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2.23 05:01
처벌 강화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에 의한 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많은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그만큼 많은 가정과 가족이 파괴되고 붕괴되는 비극적 현실은 왜 계속될까? 실제로 2018년 음주운전 사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이 시행됐지만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이 법이 제대로 적용되는 사례는 드물었다고 한다. 2003년 이후 음주운전 사망사고가 대폭 감소한 일본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처벌이 강화된 이후 일본에서는 가해자에게 선고된 형량이 20년 등으로 높았으며, 아마도 이런 결과로 음주운전 사망사고가 지난 10년 사이에 1/5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윤창호법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음주운전 사망사고가 크게 줄지 않았던 것은 한국에서의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대한 양형기준도 낮지만 실제로 선고된 형량은 이보다 더 낮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처벌 수준의 문제만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운전자들이 음주운전의 위험성과 그 피해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물론 우리에게는 술과 술에 취한 행동 등에 대한 너무나 관대한 음주문화가 이 문제를 더 키우고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 같은
‘산업 스파이’라고 불리는 첩보 행위는 경쟁적 우위 혹은 이점을 성취하기 위해 영업 비밀을 불법적·비윤리적 방식으로 절도하는 것을 뜻한다. 보통 정보를 훔치려는 목적으로 일부러 취업한 직원에 의해 실행된다. 정부에 의한 첩보활동이 국가안보 목적인 것과 달리 산업 스파이는 상업적 목적으로 기업에 의해서 이뤄진다. 최근 들어 인터넷의 확산과 그에 미치지 못하는 느슨한 사이버 보안 관행으로 더욱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산업 스파이의 표적은 전매품 사양이나 제조법, 또는 사업계획에 관한 정보와 같은 ‘영업비밀(trade secret)’이다. 산업 스파이는 두 가지 주요 형태로 일어날 수 있다. 아이디어·제조법·조리법 등과 같은 지적재산권의 습득, 고객·가격·시장전략 등과 같은 운영정보의 획득이 바로 그것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경쟁자의 비밀정보를 절도하거나, 때로는 그런 정보를 뇌물·협박·기술적 감시 등으로 습득하기도 한다. 통상 거대 규모의 글로벌 기업은 산업 스파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주로 기술집약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 사이에서 산업 스파이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왜 이들은 기술력과 자금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자나 중소기업의 영업비밀까지 훔치려는
국민의힘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3월8일은 국민의힘이 지난해 대선서 승리한 지 딱 1년째 되는 날이다. 대선 승리 1년을 자축하는 날이 돼야 하는데 새 지도부를 뽑는 날이 됐다. 설령 3월8일 전당대회가 개최되지 않는다 해도 당 내분과 여소야대 덫에 걸려 윤석열 대통령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지 못한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 1년을 자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대선 당선 1년을 자축해야 할 윤 대통령도 3월8일은 지지율 30~40%대의 좋지 않은 국정운영 성적표를 받는 날이다.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는 국정운영 성적표라 윤 대통령이 여소야대나 여당 대표와의 갈등을 핑계할 수 없다. 필자가 생각하는 선진형 국정운영은 정권을 잡은 대통령이 여당, 여당 지지 세력, 야당, 야당 지지 세력으로 각각 구별해 국정운영 파트너로 인정하고, 이들이 서로 보조를 맞춰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협력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이들과 원활하게 호흡하는 것이다. 자금까진 대통령이 정당과 정당 지지 세력을 하나의 국정운영 파트너로 인정했기 때문에, 여소야대나 여대야소 상황에 따라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좌지우지됐다. 그러나 지금은 보수세력이 보수당을 무조건 지지하지 않고, 진보세력이
