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20대 총선이 불과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후보들은 막판 변수를 경계하고 있다. 여야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당수의 지역에서는 아주 작은 변수로도 승패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역대 선거마다 판도를 뒤흔든 막판 변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일요시사>가 20대 총선을 앞두고 주목해 봐야 할 막판 변수들을 정리했다.
우선 이번 20대 총선에서는 야권단일화 성공 여부가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당 지도부의 거부감이 강해 당 대 당 연대는 무산됐지만 지역별 연대는 여전히 가능성이 열려 있다. 게다가 국민의당 지도부의 입장도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어 향후 야권단일화 성공 여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야권단일화가 실패하면 가장 많은 의석이 걸려 있는 수도권 선거에서 여당이 대거 어부지리 승리를 가져갈 공산이 커진다. 현재 수도권 122개 지역구 가운데 110여개 지역구에 2개 이상의 야당이 동시에 후보를 냈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야당이 불과 10% 이내 차이로 승리한 지역이 43곳이나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야권분열 시 수도권 선거는 여당의 압승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당 압승?
야권 선전?
따라서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야권 후보 간 단일화가 이뤄졌거나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재 강원도 춘천과 경남 창원·성산, 경기 안양 동안을 등에서는 이미 야권단일후보가 확정된 상태다. 일여야다 구도에서 여유롭게 앞서가던 새누리당 후보들은 야권 후보들이 막판 단일화 움직임을 보이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야권단일화는 야합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축소하는 한편 야권단일화 힘빼기 작업에 돌입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주장처럼 야권단일화가 성공해도 선거 때마다 반복된 단일화에 유권자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선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실제로 박근혜정부 들어서 치러진 각종 재보선 선거에서 야권은 대부분 단일화에 성공했지만 선거 결과는 참패였다.
두 번째 변수는 무소속 후보들과 소수정당들의 난립이다. 특히 새누리당 출신 무소속 후보들의 돌풍이 거세다. 새누리당 공천에서 배제된 유승민 의원은 친유승민계 무소속 후보들에 대한 본격적인 지원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현재 친유승민계 무소속 후보들의 지지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최대 15석 이상을 무소속 후보들이 차지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친유승민계는 아니지만 수도권에 출마한 임태희(경기 분당을), 강승규(서울 마포갑), 조진형(인천 부평갑) 후보는 이미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연대를 결성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이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여권표를 상당부분 잠식할 수 있어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야권단일화, 시너지 발휘할까?
무소속연대 돌풍…여권표 잠식
만약 여권 출신 무소속 후보들의 선전으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에는 무소속연대 소속 의원들이 향후 국회 운영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이 자신들이 탈락시켰던 무소속연대 후보들에게 법안 통과 협조를 읍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수정당들의 난립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장애인 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는 ‘폐지당’, 소외된 사람들 다수의 지혜를 모으자는 ‘거지당’ 등 다양하고 독특한 정당들이 출사표를 던져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공화당, 한나라당, 민주당 등 유명한 옛 정당명을 그대로 계승한 정당들도 있다.
이번 총선에는 24개 정당이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의석을 가진 원내 정당은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 민주당, 기독자유당 등 6곳뿐이다. 원외 소수정당들이 당장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기는 힘들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들이 얼마나 많은 득표를 하느냐에 따라 여야 후보들의 승패가 엇갈릴 수 있다. 결과에 따라서는 이들이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할 가능성도 있다.
일여다야
다여다야
세 번째 변수는 투표율이다.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치러지는 사전투표제와 선거 당일 날씨 등이 투표율을 좌지우지할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4월8일과 9일 이틀에 걸쳐 치러지는 사전투표는 부재자투표와 달리 별도의 신고 절차가 필요 없다. 신분증만 소지하면 거주지와 관계없이 투표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선관위 측은 총선 투표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전투표제가 처음 실시된 전국 선거는 지난 2014년 6·4지방선거다. 당시 투표율은 56.8%로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사전투표제는 젊은 층의 투표율을 크게 끌어올리는 것으로 예상돼 야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총선이 임시 공휴일인 탓에 젊은 층들은 나들이 등을 떠나며 투표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전투표는 이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야당 지도부는 공개적으로 사전투표에 참여하면서 사전투표를 독려할 계획이다.
