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경식당 여종업원 집단귀순 내막

“한달 전부터 국정원과 접촉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중국 내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 13명이 집단귀순을 하면서 이들의 귀순 동기와 입국 경위를 두고 추측이 무성하다. 북한처럼 상호 감시체제가 작동하는 사회에서 가족도 아닌 직장동료끼리 서로 뜻을 맞춰 집단귀순을 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특히 6일 새벽 중국을 출발해 7일 입국, 8일 정부가 공식발표한 것도 이례적이다. 이들의 집단귀순에 얽힌 ‘속사정’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귀순자 13명은 평양시에 30년째 미완공 중인 150층짜리 류경호텔 소속 직원들로 지난해 12월께부터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 하이수(海曙)구의 역사문화거리인 난탕라오제(南塘老街)에 있는 류경식당에서 근무했다. 이들 외에도 5∼7명 정도의 종업원이 더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20대 초반 여성들
신혼도 포함

그 전엔 지린(吉林)성 옌지(延吉) 신싱제(新興街)의 류경식당에서 근무했다. 해당 식당은 개업한 지 10년가량 된 업소로 북한정권이 직영하지 않고 재일동포 부부가 운영했다. 이들이 지난해 말 옌지에서 중국 내륙으로 이동한 것은 옌지에 조선족 식당이 많은데다 조선족 식당과 북한 식당이 음식 맛에서 별 차이가 없는 반면 가격은 2배 가량 비싸 가격경쟁에서 뒤처진 이유가 크다고 한다.

이들은 30대 지배인 외 요리사와 종업원들로 30대 여성 1명과 22∼25세 사이의 여성들로 알려졌다. 대북소식통에 의하면 이들 중엔 “결혼한 지 불과 1년6개월 된 신혼부부가 있었는데, 한쪽은 중국에 남고 다른 쪽은 한국행을 택했다”고 귀띔해 탈출 동기와 부부가 헤어지게 된 이유가 연관이 있는지 관심이 쏠린다.

당초 통일부의 브리핑이나 북한전문가를 인용한 복수의 매체는 이들의 집단귀순 동기에 대해 대북제재와 충성자금 상납의 어려움,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면서 한국을 동경하게 된 이유 등을 꼽았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해외에서 생활하며 한국 TV, 드라마, 영화,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 실상과 북한체제 선전의 허구성을 알게 됐다고 한다”며 “한 종업원은 ‘한국에 오는 것에 대해 서로 마음이 통했으며 누구도 거부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고 브리핑했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 내부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의하면 이들의 귀순엔 좀 더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동기가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13명이 함께 집단 탈출한 것은 그만큼 평양 압송과 처벌에 대한 공포가 컸다고 볼 수 있다.

이 관계자에 의하면 류경식당은 운영이 잘 되지 않아 식자재 결제대금이 여러 달 밀렸다고 한다. 매달 정기적으로 상납하는 ‘충성자금’(연평균 36만불)도 여러 달 밀렸다. 무엇보다 이번 집단귀순자 중에 한 사람이 ‘도박빚’으로 인해 도박장과 지인으로부터 독촉이 심했다고 한다. 식당 개업을 앞두고 한 전기·수도 공사 대금도 지불하지 못하는 등 전체적으로 자금 압박이 심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여러 달 전부터 귀순에 대한 내부 논의가 있었다. 약 한 달 전부터는 남한 정보당국과의 접촉이 있었는데 우리 측보다는 류경식당 측이 더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일부에서 이번 사건을 두고 ‘기획 탈북’ 의혹을 제기하지만, 우리 측이 먼저 설득을 하거나 포섭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종업원들이 원하는 대로 빨리 입국할 수 있도록 제반 조치를 취하고 이례적으로 빨리 발표하는 것 등엔 당국자의 관여가 있을 수 있다.

북한은 상호 감시체제가 일반화돼 있다. 탈북자에 따르면, 해외 파견근무자의 경우 3인 1조로 조를 짜서 상대의 움직임을 ‘2시간에 1회씩’ 상부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이런 상황 하에서 우리 측이 적극적으로 기획 탈북을 시도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중국 파견 평양 류경호텔 소속 13명 탈출
입국 다음날 정부 발표…기획설 모락모락

또 중국 내 북한식당은 첩보활동의 아지트로 손님의 직업 등 신상을 파악해 상부에 보고하고 포섭 여부를 결정한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정보당국 소속 요원들도 수시로 북한 식당에 드나들면서 동태를 파악한다고 알려졌다. 양측 인사가 서로 마음만 먹으면 쉽게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KBS>는 탈출 전날, 경비원을 인용해 식당 안에서 서로 치고받는 큰 충돌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경비원은 “전날 싸움이 벌어졌다. 주먹다짐을 하면서 싸웠다”며 “내부 사람에게 들었다”고 진술했다. 중국 사업 파트너와 다툼이 있었거나 탈북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불거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탈북 과정에서 종업원들 간에 어떤 의견 충돌이 있었는지 관심이 쏠린다.

