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특집> ②화제의 격전지 빅매치 대진표 공개

최대 승부처 윤곽…공천 탈락자가 변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20대 총선이 불과 2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판세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총선 대진표가 속속 확정되고 있지만 여야의 공천 탈락자들이 대거 무소속 출마를 추진하면서 다여다야(多與多野)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국민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돕기 위해 <일요시사>가 확정된 20대 총선 대진표를 정리해봤다.

올해 치러질 총선의 최대 격전지는 수도권이다.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은 의석수가 기존 112석에서 122석으로 10석이나 늘어났다. 여야 모두 수도권 탈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우선 서울에서는 49개 지역구 중 13곳에서 여야의 대진표가 확정했다. '정치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에서는 새누리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정세균 의원, 국민의당 박태순 후보가 대결한다.

수도권 122석
의석 중 절반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로 서울시장직을 스스로 내려놓고 정치권을 떠났던 오 전 시장이 화려하게 정치권에 복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 전 시장은 최근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로도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오 전 시장과 격돌하는 정 의원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정 의원은 지난 19대총선에서 호남 지역구를 떠나 수도권에서 출마해 당선된 유일한 야권 인사다. 게다가 이번에는 정 의원이 지난 4년간 지역구를 관리해온 만큼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서울 노원병은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와 새누리당 이준석 전 비대위원의 대결이 예정되어 있다. 새누리당은 서울 노원병을 청년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해 사실상 이 전 비대위원의 공천을 확정했다. 이 전 비대위원은 고작 올해 만 31세가 된 정치신인이다.


안랩을 이끌었던 안 대표와 비교하면 사회경력도 일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 비대위원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를 오차 범위내의 근소한 격차로 뒤쫓고 있어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만약 이 전 비대위원이 안 대표를 꺾고 당선된다면 이번 선거의 최대 이변이 될 전망이다.

서울 광진갑도 화제의 지역구도 떠올랐다. 서울 광진갑 현역의원인 국민의당 김한길 의원이 지난 17일 야권연대 무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진갑 선거는 사실상 새누리당 정송학 후보와 더민주 전혜숙 후보의 1대1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3자대결 구도에서는 정송학 후보가 앞섰지만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표심이 어떻게 요동치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천 탈락 후폭풍
무소속 후보 난립

서울 은평을은 이곳에서 내리 5선을 한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무주공산이 됐다. 이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당내 경쟁자들보다 앞섰으나 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의원을 밀어내고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유재길 후보는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의 친동생인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유 후보는 더민주 강병원 후보, 국민의당 고연호 후보와 삼파전을 벌이게 됐다. 하지만 공천에서 탈락한 이 의원이 향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은평을 선거판세는 또 한 번 크게 요동칠 수 있어 변수는 남아 있다.

새누리당 이성헌 전 의원과 더민주 우상호 의원이 서울 서대문갑을 놓고 펼치는 5번째 대결도 흥미롭다. 두 사람은 지난 2000년 16대 총선부터 맞붙어 이 전 의원은 16·18대에서, 우 의원은 17·19대에서 각각 승리했다.

일여다야서 다여다야 선거로?
불출마냐 무소속 출마냐 기로

새누리당 안대희 후보와 더민주 노웅래 의원이 맞붙는 서울 마포갑도 이목이 집중된다. 새누리당은 최근 지지율이 더 높았던 강승규 전 의원을 공천 탈락 시키고 안대희 후보를 단수 추천해 논란이 됐다. 그런데 <국민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후보는 야권 후보가 난립하는 상황에서도 노 의원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 새누리당에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공천에서 탈락한 새누리당 강 전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고 있어 새누리당이 어렵게 영입한 안 후보가 낙선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을에서는 권영세 전 새누리당 의원이 신경민 더민주 의원과 재격돌하고 관악갑에선 더민주 유기홍 의원과 국민의당 김성식 후보가 재격돌을 펼치게 돼 관심을 모은다. 관악을에서도 지난해 재보선에서 맞붙은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과 더민주 정태호 후보가 리턴매치를 벌인다.


구로을에선 4선 고지를 노리는 더민주 박영선 의원에게 새누리당 강요식 후보가 도전한다. 강 후보는 박 의원과 비교해 인지도가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박 의원보다 지지율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기지역에서는 새롭게 신설된 경기 수원무에서 3선에 도전하는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과 4선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전 의원의 대결이 관심을 끌고 있으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스타로 떠오른 더민주 은수미 의원과 새누리당 신상진 의원의 성남중원 대결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수원갑에서 수원을로 지역구를 옮긴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더민주 백혜련 후보와 국민의당 이대희 후보와 대결한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종훈 의원을 밀어내고 새누리당 텃밭인 성남 분당갑에 공천된 권혁세 후보는 더민주 김병관 후보와 일전을 치른다. 김 후보는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직접 영입해 화제가 됐던 벤처기업가다.

