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품질, 낮은 가격 음식이 뜬다!

외식시장에 부는 중저가 바람

실질소득이 줄고 미래 불안 등이 겹치면서 소비자들이 보다 싼 상품을 찾고 있다. 이에 따라 외식시장에 가격파괴 바람이 일고 있다.

정보분석기업인 닐슨의 자료(2013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가계가 어려워지면 외식비를 가장 먼저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식품소비행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4인 가족의 외식비용이 1회 평균 4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1인당 1만원꼴이다.

이에 따라 함부로 지갑 열기가 두려운 요즘 ‘초저가 마케팅’을 선보이는 점포들은 불황이 무색하리만큼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스테이크를 1만원 미만 가격으로 대폭 낮추고 양을 푸짐하게 한 중저가 스테이크전문점도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기존 뷔페나 패밀리레스토랑보다 가격이 낮은 한식뷔페도 인기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글로벌프랜차이즈학과장은 “소비심리 위축으로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저가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며 “특히 최근 가격파괴 점포들은 인건비 절감, 유통거품 제거 등 구조 개선을 통해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낮췄다는 점이 특징이다”고 말했다.

운영·결제시스템 등 가격거품 제거
저렴한 1만원대 한식뷔페 인기몰이

보통 4만~5만원선이었던 스테이크전문점도 가격을 낮춰 시장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그동안 가격대가 높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워 소비층이 한정되어왔던 스테이크를 1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즐길 수 있게 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역삼역 근처에 위치한 ‘리즈스테이크갤러리’는 삼겹살보다 더 저렴한 스테이크를 표방한다. 매장이 골목길 지하에 위치함에도 식사시간이면 항상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 인기 비결은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다. 스테이크는 격식을 차리고 먹는 비싼 음식이라는 편견을 깼다. 건강과 웰빙을 추구하면서도 불황 속 품질, 가격까지 꼼꼼히 따지는 실속소비 경향이 강해진 트렌드에 따라 가성비 좋은 스테이크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닭다리·목살·소고기 스테이크를 7900~9900원에 판매한다. 여기에 2900원을 더하면 쌀국수까지 먹을 수 있다. 가격대비 양도 푸짐해 지갑이 얇은 2030 젊은층과 직장인 고객이 많이 들른다. 스테이크 접시에 샐러드, 감자튀김, 필라프(터키식 볶음밥)를 풍성하게 내놓는다. 쌀국수, 볶음밥 등 잘 팔리는 메뉴만으로 구성해 매출 극대화를 꾀했다.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이유는 대량 구매와 빠른 결제 처리로 스테이크전문점들이 겪는 재료 수급의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식재료 원가를 절감함으로써 본사와 가맹점주의 부담은 줄이고 가맹점 수익률은 높였다. 또 주방에서 잔손질을 줄이기 위해 조리도 간편하게 해 노동 강도와 인건비도 줄였다.

‘서가앤쿡’은 원플레이트라는 한 접시에 2인분의 양을 제공하는 음식들이 새로운 트렌드로 유명해졌다. 메뉴 하나를 시키면 두 명이서 나눠 먹을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두 개의 메뉴를 시켜 여러 가지 메뉴를 나눠 먹는 재미를 준다.

샐러드를 함께 담는 목살 스테이크, 베이컨 까르보나라, 새우 필라프가 주요 메뉴인데 그 중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목살 스테이크다. 목살, 닭다리, 닭가슴살 스테이크 메뉴가 1만9800원으로 동일하다. 서가앤쿡은 지난 2006년 대구 동성로점에 처음 문을 연 이후 서울과 부산, 경남북 지역을 중심으로 20~30대 젊은 여성층에서 인기를 얻으며 현재 전국에 80여 개의 매장을 갖춘 대형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원가 최소화 전략

2012년에 론칭한 ‘스테이크레이브’는 바쁜 시간대에 손님이 직접 주문부터 식기 반납까지 하는 셀프서비스 시스템을 도입하고 호주산 냉장육을 직접 수입 하여 중간 유통단계를 없애, 원가를 최소화했다. ‘모모스테이크’는 2012년 부산 남포동에서 시작했는데, 찹스테이크와 함박 스테이크 메뉴로 구성된다.


뷔페도 가격파괴가 이어지고 있다. 샐러드, 메인메뉴, 후식 등 적게는 80여 가지, 많게는 100여 가지 이상 메뉴를 갖추고, 1만~2만원대의 가격에 내놓는다. 과거 샐러드바, 해산물 뷔페 등의 가격이 보통 3만원 안팎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저렴하다. 

한식뷔페의 포문을 연 것은 2013년 1월 경남 창원에서 시작한 ‘풀잎채’다. 지난해 한식 붐을 주도한 풀잎채는 백화점, 아웃렛, 대형쇼핑몰 등 특수상권에 입점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풀과 잎이 가득한 집을 콘셉트로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건강 메뉴를 다양하게 선보인다. 강원도 오대산에서 자란 곤드레 나물로 지어낸 곤드레 가마솥밥이 대표적이다. 훈제오리구이와 산채나물, 도토리묵, 모둠 쌈채소, 전, 튀김, 구이 등 100여 가지의 다채로운 한식을 제공한다. 식사를 마친 후 즐길 수 있는 제철과일, 전통 떡, 식혜 등도 있다.

이곳에서는 기존 찬 전개식 한식을 먹기 간편한 일품요리로 선보인다. 가격도 저렴하다. 성인기준 평일점심 1만2900원, 저녁과 주말·공휴일은 1만5900원이다. 돌잔치, 가족모임, 동창모임 등 각종 행사 장소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풀잎채는 그간 강원도 오대산 산나물 등 식재료를 지자체와 공동 생산하여 수급했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난 18년간 다수의 한식 브랜드를 운영한 본사의 노하우를 이곳에 담아냈다. 풀잎채는 아웃렛, 백화점 등 쇼핑몰에 330~396㎡(100 ~120평) 규모 대형 매장 42개를 운영하고 있다. 투자자와 본사가 공동으로 투자해 매장 운영은 본사와 전문매니저가 하는 공동투자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수익 증대 전략

2014년 7월 경기도 판교에 문을 연 CJ푸드빌의 ‘계절밥상’은 산지 제철 식재료로 만든 건강한 밥상을 모토로 70종의 음식을 선보인다. 주요 고객층은 40~50대 여성과 가족이다. 이랜드의 ‘자연별곡’은 2015년 5월 경기도 분당 미금에 첫 점포를 열었다. 팔도를 담은 왕의 밥상을 콘셉트로, 전국 팔도 전통 진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가격은 1만원대. 올 10월 신세계푸드에서 론칭한 ‘올반’은 종가집 전통 음식을 내놓는다. 현재 여의도와 강남 센트럴시티에 2호점까지 있다.

올해는 가성비가 높은 업종이나 브랜드가 득세할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의 공유로 거품이 낀 상품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기존 패스트푸드 햄버거나 서양식 패밀리레스토랑은 힘을 잃고, 실속형 스테이크전문점이 이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파괴 점포의 문제점은 과연 창업자의 수익성이 보장되느냐다. 저가 전략을 내세울 때는 몇 가지 유념해야 한다. 저가 아이템의 경우 안정성은 높은 대신 수익성은 낮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인건비나 임대료 등 고정비용 절감,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가격이 다른 어떤 구매 요소보다 중요시되는 아이템이 아니라면 금방 식상하거나 싸구려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 관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격은 낮추면서도 품질은 높이는 ‘저가격 고품질’ 전략으로 손님들의 만족도를 높여야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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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