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937년 일본 교토서 태어난 곽덕준 작가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체성 논란서 자유롭지 못했다. 제2차 세계대전 종결 이후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따라 일본 국적이 박탈되면서 그는 이민족으로 분류됐다. 결국 한국과 일본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영원한 이방인’으로 남았다. 갤러리현대가 지난 18일부터 일본 교토서 활동 중인 재일작가 곽덕준의 개인전 ‘1960년대 회화-살을 에는 듯한 시선’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곽덕준이 본격적으로 예술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1960년대 초기 작품으로 구성됐다. 1964년부터 1969년까지 5년에 걸쳐 제작한 회화와 소묘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최초로 한자리에 모아 전시된다. 정체성 혼란 1960년대 곽덕준이 제작한 회화는 총 37점이다. 이 중 20점이 갤러리현대에 걸린다. 나머지 17점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교토 국립근대미술관, 도쿄도 현대미술관 등 대부분 한국과 일본의 국공립미술관에 소장돼있다. 일본에서는 1998년 동경 아사히갤러리, 2014년 오사카 국제국립미술관서 곽덕준의 1960년대 작품으로만 특별전이 개최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혀 다른 두 종의 대비는 긴장감을 자아낸다. 김성남 작가는 인간과 동물의 대비로 강렬함을 표현했다. 여기서 동물은 자연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연과 맞닥뜨린 인간의 생존의지가 그의 작품에 적나라하게 묻어난다. 금산갤러리서 준비한 김성남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자. 금산갤러리가 오는 17일부터 김성남 작가의 ‘그곳…마주하다’라는 타이틀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김 작가는 구작과 신작의 조화를 통해 작품 흐름과 변화를 관객들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초인을 연상시키는 직립 인간의 누드와 동물의 대비를 강렬하게 표현한 구작, 고즈넉한 고목나무와 찬란한 녹색 생기를 머금은 우거진 숲 등의 풍경으로 이뤄진 신작을 골고루 감상할 수 있다. 종의 대비 김 작가는 1996년 첫 개인전부터 줄곧 태곳적 인류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묘사해왔다. 자연과 맞닥뜨린 인간의 생존의지는 인간의 누드와 동물의 강한 대비로 드러난다. 그는 이러한 주제를 담은 작품의 제목으로 프리드리히 니체의 철학을 연상시키는 ‘초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초인은 일반적으로 인간의 불완전성이나 제한을 극복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한국인의 경우 평균적으로 5만~7만개 정도의 머리카락을 갖고 있다. 정상적인 사람은 하루에 50~70개의 머리카락이 빠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머리카락은 흔하고 하찮은 것이지만 작가 황재형에게는 다르다. 황 작가는 “머리카락은 개개인의 삶이 기록되는 필름과도 같다”고 말했다. 작가 황재형이 2010년 ‘쥘 흙과 뉠 땅’ 개인전 이후 7년 만에 가나아트로 돌아왔다. 황 작가는 정통 리얼리즘에 입각해 본연의 조형 언어를 창조하고 민중 미술 1세대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는 인물이다. 1981년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한 그는 1982년 ‘임술년’의 창립동인으로 활동했다. 황 작가가 이종구, 송창 등과 함께 조직한 임술년은 1970년대 중반부터 등장한 모노크롬 경향서 탈피해 모순된 사회 현실에 저항하는 리얼리즘 정신에 입각한 민중 미술 운동이다. 민중 미술 임술년의 정신을 이어받은 황 작가는 태백 탄광촌에 들어가 광부로서 노동자의 생활 현장을 생생하게 겪었다. 그리고 그곳의 풍광을 밀도 있게 형상화하는 작업을 전개해나갔다. 그의 작품은 리얼리즘을 기조로 한다. 단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983년생, 내년이면 서른 중반에 접어드는 젊은 작가 배윤환은 동년배들이 미술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을 때에도 회화에 매진했다. 25m 캔버스 두 개를 연결해 만든 높이 2m, 폭 50m의 작품 속에는 의미 없는 이야기부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정치기사, 재미있는 우화까지 녹아있다. 