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금번에 실시된 20대 총선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이와 관련 지난 2014년 전남 순천·곡성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예로 들어보겠다. 당시 동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이정현 후보가 당선되자 아내가 의외의 반응을 나타냈다.
“여보, 어떻게 새누리당 후보가 전라도에서 당선될 수 있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아내에게 아낌없이 내어줄 수 있는 호남정서(지난 2016년 1월19일 게재한 ‘호남을 말한다’ 칼럼 참조)에 대해서 차근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짤막하게 결론 내렸다.
“이제는 영남, 아니 대구가 화답해야 할 때야.”
대구, 금번 총선에서 필자가 유심히 바라본 지역이다. 새누리당의 철옹성인 그 지역에서 야당 출신의 김부겸, 홍의락 후보가 당선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선거 초반에 비록 압도적 우위를 유지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관찰한 바로는 결과는 밝지 않았다. 권력에 관한한 일련의 선민의식을 지니고 있는 대구정서를 살필 때 선거 결과는 뒤바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필자의 우려를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두 사람이 대구에서 당선되는, 지금까지의 관례를 살피면 기적에 가까운 승리를 이끌어냈다. 필자는 이 대목, 즉 대구사람들의 의식 변화에서 금번 선거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각설하고, 금번 총선에서 주요 세 정당의 득표 결과를 살펴보자. 새누리당이 122석, 더불어민주당이 123석 그리고 국민의당이 38석을 획득하여 야당의 세가 여당을 압도하는 형국이 초래되었다. 이를 바라보자 문득 지난 1988년에 실시되었던 제13대 총선이 떠오른다.
당시 집권당인 민주정의당이 125석, 제1야당인 평화민주당이 70석, 제2야당인 통일민주당이 59석 그리고 신민주공화당이 35석을 확보하여 우리 헌정사상 최초로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된다.
같은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는 평화민주당과 통일민주당의 득표를 합치면 129석으로 차후 이루어질 무소속 의원들의 새누리당 입당과정을 그리면 금번 총선은 13대 총선의 복사판으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그런데 문제는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다. 당시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되면서 관속에 처박혀있던 ‘지방자치제’가 부활했다. 왜 거의 폐기처분 되다시피 했던 지방자치제가 부활했을까.
<일요시사>를 통해 이미 밝힌 바 있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의 지방권력 나누어먹기 차원에서 실시되었던 게다. 평화민주당은 호남을, 통일민주당은 부산과 경남을, 또 신민주공화당은 충청권력을 잡고자 원했고 지방선거를 통해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 3김이 지방권력을 나누어 가진다.
결국 태동하지 말아야 할 지방자치제가 부활하면서 이 나라는 선거공화국으로 전락하고 중앙과 지방이 엇박자를 내고 나아가 이 나라는 지역감정이라는 괴물에 의해 철저하게 갇히고 만다.
작금에 정치판을 살피면 13대 당시보다 결코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이를 입증하듯 이미 야당은 국정교과서 폐지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20대 국회가 개원하면 야당은 작심하고 박근혜정부를 향해 비수를 들이댈 것이고, 이후 박근혜정권은 급격하게 레임덕에 빠져들 터다. 하여 박근혜정권은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야당과 중앙권력을 나눔으로써 해법을 찾을 일이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