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흔들 막판 변수6

'조심조심' 작은 돌부리에 걸려도 넘어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20대 총선이 불과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후보들은 막판 변수를 경계하고 있다. 여야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당수의 지역에서는 아주 작은 변수로도 승패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역대 선거마다 판도를 뒤흔든 막판 변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일요시사>가 20대 총선을 앞두고 주목해 봐야 할 막판 변수들을 정리했다.

우선 이번 20대 총선에서는 야권단일화 성공 여부가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당 지도부의 거부감이 강해 당 대 당 연대는 무산됐지만 지역별 연대는 여전히 가능성이 열려 있다. 게다가 국민의당 지도부의 입장도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어 향후 야권단일화 성공 여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야권단일화가 실패하면 가장 많은 의석이 걸려 있는 수도권 선거에서 여당이 대거 어부지리 승리를 가져갈 공산이 커진다. 현재 수도권 122개 지역구 가운데 110여개 지역구에 2개 이상의 야당이 동시에 후보를 냈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야당이 불과 10% 이내 차이로 승리한 지역이 43곳이나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야권분열 시 수도권 선거는 여당의 압승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당 압승?
야권 선전?

따라서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야권 후보 간 단일화가 이뤄졌거나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재 강원도 춘천과 경남 창원·성산, 경기 안양 동안을 등에서는 이미 야권단일후보가 확정된 상태다. 일여야다 구도에서 여유롭게 앞서가던 새누리당 후보들은 야권 후보들이 막판 단일화 움직임을 보이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야권단일화는 야합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축소하는 한편 야권단일화 힘빼기 작업에 돌입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주장처럼 야권단일화가 성공해도 선거 때마다 반복된 단일화에 유권자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선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실제로 박근혜정부 들어서 치러진 각종 재보선 선거에서 야권은 대부분 단일화에 성공했지만 선거 결과는 참패였다.


두 번째 변수는 무소속 후보들과 소수정당들의 난립이다. 특히 새누리당 출신 무소속 후보들의 돌풍이 거세다. 새누리당 공천에서 배제된 유승민 의원은 친유승민계 무소속 후보들에 대한 본격적인 지원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현재 친유승민계 무소속 후보들의 지지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최대 15석 이상을 무소속 후보들이 차지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친유승민계는 아니지만 수도권에 출마한 임태희(경기 분당을), 강승규(서울 마포갑), 조진형(인천 부평갑) 후보는 이미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연대를 결성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이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여권표를 상당부분 잠식할 수 있어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야권단일화, 시너지 발휘할까?
무소속연대 돌풍…여권표 잠식

만약 여권 출신 무소속 후보들의 선전으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에는 무소속연대 소속 의원들이 향후 국회 운영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이 자신들이 탈락시켰던 무소속연대 후보들에게 법안 통과 협조를 읍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수정당들의 난립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장애인 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는 ‘폐지당’, 소외된 사람들 다수의 지혜를 모으자는 ‘거지당’ 등 다양하고 독특한 정당들이 출사표를 던져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공화당, 한나라당, 민주당 등 유명한 옛 정당명을 그대로 계승한 정당들도 있다.

이번 총선에는 24개 정당이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의석을 가진 원내 정당은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 민주당, 기독자유당 등 6곳뿐이다. 원외 소수정당들이 당장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기는 힘들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들이 얼마나 많은 득표를 하느냐에 따라 여야 후보들의 승패가 엇갈릴 수 있다. 결과에 따라서는 이들이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할 가능성도 있다.

일여다야
다여다야


세 번째 변수는 투표율이다.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치러지는 사전투표제와 선거 당일 날씨 등이 투표율을 좌지우지할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4월8일과 9일 이틀에 걸쳐 치러지는 사전투표는 부재자투표와 달리 별도의 신고 절차가 필요 없다. 신분증만 소지하면 거주지와 관계없이 투표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선관위 측은 총선 투표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전투표제가 처음 실시된 전국 선거는 지난 2014년 6·4지방선거다. 당시 투표율은 56.8%로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사전투표제는 젊은 층의 투표율을 크게 끌어올리는 것으로 예상돼 야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총선이 임시 공휴일인 탓에 젊은 층들은 나들이 등을 떠나며 투표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전투표는 이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야당 지도부는 공개적으로 사전투표에 참여하면서 사전투표를 독려할 계획이다.