제작 기간과 전시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완전히 펼치지 못한 그 작품은 앞으로 보여줄 것이 무궁무진한 배윤환의 행보와 닮아있다. 갤러리바톤은 오는 20일부터 작가 배윤환의 개인전 ‘숨 쉬는 섬’ 전을 선보인다. 현대미술 매체의 범람에도 불구하고 드로잉에 충실히 매진하며 회화의 의미와 가능성을 확장해온 배윤환이 대규모 신작 회화를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특히 자동기술법에 기반을 두고 의식의 흐름을 따라 그려나간 초대형 작품 ‘숨 쉬는 섬’을 주목할만하다. 자유로운 섬 배윤환의 캔버스는 그림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친 살아 숨 쉬는 생물과 비슷하다. 상상과 욕망 그리고 화가이자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을 다양한 크기의 캔버스에 담았다. 배윤환은 머릿속에 떠다니는 수많은 생각과 감정을 사로잡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2014년부터 ‘MMCA 현대차 시리즈’를 통해 매년 1명씩 중진작가를 선정, 지원하고 있다. 임흥순 작가는 올해 MMCA 현대차 시리즈의 주인공. 임 작가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형성된 분단 이데올로기에 주목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달 30일부터 ‘MMCA 현대차 시리즈 2017 : 임흥순-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_믿음, 신념, 사랑, 배신, 증오, 공포, 유령’전을 개최하고 있다. 임흥순 작가는 한국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희생되고 소외된 여성들의 삶을 믿음, 공포 등 7가지 상징 언어를 중심으로 복원한 신작 10여점을 선보인다. 여성의 삶 그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형성된 분단 이데올로기가 우리의 무의식 중에 유령처럼 깊게 스며들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어떻게 파괴했는지에 주목했다. 임 작가는 그동안 한국 현대사 속에서 희생되고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다양한 미술형식과 영화로 담아왔다. 특히 한국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었음에도 오히려 소외됐던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위로공단>은 2015 베니스 비엔날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한국 미술시장서 한국화 작품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한국화 작품은 그 기법과 매체의 특성상 서양에 비해 담백하고 선묘적인 표현을 주로 하는 편이다. 이는 시각적인 기준과 시대적 자연관의 변화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최영걸 작가의 작품은 지난 수년간 한국을 넘어 아시아 아트마켓 무대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이화익갤러리가 올해 마지막 전시로 최 작가의 개인전 <성실한 순례>를 준비했다. 최영걸 작가는 2005년 이화익갤러리와 인연을 맺은 후 13년간 전속작가로서 활동 중이다. 그의 작품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홍콩 크리스티를 통해 동양 회화의 본토라 불리는 중국 시장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로 인해 여러 해외 수집가들이 그의 작품을 앞다퉈 수집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1년 이화익갤러리서 열린 그의 6번째 개인전 때는 오픈도 전에 이미 국내외 수집가들이 작품을 선점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한계를 넘어 최 작가는 한국화가가 갖고 있는 재료적 특수성과 전통 화론에 얽매여 나타날 수 있는 표현의 한계를 현대적인 감각과 정묘한 표현력으로 극복해 발전시켜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리얼리즘의 거장’ 구자승 작가의 60년 화업을 총망라한 개인전이 서울 한가람미술관에 상륙했다. 구 작가는 ‘극사실화의 대부’라 불릴 만큼 한국 리얼리즘 최고 작가로 평가받는다.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동양적 세계관을 담은 구 작가의 작품을 만나봤다. 구자승 작가의 60년 작업세계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서 오는 22일부터 전시된다. 