를 봐 준다고 과시하고 다닌다”면서 “청(청와대)이랑 연결돼 있다는 둥, 원(국정원)이랑 연결돼 있다는 둥 말하고 다닌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어버이연합이 북한 문제와 무관한 국내 정치 문제에 자꾸 탈북자들을 동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 결별하게 됐다”고 여러 차례 언론에 강조했다.    

그러다 지난 2014년 12월, 총무 김씨가 어버이연합 내에 탈북어버이연합이라는 단체의 임원으로 옮겨갔다. 그 후 어찌된 일인지 양측은 서로 고소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김씨는 원래 김 대표의 ‘측근’으로 탈북자사회의 복수 진술에 의하면 김 대표가 김씨에게 단체의 일을 모두 일임할 정도로 신임했다고 한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인들에게 “남편도 없이 두 아이를 키우는 김씨가 딱하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러나 어버이연합으로 옮겨간 김씨는 김 대표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김 대표의 '횡령일지'를 작성해 널리 퍼뜨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김 대표를 탈북민이 아닌 ‘조선족’이라고 주변에 주장했다. 최근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공개한 김 대표에 관한 비방 영상이 사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대표도 김씨를 ‘간첩’이라고 국정원에 제보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조선족 출신으로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북한에 들어가 북한국적을 취득한 북한인 출신이다.

또 김 대표의 요청으로 국정원 측이 김씨가 단체에서 쓰던 컴퓨터를 조사하기 위해 수거해 갔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2015년 초로, 유우성씨 간첩조작사건 이후로 국정원은 간첩사건에 소극적이었다. 
 


김씨의 남편은 지난 2005년께 중국에서 실종됐다. 이를 두고 탈북자사회에선 납북 혹은 자진 월북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남편이 실종된 후 거액의 보험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 확인은 하지 못했다. 국정원은 남편의 실종과 관련해 김씨가 북한과 연결돼 있다는 혐의를 찾지 못했다.

김 대표 측은 “김씨가 단체를 나간 후 수시로 사람을 보내 단체를 접으라고 압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지시설·전경련 지원설 일파만파
내부 관계자 간 갈등…여기서 의혹 비화

김씨가 경찰에 사기로 김 대표를 고발하면서 조사가 시작됐고 지난 1월 말, 김 대표는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보도로 어버이연합에 돈을 송금한 것으로 알려진 단체 중 한 곳이 김 대표에게 1인당 15만원을 지급하라고 송금을 했으나 실제로 김 대표가 13만원을 착복하고 2만원만 지급했다는 내용도 고발내용에 포함됐다.  

그러나 경찰은 김 대표를 ‘남북하나재단’ 국고보조금 등 1억35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만 지난 1월 말 검찰에 송치했다. 해당 보조금은 해외에 있는 탈북자를 긴급 구출해 한국으로 데려오는 데 사용하도록 지급된 금액이다.

김 대표와 김씨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도 함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탈북여성을 위한 여성쉼터사업 명목으로 받은 보조금 6000만원을 전액 유용한 혐의다.

김 대표는 지난해 6월15일 “총무직을 그만두면서 단체 운행차량을 가져가 임의처분하고 받은 보험 해지환급금을 밝히라”며 김씨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또 김 대표 측이 제시한 ‘은행 이체결과 조회’ 서류엔 총무 김씨가 단체로부터 수십 만원의 돈을 여러 차례 송금 받은 사실이 적시돼 있다. 단체 측은 이에 대해 “김씨 측이 총무로 일하면서 단체 계좌에서 직접 자신의 계좌로 송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이랑 연결
원이랑 연결”

경찰에 수 차례 불려 다니고 자신이 수년 간 도맡아 하던 관제데모까지 탈북단체 임원이 된 김씨에게 옮겨가자 김 대표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김씨는 어버이연합으로 자리를 옮겨 탈북어버이연합(현 자유민학부모연합)과 탈북어머니회 임원이 되면서 어버이연합의 실권자인 추선희 사무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어버이연합의 회장은 심인섭씨이지만 재정과 각종 집회 개최 등 실제 운영은 추 사무총장이 도맡고 있다. 그는 자유네티즌구국연합과 박정희 대통령 바로알기 등의 단체에서 활동하다가 2006년 어버이연합 설립을 주도했다. 현재 추 사무총장은 자금 출처, 청와대 지시 의혹 등과 관련해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설에 의하면 올해 초, 탈북자단체가 연합해 합동 기자회견을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새누리당 A의원을 어버이연합을 비호하는 세력으로 지목하고 ‘A의원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자회견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이번 의혹의 시작이 된 <시사저널> 보도를 두고 어버이연합 측은 김 대표와 그 측근인 이모씨를 제보자로 지목하고 나섰다. 어버이연합 측이 두 사람의 자택 앞에서 ‘보복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씨는 어버이연합에 의해 언론에 회계장부를 넘긴 인물로 지목되면서 집 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두문불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씨는 기자가 여러 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냈음에도 회신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JTBC>는 지난 24일, 이씨가 집회현장에 사람을 동원하면서 1000만원을 맡기면 10만원을 이자로 지급하겠다며 사람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21일 새벽엔 김 대표 자택 부근에서 괴한이 서성이면서 김 대표가 수서경찰서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