사전투표로 전체 투표율이 높아지면 야당에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빙지역의 경우 사전투표율에 따라 승패가 충분히 엇갈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투표율은 선거 당일 날씨와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날씨와 선거의 상관관계는 오래전부터 연구가 진행됐다. 실제 미국에선 선거일 날씨가 투표율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선거결과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었다. 미국 선거에서 날씨가 맑으면 공화당(보수 진영)이,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진보 진영)이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복잡한 선거구도
예측 힘든 승부
선거 날 날씨가 맑으면 중장년층의 투표참여가 늘어나고 젊은 층은 휴일을 즐기기 위해 선거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선거일에 날씨가 좋지 않으면 이동이 불편한 중장년층의 투표율이 떨어져 진보 진영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와 상반된 주장도 있다.
과거에는 투표율이 높아질수록 진보 진영에 유리하다는 통설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높은 투표율이 여야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알 수 없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일례로 무려 75.8%의 투표율을 기록했던 지난 2012년 대선에서는 보수 진영의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다. 50대 이상 장·노년층의 대대적인 투표참여로 투표율이 올라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네 번째 변수는 네거티브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은 달콤한 유혹이다. 네거티브의 상당수는 당장 사실 확인이 어려운 데다 상대 후보의 이미지에 손쉽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네거티브로 선거판세를 단숨에 뒤집은 사례도 많다.
지난 2001년 16대 대통령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 아들의 병역서류가 조작되었다는 병역비리 의혹이 제기돼 큰 파장이 일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후 증거자료가 위조된 것으로 확인돼 관련자들이 구속됐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보궐선거에선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가 ‘1억 피부과 논란’으로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고배를 들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후 당시 나 후보가 피부과에서 사용한 금액은 불과 550만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네거티브는 사실 여부가 확인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미 선거가 끝난 후 허위사실이었음이 밝혀진다고 해도 피해를 복구할 수가 없어 문제다.
그렇다고 네거티브를 무조건 금지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선거 출마자에 대한 검증도 분명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네거티브와 후보 검증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아 모든 공세를 네거티브로 싸잡아 폄하할 수도 없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네거티브는 가장 효과적인 선거 방법이기 때문에 선거 막판이 되면 각종 네거티브들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수정당 난립 “다당제 정착될까”
투표율 관심…사전투표제 결과는?
다섯 번째 변수는 안보 이슈다. 선거 때마다 북한과 관련된 안보 이슈가 터져 나오면 보수 정당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다. 지난 1997년 대선 때에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이회창 후보 측 인사가 이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북한 측 인사를 만나 휴전선에서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 사건은 그동안 선거 때마다 의혹만 무성했던 ‘북풍’이 실제로 드러난 사건이라 큰 파장을 일으켰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남북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총선을 앞두고 북한이 돌발행동을 한다면 새누리당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역대 대선을 살펴보면 1987년 대선 때 KAL기 폭파사건, 1992년 대선 당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사건 등으로 보수정당 후보가 큰 반사이익을 얻었다.
새누리당은 총선을 앞두고 이미 색깔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더민주가 이번 총선 공약으로 국정원 폐지를 내놓자 이를 맹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20대 총선 새누리당 공천자대회’에서 야당을 운동권정당이라고 폄하하고 맹비난했다.
김 대표는 “운동권정당은 (총선에서) 승리하면 테러방지법을 폐기한다고 한다. 운동권정당은 승리하면 개성공단을 재개하면서 북한에 동조하겠다고 한다”며 “이런 안보 포기 세력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군사적 도발위협에 대해 전국의 경계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하면서 사실상 안보위기를 스스로 고조시키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이례적으로 ‘전군’의 경계태세가 아닌 ‘전국’의 경계태세를 언급하며 국민을 향해 비상상황에 각별히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당장 더민주는 “대통령이 안보불안 확산과 북풍몰이를 4·13총선에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여섯 번째 변수는 선거법 위반 후보자들의 낙마다. 총선을 앞두고 벌써 900여명에 달하는 선거사범들이 경찰에 단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상당수의 후보자들이 당선되더라도 곧바로 의원직을 잃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선거구에서는 유력 후보자가 중도 탈락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대선까지 영향
누가 승리할까?
이번 총선 과정에서 금품·향응 제공 등 이른바 돈 선거는 감소 추세에 있지만, 허위사실 유포 적발 건수는 지난 19대 총선의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상 선거운동이 상시 허용되면서 단기간에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운 묻지마식 음해성 유언비어 유포 등이 대폭 증가한 탓이다. 경찰이 선거사범에 대해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겠다고 밝힌 만큼 총선이 끝난 후 대대적인 법정다툼이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
한편 20대 총선은 2017년 대선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선거의 성격이 짙다. 이번 총선의 결과가 내년 대선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막판 변수들은 총선 판도를 어떻게 흔들어 놓게 될까? 여야의 총선 성적표에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