구 작가는 한국 리얼리즘의 최고 작가로 부동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전두환, 노태우, 김대중 대통령을 포함, 이홍구 국무총리, 한국은행 총재 등 많은 정재계 인사들의 초상화를 제작했다. 독특한 비움 구 작가의 작품에는 대상과 소재를 눈에 보이는 그대로 충실히 묘사한다는 점에서 1세기 이전의 사실주의의 미학적 조형성이 숨어있다. 하지만 이전의 사실주의 회화와 그의 작품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구 작가는 현대라는 시제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으며 우리의 일상적인 시각을 놓치지 않고 활용해 작품 속에서 심리적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절제된 구성과 구도, 소재의 집중화, 동양화의 여백 개념에 근거한 그만의 독특한 비움의 표현은 이 시대가 만들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오원배 작가의 17번째 개인전이 서울 OCI미술관에 상륙했다. 지난 2일부터 진행 중인 이번 전시에는 40여년 동안 매번 새로운 창작열을 불태워온 오 작가의 화업이 총망라돼있다. 그의 작품 속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인물은 바로 ‘청년’. ‘청년 작가’ 오원배의 전시를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화업에 매진한 40여년 동안 오원배 작가의 주된 관심사는 인간이었다. 탈을 쓴 모습이나 금수와 같은 형태 때로는 알몸만 겨우 면한 헐벗은 몸으로 등장하는 그의 작품 속 인간은, 단독자로서 세상에 대응하고 주어진 환경을 애써 견뎌냈다. 오 작가는 전시 때마다 다른 실험을 시도하며 양식의 변화나 매체에 대한 연구를 꾀했다. 이번 전시에선 압도적 크기의 작품으로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진단하려 했다. 인간의 획일화 이번 전시서 관객들이 마주하는 작품은 오 작가가 최근 1∼2년 새 만든 신작이다. 그 중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건 전시장 1층 벽면을 가득 채운 폭 32m의 작품이다. 전시 공간 일부에 직접 안료를 흩뿌린 거친 현장 페인팅이 포함돼있어 생동감을 더하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조선 초기 화가인 안견은 신라의 율거, 고려의 이녕과 함께 우리나라 3대 화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의 대표작은 ‘몽유도원도’. 안평대군은 서른 살 되던 해 복숭아밭을 노니는 꿈을 꿨고, 이를 안견에게 설명했다. 안견은 3일 만에 그림을 완성, 몽유도원도는 회화 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석철주 작가에 의해 새롭게 되살아났다. 석철주 작가는 동양적 산수의 세계를 서양화 기법으로 표현하는 동양화가다. 그의 대표작은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서 제목을 따온 ‘신몽유도원도’. 신몽유도원도 연작은 심산유곡의 산수풍경을 꿈속처럼 아련하게 표현한다. 한국화의 정신적 근간인 기와 물아일체 사상의 맥은 이어가면서 지필묵으로 대표되는 동양화의 틀을 과감히 벗어던졌다. 서양화의 대표적인 재료인 아크릴물감을 통해 몽유도원도가 다시 태어났다. 동양과 서양 서울 한남동 갤러리조은은 지난 11일부터 석 작가의 ‘도건 석철주 전’을 관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현대 디지털 문화의 픽셀 구조서 영감을 얻은 중첩된 두 개의 막이 더욱 더 꿈같은 상태, 몽중몽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인성미술상은 한국근대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서양화가 이인성 작가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대구시는 1999년부터 이인성 작가의 높은 예술정신을 기리고 한국 미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이 상을 수여하고 있다. 제17회 이인성미술상의 수상자는 홍순명 작가. 그의 수상 개인전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이 대구미술관에 상륙했다. 