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문제적 후보들 명단 공개

자녀 병역비리 의혹부터 섹스 스폰서 의혹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20대 총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종 후보자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여야 모두 깨끗하고 경쟁력 있는 후보자를 선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일부 후보자들 중에는 무슨 염치로 출마한 것인지 궁금한 ‘문제적 후보’들이 있다. 과거 다양한 구설에 휘말리고도 뻔뻔하게 출사표를 던진 문제적 후보들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우선 새누리당 경선에서 배제되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울산 남구갑 박기준 후보는 과거 섹스스폰서 검사 사건에 연루됐던 인물이다. 박 후보는 “금품제공과 성접대는 사실무근으로 이미 무혐의 판결을 받은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시 무혐의 판결을 받은 것은 공소시효가 끝났기 때문이지 의혹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당시 부산지검장이었던 박 후보는 이 사건을 취재하고 있던 <PD수첩>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반말과 막말 등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 후보는 방송사 PD와의 통화에서 “PD가 검사한테 전화해서 왜 확인을 하는데?”라며 시종일관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마치 일반인들은 감히 검사에게 질문도 할 수 없다는 태도로 공분을 일으켰다.

참사 일으키고
승승장구

경북 경주시에 공천이 확정된 새누리당 김석기 후보는 서울경찰청장 시절인 지난 2009년 용산참사를 일으킨 주인공이다. 김 후보의 무리한 진압으로 당시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사망했다. 김 후보는 용산참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이후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취임하는 등 승승장구했고, 이번에는 새누리당의 공천장까지 받았다. 참혹하게 숨진 희생자와 그 유족을 모독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딸 취업청탁 논란의 당사자인 윤후덕 의원을 경기 파주갑에 단수 추천했다. 더민주는 당초 윤 의원을 공천 배제했지만 재심을 통해 구제했다. 윤 의원은 지역구에 있는 LG디스플레이 대표에게 전화해 딸의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초 LG디스플레이는 변호사 1명을 채용하기로 했지만 윤 의원의 딸을 추가로 합격시켰다. 윤 의원은 “대표와 통화한 것은 맞지만, 딸의 실력이 되면 들여다봐달라고 했을 뿐”이라며 취업청탁 사실을 부인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서울 강서갑이 지역구인 신기남 의원은 아들이 로스쿨 졸업시험에서 탈락하자 학교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 의원은 이 같은 의혹으로 더민주 공천에서 탈락하자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공천을 받았다.

다가온 총선…이런 후보 뽑아야 할까
법안발의 0건 의원을 또 비례대표에?

더민주는 처남 취업청탁 의혹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는 문희상 의원도 컷오프에서 구제해줬다. 더민주는 문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할 마땅한 후보자가 없다는 이유로 당규 부칙을 신설해 문 의원을 후보자로 의결했다.

문 의원은 지난해 고교 후배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처남의 취업을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문 의원의 처남은 해당 회사에서 실제 근무하지도 않았음에도 억대 연봉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은 “당시 처남이 제 처에게 대한항공에 납품하게 해달라고 부탁하자 처가 대한항공 인사와 친분이 있는 제 지인에게 소개를 부탁한 적은 있다”며 “하지만 납품은 성사되지 않았고 취업을 청탁한 사실도 없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과거 자신의 보좌진을 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경기 수원병 공천이 확정됐다. 김 의원실에서 일했던 한 보좌진은 지난해 9월 김 의원이 자신을 폭행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은 한 행사장에서 홍보 동영상을 미리 틀어두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좌진의 정강이를 걷어찬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보좌진은 폭행 사건을 겪은 뒤 스스로 국회를 떠났다. 또 다른 보좌진도 “김 의원에게 인격 모독성 발언을 자주 들었다”고 주장해 논란은 증폭됐다. 김 의원은 지난 2014년 7·30재보선을 통해 당선됐는데 국회 등원 1년여 만에 보좌진을 7∼8명이나 갈아치운 것으로 확인돼 보좌진들의 주장을 뒷받침해줬다. 하지만 김 의원 측은 업무처리가 미숙한 보좌진들에게 다소 언성을 높인 경우는 있었지만 막말이나 폭행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취업청탁
억대연봉

새정치를 약속한 국민의당도 문제적 후보들을 다수 공천했다. 전북 정읍·고창에 공천된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은 지난해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쓴 여기자를 ‘쓰레기 기자’라고 지칭해 논란이 됐으며, 전북 의원 조찬회동 중 탈당자 복당 문제를 논의하면서 동료의원에게 욕설을 하기도 했다.

당시 유 의원은 자신의 주장에 이견을 보인 한 초선의원에게 욕설이 섞인 막말을 했다. 한 간담회 참석 의원은 “욕설을 들은 초선의원이 탁자를 치면서 벌떡 일어나 항의했고 주변에서 말리지 않았으면 몸싸움으로 번졌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유 의원의 보좌진 중 한 사람은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 새정치연합을 ‘개정연’으로 비하하고 송하진 전북지사, 정세균 의원, 우원식 의원 등을 무차별적으로 비판해 논란이 됐다. 해당 보좌진은 유 의원의 자질론을 지적한 <한국일보> ‘험한 입 유성엽’ 기사에 대해 “기레기 원조 <한국일보>야... 지난번 이완구 청문회 때 당한 거 복수하냐? 추잡한 짓거리...”라고 댓글을 달았다.