일여다야?
다여다야?

경기 안성시에서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측근인 김학용 의원이 더민주 이규민 후보와 국민의당 이상민 후보의 도전을 받는다. 파주을에선 새누리당 사무총장인 황진하 의원과 ‘박정어학원’으로 유명한 더민주 박정 후보가 대결한다.

경기 안양시 만안구에서는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가 5선에 도전한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새누리당 장경순 후보가 이 원내대표의 5선 도전을 막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천 계양을에서는 더민주 송영길 전 인천시장과 현역의원인 국민의당 최원식 의원의 대결이 관심을 끌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의사 출신인 윤형선 후보를 내세워 야권분열로 인한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인천 남동갑은 더민주 박남춘 의원에게 새누리당 문대성 의원, 국민의당 김명수 한국노동경영연구원장이 도전장을 던졌고, 남동을은 더민주 윤관석 의원에게 새누리당 조전혁 전 의원, 국민의당 홍정건 시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 정의당 배진교 전 남동구청장이 도전하고 있다.
 

한편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의당의 공천 결과를 보면 지금까지 전국에서 3당 모두 후보를 낸 지역구는 총 37곳이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서울 종로·동대문갑·성북을·노원병·은평을·마포을·강서병·동작을·관악갑·서초을, 경기 수원정·부천소사·부천오정·광명갑·평택갑·의왕과천·시흥을·용인병, 인천 중동강화옹진·연수을·남동을·부평을·서구을 등 23곳에서 후보를 내 새누리당과 일여다야의 대결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승부처 수도권…지역구 절반 몰려
20일 남았는데 '깜깜이 선거' 우려

지금까지 살펴본 수도권과는 달리 지방의 공천작업은 매우 더딘 상태다. 아직까지 여야 대진표의 상당수가 공백으로 남아있다. 새누리당은 텃밭인 대구 12곳 중 동구갑 정종섭 후보, 수성갑 김문수 후보, 달성군 추경호 후보 등 3곳만 후보를 확정했다.

더민주는 수성갑 김부겸 후보만 공천을 확정해놓은 상태다. 이외 영남지역에서 여야 주요 3당의 후보자가 모두 결정된 곳은 경북 안동과 부산 수영구, 울산 동구, 울산 울주 등 4곳에 불과하다. 야권의 텃밭인 전북과 전남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각각 2곳만 후보자가 확정됐고, 광주는 1곳만 대진표가 완성됐다.


여야 텃밭 지역구 중 가장 주목받는 곳은 단연 대구 수성갑이다. 이곳에선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더민주 김부겸 전 의원이 대결을 앞두고 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김 전 의원이 각종 여론 조사에서 김 전 지사에 크게 앞섰지만 최근에는 오차범위까지 격차가 좁혀졌다. 김 전 의원이 과연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새누리당의 텃밭에서 당당히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광주 서구을은 현역의원인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가 6선에 도전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신인인 더민주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양 전 상무도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인사다. 이 밖에 전북 전주병에서는 현역인 더민주 김성주 의원과 국민의당 정동영 전 의원이 맞붙게 돼 눈길을 끌고 있으며, 경남 김해을은 천하장사 출신인 새누리당 이만기 당협위원장과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유명한 더민주 김경수 경남도당위원장이 대결한다.

충청지역에서도 속속 여야의 대진표가 완성되고 있다. 먼저 대전 동구에서는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이 1인 신청지역으로 공천이 확정했고, 더민주는 강래구 예비후보가 원외 단수추천으로 공천을 받았다. 서구갑에서는 새누리당 이영규 후보가 국회부의장 출신인 더민주 박병석 의원과 격돌한다.

여당의 압승?
이변 일어날까?

대전 서구을에는 더민주 박범계 의원과 새누리당 이재선 후보의 3번째 대결이 펼쳐져 눈길을 끈다. 이 후보는 지난 1996년 15대 총선부터 꾸준히 서구을 지역구에 출마해 15·16·18대 의원에 당선된 바 있다. 현역인 박 의원과 이 후보는 18·19대 총선에서 맞붙어 1승1패를 기록 중이다.

마지막으로 야권의 텃밭인 제주에서는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졌다. 제주지역구 3곳 중 현역의원 중에는 제주갑 강창일 의원만 유일하게 공천됐다. 강 의원과 함께 나란히 17대 총선부터 19대총선까지 3선고지에 올랐던 김우남 의원은 공천 경선에서 패하고 말았다. 서귀포시 현역의원이었던 더민주 김재윤 전 의원은 입법로비사건으로 구속기소되면서 의원직을 상실해 일찌감치 출마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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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