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조직법 개정 부작용

정권 따라 왔다 갔다

지난달 30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해당 개정안에는 검찰청 폐지,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분리 등을 골자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1948년 8월 정부 수립과 함께 설치됐던 검찰청은 78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운명에 처했다. 기존 기재부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고, 환경부를 기후에너지부로,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로 각각 개편한다.

정부조직법은 국가 행정의 기본 틀을 규정하는 법률이다. 각 부처의 기능과 권한을 나누고, 정책 집행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제도적으로 담보하는 장치기도 하다. 그런 만큼 부처 이름을 바꾸거나 부처 수를 늘리고 줄이는 차원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름만 
바꾼다고…

곧 국가의 운영 철학, 권력의 배분,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정책의 방향성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부조직법 개편안은 표면적으로는 효율성을 내세우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정부조직법은 본질적으로 장기적인 국가 운영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담보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은 정권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정치적 이벤트’로 변질돼왔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기존 부처의 명칭을 바꾸고, 기능을 이관하며, 심지어 신설 부처를 만드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정권의 철학이나 국정 기조에 따라 자의적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번 개편안 역시 정책의 지속성보다는 현 정부가 내세운 구호와 상징에 맞추어진 흔적이 강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컨대 특정 부처의 기능을 통합하거나 분리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나 장기적 관점의 정책 평가가 뒷받침되지 않았다. 행정 효율성보다는 정치적 지지층에 어필하거나, 단기적으로 ‘일 잘하는 정부’라는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은 결국 정책 집행의 혼란과 국민 불신을 키울 뿐이다.

정부 조직개편이 제대로 설계되지 않으면 오히려 행정의 비효율성이 심화된다. 특정 기능을 이관하거나 신설하는 과정에서 기존 부처와의 역할 경계가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행정 체계는 ‘컨트롤타워 부재’라는 문제를 여러 차례 겪어왔다.

검찰청 폐지, 기재부 분리 골자
부실 설계 시행정 비효율성 심화

예컨대 코로나19 정국 당시 감염병 위기 대응에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그리고 총리실과 행정안전부 간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초기 대응에 혼선을 낳았다.

이번 정부조직법 개편 역시 같은 문제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부처의 이름을 바꾸고, 기능을 떼어내 다른 부처로 옮기는 것만으로는 행정의 시너지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 권한을 지키려는 관료 집단과 새로운 권한을 확보하려는 부처 간의 다툼이 심화될 수 있다.

이는 곧 정책 실행 속도와 효과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정부 조직개편은 단순히 법률 몇 조항을 고치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부처 명칭 변경, 사무실 재배치, 조직문화 재편, 인사 시스템 조정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번 개편안은 이 같은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 결여돼있다.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개편으로 인한 순이익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효과가 언제 나타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를 보면, 효율성 제고라는 추상적 목표만 제시될 뿐 구체적 수치나 평가 지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곧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조직 유지
권한 확대

게다가 국민 눈높이에서도 ‘정책 성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부처 이름이 바뀐다고 해서 국민의 삶이 당장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또 행정조직이 비대해지고 복잡해질수록 책임 소재는 더 모호해진다. 정책 실패의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워지고, 부처 간 떠넘기기가 반복된다.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질수록 관료주의가 강화되는 것도 문제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보다는 조직 유지와 권한 확대에 집중하는 관료 집단의 속성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결국 국민이 체감하는 행정 서비스의 질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변화 과정에서의 불안정성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선진국의 정부 조직개편은 일반적으로 ‘큰 틀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조정’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부처는 수십 년간 큰 변화 없이 유지되며, 새로운 정책 과제가 발생하면 독립위원회나 특별기구를 통해 대응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독일 역시 장기적인 행정 안정성을 중시해 조직개편은 최소한에 그친다.

반면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대적인 개편을 반복한다. 이는 행정의 연속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공무원 사회에 불필요한 혼란과 저항을 낳는다.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는 피해가 더 크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불필요한 공무원 혼란과 저항
국민에게 돌아가는 피해는 더

비판은 대안을 동반해야 의미를 갖는다. 정부조직법 개편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라면, 다음과 같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첫째는 ‘국민 중심의 효율성’이 기준이 돼야 한다. 정치적 명분이 아니라 국민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정책 집행 속도와 품질이 개선되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는 ‘장기적 비전과 연속성’이 담보되는지의 여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처가 해체되고 신설되는 방식이 아니라, 안정적인 틀 속에서 필요한 조정을 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셋째로는 ‘사회적 합의와 투명한 검증’이다. 전문가, 시민단체, 학계, 그리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조직개편의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책임성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질수록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개편과 동시에 정책 실패에 대한 명확한 책임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조직법 개편은 단순히 행정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 아니다. 이는 곧 국가 운영의 철학을 재정립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이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는 개편은 정치적 이해와 단기적 성과에 치우쳐 있으며, 장기적 효율성이나 국민 삶의 질 개선이라는 본질적 목표와는 거리가 있다.

막대한 비용
책임성 약화

지금은 부처 간 중복과 갈등, 막대한 비용과 낮은 효과, 책임성 약화라는 부작용만 낳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조직법 개편은 서두를 것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와 충분한 검증 속에서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 행정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변화를 만드는 개편이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조직개편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진정한 행정 혁신이다.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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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