<오마이뉴스>의 ‘유성엽 “쓰레기 같은 기자, 태풍에 쓸어버려야” 기사에는 ‘기술이나 배워라, 당장 기자 그만두고 실업급여나 받으라, 너 같은 기레기 하나 그만둬도 상관없다’ 등 모욕적인 댓글을 쏟아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이 같은 보좌진의 일탈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광주 광산구을에 공천된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은 현재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위증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당시 권 의원 공천에 대해 여당은 위증에 따른 보은공천이 아니냐며 야권을 맹비난했다. 게다가 권 의원은 변호사 시절 맡았던 사건 피고인의 아내가 위증 혐의로 처벌을 받았으며, 피고인의 아내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변호사가 시키는 대로 (법정에서) 말했다”는 진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보선 과정에서는 권 의원의 재산축소신고 의혹이 불거져 전체적인 선거판세에 악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당시 더민주는 “현행 재산등록 제도상 비상장주식의 경우 액면가로 신고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산신고 누락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진보정당들조차도 “법적 하자가 없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국민들은 도덕적 불감증으로 받아들일까 걱정”이라고 더민주를 비판했다.

경기 의정부을에 공천 된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지난 2014년 자신이 소유한 박물관에서 일하는 아프리카 예술가들에게 노예노동을 시켰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당시 아프리카 예술가들은 쥐가 들끓고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숙소에서 지냈으며, 홍 의원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이들에게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홍 의원은 “박물관 운영은 박물관장에게 일임해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으나 근로계약서에서 홍 의원의 도장과 서명이 드러나 거짓해명 논란이 추가로 불거지기도 했다.

경기 안양시 동안을에 공천된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지난 2013년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누드사진을 보는 장면이 포착돼 물의를 빚었다. 당시 본회의는 오랫동안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여야 의원이 한자리에 모여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였기 때문에 심 의원을 향한 비난이 빗발쳤다. 경기 수원정에 공천된 정의당 박원석 의원도 지난해 국회 본회의 도중 ‘조건만남’이란 단어를 검색하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됐다.

경기 오산에 공천된 더민주 안민석 의원은 같은 당 시도의원과 현역 시장, 당원에게 18개월 동안 10만∼30만원씩을 받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 안 의원은 시의원들에게 막말을 하거나 무릎을 꿇게 하는 등 갑질을 했고, 지역 내 각종 비리에 개입한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경기 부천원미을에 공천된 더민주 설훈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20만달러 수수설’을 제기해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의 실형을 받았던 인물이다. 또 지난 2014년에는 ‘나이가 많으면 판단력이 떨어져 집에서 쉬어야 한다’는 노인 폄하성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부산 해운대갑과 기장군에 각각 공천을 받은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과 윤상직 전 산자부 장관은 선거조직 뒷거래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됐었다. 윤 전 장관이 출마지역의 선거조직 일부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하 의원에게 쪼개기 후원금을 주려고 했다는 의혹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논의만 오고 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강원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에 공천이 확정된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은 부동산투기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염 의원은 동계올림픽 개최지 인근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땅을 사들여 보상을 받거나 되파는 방법으로 상당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염 의원은 논문 표절 논란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당시 학술단체가 심각한 논문 표절이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학위를 수여한 국민대 역시 논문 표절을 인정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염 의원에게 아무런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부동산 투기
노인 비하

서울 송파병에 공천된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은 과거 자신의 보좌진에게 아들인 배우 송일국의 매니저 일을 보게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김 의원 측은 "문제 된 매니저는 국회 인턴이었는데, 송일국이 한창 드라마 촬영 중일 때 매니저가 갑자기 그만 둬 잠시 매니저 알바를 시킨 것”이라며 “알바비도 송일국이 모두 지급했다”고 밝혔다.

충남 천안갑에 공천된 새누리당 박찬우 후보는 아들 병역기피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 후보의 아들이 ‘혈소판 감소증’으로 군 면제까지 받은 상황에서 자신의 SNS에 혈소판 감소증 환자가 피해야 할 폭식과 음주 등을 했던 사진을 게재했기 때문이다. 또 박 후보는 자신의 자서전에 아들이 완쾌됐다고 적었는데 완쾌된 아들이 어떻게 군 면제를 받은 것이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아들의 장래를 위해 거짓으로 완쾌됐다고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야가 추천한 비례대표 후보들의 면면도 매우 실망스럽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유족들을 ‘시체장사’니 ‘거지근성’이니 하면서 비판한 김순례 전 대한약사회 부회장을 당선 안정권인 비례 15번에 배정했다. 논란이 일자 김 전 부회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과거 발언을 사과했지만 사퇴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면면 보니 20대 국회도 암울
컷오프 후보들 구제해주기도

새누리당 비례대표 7번에 배정된 신보라 청년이여는미래 대표는 이른바 ‘빽 공천’ 논란에 휘말렸다. 신 대표는 최공재 공천관리위원의 지인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더민주 비례 1번인 박경미 교수는 제자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더민주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은 박 교수의 논문 표절을 두고 “옛날에는 그런 경우가 많았다. 내가 보기에 그건 마이너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더민주는 지난해 장관후보자의 제자 논문 표절 사실을 집중 공략해 낙마시켰다.

더민주 비례 2번에 배정된 김종인 대표는 과거 비례대표를 4번이나 지내면서도 대표발의한 법안이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지역구가 따로 없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보통 법안 발의에 집중한다.

논문 표절
별거 아냐?

김 대표는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일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를 외치던 김 대표가 비례대표를 4번이나 지내면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단 한 건도 발의하지 않은 것은 충격적”이라며 “말로만 경제민주화를 외쳤지 애초부터 경제민주화에는 관심도 없었던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더민주 비례 12번에 배정된 이용득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같은 당 유승희 최고위원에게 욕설을 퍼부어 여성계의 반발을 샀던 인물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출산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는 막말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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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