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4>

돈? 사랑? 선수 아닌 흔들리는 남심(男心)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천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동이씨, 오늘은 그냥 내 옆에 있어주면 안돼?”
그녀는 나의 마음을 사기 위해 돈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 은영의 어두운 얼굴
하지만 그녀는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세잔, 네 잔, 다섯 잔. 마치 폭풍 전야의 고요라고나 할까. 가끔씩 힘든 일을 겪는 여자들은 그렇게 말없이 술잔을 기울이곤 한다. 나는 한 달 정도의 선수 생활로 이미 그 정도는 눈치를 챌 수 있었다. 그럴 때는 너무 옆에서 나대는 것도 좋지 않다는 것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투명한 유리잔과 새 하얀 그녀의 손은 너무도 잘 어울렸다. 긴 생머리에 하얀 피부, 아담한 발 사이즈. 그녀의 모든 것은 내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했다. 나도 서서히 취해가면서 그녀의 모든 것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남자인들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까. 같은 여자들이 봐도 예쁘다고 할 정도니. 그저 나는 그녀 옆에 함께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양주 한 병이 거의 다 비워갈 즈음, 그녀가 드디어 엷은 목소리로 말했다.
“노래할까?”
노래를 거듭할수록 그녀의 얼굴은 더욱 슬픔으로 얼룩지기 시작했다. 밝은 노래를 부를 때에도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가 지워지지 않았다. 마치 속에 있는 무언가를 다 게워내듯이 한참이나 그렇게 노래를 부른 그녀는 내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동이씨, 그냥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오늘은 그냥 내 옆에 있어주면 안돼?”
사실 뭐 나야 누구와 있은 들 무슨 상관이랴. 거기다가 내가 좋아하는 은영씨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있었던 정빠의 경우 ‘따블’을 뛸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몇 테이블을 동시에 왔다 갔다 하면서 손님에게 서비스를 해주는 것이다. 그날 역시 은영씨 외에 두 명의 여자 손님이 더 나를 지명했던 터였다. 난감하고 답답했다. 하지만 역시, 텐프로 마담인 그녀가 호빠의 시스템을 모를 리 없었고, 그런 말을 나에게 하기까지 여러 상황을 감안하지 않았을 리 없었다. 그녀가 말했다.
“백마담한테는 다 말해놨어. 오늘은 동이씨하고 단 둘만 있고 싶다고… 허락도 다 받아놨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슬퍼하는 그녀를 위해 뭔가를 해주어야할 때인 듯 싶었다. 하지만 기분을 띄우고 분위기를 바꾸는 데에는 노래만한 것이 없다. 사실 나는 노래를 무척 잘한다. 나의 고향, 강원도 시골에서는 매년 명절 때 노래자랑 콩쿠르가 열린다. 나는 늘 1등을 하던 실력이었다. 가수보다야 못한 실력이겠지만 여자의 마음 정도 짠하게 만드는 정도는 충분했다. 내 노래 실력은 호빠 선수 시절 내내 나의 가장 큰 무기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수 박강성의 ‘문 밖에 있는 그대’. 은영씨가 워낙 좋아하던 노래라 이미 노래방에 혼자 가서 20번이나 넘게 연습을 해놓았던 노래였다.
노래가 끝나갈 즈음, 그녀의 얼굴 표정은 다소 밝아진 듯 했다.
“괜찮았어?”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계속 해줘. 오늘은 동이씨가 유난히 노래도 잘 부르네”

■ 끝내 울어버린 그녀
발라드, 댄스, 트로트… 무슨 굿이라도 하는 듯 내리 10여곡의 노래를 불렀다. 제일 마지막, 박강성의 ‘안녕’이라는 발라드의 1소절이 끝날 즈음, 드디어 은영씨는 참던 울음을 터뜨렸다. 분명히 오늘 처음 봤을 때부터 얼굴에 슬픔이 가득했었다. 나는 노래를 멈추었지만, 반주는 계속됐다. 반주 간간히 은영씨의 서러운 울음소리가 가사처럼 어우러지는 듯 했다. 밴드를 내보낸 후 잠시 혼자 울게 놔둔 뒤 조심스레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왜 그렇게 서럽게 우냐고. 울음으로 범벅된 그녀의 입술이 떨렸다.
“그 년이… 돈만 받고… 도망가 버렸어.”
일명 화류계에서 흔히 있는 ‘마이낑’에 관한 이야기였다. 특히 텐프로 같은 고급 룸살롱에서는 아가씨들이 일을 하기 전에 돈을 미리 주게 된다. 예전에 처음 은영씨를 호빠에서 만났을 때 함께 왔던 그 여자. 바로 은영씨는 그녀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을 했었고 그녀는 자기 말고 한 명 더 데리고 올 테니 5000만원의 마이낑을 달라고 했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은 신분증 복사에다 차용증까지 받기는 하지만, 일단 마음먹고 잠수를 탔을 경우에는 찾아내기가 여간해서 쉽지 않다. 설사 사람은 찾아낸다고 하더라도 돈을 다시 찾기는 힘들다.
그녀는 더욱 서럽게 울었다.
“나, 어떡해 동이씨… ”
은영씨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 다시 두 아가씨를 잡아오거나, 혹은 5000만원을 만들어 업주에게 주는 일이다. 둘 중에 하나가 되지 못하면 심한 경제적 곤란을 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만약 내가 할 수 있다면 뭐든지 도와주고 싶었다. 돈이 있으면 돈을 주고 싶었고, 그녀들을 잡을 수 있다면 당장에라도 뛰어가 여자들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 오고 싶었다. 하지만 어떤 것이든 당시 나의 상태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정말로 초라하고 하찮았다.
“은영씨, 잘 되겠죠. 제가 할 수 있으면 뭐든… 도와주고 싶어요.”
은영씨가 돈으로 고통 받고 있을 때, 아이러니컬하게도 나는 명자씨를 통해 돈을 가진 자의 막강한 위력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나의 마음을 사기 위해 돈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남을 가지고 있던 중에 명자씨는 나에게 여러 가지 제안을 했었다.
“동이씨, 운전면허 있어요?”
“아, 음주운전으로 당분간 운전 못한다고 했죠? 제가 해드릴께요.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요.”
그녀의 차는 BMW였다. 그 정도의 나이에서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여자를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역시 돈이라는 것은 막강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 갖고 싶은 것에 돈에 구애 받지 않는다는 것은 나에게 새로운 ‘경지’처럼 느껴졌다. 늘 나의 삶은 끊임없이 돈의 구애를 받아왔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저건 얼마일까’ ‘비싸겠지?’ ‘에이 돈도 없는데’라고 생각했다. 내 생각은 늘 돈이라는 한계에 부딪혔다. 하지만 명자씨는 달랐다. 그냥 하고 싶은 걸 하고, 먹고 싶은 걸 먹는다.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 욕구가 중요했다. 나와는 생각의 차원, 생활의 차원이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녀가 내게 운전면허가 있냐고 물어본 것은 그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풋~, 운전 같은 건 동이씨가 안해줘도 돼요. 동이씨가 뭐 내 운전기사인가?”
당시는 소나타 2가 상당한 유행을 하고 있을 때였다. 돈도 있고 스타일도 아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소나타2를 사는 분위기였다.
“동이씨, 내가 차 사줄까?”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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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