도박빚이 문제?
자금압박 심해

<MBN>도 류경식당 앞에서 만난 50대 중반의 중국인 남성을 인용해 “최근 중국 사업가들과 북한 사람들이 서로 큰 다툼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어 “폭행사건까지 일어나 (식당 관계자들이) 공안당국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류경식당이 지난해 10월 개업한 직후부터 식당의 전기, 수도시설 등 각종 설비를 담당해왔다는 이 남성은 “지난 2∼3월 작업비용인 3000위안(53만3430원)을 아직 받지 못했는데 최근 식당에 올 때마다 문이 잠겨있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전했다.

이들 13명은 함께 탈출을 상의하던 또 다른 종업원들이 최근 탈출하지 않겠다고 돌아서자 북한 당국에 발각될 것을 우려하던 중 감시를 총괄하는 보위부 책임자가 베이징으로 잠시 출장 간 틈을 타 5일 긴급 탈출해 한국정부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13명이나 되는 규모의 인원이 목숨을 거는 탈출에 한 뜻으로 동조했다는 것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 중엔 최종 목적지를 모르고 따라온 이도 있다는 말도 들린다.

한 북한전문가는 “원래 새누리당 측이 성명서 발표와 귀순자의 기자회견을 준비했으나 이들 13명 중엔 한국행을 모르고 따라온 사람이 있어서 기자회견을 취소했다”고 귀띔했다. 이들이 회견 중 어떤 돌발 발언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희태 북한인권선교회장(목사)은 “제2의 ‘김련희 사태’가 우려된다”면서 “북한 사람들은 당이 결정하면 따른다는 개념을 갖고 산다. 영업이 잘되는 말레이로 가야 한다고 하면 아무 것도 모르고 따라나설 수 있다”고 피력했다.   

김련희씨는 친척집 방문을 위해 2011년 5월 중국에 나왔다가 브로커에게 속아 남한으로 왔다. 지난 5년간 줄기차게 북한 송환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앞서의 대북소식통에 의하면 이들은 말레이시아행 비행기를 타고 중간 경유지인 방콕에서 내려 남한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무비자 협정을 맺고 있지만,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등 여타 동남아 국가는 비자가 있어야 갈 수 있다. 닝보공항에서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까지 직항이 없고 방콕 경유 노선만 있다. 닝보∼쿠알라룸푸르까지의 10시간 동안 북한 당국에 소식이 들어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 경우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북한 측에 체포될 수 있으므로 방콕에서 내려 서울행 비행기를 탄 것으로 보인다.

단지 한국에 가고 싶어서?
“매달 상납 충성자금 밀려”

이 과정에서 북한 종업원들은 ‘한국 관광객’으로 위장해 혹시 있을 수 있는 감시의 눈길을 따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패딩점퍼, 가죽재킷 등을 입고 가방을 메거나 여행가방을 들고 이동했다. 실제로 탈북자들은 탈북과정에서 두만강을 건너면 브로커가 건넨 남한식 옷으로 갈아입고 추적을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해외식당은 국영 또는 중국인·화교 등과의 합자회사 등 국가직영과 위탁으로 나뉜다. 합자식당들은 중국인 측이 건물 등 장소를 제공하고 북한 측이 인력공급, 음식요리, 서비스 등을 담당하게 된다. 식당마다 보위부요원이 1명씩 파견돼 있다. 옌지 류경식당의 경우 재일동포 A씨 부부가 운영해 오다 지금은 A씨의 처남이 맡고 있다고 한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평양에 갔다가 장기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사실상 억류된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사정을 알아보려고 북한에 갔던 A씨 부인도 소식이 끊겼다.

<동아일보>는 11일 옌지 소식통을 인용해 “사장 부부가 평양에서 오지 못하는 것은 매달 상납하는 충성자금을 제대로 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며 “이곳에서 근무하던 종업원들까지 대거 탈출해 한국으로 들어가 (앞으로) 식당 운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남은 직원들은 어떻게 됐을까. 남겨진 직원들은 북한에 들어갔거나 처벌이 두려워 귀국을 포기하고 도주했을 수 있다. 한국행을 위해 동남아 한 국가에 머물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통일부 측은 현재 남은 이들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고 신변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므로 류경식당의 남겨진 종업원 수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 정보당국과
비밀 협의했다”