지난 6일, 쿠르드족이 많이 살고 있는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 접경지역서 7.8 규모의 강진으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한국 정부는 형제국가인 튀르키예에 최대 규모의 긴급구호대를 급파해 구조활동을 펼쳤고, 한국기업들도 복구를 위해 인도적 지원에 앞장섰다. 우리에게 낯선 ‘튀르키예’는 2021년 바뀐 터키의 새 국호다. 한국전쟁(1950년) 참전국 중 튀르키예는 미국, 영국, 캐나다 다음으로 많은 병력(1만4936명)을 파병했다. 당시 국력도 약하고 우리와의 관계도 전무했던 튀르키예가 자국 내 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병력을 보냈을까? 역사는 “공산세력의 위협에 처해 있는 국가가 자유와 독립을 원한다면 경제적·군사적 원조를 제공하겠다”는 트루먼 독트린(1947년)의 수혜국인 튀르키예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1952년)이라는 명분을 얻기 위해 한국전쟁에 많은 병력을 파병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전쟁에 파병된 튀르키예 병력 중 60%가 쿠르드족이었다는 사실을 눈여겨봐야 한다.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튀르키예 정부와 대치하고 있던 쿠르드족이 한국전쟁에 9000여명이나 참전한 이유는 전쟁에서 성과를 내면 분리독립의 꿈이 이뤄질 수
여성가족부(여가부)의 정책 제안이 불과 9시간 만에 번복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형 ‘제시카법’을 두고 불거진 여가부와 법무부의 불협화음 때문이었다. 여가부가 도입하겠다고 제안한 정책에 대해 법무부가 난색을 표하자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여가부가 제안을 철회한 것이다. 왜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제시카법에 대한 양 부처의 이해부족 또는 인식의 차이에서 발생한 해프닝이 아닐까 한다. 제시카법은 잠재적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성범죄자의 재범 능력을 낮추기 위해 고안된 성범죄 관련 법률의 비공식적인 명칭이다. 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처음 시작돼 다른 여러 주에서도 도입이 이뤄졌다. 비공식 명칭은 John Couey라는 성범죄 전과자에게 납치돼 강간 후 살해당한 플로리다주에 살던 Jessica Lunsford라는 어린 여자아이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대중의 공분이 이 법안을 입안하도록 만들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12세 이하 사람에 대한 외설적이거나 음탕한 성추행을 종신형에 해당하는 중범죄로 분류 ▲25년 이상 자유형을 최소한 선고하도록 강제 ▲18세 이상에게는 평생 전자발찌를 착용 ▲주거지 제한 ▲신상정보를 등록하고 주 정
현 정부 들어 한중일 정상회의는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 언제 성사될지 예측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한미일 정상회의는 두 번이나 개최됐다. 첫 번째 한미일 정상회의는 지난해 6월29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열린 스페인 마드리드서 개최됐다. 북핵 문제에 대한 안보 협력이 주요 의제였다. 당시 국내 언론들은 “한일관계의 경색으로 중단됐던 한미일 안보 협력이 복원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 한미일 정상회의는 같은 해 11월13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가 열린 캄보디아 프놈펜서 개최됐다. 북핵 문제에 대한 안보 협력과 글로벌 공급망 안전성 확보가 주요 의제였다. 당시 세계 언론은 “경제 안보 협력을 담은 프놈펜 성명이 중국을 겨냥했다”고 지적했다. 안보 협력 의제로 시작된 마드리드 한미일 정상회의(NATO 정상회의 기간 중)가 5개월 후인 프놈펜 한미일 정상회의(아세안 회의 기간 중)에서는 경제 안보 협력 의제까지 추가되면서 대(對) 중국 공조로 확대된 셈이다. 문제는 한미일 정상회의가 거듭되면서 한국과 일본이 중국과 모호한 외교 상황에 직면하게 됐고 한중일 3국의 협력관계도 금이 갔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경찰이 폭력을 휘두르는 행위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한국 교민사회가 큰 피해를 당했던 LA 폭동도 발단은 Rodney King이라는 흑인 청년에 대한 경찰의 합법적이지 못한 무차별적인 폭력 때문이었다. 경찰의 불법적 무력 사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수년 전 미네소타주 남동부의 최대 도시인 미니애폴리스서 George Floyd 사망 사건이 발생하자, 폭력을 가하는 경찰에 예산을 배당하지 말라고 외치거나, 아예 경찰을 폐지하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최근 멤피스에서는 29세 흑인 청년 Tyre Nichols가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최근 미국에서는 대통령까지 나서야 할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컸다. 