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판 흔드는 안철수 논개작전 노림수

총선 포기하고 대권 직행?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다 같이 죽자는 거냐?” 야권통합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당 곳곳에서 충돌음이 들려오고 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차라리 광야에서 죽겠다’며 후보 단일화마저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김한길 선대위원장을 비롯한 다수의 현역 의원들은 야권연대를 통해 개헌저지선을 지켜야 한다며 안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안 대표는 왜 끝까지 야권연대를 거부하고 있는 것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야권통합을 제안한 이후 국민의당 곳곳에서 충돌음이 들려오고 있다. 국민의당은 지난 4일 비공개 최고위를 통해 최종적으로 통합거부 결론을 내렸지만 여전히 당내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특히 김한길 선대위원장은 통합거부 당론을 정한지 3일 만에 공개적인 자리에서 야권통합론을 다시 꺼내 들며 안철수 공동대표와 충돌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교섭단체 이상 의석만 확보하면 여당이 개헌선을 넘든 말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안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현재 국민의당 의원들은 야권연대 여부를 놓고 의견이 둘로 나뉘면서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야권연대에 대한 이견으로 최고위에 불참하며 당무를 거부하다 지난 11일 선대위원장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갈등 최고조
분당 임박?

야권연대를 지지하는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창당한지 얼마나 됐다고 통합 제안을 받을 수는 없겠지만, 후보 단일화는 얼마든지 검토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닌데 안 대표가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지 모르겠다. 정말 다 같이 죽자는 것이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만약 국민의당이 끝까지 야권연대를 거부한다면 수도권 122개 지역구 가운데 80여곳 이상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단 2~3% 차이로도 당락이 결정되는 수도권 선거에서 양당이 충돌한다면 새누리당에 대거 어부지리 승리를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정동영 실패한 길 그대로 답습
무대책 고집? 진짜 속셈에 주목

이런 상황에서도 안 대표는 왜 끝까지 야권연대를 거부하고 있는 것일까? 안 대표의 공식적인 입장은 원칙 없이 뭉치기만 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야권통합으로 의석을 몇 석 더 늘릴 수 있을지 몰라도 정권교체 희망은 없다”며 “만년 2등, 만년 야당의 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의당의 분명한 목표는 기득권 양당 체제를 깨는 것이라며 야권연대조차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더민주와의 단일화 협상에서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현재 국민의당 수도권 출마자 중 안 대표와 김한길 위원장 등 몇몇 현역 의원을 제외하고는 무게감 있는 후보자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민주와 무작정 단일화를 하자고 한다면 결국 국민의당 후보들이 대부분 경선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안 대표가 이대로 시간을 끌면서 더민주가 백기투항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총선이 임박하면 다급해진 더민주가 수도권 몇 석을 양보하며 단일화를 읍소하는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대 총선 때도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에 몇몇 지역구를 양보하는 방식으로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또 안 대표로서는 단일화의 명분이 필요한대 시간을 끌면서 더민주에 여러 가지 개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이었던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7일 야권통합 수용의 전제 조건으로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의 정계은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여당 어부지리?
제3당 성공?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우리 당의 목표가 양당 기득권을 타파하자는 것이다. 더민주가 최소한 기득권을 내려놓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협력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선거 승리를 위해 무작정 단일화를 하자는 것은 아무런 감동도 없고 역효과만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권연대 실패의 책임이 오히려 더민주 쪽에 있다는 주장도 있다. 김종인 위원장이 진정으로 야권통합이나 연대를 원했다면 ‘안철수 빼고 다 오라’는 무례한 합당 제안은 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국민의당에 합류한 박지원 의원도 ‘김종인 위원장의 제안은 진실성이 없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종인 위원장의 야권 통합 제안은 사실상 안철수 죽이기 작전의 일환이었다”며 “국민의당이 통합에 응해도 좋고 거부해도 손해 볼 것은 없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통합론을 놓고 국민의당이 내부 갈등을 겪으면서 그렇지 않아도 하락세이던 국민의당의 지지도는 더욱 바닥을 치고 있다”며 “이대로 국민의당 지지율이 계속 하락한다면 단일화를 하지 않아도 사실상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1 대 1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로써 더민주는 총선에서 지더라도 그 책임을 야권연대에 반대한 안 대표에게 떠넘길 수 있게 됐다. 김 위원장의 이런 제안은 야권 통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호남 선거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안 대표는 양당 기득권 체제를 깨야 한다며 야권 연대 불가론에 힘을 실어줄 것을 당 안팎에 호소하고 있지만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상황이 이쯤 되니 정치권에서는 김종인 위원장의 제안처럼 국민의당 현역 의원들이 ‘안철수만 빼고 개별 복당 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더민주가 정식으로 통합 제안을 한 것이라면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지만 김종인 위원장이 전혀 진정성 없이 툭 던진 통합 제안 한마디에 우리 당이 이렇게 흔들리는 것을 보며 그야말로 절망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더민주 일각에선 안 대표가 차기 대권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논개 작전을 구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안 대표가 끝까지 야권연대를 거부하며 총선 패배를 유도하고, 그 책임을 떠넘겨 문 전 대표와 친노 세력을 야권에서 축출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안 대표가 총선 목표를 새누리당의 ‘과반 저지’가 아닌 ‘개헌선 저지’로 설정한 것도 총선 승리보다는 대선 승리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안 대표의 멘토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벼랑 끝에 선 제1야당과 문재인’이란 제목의 언론 기고문에서 “어차피 내년 총선은 틀린 것이고 다음 대선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제1야당을 일단 무너뜨려야 한다”며 “그러면 신당을 둘러싼 정치 지형이 크게 변할 것이다. 야권 개편의 회오리바람이 불 것”이라고 썼다.