한편 이번 집단귀순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이 지난 4·13총선을 의식한다는 관측이 돌았다. 소위 북풍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야당의 승리로 끝났다. 북한 변수가 매개가 된 사건이 터지더라도 2000년대 이후엔 집권 여당이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캄보디아 북한 식당 러브스토리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이에 따른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제로 북한 해외식당의 영업은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식당 수가 많은 순으로 중국·러시아·캄보디아·베트남·몽골·태국·라오스·네팔·인도네시아 등 전세계 12개국에서 130여 곳이 영업 중이다. 최근엔 폐업이 속출하고 있어 식당 수는 점점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식당엔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이 봉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북한 식당의 특성상 서빙뿐 아니라 연주와 노래도 겸해야 하고 새벽 일찍 일어나 밤늦게까지 근무해야 하는 등 노동강도가 세다. 함부로 외출할 수도 없고 서로 감시하는 공동생활의 연속이다. 1주일에 한 번 생활총화(북한의 각급 조직에서 실시하는 자기비판모임)가 있고 한 달에 1회 휴일이 있다. 급여는 월 10∼15달러로 알려져 있으나 귀국 시 한 번에 지불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을 방문한 남한 손님들은 주로 북한산 술과 담배를 구입한다.

한 화교 여성은 “외모가 뛰어날수록 대도시로 보낸다”며 “봉사료는 1/n로 똑같이 나눈다. 일이 힘들어도 해외근무를 자원하는 여성들이 많다. 보통 3년 정도 일하면 결혼자금을 모아서 북한으로 들어가 결혼한다”고 귀띔했다.

기자가 직접 가본 북한 식당은 남한에선 접하기 어려운 북한 음식과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의 상냥함이 인상적이었다. 종업원들은 전원이 25세 이하지만 또래의 남한 여성보다 성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한 남성은 “음식보다도 평소 듣지 못하던 북한식의 상냥한 말투를 듣기 위해 북한 식당에 자주 간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북제재 국면과 상관없이 캄보디아의 북한식당이 최근 3년간 4개소가 폐쇄됐다. 내막은 남남북녀의 연애와 도주였다. 남한 정착 10년차의 한 탈북 남성이 지난 2013년 휴가를 받아 캄보디아에 갔다. 그는 캄보디아를 통해 남한에 입국하면서 약 6개월간 머물렀는데 그때의 기억으로 캄보디아 여행을 간 것이었다. 그곳에서 ‘대동강식당’에 간 이 남성은 한 종업원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는 휴가기간 내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대동강식당에 갔다. 이후에도 휴가만 받으면 캄보디아에 갔다. 두 사람은 함께 노래도 부르고 대화도 나눴다. 어느 날 여성이 남성에게 악수를 청했다. 여성의 손에서 남성의 손으로 쪽지가 전달됐다. 쪽지엔 단정한 글씨로 “당신과 함께 한국에 가고 싶어요”라고 쓰여 있었다.

이 남성은 이 여성을 한국에 데려가기로 결심했다. 아침 일찍 식당 문이 열기 전에 물건을 사러 나가는 척하며 탈출한 여성을 브로커 편에 태국으로 보냈다. 자신은 밤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갔다가 출국 직전 ‘납치’ 혐의로 현지경찰에 체포되고 말았다. CCTV를 통해 경찰이 남성과 접촉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그 즉시 구속돼 재판이 시작됐다. 태국에서 발이 묶인 여성과 캄보디아 법원 간에 이례적으로 화상재판이 진행됐다. 여성은 “납치가 아니고 한국에 가고 싶어서 도움을 청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재판엔 한국대사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여성의 증언 덕분에 이 남성은 수감 3개월 만에 무죄판결을 받고 추방 형식으로 캄보디아를 빠져나왔다. 여성도 방콕에서 출발해 두 사람은 서울에서 재회할 수 있었다.

같은 식당에서 지난해에도 한 여성 종업원이 탈출에 성공해 서울에 입국했다. 연이은 탈출로 대동강식당은 지난해 9월에 폐쇄됐다. 

북한 만수대 창작사가 지난해 12월 앙코르와트 박물관을 세운 시엠립(Siem Reap)의 ‘평양냉면’ 식당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해당 식당엔 남한 관광객이 많이 드나들었다. 이들을 인솔한 남한 남성 가이드가 수년 동안 식당을 드나들면서 마음에 두는 여성이 생겼다. 어느 날 두 사람이 함께 태국으로 탈출했다.

최근 3년 간 캄보디아에서만 여성 종업원 3명이 한국에 입국한 것이다. 수도 프놈펜에 있는 고려식당이 2월에, 능라도식당이 3월에 영업부진으로 각각 폐쇄됐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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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