시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경찰이 왜 무자비하고 때로는 잔인하게 폭력을 가할까. 미국에서는 뿌리 깊은 인종차별 문제를 지적한다. 실제로 경찰 폭력 사건의 상당수는 백인 경찰관이 흑인 시민에게 폭력을 가한 형태기에 이 같은 지적이 결코 편견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다만 Tyre Nichols 사망 사건은 관련 경찰관 전원이 흑인이었다는 점에서 경찰 폭력이 단순히 인종 문제만은 아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 중 300억달러(약 37조원) 대(對) 한국 투자유치를 이끌어낸 윤석열 대통령이 한·UAE 비즈니스포럼 기조연설서 “우리나라가 원전 건설을 통해 UAE와 진정한 형제 관계로 발전했으며, 바라카 원전 현장을 방문해 우리가 쌓아 올린 금자탑을 확인했다”고 과거 업적을 치하했다. 그러면서 “양국 정부가 체결한 ‘포괄적·전략적 산업 첨단기술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기반으로 제조업의 디지털화, 모빌리티, 우주항공, 스마트팜, 부품 소재와 바이오산업에 이르기까지 미래성장동력을 함께 육성해나가겠다”고 미래 도약의 의지도 밝혔다. 윤 대통령이 한·UAE 간 과거 업적과 미래 도약을 언급하면서 미래 도약은 직설적으로 표현한 반면, 과거 업적은 ‘쌓아 올린 금자탑’이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국제무대서 비유적인 표현은 메시지를 강조할 때 주로 사용한다. 윤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원전 건설 업적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금자탑은 한자 금(金)자 모양이 거대한 탑 안에 왕이 안치돼있는 피라미드와 닮아서 피라미드를 금자의 탑, 즉 ‘金字塔’으로 비유한 데서 유래했다. 이는 길이 후세에 남을 뛰어난 업적을 일컫는 말로, 현재 옥스퍼드 영어사전(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 Columbine 고등학교와 Sandy Hook 초등학교, 조지아공과대학교에서의 한국계 미국인 조승희의 무차별적 총기 난사 등이 최근 불거진 총기 난사 사건의 대표적인 사례다. 총기 난사 사건의 심각성은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지만, 불행하게도 총기 난사 사건은 줄어들기는커녕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들어서도 연이어 총기 난사 사고가 보고된 상태다. 한 달 사이 미국 전역에서 39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고, 최근 캘리포니아주에서 두 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18명이 목숨을 잃었다. 오죽했으면 <CNN>은 ‘이것이 2023년의 미국이다(This is America in 2023)’라고 개탄했을 정도다. 공교롭게도 총기 난사에 대한 개념이나 정의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대체로 짧은 시간에 총격범을 제외하고 최소한 3-4명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총기 폭력이라는 점에만 동의할 뿐이다. 당연히 전쟁, 갱 폭력, 존비속 살해를 비롯해 테러나 무장 강도 같은 다른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총기 범죄, 소위 도구적 총격 살인 등은 여기서 제외된다. 더 구체적으로는 총격범을 제외하고 3명 이
우리나라는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무인기 침투, 그리고 이태원 참사로 인해 국가적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런데도 대책을 세우고 제일 빠르게 움직여야 할 국방부 장관과 행정안정부 장관이 국회에 나와 의원들에게 쩔쩔매고 있는 모습만 보였다. 여야 의원들도 앞으로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인지는 물어보지 않고, 잘잘못을 따지며 정쟁의 모습만 보였다. 도발과 재난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가 먼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수습과 동시에 더 이상 도발과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군이나 국민이 총동원되는 훈련을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다. 잘잘못은 나중에 따져도 된다. 국방과 안전이 뚫린 국가적 위기 상황인데도, 왜 국방부는 육해공 전군이 참여하는 연합훈련을 즉각 실시하지 않고, 행정안전부는 전 국민이 참여하는 민방공 훈련을 당장 실시하지 않고 있는지 모르겠다. 위기 상황에서 ‘앞으로 하겠다’는 다짐이나 계획은 무의미하다. 필자는 도발과 재난 같은 위기 상황에 대한 우리나라의 훈련과 매뉴얼이 탑다운(Top-down) 방식이 아닌 보고체계를 중시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돼있어, 훈련과 매뉴얼이 실제 위기 상황에서 효력을 발휘하