사전투표로 전체 투표율이 높아지면 야당에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빙지역의 경우 사전투표율에 따라 승패가 충분히 엇갈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투표율은 선거 당일 날씨와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날씨와 선거의 상관관계는 오래전부터 연구가 진행됐다. 실제 미국에선 선거일 날씨가 투표율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선거결과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었다. 미국 선거에서 날씨가 맑으면 공화당(보수 진영)이,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진보 진영)이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복잡한 선거구도
예측 힘든 승부

선거 날 날씨가 맑으면 중장년층의 투표참여가 늘어나고 젊은 층은 휴일을 즐기기 위해 선거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선거일에 날씨가 좋지 않으면 이동이 불편한 중장년층의 투표율이 떨어져 진보 진영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와 상반된 주장도 있다.

과거에는 투표율이 높아질수록 진보 진영에 유리하다는 통설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높은 투표율이 여야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알 수 없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일례로 무려 75.8%의 투표율을 기록했던 지난 2012년 대선에서는 보수 진영의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다. 50대 이상 장·노년층의 대대적인 투표참여로 투표율이 올라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네 번째 변수는 네거티브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은 달콤한 유혹이다. 네거티브의 상당수는 당장 사실 확인이 어려운 데다 상대 후보의 이미지에 손쉽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네거티브로 선거판세를 단숨에 뒤집은 사례도 많다.

지난 2001년 16대 대통령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 아들의 병역서류가 조작되었다는 병역비리 의혹이 제기돼 큰 파장이 일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후 증거자료가 위조된 것으로 확인돼 관련자들이 구속됐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보궐선거에선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가 ‘1억 피부과 논란’으로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고배를 들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후 당시 나 후보가 피부과에서 사용한 금액은 불과 550만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네거티브는 사실 여부가 확인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미 선거가 끝난 후 허위사실이었음이 밝혀진다고 해도 피해를 복구할 수가 없어 문제다.

그렇다고 네거티브를 무조건 금지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선거 출마자에 대한 검증도 분명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네거티브와 후보 검증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아 모든 공세를 네거티브로 싸잡아 폄하할 수도 없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네거티브는 가장 효과적인 선거 방법이기 때문에 선거 막판이 되면 각종 네거티브들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수정당 난립 “다당제 정착될까”
투표율 관심…사전투표제 결과는?

다섯 번째 변수는 안보 이슈다. 선거 때마다 북한과 관련된 안보 이슈가 터져 나오면 보수 정당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다. 지난 1997년 대선 때에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이회창 후보 측 인사가 이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북한 측 인사를 만나 휴전선에서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 사건은 그동안 선거 때마다 의혹만 무성했던 ‘북풍’이 실제로 드러난 사건이라 큰 파장을 일으켰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남북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총선을 앞두고 북한이 돌발행동을 한다면 새누리당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역대 대선을 살펴보면 1987년 대선 때 KAL기 폭파사건, 1992년 대선 당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사건 등으로 보수정당 후보가 큰 반사이익을 얻었다.

새누리당은 총선을 앞두고 이미 색깔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더민주가 이번 총선 공약으로 국정원 폐지를 내놓자 이를 맹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20대 총선 새누리당 공천자대회’에서 야당을 운동권정당이라고 폄하하고 맹비난했다.

김 대표는 “운동권정당은 (총선에서) 승리하면 테러방지법을 폐기한다고 한다. 운동권정당은 승리하면 개성공단을 재개하면서 북한에 동조하겠다고 한다”며 “이런 안보 포기 세력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군사적 도발위협에 대해 전국의 경계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하면서 사실상 안보위기를 스스로 고조시키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이례적으로 ‘전군’의 경계태세가 아닌 ‘전국’의 경계태세를 언급하며 국민을 향해 비상상황에 각별히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당장 더민주는 “대통령이 안보불안 확산과 북풍몰이를 4·13총선에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여섯 번째 변수는 선거법 위반 후보자들의 낙마다. 총선을 앞두고 벌써 900여명에 달하는 선거사범들이 경찰에 단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상당수의 후보자들이 당선되더라도 곧바로 의원직을 잃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선거구에서는 유력 후보자가 중도 탈락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대선까지 영향
누가 승리할까?

이번 총선 과정에서 금품·향응 제공 등 이른바 돈 선거는 감소 추세에 있지만, 허위사실 유포 적발 건수는 지난 19대 총선의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상 선거운동이 상시 허용되면서 단기간에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운 묻지마식 음해성 유언비어 유포 등이 대폭 증가한 탓이다. 경찰이 선거사범에 대해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겠다고 밝힌 만큼 총선이 끝난 후 대대적인 법정다툼이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

한편 20대 총선은 2017년 대선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선거의 성격이 짙다. 이번 총선의 결과가 내년 대선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막판 변수들은 총선 판도를 어떻게 흔들어 놓게 될까? 여야의 총선 성적표에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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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