의혹이 줄줄이 터지면서 추 총장 측은 김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추 총장은 지난 22일 “범법자의 세 치 혀에 놀아났다”면서 “이 분에게 이용을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추 총장은 한 보수단체 대표에게 메시지를 보내 김 대표가 중간에서 ‘자폭’했다고 비틀기도 했다.    

집회 동원·단체 운영금 두고 알력 
“힘있는 사람들이 뒤 봐준다” 과시

김 대표는 한국에 입국하기 전까지 불법입국 혐의로 미얀마감옥에서 3년을 복역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입국 후에도 국정원으로부터 조선족과 한족으로 차례로 오해를 받으면서 7년에 걸친 긴 법정 다툼 끝에 한국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김 대표는 탈북자 지위를 받지 못한 북한 출신자나 화교를 돌보는 일에 발벗고 나섰다. 국내에 북한인권단체가 여럿 있지만 보증금을 법무부에 납부하고 신원보증을 한 후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직접 가서 보호해제된 북한 출신 화교들을 데려오는 일도 여러 차례 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본인 소유 땅에서 나는 농산물을 어려운 탈북민에게 나눠주는 선행도 했다.   

김씨 역시 탈북자들을 모아 주말에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 설엔 이들을 위로하는 행사를 개최해 선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평양 출신의 한 탈북자는 “탈북자들은 명절이면 갈 곳도 없고 외로움을 부쩍 느낀다. 김씨가 지난 설에 탈북자들을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씨가 한복을 입고 동포들에게 큰 절을 하는데 감동 받아 눈물이 났다. 선물도 여러 개 마련해 나눠줬다”면서 “2만원이 아쉬워 뭘 하는지도 모르고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도 많다. 이번 일로 탈북자의 이미지가 나빠질까 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남한사회의 경제적 약자인 탈북자를 동원해 여론을 호도하는 일에 이용한 것을 비판하는 여론이 높다. 사건 당사자들이 다툼을 벌인 것도 남한 집권층이 이들에게 던져준 한줌의 이권 때문이다. 집회 참가자도 노숙인과 독거노인, 퇴역 경찰과 군인 등 실제론 남한 사람들이 더 많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대일 북한인권제3의길연구소장은 “경제적 약점을 잡아서 탈북자를 동원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며 “동원체제에서 평생을 살다온 탈북민의 맹목적인 국가주의와 당에 대한 충성을 남한이 이용한 것이다. 그들은 그것이 애국하는 길인 줄 안다. 민주시민으로 변화시키지 않고 독제체제의 인민으로 계속 남겨두는 것”이라고 평했다.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어버이연합을 내세운 국정원의 정치개입 문제가 밝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탈북자정책도 예산 투자가 많음에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것은 예산의 중복 사례가 많고, 북한인권문제나 북한인권법, 대북전단, 관련 재단 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탈북자 일자리와 복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정착지원정책의 실패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데모에 탈북자 동원하는 까닭

각종 보수단체와 이익단체, 종교단체 집회에 탈북자가 동원되는 것은 이들이 남한사회의 ‘경제적 약자’라는 것 외에도 다양한 까닭이 있다.

정대일 소장에 따르면, 보수단체의 각종 집회에 참여해온 남한 사람들은 대부분 노쇠한 퇴역군인들로 일사분란하게 모이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이에 비하면 탈북자들은 비교적 젊은 연령대의 사람들도 집회에 참여할 수 있다.

또 북한사회는 출생부터 사망까지 당 생활을 비롯해 각종 조직활동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탈북자들은 조선민주여성동맹, 조선직업총동맹,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조선농업근로자동맹 등 각종 대중조직 생활이 몸에 밴 이들로 공동으로 모여 활동하는 것에 위화감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남한에 와서도 조직생활을 찾아 교회 등에서 공동체생활을 영위한다. 탈북자들은 각종 집회에 모여 고향사람을 만나고 돈도 벌고 도시락을 받아 끼니를 해결하고 외로움도 달랜다고 여기며 집회에 참여해 온 것이다.

이 외에도 탈북자들은 서울의 가양, 거여 등 영구임대아파트단지에 집단 거주하고 있어 단시간 내에 쉽게 인원을 모을 수 있다. 탈북동포 2만9000여명 중 30%가량이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시간을 내기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점도 낮 시간에 1∼2시간가량 참여하는 집회에 참여하기 좋은 조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신>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