논개 작전?
상생 작전?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내년 총선에서 어설프게 의석수를 유지한다면 친노에 인공호흡기를 달아주는 격밖에는 되지 않는다”며 “그렇게 되면 야권의 체질 개선은 유야무야될 것이고 차기 대선에서도 필패할 수밖에 없다.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지금 철저히 깨지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물론 안 대표 측은 더민주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매우 불쾌해하고 있다. 벌써부터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총선 패배의 책임을 안 대표에게 뒤집어씌우려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안 대표가 그저 무대책 고집을 피우고 있는 것이라는 냉혹한 평가도 있었다.

안 대표는 최근 “평소 말이 없는 아내가 ‘호사가의 안줏거리, 언론의 조롱거리가 돼도, 여의도의 아웃사이더가 돼도, 소위 정치9단의 비웃음거리가 돼도 괜찮다고. 처음 시작할 때 그 마음만 변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했다”며 야권 연대에 응할 생각이 없다고 재차 밝혔다. 때문에 뾰족한 수도 없이 명분에만 매달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미 새정치연합과의 합당, 기초선거 무공천 등에서 발을 뺐던 안 대표가 이번에도 물러난다면 정치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안 대표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안 대표의 무대책 고집이 야권 전체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집에 수도권 그냥 내줄 판
심지어 새누리 입당설도 돌아


이 인사는 “정동영 전 의원이 국민모임이라는 제 3당 후보로 재보선에 출마했을 때 끝까지 단일화에 응하지 않자 정치권은 지금처럼 뭔가 대단한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며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결국 야권 텃밭에서 새누리당 후보에게 어부지리 승리를 안기는 허망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며 “이번에도 안 대표에게 뾰족한 수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고, 결국 정 전 의원의 실수를 반복하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또 “야권 텃밭에서 조차 야권이 분열하자 새누리당에 어부지리 승리를 내줬다. 그런데 안 대표는 정 전 의원이 실패한 길을 그대로 따라 걸으려 하고 있다”며 “당 이름도 ‘국민모임’과 ‘국민의당’으로 매우 흡사하고 안 대표의 상황인식도 당시 정 전 의원과 소름끼치게 닮았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평소 “야권 연대를 하지 않아도 국민들은 퇴행적인 새누리당에 개헌저지선이 무너지는 결과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총선까지 채 30일도 남지 않게 되자 야권일각에서는 심지어 안 대표가 야권을 사실상 궤멸시킨 후 조경태 의원처럼 새누리당에 입당하려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안 대표의 정책적 지향점이 새누리당과 크게 다르지 않고 이미 국민의당에는 새누리당 출신 인사들이 많이 합류해 있는 상태라 별다른 거부감도 없다는 것이다.

안이한 인식
대선이 최우선?

마지막으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대표는 당장 눈앞의 총선보다는 2017년 대선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 같다. 야권연대 여부는 총선에 도움이 되느냐보다 차기 대선에 도움이 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의당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로서는 차기 대선보다 총선이 중요하다. 그러니 양측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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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