어느 부부가 회사 동료를 감금한 상태에서 낮에는 아이를 돌보게 하고, 밤에는 성매매를 시켜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는 기사가 사회면을 장식했다. ‘가스라이팅(Gaslighting)’의 전형적 사례다. 가스라이팅은 학대자가 피학대자를 통제하면서 피학대자의 판단력과 현실감을 잃게 하고, 이를 통해 학대자가 피학대자를 착취하는 행위를 뜻한다. Webster사전에 따르면, 가스라이팅은 자신의 현실에 대한 인식을 의문시하도록 만드는 심리적 조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가스라이팅은 최근 들어 아주 귀에 익은 외래어로 인식되고 있으며, 가스라이팅을 주제로 하는 소설·영화·드라마 등이 쏟아져 나오는 실정이다. 대중적 관심은 우리를 두렵게 만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스라이팅에 대한 인식을 높여 건강하지 못하고 위협적인 관계를 피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학술적으로도 충분히 연구되지 않은 가스라이팅이란 단어가 익숙하다는 건 그만큼 빈번한 사회현상으로 비춰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니나 다를까, Webster사전은 가스라이팅을 ‘2022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가스등(Gaslight)’에서 유래된 ‘가스라이팅’은 글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가스등을 밝힘’
요즘 같은 겨울철에 베란다 문을 열면 거실의 따뜻한 공기가 빠져나간다는 느낌보다 베란다의 찬 공기가 거실로 들어온다는 느낌을 받고 문을 닫게 된다. 여름철에도 베란다 문을 열면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는 거실의 시원한 공기가 빠져나간다는 느낌보다 베란다의 뜨거운 공기가 거실로 들어온다는 느낌을 받고 문을 닫게 된다. 겨울철이건 여름철이건 베란다 문을 열어 거실과 베란다의 전혀 다른 성질의 공기가 만날 때, 왜 우리는 거실의 온도보다 베란다의 온도가 강해서 베란다의 공기가 거실로 밀고 들어온다고 느끼는 걸까? 거실의 온도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베란다의 온도가 낯설게 느껴져 거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거실이 아닌 베란다에 있으면서 문을 연다면 베란다의 온도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가 겨울철에는 거실의 따뜻한 공기가 베란다로 들어온다고 느낄 것이고, 여름철에는 거실의 시원한 공기가 베란다로 들어온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공기의 흐름이 각각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거실과 베란다의 서로 다른 공기가 만날 때, 어느 한쪽에서만 밀고 들어오는 게 아니라 서로 교류하고 있다는 점과 아울러 시간이 지나면 거
강력범죄가 발생하면 높은 확률로 소위 ‘전문가’ 집단의 사이코패스 진단 여부가 따라붙는다. 강력범죄자를 거의 예외 없이 사이코패스로 몰아가는 일부 자칭 전문가들과 이에 편승한 사회적 분위기는 기이하다고 할 정도다. 사이코패스를 언급하려면 사이코패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인지해야 한다. 아쉽게도 우리는 그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자신의 본성을 언제 드러낼지 알 수 없다. 우리 주변에는 모습을 숨긴 채 살아가는 사이코패스가 존재하며, 그들은 우리 사회의 취약성을 착취하기 위해 ‘우리’라는 방호복·위장복 속에서 숨어 틈새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특징은 그들이 두려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한다. 누구든 아무런 잘못도 없이 그냥 ‘그때 그 자리’에 있었단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의 희생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라는 말 자체는 기본적으로 대중을 두렵게 만들지만, 때로는 대중을 현혹시키거나 한발 더 나아가 매료시키는 등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범죄 관련 정보 대부분을 미디어에 의존하는 특성상, 일부 사람은 사이코패스라고 하면 범죄 가문을 이끌었던 연쇄살인마 Charlse Manson이나 영화 <양들의 침묵> 속 가공의 인물 Hannibal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3월 대선에서 지고 5개월 동안 내분을 겪었지만 8월28일 전당대회를 통해 이재명 의원을 당 대표로 뽑은 후 대선 패배에 대한 당내 후유증을 없애고 당 외 진보층의 지지를 받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현재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중도층의 지지까지는 얻지 못하고 있지만, 만약 이 문제만 잘 해결되면 당 대표 중심으로 차기 총선을 무난히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도 대선에서 이긴 지 딱 1년이 되는 오는 3월8일 전당대회를 통해 당내 잡음을 없애고 당 외 보수층과 중도층의 힘을 모아 총선을 승리로 이끌 당 대표를 뽑아야 한다. 