대구미술관은 지난해 10월 미술계 전문가로 구성된 추천위원회의를 거쳐 선정된 5명의 수상 후보자 가운데 홍순명 작가를 최종 수상자로 결정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홍순명 작가는 보도 사진을 작은 캔버스에 옮기는 실험적인 작업 방식에 몰두해 온 작가”라며 “오랫동안 전위적 작업 방식으로 예술에 임한 진취적인 태도가 이번 수상에 결정적인 동기를 부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현장의 기억 대구미술관은 지난달 26일부터 홍 작가의 개인전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확장된 개념의 회화 작업을 아우르며 설치, 판화, 입체, 미디어 아트, 조각 등 광범위한 영역서 오랫동안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세계를 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강운구 작가는 몇 해 전부터 사진가로서 자신의 의무 복무가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고나니 사진이 더 재미있어 졌다고. 그때 이후 작품은 강운구 작가가 그동안 쌓아온 시간의 여진인 셈이다. 그의 후기 작품에는 오랜 기간 경험하고 축적한 생각이 녹아있다. 이번 개인전 ‘네모 그림자’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둔탁한 손 그리고 사내의 손에 끼워진 짧은 담배, 머리에 물동이를 이고 아이와 함께 눈 속을 걸어가는 아낙네. 그의 사진 속에는 저마다 미주알고주알 늘어놓지 못한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강운구 작가는 외국의 사진 이론 잣대를 걷어내고 우리의 시각언어로 포토 저널리즘과 작가주의적 영상을 개척한 사진가다. 강 작가는 스스로를 내수 전용 작가라고 칭한다. 여기에는 국제적, 세계적이라는 명분으로 정체성 없는 사진들이 범람하는 현상에 대한 저항의 의미도 담겨있을 터다. 네모와 그림자 강 작가가 2008년 한미 사진미술관서 전시한 ‘저녁에’ 이후 9년 만에 ‘네모 그림자’로 돌아왔다. 강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가리켜 그냥 주워 담은 사진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진에 대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엔리코 룽기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장은 김민정의 작업을 두고 “자신을 강요하려 하지 않고 참을성 있게 영혼의 깊이를 탐구한다”며 “그것이 지닌 예기치 않은 아름다움을 돌연히 드러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민정의 작업이 가진 세심함은 내게 기쁨을 안긴다”며 “섬세한 작업이 현대 세계의 속도를 거스른다는 생각이 나를 즐겁게 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정 작가는 1970년대 중반 한국 미술계에 새로운 길을 개척한 스승들의 발자취를 따라 걸었다. 그보다 더 이전에는 명망 높은 수채화가인 강영균 작가를 통해 미술을 접했다. 그는 여전히 김 작가의 정신적 인도자다. 김 작가는 동양과 서양의 예술적 흐름을 탐구, 한지 위에 먹을 사용해 선과 획을 긋거나 뿌린다. 또 향과 초를 이용해 섬세하게 태운 한지들을 풀칠하고 붙이기를 반복하는 섬세한 수공작업을 고수하고 있다. 한지와 불이라는 매체, 반복적인 수공의 작업은 형태적인 풍요로움과 깊이를 작품에 덧얹는다. 순환과 흔적 지난 1일부터 현대화랑이 열고 있는 김 작가의 개인전 ‘종이, 먹, 그을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안광식 작가는 이름 없는 들꽃과 잊히는 풍경, 항아리에 시선을 고정한다. 그가 화폭에 담은 대상에는 아련함과 따뜻함이 깃들어 있다. 안 작가는 “잘 알지 못하는 것들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싶다”고 고백했다. 서울 인사동의 선화랑은 오는 23일까지 작가 안광식의 개인전 ‘Nature-diary’를 선보인다. 안 작가의 작품은 동양화 종이에 스며드는 물성으로 표현된다. 보이는 깊이보다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투명하게 비치는 깊이를 표현함으로써 내면적이면서 비워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안 작가가 표현한 이름 모를 꽃이나 스쳐가는 풍경은 관람객들에게 소외된 것들의 소중함을 전한다. 겹치고 겹쳐 안 작가는 기초 작업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얇은 한지를 쌓아 올리듯 천천히 한 겹씩, 한 겹씩 50여번의 겹으로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 한 겹씩 쌓는 작업은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위함이다. 오랜 작업 과정 동안 작가는 화면의 연상 혹은 잔상을 생각하며 그려 나간다. 스케치 작업이 끝나면 이 모든 것을 다시 특수 제작한 돌가루 용액(Stone powder)으로 지운다. 지운 화면 위로는 잔상이 남고, 작가는 그 상을 통해 다시 그린다. 기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오랫동안 한가지 일에 몰입한 사람에게선 단단한 뿌리가 느껴진다. 