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5>

선수생활 2개월…5000만원 그리고 여자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천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명자씨는 그 후 ‘32평 빌라를 사주겠다’는 말도 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초짜인 네가 할 수 있을까?”

■ 두 여자 사이의 고민
느닷없는 그녀의 제안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생각난 것이 있었다. 호빠 선수와 여자 손님간의 관계. 차 한 대, 아파트 하나 정도도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들. 그냥 하는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다. ‘뭐, 살다보면 그런 일도 있겠지’라고 치부해버렸던 일들이었다. 그냥 한 두 번 이 업계에서 그런 일이 있는 걸 가지고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이라고 여겨왔었다.
명자씨는 그 후 32평 빌라를 사주겠다는 말도 했다. 포이동에 있는 고급 빌라였으니 아파트 한 채 값에 맞먹는 가격이다. 사실 그녀의 제안에 한동안 고민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자동차? 고급 빌라? 어쩌면 내 인생을 바꿀 계기가 되는 것들이었다. 그 차를 몰고 고향에 계시는 어머니 서울 구경이라도 시켜드리면 어떨까? 모질게 한평생 고생하셨던 어머니, 고급빌라에 사시게 하는 것도 효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렇게 하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공짜로 그것을 얻는 것이 아닌가. 내 돈을 쓰는 것도 아니고, 또 그 돈을 갚기 위해 내가 노력을 할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결코 그것들은 공짜일 수가 없었다. 내가 명자씨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순간, 나는 그녀의 ‘노예’가 되어야 한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이 사준 자동차로 전국 일주 여행을 가자고 할 것이며, 자신이 사준 집에서 함께 동거를 하자고 할 것이다. 나는 밤마다 그녀의 행복한 잠자리를 위해 내 삶을 소비해야 했다. 벌어지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평소에 그녀의 행동으로 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그녀가 가게에 놀러오는 날이면 나는 ‘떠블’을 뛰지도 못했다. 내가 다른 테이블에 들어가 다른 여자랑 있는 것을 도저히 참지 못했다. 그녀는 모든 걸 돈으로 해결했다. 내가 떠블을 뛰지 못하니, 그녀는 떠블, 아니 떠떠블의 비용을 지불했다. 그렇게라도 나를 갖고 싶어했던 것이다. 자동차와 빌라를 받아들이면, 그녀의 집요한 집착이 더욱 강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은영씨가 가지고 있는 고민, 그리고 명자씨가 내게 제안한 것들. 이 두 가지를 잘 버무리면 뭔가 ‘해답’이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복잡해서 잘 모르겠다. 뭔가 답이 있는 것 같긴 한데, 구체적인 방법은 도통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한 가지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병구라면,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 병구의 해법
“오늘은 또 웬일이냐. 곱창을 다 사준다고 하고? 짜식이 돈 좀 벌었냐”
병구는 늘 그렇듯이 내가 믿을 만한 친구였다. 나를 호스트바에 입문시켜주었고, 언제나 내 일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해줬다. 모든 것이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이 호빠의 세계에서 병구같은 친구를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글지글 타오르는 불 위에서 곱창이 맛있게 익어가고 있었다. 말을 꺼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 요즘에 고민 있다.”
병구가 그 얘기를 듣자마자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 그 웃음의 의미가 사뭇 의미심장한 듯 했다.
“왜 웃냐?”
병구는 귀신인가보다. 나보다 이 업계에서 더 오래 일을 했으니 자신도 내가 겪었던 감정의 단계를 거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 어떤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내 마음이 병구의 입에서 술술 흘러나왔다.
“동이야, 너 내가 그렇게 처음부터 말했잖냐. 손님이랑 사귀면 안 된다니까. 호스트 생명 끝이라는 거 몰라? 내가 그렇게 이야기해도 넌 못 알아 듣냐?”
귀신은 속여도 병구는 못 속일 것 같았다. 자초지종, 저간의 사정을 모두 이야기했다. 은영씨의 상황, 나의 감정, 그리고 명자씨와의 관계까지. 골똘히 생각에 잠긴 병구는 연거푸 소주잔을 기울였다. 나는 무슨 큰 깨달음이라도 기다리는 사람처럼 조용히 병구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방법이 없지는 않은 거 같은데 말이여...”
어차피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었다. 은영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5000만원이라는 돈만 있다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복잡하게 인간관계가 얽혀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문제는 상당히 심플한 것이기도 했다. 문제는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것이었다.
병구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내 스스로가 마담으로 뛰어들어 업주로부터 마이낑을 미리 받는 것이었다. 마담은 대략 10명 정도의 선수를 자신의 아래에 두고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5000만원 정도의 마이낑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매달 1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이제 선수생활을 한 지 2개월이 조금 넘는 ‘완전초짜 선수’였다. 물론 병구는 그 짧은 기간 안에 에이스가 될 수 있었던 나의 가능성을 보고 한 이야기였다.
“정말이냐 병구야? 월 1억 정도만 하면 5000만원은 마이낑으로 받을 수 있다는 거야?”
내가 말을 꺼내놓고도 나 스스로가 낯선 말이기도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입에서 ‘1억’이라는 말이 나왔다. 어느 새 돈의 개념 자체가 없어진 것인지, 아니면 이제 돈을 벌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말인지, 정말 과거 같으면 도저히 입에도 올릴 수 없는 금액을 이제는 나 스스로도 서슴없이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1000원짜리 한 장이 없어 10km를 걸어 다닌 것이 몇 개월 전의 일이었는데…
하지만 병구의 첫 번째 제안을 실행하기에는 난관이 너무 많았다. 어디서 10명의 선수를 구할 것이며, 또 내가 ‘한 달에 1억원씩 벌어들일게요’라고 말을 한다고 하더라도 나를 믿어줄 사람이 과연 있기는 있단 말인가. 꿈은 높게 잡아야 한다지만, 자칫하면 가랑이가 찢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자 병구는 두 번째 방법을 제안했다.
“두 번째 방법은 말이야, 간단해, 은영씨를 포기해. 그러면 아무 일도 아니잖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게 되면 고민할 필요도 없고, 마이낑도 필요없다. 지금껏 해왔듯이 그냥 그렇게 호빠생활을 하며 돈을 버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병구가 약간 얄미워지기도 했다. 지금 나에게는 은영씨가 그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구에게는 그것만이 답은 아니었다. 내 표정이 좋지 않은 걸 알았는지, 병구는 다시 입을 열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선수 초짜인 네가 할 수 있을까?”
나의 귀가 다시 쫑긋 세워졌다.

<다음호에 계속>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