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대통령에게 돌직구 날린' 새누리당 유준상 상임고문

"총선 참패, 대통령도 반성해야"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누리당이 총선 참패 이후 당내 갈등을 수습할 해법을 찾기 위해 상임고문단(의장 김수한)과 오찬회동을 가졌다. 한 시간 반 동안 당 원로들의 쓴 소리가 이어진 가운데 한 때 정통야당의 부총재까지 지냈던 유준상 상임고문은 유독 파격적인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유 고문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도 서슴없이 돌직구를 날렸다. 

새누리당이 지난 21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상임고문단과 오찬회동을 가졌다. 총선 참패 이후 계파 간 갈등이 오히려 더 고조되자 보다 못한 당 원로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이날 오찬회동에 참석한 상임고문단은 당 지도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모임을 주재한 원유철 원내대표는 상임고문들에게 연신 사과를 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이날 상임고문단 중에서도 유독 파격적인 주장을 내놔 눈길을 끈 인물이 있다. 바로 유준상 상임고문이다. 유 고문은 이 자리에서 ‘국회의장직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에게 차라리 양보하자’거나 ‘국면전환을 위해 기획사정을 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파격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런 유 고문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다음은 유 상임고문과의 일문일답.

- 새누리당이 당초 예상과 달리 총선에서 참패했다. 이번 총선 결과 어떻게 평가하나?
▲ 이번 총선을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일여다야 구도에서 우리 당이 과반을 넘어 개헌선인 180석 이상까지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총선 결과 새누리당은 제1당을 빼앗겼을 뿐만 아니라 16년 만에 여소야대가 됐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국민들을 화나게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수세력을 결집시켜 투표율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당 내분으로 찬물을 끼얹으면서 지지층이 이탈해 결국 참패한 것으로 본다.

- 내년에 곧바로 대선이 치러지게 되는데 위기를 극복할 방안은 없나?
▲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를 해야 한다. 지금 우리 당은 친박, 비박, 소장쇄신파, 중립파 등이 뒤섞여 계파싸움만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TF팀을 꾸려 변화와 혁신으로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혼란을 일으켰던 분들은 자중해야 한다.


- 자중해야 하는 사람들은 친박계인가? 일각에선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목하는데?
▲ 청와대 또한 책임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가장 큰 책임은 당 지도부에 있다. 특정 계파를 떠나 당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청와대도 반성해야 한다. 청와대가 앞으로는 야당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설득하는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만 한다. 이는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필수불가결이다. 청와대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야당과 소통하느냐에 따라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민심을 다시 얻을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 새누리당의 고질적인 계파갈등을 해소할 방책은 없나?
▲ 대통령이 먼저 친박계 해체를 선언해야 한다. 대통령이 이제 친박, 비박을 떠나서 모두 다 같은 당원으로 상대하겠다는 의사 표현을 하는 게 급선무다. 대통령이 두 계파를 모두 불러 대화하면서 앙금을 풀어야 한다. 대통령이 계속 다른 계파를 차별하고 억압하려 한다면 계파 갈등은 절대로 사라질 수 없다.

"국회의장직보다 민생법안 통과에 주력해야"
"지지율 낮다고 호남 절대 포기해선 안 돼"

- 새누리당 차기 당대표 선출을 놓고 당내에서 외부인사를 영입해 추대하자는 의견이 있는데?
▲ 외부인사를 영입해 당대표로 추대한다는 것은 민주정당에서 바람직스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기 당대표는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선출되었으면 한다. 다만 당내에서 계파색이 옅고, 야당을 대화로 설득할 수 있는 온화한 리더가 선출되었으면 한다.

- 무소속 복당이라는 꼼수로 제1당을 차지하려하지 말고 아예 국회의장 자리를 더민주에게 양보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하지만 국회의장 자리를 양보하게 되면 야권이 사사건건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 국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더민주를 제1당으로 선출해줬다. 국민이 선택한 제1당이 국회의장을 맡는 것이 당연하다. 선거가 끝난 지 한 달도 안됐는데 무소속 당선인들을 억지로 복당시켜 제1당을 차지하면 국민들이 인정해주겠나? 오히려 역풍만 맞게 될 것이다. 차라리 역발상을 해서 국회의장직을 야당에 시원하게 양보하고 우리는 민생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야당을 설득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 그러면 무소속 당선인들을 절대 복당시키지 말자는 것인가?
▲ 그들을 영원히 복당시키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복당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1당을 차지하기 위해 벌써 복당을 논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복당을 시키더라도 계파 이해에 따라 누군 되고 누군 안 된다는 식으로 싸워서는 안 된다. 절차에 따라 하자가 없으면 계파와 상관없이 누구든 복당을 시켜줘야 한다.

- 검찰이 총선 당선인 중 100여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가 국면전환을 위한 사정정국을 조성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여권 내에서도 이번 수사가 국면전환을 위한 기획사정이라고 보나?
▲ 그건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일각의 우려를 전달했을 뿐이다. 기획사정인지의 여부는 국민들이 판단해 주실 것이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조직이며 국민들은 늘 지켜보고 있다. 여소야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사정 정국으로 몰아간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이다.


- 새누리당이 호남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 새누리당은 누가 뭐래도 전국정당이다. 호남에서 지지율이 10%도 나오지 않는다고 소외시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호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번 비례대표 당선자들을 살펴보면 호남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총선 과정에서도 당 지도부의 호남 지원은 거의 없었다. 당장 내년 대선에서 호남이 외면한다면 승리할 수 있겠나? 호남에서 20% 이상은 득표해야 안정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

- 새누리당의 위기 극복을 위해 상임고문단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나?
▲ 지난 2월부터 상임고문단 김수한 의장을 통해 당 지도부에 조언을 하고 싶다고 여러 차례 얘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럴 거면 상임고문단이 왜 필요한가? 총선에서 참패하자 이제야 당의 원로들을 찾아와 용서를 구했다. 집안의 어른들 얘기도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앞으로는 원로모임인 상임고문단회의를 정례화해 당 지도부에 조언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mi737@ilyosisa.co.kr>
 


[유준상 상임고문 프로필]

▲ 11~14대(4선) 국회의원
▲ 새누리당 상임고문
▲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
▲ 대한롤러경기연맹 회장
▲ 아시아롤러경기연합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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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