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30)자각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냉혹한 정치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입국 부분은 제가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생각해보니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닌듯합니다.”

주선의 확신에 찬 답에 두 사람 모두 표정을 밝게 했다.

“비자 문제는 어찌 처리하렵니까? 들은 바로는 영사관 요주의 인물이라 하던데요.”

강철의 질문을 받은 동일이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어 문석원이 아닌 일본인 고타로 명의로 입국하리라는 사실에 대한 부연설명을 곁들이자 강철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를 살피던 동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일본에서의 일 즉 문석원이 한국에 입국하기까지의 일은 차 사장께서 맡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특보께서는 초청장을 포함하여 행사장에서의 일을 전적으로 책임져 주시고 저는 차 사장과 일본에서의 일을 마무리함과 동시에 입국하여 8월 15일 행사 참석 전까지 일정을 소화해내도록 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여 화답했다.

“그건 그렇게 하기로 하고. 실장께서 차 사장의 의향을 타진하라 하셨는데 일이 마무리되면 어떻게 해드렸으면 좋겠습니까?”

강철의 질문에 주선이 답에 앞서 가늘게 한숨을 내쉬며 동일을 바라보았다.

“신경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일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곳을 떠나려 합니다.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시간이 있으니 추후 결정하도록 하지요.”

“이 역시 기간이 있느니 만큼 천천히 생각해보도록 하시고 오늘은 상견 겸해서 허심탄회하게 시간을 보내도록 하지요.”

“여하튼 대한민국의 운명이 우리에게 달려 있으니 소신을 가지고 성심성의를 다합시다.”

동일에 이어 강철이 힘주어 말하자 세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각오를 다지기 시작했다. 문석원이 한날 저녁 아내와 아들을 대동하고 큰형 정수와 둘째 형 동원과 함께 살고 있는 어머니를 찾아 집을 나섰다. 어머니가 살고 있는 집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자 집 이 층에서 어머니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석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어 며느리의 손을 잡은 손자의 모습이 보이자 서둘러 일층으로 내려왔다. 할머니의 모습을 확인한 신일 역시 제 어머니의 손을 벗어나 뒤뚱대며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가게는 어떻게 하셨습니까?”

지난해 말부터 어머니는 카바레를 운영하고 있던 터였다.

“너희들 온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 그러니 어서 들어가자.”

어머니가 석원이 타고 온 페블리카 승용차와 손자를 번갈아 바라보고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집으로 들어갔다.

“신수가 훤해 보이는구나.”

자리를 잡자마자 손자를 안아든 어머니가 근심스런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냥 열심히 일하며 살고 있습니다.”

“무슨 일 하는지 물어봐도 되겠니?”

“그건 나중에 알려드릴 게요.”


“왜?”

“걱정하실까봐 그렇지요.”

“내가 걱정할 일이라도 하는 거냐?”

“그게 아니라, 나중에 일이 완성되면 시원하게 말할 테니 조금도 걱정 말아요.”

석원이 어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에 소식을 접한 둘째 형 동원이 방으로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편치 않은 시선으로 석원을 바라보았다.   

“너는 동생을 바라보는 표정이 어째 그러니?”

“오랜만에 보니 그러지요. 그리 먼 곳에 살지도 않는데 자주 찾아보지 않으니 그럽니다.”

동원이 애써 자신의 표정을 죽이며 얼버무렸다.

“큰형은 아직 퇴근 전인 모양입니다.”

“아직 학원 수업이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얼추 끝나갈 시간이 되었으니 곧 올게다.”

큰 형은 오사카 시내에서 학원 강사로 근무하고 있던 터였다.

“지금 술상이라도 봐오라 할까?”

어머니의 질문에 석원이 동원의 얼굴을 주시했다.

“오래지 않아 형이 도착할 테니 조금 이따가 상을 차리시지요.”

동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인기척이 들리더니 큰형이 들어서고 있었다.

조총련과 연대, 다가온 거사일
선생님 둘러싼 3국의 눈치작전


“형도 양반되기는 틀렸네.”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냐?”

석원이 어색하게 말을 건네자 정수의 눈이 동그랗게 변해갔다.

“지금 어머니와 둘째 형과 형 이야기를 하고 있었거든.”

