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신후 허위공시 공방

대주주가 개미투자자 피 빨았다?

[일요시사 취재2팀] 이창근 기자 = 코스닥기업 ㈜신후가 수상하다. 작년 하반기 1000원대 초반에 머무르던 주가가 11월에 1만3000원을 찍더니 현재는 3000원 선에 머물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작전세력의 신후 개입설과 신후의 전임 대표이사와 현 대표이사가 짜고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더불어 회자되고 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신후의 전·현직 경영진이 허위공시로 주가를 띄운 뒤 개미들의 고혈을 빨아먹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 신문고와 금감원 등에 민원을 넣은 주주와 검찰에 소를 제기한 주주까지 등장했다. 오는 3월30일 오전 9시. 신후 본사 2층 회의실에서 개최될 주주총회가 조용히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는 배경이다.

작년 6월18일까지 신후의 주가는 880원이었다. 이전 3년 동안 매출부진과 그에 따른 적자경영으로 인해 주가가 바닥을 긴 것이다. 그러던 것이 6월19일부터 나흘간 매일 30%씩 상한가를 쳤다. 그 결과 주가는 4일 만에 120%가 상승한 1920원이 됐다.

나흘간 매일
30%씩 상한가

이러한 신후의 주가상승에는 에너지 신기술사업 진출 공시가 큰 배경이 됐다. 당시 경영진인 정모, 김모씨가 임시이사회를 열어 이장헌(58) ㈜이에스에스콤 대표를 신후의 각자대표로 영입한 것이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이장헌 대표는 국내 신기술 1호인 에너지저감장치(Ess시스템)의 개발자다. 이장헌 대표의 영입에는 신후의 이사회 의장인 이준희(53)씨 역할이 컸다. 기존 사업의 실적부진 탓에 사업 다각화가 절실했던 신후 경영진의 ‘신의 한 수’가 시장의 호응을 받은 것이다.


새로 취임한 이장헌 각자대표의 활동은 대단했다. 취임 두 달 만에 중국 가스계량기 1위 제조업체인 단동동발그룹과 단동로봇과학기술 유한공사로부터 각각 20억원씩 총 4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냈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사옥 건축현장을 비롯한 2건의 Ess시스템 공급계약을 따낸 것이다.

이러한 호재들은 곧바로 주식시장에 반영됐다. 그 결과 작년 6월 880원이던 주가는 10월 슬슬 바람을 타더니 11월에는 1만3000원 고지를 밟았다.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이 대박을 낸 것이다. 시가총액도 160억원에서 2600억원으로 급등했다.

이런 신후의 대박은 ㈜이에스에스콤 이장헌 대표의 영입이 큰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그전까지 신후의 매출액은 50억원 규모에 불과했고 심지어 3년 연속 적자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영업적자만 26억원 규모다. 따라서 신후의 주가폭등은 매출 실적의 반영이라기보다 향후 전개될 신사업의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주가 고점을 찍은 11월 이후 신후 경영진이 보여준 행보다. 12월 최대주주이자 각자대표인 김모씨가 갑자기 사퇴를 하고 그 자리를 이사회 의장인 이준희씨가 취임한 것까지는 큰 문제가 아니다. 김씨와 이 의장은 부부지간으로 특수관계인이고, 그간 회사 내부의 결재들도 이 의장이 대리 서명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임 대표를 겸임한 이 의장이 최근 개최한 이사회에서 자신이 영입한 이장헌 각자대표를 해임시키면서 발생했다. 그 동안 감춰진 내부 갈등이 외부로 표면화된 것이다. 여기에 대주주 먹튀설과 허위공시를 통한 작전설 그리고 이사회 회의록 위조를 비롯한 전·현직 대표의 횡령과 배임 의혹 등 온갖 악재가 한꺼번에 튀어나왔다.

가장 민감한 사안은 대주주 먹튀설이다. 최대주주이자 경영자인 김모씨가 주가 최고점에서 대량의 주식을 매각, 100억원 대의 이익을 챙기고 사임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량의 주식매각으로 인해 최대주주가 변경된 사실을 새 대표의 지시로 은폐되고 있다는 의혹이 덧붙었다.
 

공시은폐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에 따른 처벌은 차지하더라도 소액주주들의 엄청난 비난이 잇따를 것이 자명해 보인다. 더불어 김씨와 부부관계에 있는 현 대표에게도 큰 부담이 될 사안이다. 투자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주요 정보를 감춰 온 것은 부부가 짜고 개미들을 유인해 왔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후의 공시 담당자는 대주주 먹튀설에 손사레를 쳤다. 작년 10월14일과 15일에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던 김씨가 143만주를 시장에 매각한 것은 맞지만 먹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시 처분단가는 1900원에서 2000원 정도였고, 최대주주의 지분 변동에 대해 금감원에 신고했다”고 덧붙였다. 1만3000원대에 주식을 팔았다는 얘기는 모함이라는 것이다.