또 변치 않고 꾸준히 자리를 지킨 가게를 볼 때면 그 우직함에 신뢰를 보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경 작가와 구멍가게의 인연은 ‘천생연분’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작가는 구멍가게에 생명을, 구멍가게는 작가에게 추억을 건넸다. 이미경 작가가 구멍가게를 그리는 동안 강산이 두 번 바뀌었다. 1997년 딸아이와 산책하던 중 만난 퇴촌 관음리 가게에 매료된 이후 구멍가게를 찾아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다. 차를 타고 무작정 길을 떠나 2박3일을 헤매도 만날 수 있는 구멍가게는 2∼3군데 정도. 다른 사람들은 재미가 없어 따라나서지도 못한다는 그 길을 작가는 20년째 다니고 있다. 그 사이 작가의 삶은 구멍가게와 그 안에 담긴 소소한 일상을 쫓는 여행이 됐다. 97년 첫 만남 지난달 25일 막바지 전시 준비로 분주한 이 작가를 만났다. 갤러리에는 작가 스스로 “한 고비를 넘겼다”고 할 정도로 힘겹게 준비한 작품들이 조명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녹음이 짙은 나무와 눈꽃처럼 하얀 나무가 눈에 확 띄는 두 작품이 전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궁중기록화는 조선시대 국가와 왕실 차원서 거행된 각종 의식과 행사를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을 말한다. 양반들의 집안 행사를 그린 사가기록화와는 대비되는 개념이다. 사진이 없던 시절 궁중의 행사를 남긴 역사적 자료인 셈이다. ‘조선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궁중기록화가 서울에 상륙했다. 궁중기록화는 궁중 회화의 중요한 부분이다. 이를 통해 궁중 의례와 풍속, 미술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특정 사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궁중기록화는 동시에 역사화이기도 하다. 인물과 건축 배경은 18세기 후반 서양 화법이 수용될 때도 직접 묘사에 변화가 없었다. 이 때문에 인물의 의상과 건축 양식을 이해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자료로 남았다. 또 대부분 후세에 본보기로 삼기 위해 제작됐기 때문에 조선의 정신문화도 엿볼 수 있다. 조선의 기록 한국문화정품관 갤러리는 72주년 광복절을 맞아 조선 궁중기록화를 재현한 윤겸 황치석 작가의 개인전 ‘조선 화원, 꽃 피우다’를 개최했다. 황치석 작가는 한국 민화계의 대부로 알려진 송규태 선생에게 조선왕조 궁중 화법을 전수받았다. 이후 조선왕조 의궤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미국 순방길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국민들은 대통령 내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다. 특히 6월28일 미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을 당시 김정숙 여사가 입은 재킷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푸른 숲을 수놓은 순백색의 재킷에 누리꾼들은 궁금증을 표했다. “영부인이 제 작품이 프린트된 옷을 입으실 줄은 몰랐다. 영광이고 또 엄청나게 떨렸다.” 정영환 작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이렇게 말했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에 새겨진 푸른 숲은 그가 2010년부터 작업 중인 ‘그저 바라보기-휴(休)’ 시리즈 중 하나다. ‘푸른 숲’은 정 작가와 패션 디자이너 양해일씨가 협업해 만든 작품이다. 양 디자이너는 정 작가의 작품으로 패션쇼를 진행했고 이후 대선쯤 다시 한번 그에게 협업을 요청했다. 정 작가는 영부인이 전용기에서 내릴 때까지 자신의 작품이 온 국민의 관심을 받을 줄 몰랐다. 위로의 색 순식간에 유명세를 탄 푸른 숲이 또 다른 푸른 작품들과 함께 서울에 상륙했다. 벽과나사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제15회 송은미술대상 대상을 수상한 손동현 작가의 개인전이 송은 아트스페이스서 열리고 있다. 2년만에 개인전 ‘손동현: Jasmine Dragon Phoenix Pearl’로 돌아온 손동현은 그동안 동아시아 회화사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강조해 온 주요 화론의 형이상학적 개념을 대중문화의 맥락서 재해석하는 작업을 전개해 왔다. 지본수묵화 28점으로 구성된 손동현 전시회 속으로 들어가보자. 송은미술대상은 (주)삼탄의 고 유성연 명예회장이 한국미술문화 발전의 뜻을 기리기 위해 2001년 제정된 상이다. 송은미술대상을 통해 지난 10년간 한국의 재능 있는 젊은 미술 작가들이 발굴·육성됐다. 손동현 작가는 2015년 제15회 송은미술대상 대상 수상자다. 