정수가 싱긋이 웃어주며 잠시 대화를 나누다 삼형제가 술자리를 갖기 위해 옆방으로 이동했다.

“병원에 입원했었다는 이야기가 들리던데.”

“위장이 조금 좋지 않아서.”

“네가 무슨 위장이 좋지 않다는 말이냐?”

동원이 의혹의 눈초리로 말문을 열자 정수 역시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신경성 위장병이라 하더라고.”

“그런데 근 한 달여를 입원 치료받았다는 말이냐?”

동원의 재차에 걸친 질문에 석원의 표정이 어둡게 변해갔다.

“너 요즘 도대체 뭐하고 다니는 거냐. 들리는 바에 의하면 시도 때도 없이 조총련 사람들과 어울린다던데.”

“조총련이라니!”

정수의 목소리가 올라가는 시점에 정수의 처가 조촐하게 술상을 차려 들어오고 있었다. 삼형제가 잠시 침묵을 지키고 이어 술자리를 본 정수의 처가 물러나자 정수가 술병을 들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정수가 모두의 잔을 채우고는 혼자 잔을 들어 비워냈다.

“한청 관련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석원이 지금 조총련 사람들과 뭔가 큰일을 계획하고 있는 모양이더라고.”

동원의 설명에 정수가 손수 자신의 잔을 채우고 석원을 빤히 주시했다.

“별 건 아니고. 어떻게 하면 윤대중 선생을 다시 일본에 모실 수 있을까 고민 중에 있어. 그래서 그 일로 조총련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 거야.”

“단지 그 사유 때문이냐?”

“그렇다고 해도.”

동원의 연이은 추궁에 석원의 표정이 어둡게 변해갔다.

“그러면 지금 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어떻게 설명할래.”

“그게 무슨 말이야?”

“얼마 전부터 네 씀씀이가 이해되지 않아 그런다. 승용차부터 시작해서 네게 과분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지 않냐.”

가만히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정수가 다시 잔을 비워내자 동원 역시 잔을 비워냈다. 

“석원아!”

잔을 내려놓기 무섭게 석원을 부르는 정수의 목소리에 잔뜩 힘이 들어 있었다.

“큰형은 또 왜 그래?”

“네 설명이 이해되지 않아 그런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네가 하도 윤대중, 윤대중 하기에 내 요로를 통해서 알아보았다. 그런데 남조선에서 일본에서 하도 시끄럽게 굴기에 윤대중이란 사람을 다시 일본으로 보내고자 했는데 일본 정부에서 거부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네 이야기는 무슨 소리냐?”

석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모르고 있다는 말이냐?”

“형은 그 이야기 어디서 들었는데?”

“어디서 들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그거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거 나도 알고 있다.”

동원이 거들고 나서자 순간 석원의 표정이 어둡게 변해갔다.

“네가 지금 무슨 일 하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없겠냐?”

“나는….”

“마저 말해봐!”


“방금 이야기한 대로 윤대중 선생 다시 일본으로 모시는 일을 하고 있는데‥‥‥.”

동원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석원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그리고 너 조총련 애들 어떤지 모르냐?”

“그 사람들이 어때서.”

석원이 분위기를 만회하려는지 목소리를 높였다.

“달면 삼키고 쓰면 가차 없이 내팽개치는 그들의 속성을 정말 모른다는 말이냐!”

답변이 궁색한 석원이 기어코 자신의 술잔을 비워냈다.

“동원이 이야기 잘 새겨듣도록 해라. 지금 일본 내에서 조총련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좋지 않아. 일전에 벌어졌던 의장과 조카사위와의 일도 그렇고.”

“그리고 이제는 가족을 생각해야지 않겠냐. 잠시 전에 보니까 제수 씨가 임신한 듯한데.”

두 형의 이야기에 석원의 표정이 더욱 어둡게 변해갔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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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진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방탄소년단 멤버 진이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들은 농업회사법인 지니스램프에 공통 투자했다. 지니스램프에 대해선 “자두 맛·수박 맛 제품 생산 과정에서 외국산 농축액을 사용해놓고, 상품 정보에 ‘국산’이라고 표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백 대표와 진은 원산지표시법 위반 혐의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고발됐다.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기하면, 원산지표시법에 따라 7년 이하 징역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아울러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서도 국정감사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