당내 집토끼와 당 외 산토끼 두 마리를 잡을 수 있는 대표를 뽑아야 총선 승리와 함께 국민의힘이 여당으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에 뽑힌 민주당 대표나 올해 3월에 뽑힐 국민의힘 대표는 우선 당내 잡음을 없애는 게 급선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당 외 힘을 모아 차기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국회 다수당이 되는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 내년에 치러지는 총선에 사활을 걸어야 할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비대위는 전당대회를 70여일 앞둔 지난해 연말
미국 형사사법연구원은 연쇄살인에 대한 10가지 통념을 사실 자료와 통계 등을 이용해 설명한 적 있다. 이들은 연쇄살인이 마치 유행병처럼 여겨지지만, 실제 미국 전체 살인 중 연쇄살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연쇄살인범은 외관이나 생활유형이 평범하지 않다는 주장도 잘못된 통념이고, 연쇄살인범과 비폭력적인 사람을 구별하기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연쇄살인범은 일반적으로 정신이 온전치 않다는 인식과 달리, 대다수는 정신이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옳고 그름을 알고,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으며, 살해 욕구를 통제할 수 있다. 다만 통제를 선택하지 않으며, 미치광이보다 더 잔인하다는 특징이 있다. 또 연쇄살인범은 반사회적 인성장애자, 소시오패스인 경우가 많지만, 일부는 양심이 있으나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함으로써 죄책감을 부인하거나 중화할 수 있다. 사실 연쇄살인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은 청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그려진 선정적이고 과장된 측면에 영향을 받은 면이 존재한다. 사회적으로 구성된 ‘유명인 괴물(celebrity monster)’에 대한 실체보다 더 크게 그려진 언론의 이미지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대중은 그렇게 통념을
지난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신의 한 수가 있었다는 일화가 있다. 조별리그 H조 2차전 가나와의 경기 때 이야기다. 한국이 2:3으로 지고 있던 후반 추가 시간이 종료되기 직전, 코너킥 찬스를 얻었는데 테일러 주심이 경기를 종료시켰다. 이에 한국 선수들이 강하게 항의했고, 특히 핵심 수비수인 김영권 선수가 거칠게 항의하는 상황에서 테일러 주심이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려 했다. 이때 벤투 감독이 갑자기 경기장에 전력질주로 뛰어들어 선수들보다 더 격렬하게 항의했다. 그리고 벤투 감독은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이를 두고 김진수 선수는 벤투 감독이 김영권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더 거세게 항의하면서 스스로 레드카드를 받았다고 했다. 당시 김영권 선수는 이미 옐로카드를 받아 한 번 더 받을 경우 퇴장당해 다음 경기인 포르투갈전에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만약 김영권 선수를 보호하려는 벤투 감독의 희생이 없었다면 우리는 포르투갈전에서 김영권 선수의 동점골을 볼 수 없었고 결국 한국이 16강에 오르는 기쁨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벤투 감독 한 명의 희생이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영광과
최근 범죄학 분야에 종사자들 사이에서 “피해자 혹은 생존자, 어느 용어가 더 적합한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서로 다른 용도를 함축하기 때문이다. ‘피해자’라는 용어는 전형적으로 최근 성폭력을 겪은 사람을 나타내는 것이며, 추가적으로는 범죄를 논의할 때 또는 형사사법제도 참고할 때 보편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반면 ‘생존자’라는 용어는 범죄 피해로부터의 회복 과정을 거쳤거나 회복 중인 사람을 나타내고, 추가적으로는 성폭력의 장.단기 영향을 논할 때 주로 쓰인다. 즉, 피해자는 범죄 희생자에 대한 해악이나 손상으로 규정되고, 생존자는 그 이후 그들의 삶으로 규정될 수 있다. 최근 추세는 피해자보다는 생존자라는 표현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그럼에도 여전히 피해자라는 용어가 통용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형사사법제도 내에서 범죄의 대상이 된 사람을 기술하는 동시에 법의 테두리 안에서 특정한 권리를 제공받는 지위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특히 수사관과 검사는 범죄가 그 사람에게 발생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서 이 용어를 사용하곤 한다. 반대로 생존자라는 용어는 ‘가해자’의 존재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나 함축이 없다는 우려