동양화 기법 손동현은 중국 남북조 시대의 화가 사혁이 산수화의 제작과 감상에 있어 필수로 제시했던 6가지 요체인 ‘사혁의 육법’을 근간으로 삼아 6명의 협객으로 이뤄진 인물화 연작 ‘육협’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송은 아트스페이스서 개인전 ‘손동현: Jasmine Dragon P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집은 사람들의 안식처이자 돌아갈 수 있는 쉼터다. 학교나 직장에서 하루를 보낸 이들은 집에 가서야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한다. 가식 없는 맨 얼굴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곳, 집은 내가 나로 존재하는 공간이다. 집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생을 품어가며 성장한다. 집도 울고 웃는다. 지난 24일 신사역 근처 카페서 만난 작가 지유라는 집을 그린다. 직접 자른 나무판 위에 밑그림도 없이 쓱쓱 그린 집으로 벌써 일곱 번째 전시를 진행 중이다. 지난 6년간 오로지 집을 소재로만 그림을 그렸다. 자신을 집 그리는 작가, ‘집유’ 작가라 소개한 지유라를 만나봤다. 두 번의 전환점 인간의 삶에는 대부분 전환점이 있다. 자의로 바꿨든 타의로 뒤집혔든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인생이 튀는 상황을 한번쯤은 겪는 게 대부분이다. 기회일수도, 위기일수도 있다. 지유라는 2012년과 2016년 뚜렷한 전환점을 맞았다. 한 번은 외부로 드러난 큰 변화였고 또 다른 한 번은 뱀이 허물을 벗듯 조용한 내면의 움직임이었다. 지유라는 2000년부터 2012년까지 강원랜드 총괄 아트디렉터로 일했다. 강원랜드 로고부터 카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색이 춤추는 듯한 붓터치는 김미영 작가의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특징이다. 그녀는 2013년 유학 당시 철조망을 뒤덮은 장미정원 너머의 환상적인 풍경에 강하게 매료됐다. 기차 창밖으로 빠르게 흐르던 풍성한 색깔은 작업의 모티브가 됐다. 작가의 기억은 자연스레 캔버스에 담겼다. 그 결과물이 서울 이화익갤러리에 상륙했다. 서울 종로구 이화익갤러리는 오는 25일까지 작가 김미영의 개인전 ‘Wet on Wet’을 개최한다. Wet on Wet은 먼저 칠한 유화물감이 마르기 전에 다시 물감을 덧칠하는 방식을 말한다. 작가는 이 방식을 이용해 빠르게 지나가는 색의 기억을 그대로 옮겨 담았다.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이 기법은 젖어있는 기존 물감과 새로 칠한 물감이 섞이는 과정에서 관객들로 하여금 속도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창밖의 풍경 조아라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는 “작가가 Wet on Wet 기법을 시도했던 초기작들은 붓터치 하나하나가 어느 정도 살아있도록 한 작업이었다”며 “하지만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에서는 보다 과감하게 이전 형상을 밀어내거나 드러내고 덮거나 긁어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여느 예술가가 그렇지 않겠느냐마는 이진용 작가가 작품에 쏟는 노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매일 3시간만 잠을 자며 작품 제작에 혼신의 힘을 쏟는 모습은 일반인이 쉽게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그의 작업 과정은 오전과 오후, 오늘과 내일로 배분돼 있다. 총 다섯 군데의 작업실을 오가며 진행하는 길고 고된 작업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학고재 갤러리에 나타났다. 이진용 작가가 학고재 갤러리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5년이다. 당시 상하이 학고재서 열린 이 작가의 개인전은 많은 중국 미술인과 컬렉터들에게 큰 반향을 얻었다. 그로부터 3년 뒤, 이 작가는 그때 선보였던 작업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작품을 관람객들에게 공개한다. 노동집약적 이 작가는 엄청난 노동량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놀이처럼 작품을 만든다. 30년이 넘도록 수집한 수많은 골동품과 차는 작품의 소재로 사용된다. 과거 작가는 누구보다 잘 그리고 누구보다 잘 표현하는 것을 지향했지만 최근에는 그런 부분이 많이 사라졌다. 대신 수도승이 수행을 하듯 작품 하나하나에 반복적 행위와 고도의 집중을 통해 오랜 경험과 사유가 응축된 그만의 성역을 축조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