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호국영령이 잠든 현충원 근처에서 재개발을 둘러싸고 큰 싸움이 벌어졌다. 흑석11구역이 재개발을 추진하는 가운데 조합과 반대파와의 대립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일요시사>가 흑석동 재개발을 둘러싼 분쟁 내막을 들여다봤다.
지난달 25일, 흑석11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이 정기총회를 개최하며 재개발 추진에 박차를 가했다. 흑석동11구역은 ‘흑석뉴타운’ 총 11지구 중 가장 늦은 지난 2012년 7월26일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이 지역은 한강 조망이 가능하고 강남 진입이 용이해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고 있다.
뉴타운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정책으로 슬럼화된 도시의 구역을 재정비한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후임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뉴타운사업은 하나 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고, 뉴타운지역 지정해제된 곳들이 늘어났다.
현충마을의 고민
흑석11구역은 국립현충원에 맞닿아 있는 구역이다. 현충원에 맞닿아 있는 또 다른 구역으로는 흑석4구역이 있는데 2006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2012년 7월에 완공돼 현재는 흑석 푸르지오가 들어선 상태다. 흑석 푸르지오는 총 19층 높이로 지어졌다.
조합도 흑석 푸르지오 및 다른 정비구역과 마찬가지로 20여층 안팎의 높이까지 아파트를 올린다는 계획이다. 조합 관계자는 “초기 계획은 28층까지 올릴 계획이었지만 현재는 실질적으로는 25층까지 올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11구역의 정비업체로 들어선 동우CM의 본부장은 “현재 종교부지와의 협약이 끝나지 않았다”며 “종교부지 문제가 처리되는 대로 서울시와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와 협의가 되면 20층 이상 올리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흑석11구역 재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워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원모 위원장은 “현충마을은 반대파 때문에 재개발이 안 되는 것이 아니다”며 “이미 2012년 서울시 결정고시로 아파트 높이가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원씨가 말하는 서울시 고시란 2012년 7월10일 서울시가 개최한 도시재정비위원회 결과를 의미한다. 이때 서울시는 흑석11구역에 대해 최고층수를 12층, 평균층수를 9층(현충원에 접한 획지는 7층 이하) 이하로 하고,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건축계획 수립 고시를 발표했다. 즉, 이는 조건부가결을 의미한다.
추진위-반대파 대립…층수 두고 충돌
양측 고도제한·매몰비용 놓고도 잡음
동작구청은 추진위에서 진행 중인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수립 용역 시행 가능여부를 서울시에 물었다. 그후 받은 회신을 살펴보면, 서울시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는 기존계획의 기본틀이 흔들리지 않은 부분적 촉진계획 변경은 추진주체가 작성해 그 타당성 여부 검토 후 변경입안이 가능할 것으로 사료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기존계획의 기본틀은 2012년 7월 서울시가 고시한 조건부 가결을 의미한다. 서울시 고시를 두고 추진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동작구는 추진하는 쪽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존치관리2구역은 흑석11구역의 또 다른 이름이다. 존치관리구역이란 노후도가 20년이 되지 않거나 접도율, 도로율을 등 4개 항이 촉진구역 지정의 기준을 미달됐을 때를 의미한다. 흑석11구역은 노후도 부분만 충족시킨 상태로 조합을 추진 중에 있고, 같은 흑석뉴타운 부지의 흑석10구역이자 존치관리1구역은 평균5층의 빌라형 밖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결정에 따라 경제성을 이유로 조합이 해제됐다.
원씨는 “존치 1구역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며 “존치관리2구역은 노후도만 충족되었을 뿐인데 무리하게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흑석11구역의 고도제한을 놓고도 말이 많다. 원씨는 “흑석11구역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대공방어 협조구역)으로 「건축법」 제69조에 따른 특별건축구역 지정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동작구청은 “「건축법」 제2조·제6호에 따른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은 ‘통제보호구역’과 ‘제한보호구역’을 이르는 말로 ‘대공방어 협조구역’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토지이용계획 확인서에 따른 흑석11구역의 정비구역을 살펴보니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의거해 대공방어협조구역(위탁고도 77~257m)에 해당됐다. 이는 위탁고도 내 기준에는 건물이 들어설 수 없음을 의미한다.
분명히 흑석11구역 내 토지가 대공방어협조구역에 속한다는 자료가 있음에도 동작구청은 원씨의 주장을 거짓으로 치부하고 있다. 원씨는 흑석11구역의 재개발 추진의 어려움을 흑석11구역에서 도로 건너에 위치한 흑석한강현대아파트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원씨는 “한강현대아파트의 경우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서울시 고시에 따르면 현재 15층보다 더 낮은 층수로 지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추진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조합 관계자는 “왜 남의 아파트까지 신경 쓰는지 모르겠다. 그쪽과 여기 사정은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서울시 고시 평균 9층
조합 “20층 이상 가능”
지난달 25일 개최한 정기총회에서는 매몰비용에 대한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매몰비용은 흑석11구역이 재개발에 실패해 해제될 시 지금까지 조합이 사용한 금액에 대한 청구분을 의미한다. 즉 조합이 해제되면 조합원 즉 흑석11구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보유지분율에 따라 매몰비용은 다르게 책정된다.
정기총회에서 조합 관계자는 “동의를 안 한 분들은 매몰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며 “최근 매몰비용을 조합원에게 분담해야 할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제 시 비용을 구청에서 대납하는지 혹은 국가가 책임을 지는지에 대한 조합원의 질문에 조합 관계자는 “조합명의로 대출을 한 것이기 때문에 조합원이 동의를 하지 않으면 갚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에 총회의 사회자는 “서울시가 사용금액의 70%를 조합에 보조금으로 주겠다는 내용이 있다”며 “만약 조합이 멈춰서 해산될 시 30%는 조합원이 채무를 진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조합이 해체된 후에 지금까지 사용한 정비사업비, 청산금 부과금에 대한 연체율, 지연손실금 등을 지게 되어있는 것이다. 이처럼 주민들이 재개발 실패의 책임을 부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마냥 앉아서 재개발이 진행된다고 좋아하고 있을 때만은 아니라는 것이 원씨의 설명이다.
원씨는 “재건축과 다르게 재개발은 75%이상이 찬성하면 나머지 25% 반대자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재개발이 진행된다. 재산권 측면에서 위헌적 요소가 보인다”며 재개발 자체의 위헌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매번 설전만
일련의 반대 측의 주장에 대해 조합 관계자는 “반대파의 터무니없는 주장 때문에 조합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서울시 고시 때문에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촉진계획변경을 통해 사업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