[Q] 계약기간이 종료됐음에도 임차인이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떤 절차를 거쳐서 임대인이 임차인의 짐을 처분해야 하나요? [A] 임대인이 임차인의 짐을 임의로 처분하려면 임차인의 동의 없이 임차인의 주거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는 주거침입죄에 해당할 수 있어 형사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우선 임차인을 상대로 건물인도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소송 진행 중 임차인이 점유자를 바꿔버릴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본안소송 전에 점유이전금지가처분신청을 해서 가처분 집행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처분 집행은 법원의 가처분결정에 의해 집행관이 목적부동산에 들어가서 부동산의 현황 및 점유자를 확인하고, 점유자를 특정해(당사자항정효) 고시문에 의해 공시(고시문을 목적물 내부에 부착)하게 됩니다. 가처분 집행 이후에는 점유자가 변경되더라도 변경된 점유자를 상대로 별도의 판결을 받을 필요 없이 승계집행문을 받아 인도 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98다59118 판결). 가처분 고시문에 의해 공시되는 것은 “채권자의 위임에 의해 가처분목적부동산에 대해 채무자의 점유를 해제하고 집행관이 이를 보관한다, 채무자는 목적부동산의 현상을 변경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2022년 한 해도 이제 한주 밖에 남지 않았다. 연초에 야심차게 계획을 세우고 나름 최선을 다했던 일들을 돌아보니, 성공한 일, 실패한 일, 미완성한 일 세 가지 중 유독 성공한 일은 기억이 생생한데 실패한 일이나 미완성한 일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불과 30여년 전만 해도 성공한 일보다 실패한 일이나 미완성한 일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는데, 왜 지금은 실패한 일이나 미완성한 일은 아예 기억조차 희미해진 걸까? 아마도 30여년 전에는 우리 사회가 사소한 실패나 미완성 자체가 인정되지 못한 시대였지만, 지금은 웬만한 실패 정도는 잘도 인정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일 것이다. 실패가 인정되지 못한 시대에는 어떤 실패도 용납되지 않아 실패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고, 혹 실패하기라도 하면 실패에 대한 기억을 오래 간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실패가 인정되는 시대에는 실패를 딛고 일어서면 되기에 실패하더라도 실패가 기억에 오래 남지 않았다. 바로 실패가 인정되는 시대와 실패가 인정되지 못한 시대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실패가 오래 기억되느냐 기억되지 않느냐에 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100여년 전 심리학자 쿠르트 레빈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 자이
관계 폭력은 관계를 맺고 있는 당사자 사이에서 권력과 통제를 확고히 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이용되는 학대 행위의 한 형태다. 흔히 ‘잘못된 만남과 일방적 헤어짐과 그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잘못된 폭력’쯤으로 해석한다. 관계 폭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빈번하고 그 강도가 격렬해지는 경향이 있다. 교제나 연애 단계에서 이미 학대적 성향이 표출된 상태였다면, 동거·약혼·결혼 등으로 단계가 진행될수록 학대자의 학대 강도가 더 심해지곤 한다. 관계 폭력은 진행 중인 관계의 상황은 물론이고, 관계가 깨어질 때 일어나기도 하며, 피해자가 가해자를 전혀 알지 못하거나 제대로 잘 알지 못하는 관계에서도 일어난다. 물리적·감정적인 동시에 언어적 학대가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학대는 상대를 해치는 것을 목표로 행해지는 행위다. 당연히 거의 모든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고, 폭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물리적 폭력을 말할 필요도 없으며, 감정적·정신적·언어적 학대와 상대방 의사와 상관없는 성적 학대, 금전이나 소유물의 통제와 같은 재정적 학대, 소문을 퍼뜨리거나 감시·격리·소외시키는 사회적 학대를 포함한다. 결국 관계 폭력은 상대가 원치 않음에도 관계를 유지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