또 “신후가 금감원에 거짓 신고했으면 곧바로 정정요구가 온다. 그런데 아직까지 정정요구가 없다. 정당한 근거 없이 신후를 흠집 내는 세력에게는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신후 담당자의 주장은 한국예탁원에 보관된 주주명부에 의해 사실과 다름이 입증되고 있다. 2015년 12월31일 기준 정기주주총회 주주일람부 세부 변동내역을 살펴보면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김모씨가 10월15일에 143만주를 장내매도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처분단가는 2911원. 1900원에서 2000원 정도에 매각했다는 공시담당자의 발언과는 격차가 있으나 소소한 문제로 치부하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예탁원이 보유한 주주일람부에는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 존재한다.

자료에는 작년 12월31일 기준 최대주주였던 김모씨의 보유주식이 343만주로 나와 있기 때문이다. 당초 김씨가 보유한 주식은 580만주. 이 중 장내 매도를 통해 143만주를 매도했으니 437만주가 남아야 한다. 그런데 예탁원의 주주명부상 김씨의 보유주식은 보호예수가 걸려 있는 343만주로 나타났다. 93만주가 빈 것이다.

주가 고점서 최대주주 먹튀
현 대표는 배임 의혹 일어

이미 주주들 중에서는 “작년 11월 주가최고점에 난데없이 무더기로 물량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때 김대표가 물량을 털어냈을 것”이란 의혹이 공유된 바 있다. 이번 입수된 예탁원의 자료는 그때의 의혹이 허위가 아닌 사실에 가깝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당시 주가는 1만원에서 1만3000원 사이에 움직였으니 93만주의 처분총액은 93억원에서 120억원 사이로 추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93만주의 추가매각으로 인해 김씨의 보유주식이 줄어들면서 최대주주가 바뀐 대목이다. 자료에 의하면 현재 신후의 최대주주는 이장헌 전 각자대표의 이에스에스홀딩스다. 총 365만주. 김씨의 잔여 보유주식보다 22만주 많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신후는 아직까지 최대주주 변경을 공시하지 않고 있다. 개연성은 두 가지. 김씨가 내부 임직원들에게 주식매각 사실을 숨겼거나 아니면 알 만한 사람은 다 알면서 이를 쉬쉬하고 있거나다.

코스닥상장협의회 관계자는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숨긴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거래소의 시장조사팀이나 금감원의 실사결과에 따라 검찰고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회사를 경영하던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가 보호예수 주식 외의 주식 전부를 처분하고 회사를 떠난 사실을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부분은 도덕적으로도 큰 문제가 있다는 첨언이다.   

수상한 대주주
“물증 나왔다”

공시은폐에 대한 이슈는 이준희 현 대표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911원에 매도한 143만주로 41억원, 여기에 1만원대에 처분한 93만주 금액을 계산하면 최소 130억원 상당의 거금이 부인 통장에 들어왔는데 이를 남편이 모를 리가 없다는 눈총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의 변경 등이 알려져 개미들이 떨어져 나가면 3000원 전후의 현 주가가 무너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은폐했다고 오해 받을 공산도 크다. 공시로 부양된 주가가 공시로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준희 대표를 압박하는 카드는 또 있다.

이 대표가 의장 시절에 영입했다 최근 해임한 이에스에스콤 이장헌 전 각자대표가 이 대표와 부인 김씨를 상대로 횡령과 배임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상태다. 이장헌 전 대표는 “이준희 현 대표가 내 이름과 기술을 철저히 이용해 먹고 버렸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자신이 취임 초에 유치한 중국 투자금 40억원을 이 대표 부부가 횡령 또는 전용하는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나름 뚜렷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작년 10월29일 신후와 중국 투자자 사이에 작성된 보충합의서가 그 근거다. 보충합의서 제4조에 의하면 ‘투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이에스에스콤의 Ess 에너지 절약계열 상품발전에 이용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자금의 집행에 있어 각자대표인 이장헌의 사전 승인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조항도 붙어 있다.
 

자금의 용도와 절차, 승인 주체 등이 명확히 규정된 계약이다. 문제는 이러한 명확한 계약 조항에도 불구하고 실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금이 집행됐다는 점이다. 작년 10월30일 입금된 중국 측 투자금 40억원은 나흘 뒤인 11월4일부터 12월9일까지 현금 10억원과 수표 30억원으로 전액 인출된 상태다. 이는 이장헌 전 각자대표가 해임 직전에 주거래은행을 통해 확인한 사안이다.

이 전 대표가 신후 경영진을 상대로 횡령과 배임 의혹을 제기한 근거다. 물론 이장헌 대표는 수상한 자금 인출에 대해 김 대표와 이 의장을 추궁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자금의 이동과 집행에 대한 사전 승인을 한 적이 없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각자대표에서 해임됐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가 40억원 중국 투자금의 횡령이나 전용은 국제사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신후 관계자는 “당시 중국 측 투자는 운영자금 명목으로 투자받은 것”이라고 반박하다가 보충합의서의 내용을 확인했다는 기자의 반문에 입장을 바꿨다. 계약을 인정한다고 쳐도 투자금 40억원을 Ess 사업에 집행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Ess시스템 관련한 기술과 사업체에 아무런 실체가 없었기 때문”으로 돌렸다. 자금을 집행하려 해도 이장헌 대표의 회사가 이를 받을 상태가 안 됐다는 것이다. 중국 측에 약속한 Ess시스템 샘플의 납기를 지키지 못했다는 점도 반복해서 강조했다. 또 40억원은 회사 운영비로 집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소액주주 허위증시 증거 확보
공시로 흥한 자 공시로 망하나

