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친노 죽이기' 노림수

더민주 '더' 완벽한 문재인당으로 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휘두르는 공천 칼날이 무척 매섭다. 범친노로 분류되는 전직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비롯해 친노진영의 좌장격인 6선의 이해찬 의원까지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김 대표가 난데없이 친노진영을 향해 칼을 겨눈 이유는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친노진영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금까지 더민주 공관위는 원내대표를 지낸 전병헌 의원을 비롯해 친노진영의 좌장격인 6선의 이해찬 의원까지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이외에도 유인태, 김현, 정청래, 강기정, 오영식 의원 등이 공천에서 탈락했는데, 모두 친노나 범친노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라 눈길을 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김 대표가 난데없이 왜 친노를 향해 칼을 겨눈 것일까? 공정한 공천심사의 결과라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일례로 친노진영의 좌장격인 이해찬 의원을 공천 탈락시키면서도 당 공관위는 뚜렷한 낙천이유도 밝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짜 의도는?

당 공관위는 이미경 의원과 정호준 의원에 대해선 “경쟁력이 낮고 의정활동이 부진했다는 평가”라며 컷오프의 이유를 밝혔지만 이해찬 의원에 대해선 “하위 50%에 들지 않아도 공관위에서는 여러 가지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며 정무적 판단에 의해 이해찬 의원이 컷오프 됐음을 시사했다. 이해찬 의원은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자 참여정부 때 실세 국무총리를 지낸 당내 친노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이같이 무자비한 컷오프를 진행하면서 공관위 측은 이해찬, 문희상, 정청래, 전병헌 지역구에는 현재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이들 4명은 지역 내 지지율이 높아 공천을 받는다면 충분히 당선이 가능한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컷오프를 진행한 것이다. 이해찬 의원의 공천배제에는 김 대표의 뜻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대표는 비대위 회의에서 “선거구도 전체를 위해 결단이 필요하다. 내가 악역을 맡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때문에 김 대표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우선 이 같은 친노 물갈이는 야권연대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은 통합이나 연대의 명분으로 친노패권주의 해체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김 대표가 야권연대론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이번에 컷오프 당한 이해찬 의원은 국민의당에서 표적공천을 하겠다고 밝히는 등 공천배제를 강력하게 요구해왔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분석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더민주가 친노인사들을 대거 공천탈락시킴으로써 국민의당의 창당명분은 계속 약화되고 있다. 안 대표가 더민주를 뛰쳐나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친노패권주의였다. 이로써 더민주는 야권연대가 실패하더라도 그 책임을 국민의당 측에 떠넘길 수 있게 됐다.

범친노 내치고 핵심 친문 챙기고
대권 라이벌 박원순 측근은 궤멸

또 더민주로서는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운동권 이미지를 극복하고 중도층을 공략하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선거결과를 분석해보면 보수성향을 가진 중도층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더민주가 운동권 이미지를 버리지 못한다면 선거는 해보나마나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에 공천에서 탈락한 친노계 의원들 중 상당수는 운동권 출신 강경파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 대표가 우클릭 행보를 강화하면서 당내에서는 “김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을 ‘더불어새누리당’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특히 ‘반노정서’가 강한 호남에서 국민의당과 겨루기 위해서는 친노인사들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불가피했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가 공천기준까지 무시하며 친노인사들을 물갈이 한 것은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정무적 판단이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이반된 사람들의 표를 끌어오지 않으면 안 된다. 그걸 내가 할 테니 당신(문재인 전 대표)은 당신이 장악할 수 있는 사람들을 스스로 통제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중도층 공략’을 맡고, 문 전 대표가 ‘지지층 결집’을 맡는 역할분담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친노인사들을 대대적으로 청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더민주가 친문재인당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까지 공천현황을 보면 문 전 대표가 전혀 손해 본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더민주가 지금까지 공천 탈락시킨 의원들은 범친노 중진이거나, 정세균계, 운동권 출신 인사 등이다.

정작 문 전 대표와 가까운 핵심 친문그룹은 대부분 살아남았다. 이들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캠프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물들이다. 문 전 대표보다 연배가 높거나 통제권 밖에 있는 의원들을 정리함으로써 총선이 끝난 후 문 전 대표의 당 장악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게다가 표창원, 김병관, 손혜원 등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인사들이 대부분 공천을 받으면서 신 친문계가 대거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의당 정동영 전 의원은 언론인터뷰에서 “더민주가 친문재인 정당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공천에서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사람이 배제됐다면 진정성을 인정받았겠지만, (문 전 대표와) 껄끄러운 사람들이 탈락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내년 대선 경선에서 문 전 대표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들은 공천 과정에서 대부분 탈락했다. 박 시장 측근 그룹으로는 기동민·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권오중 전 정무수석, 천준호 전 비서실장,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총장 등이 있는데 현재까지 살아남은 인물은 서울 성북을에 단수공천된 기 전 부시장이 유일하다.

아바타 공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강력한 경쟁상대 중 한명인) 안철수 의원은 이미 당을 뛰쳐나갔고, 박 시장 측 인사는 거의 궤멸되다시피했다. 이대로라면 내년 대선 경선은 해보나마나다. 문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것은 떼논 당상이다. 더민주는 완벽하게 문 전 대표에게 장악된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공천 결과를 놓고 문 전 대표가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임) 정치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4·29재·보궐선거 패배로 위기에 빠졌을 때도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혁신위원장으로 내세워 책임을 회피했는데 이번에는 김 대표를 내세워 대대적인 물갈이를 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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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