그러나 이장헌 전 대표는 “신후 측 담당자가 너무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신후에 투자한 것은 에너지사업과 관련한 Ess시스템에 대한 관심 때문이지 적자에 허덕이는 회사를 보고 투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이 계약서에 자금의 용도와 절차를 지정한 것이 그 반증이라는 주장이다. 샘플의 납기를 어긴 것도 당시 신후의 김 대표와 이 의장 측이 모든 자금을 횡령해 간 여파라는 입장이다.

“실체가 없어 자금을 집행할 수 없었다”는 대목에 대해서는 안색이 돌변했다. 적반하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놓은 문건이 국민보험공단 신축공사를 맡은 협력사가 신후에 보낸 문건이다. 이 문건은 에 Ess시스템 납품함에 있어 신후가 상주시에 지방세를 체납하고 있어 상주시로부터 채권압류통지를 받았고, 그에 따라 물품공급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후 측은 Ess시스템에 대해 실체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각자대표로 취임했을 때 신후는 상장폐지를 걱정해야 할 수준이었다. 세금, 4대보험 모두 연체 중이었다. 그런 회사에 중국 자금을 유치해 놓으니까 두 부부가 40억원을 다 빼돌려 놓고 이제 와서 오리발이다.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장헌 전 대표 외에도 이준희 현 대표를 벼르고 있는 이들이 더 있다. 신후의 소액주주인 채모씨와 김모씨 등이 현 대표를 사문서 위조와 인장, 사인 등의 위조 및 부정사용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한 것이다. 이 고발장 내용 중에 눈에 띄는 대목은 이사회의 일원인 김모 이사의 자필확인서다.
 

확인서 내용을 요약하면, 김 이사는 이사 선임 이후 단 한 차례도 이사회 개최를 통보받거나 참석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이사회 회의록에 있는 자신의 도장과 서명은 불법으로 위조, 날인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신후 측 담당자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결국 신후의 전+현직 경영진을 둘러싼 날 선 공방은 검찰과 금감원 등에 의해 그 진위가 드러날 전망이다. 그 여정도 짧게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 특히 오는 31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는 현 경영진을 상대로 한 이장헌 전 대표의 거센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김씨의 주식매도로 인해 이장헌 전 대표의 이에스에스홀딩스가 신후의 최대주주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이번 주총에서 현 경영진 해임을 안건으로 한 표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이준희 대표를 해임시키고 본인 또는 전문경영인을 대표로 앉혀서 신후 경영진이 감추고 있는 온갖 비밀을 파헤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특히 동부코어 20억 유상증자의 공시에 대한 진실규명에 주력할 방침이다. 당초 신후는 작년 9월 동부코어가 20억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했다가 올해 1월 중국 홍룬로봇과학기술 유한공사가 대신 투자한다고 공시했고, 다시 지난 3월10일 두 명의 개인 투자자로 정정한 바 있다.

이 전 대표가 주목하는 부분은 동부코어 대신 중국 회사가 유증에 참여한다고 변경한 부분이다. 신후의 현 대표가 애초부터 허위공시를 띄워 소액주주를 기만한 정황과 증거가 있다는 것이다.

“동부코어 유증 발표 시점부터 사기공시였다. 주가를 띄우기 위한 현 대표의 작전에 개미투자자들이 놀아난 것이다. 동부코어가 5개월 동안 대금을 납부하지 않았던 것이 그 증거다. 또 중국 기업이 대신 참여하기로 한 공시는 완전 사기다. 내가 직접 중국 측에 확인한 사실이다. 나만 확인한 것이 아니다. 소액 주주들이 직접 중국 측으로부터 답변까지 받았다.”

계약 위반은
국제범죄

그러면서 내놓은 것이 소액주주들이 회신을 받은 중국 측의 답변이다. 답변 중 주목할 대목은 ‘당사는 신후의 20억 출자에 대해 아무런 약속이나 계약의 서명을 한 적이 없고, 이에 대한 공고나 발표를 한 적이 없다’는 부분이다.

여기에 신후의 이준희 대표로부터 “중국의 투자금 납입은 사실이 아니고 회사를 위해 편리하게 공시한 것이다. 급해서 그랬다. 나중에 자금을 만들어 넣으면 된다”는 요지의 발언을 직접 들었다는 인물까지 등장했다. 이씨 부부가 상장폐지 직전의 회사를 가지고 한국과 중국 투자자를 기만하는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또한 현 대표인 이씨와 부인 김씨가 저지른 불법행위가 용인될 경우 다수의 선량한 투자자와 주주들에게 큰 피해가 돌아갈 것임을 경고했다. 더 이상 실적개선이 아닌 공시조작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는 30일, 신후의 주총에서 누가 경영권을 확보할 지가 주목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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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