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대한민국 뒤흔드는 중독증후군

‘Holic 홀릭’ 도박·게임 등 “중독의 늪에 빠진 사람들”


도박, 게임, 약물 등 각종 중독의 늪에 빠진 현대인이 200만명을 훌쩍 넘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람의 내면을 병들게 하고 인간관계마저 무너뜨리는 중독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하는 특징이 있다. 사람들은 현실 속에서 무력감을 해소시켜주는 물질을 찾게 되고 이 물질이나 행위는 알코올이나 담배, 음식이 될 수도 있고, 게임 또는 도박이 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일, 쇼핑, 섹스 중독 등 다양한 중독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청소년들은 게임중독, 성인은 도박중독에 빠져 상담을 받는 사례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에 <일요시사>는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중독증후군에 대해 취재했다.  

도박중독 매년 늘어, 도박중독율 또한 선진국의 2~3배
강원랜드 개장 이후 관내에서 도박 이유로 37명 자살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독의 양상은 다양하다. 다만 중독의 행위 저변에는 존재감을 확인받고 싶은 공통적인 심리적 욕구가 깔려있다. 근심이나 불안으로부터 도피하려는 욕구, 죄책감을 줄이려는 욕구, 자신의 환경을 통제하고 지배하려는 욕구, 신체적 심리적 영적 고통을 피하려는 욕구 등이 중독에 빠지게 만든다는 것.
최근에는 방송인 신정환의 해외원정 도박설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도박중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 판만 더…”
멈출 수 없는 병

화투나 카지노, 경마 등 재미삼아 시작했다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거나 이런 행위를 멈췄을 때 스트레스가 쌓이고 불안감을 느낀다면 도박중독으로 볼 수 있다. 습관적으로 도박을 하려고 하거나, 도박 외에 주위의 다른 조건이나 환경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치료가 필요한 도박중독 환자라는 것.

도박중독은 충동을 스스로 억제하지 못해 사회·가정에서 자기 역할과 책임을 이행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탐닉하는 일종의 ‘충동장애’다. ‘충동장애’란 욕구를 실행할 때까지 불안감이 증가하다가 실행한 뒤에야 편안함과 안도감을 느끼는 병을 말한다. 즉 특정 대상에 광적으로 몰입하는 정신질환이다.

도박중독의 특성은 통제력 상실, 도박 집착, 내성과 금단증상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자기 의지로 제어할 수 없고 가족과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과 피해를 주고 있다면 중독성 질환, 즉 충동조절장애 환자로 봐야 한다.

도박중독의 원인은 매우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학전문가들은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물질 분비에 이상이 생겼을 때 도박중독에 빠지기 쉽다고 보고 있다. 무엇인가를 성취했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도파민과 각성, 스릴 등을 느끼게 하는 노르에피네프린이 도박 없이는 분비가 잘 되지 않는다면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밖에 부모의 도박 습관이 자녀에게 대물림되기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성격적으로는 쾌락과 소비, 자기과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도박에 빠지기 쉽고, 경제적으로 심한 무력감과 좌절감에 빠져 있을 때나 자포자기 심정으로 일확천금의 기회를 노리고 싶을 때 도박중독에 빠질 위험이 크다.

그런가 하면 우리 국민의 도박중독률이 선진국의 2~3배에 이른다는 집계가 발표돼 관심을 끈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이 사행성산업통합감독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행산업 이용객의 도박중독 유병률(도박 중독률)은 2008년 55%에서 2010년 상반기 61.4%로 급증했다. 2010년 일반 성인 도박중독 유병률도 6.1%로 집계돼 우리나라 성인 남녀 3700만명 중 230만명이 도박중독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도박 중독률이 독일(1.2%), 영국(1.9%), 호주(2.55%) 등과 비교했을 때 2~3배 정도 높은 수준이라는 데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박중독 상담 및 치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도박중독에 대한 상담 및 치유 비용이 98억4000만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도박중독재단의 상담·치유실적 및 비용집행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한해 동안 4개 기관에서 총 98억4000만원이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마사회 유켄센터가 46억1000만원, 강원랜드 중독치유센터 25억6000만원,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클리닉 14억2000만원, 사감위 중독치유센터 12억5000만원 등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4개 기관을 이용한 상담건수는 총 2만9014건으로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클리닉을 이용한 상담이 1만6823건(5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강원랜드 중독치유센터 6486건(22%), 한국마사회 유켄센터 3493(12%), 사감위 중독치유센터 2212건(8%) 순으로 집계됐다.
4개 기관 중 강원랜드는 월 출입 일수가 15일로 제한되어 있으며, 두 달 연속 15일씩 출입하게 되면 출입 정지와 함께 유일하게 의무적 상담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박중독 환자들은 도박을 스스로는 멈출 수 없는 사람이다.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상담 치료 외에 약물치료를 지속적으로 병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도박중독의 치료와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스스로 도박중독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 청소년 중 51만명 게임중독 상태 추정 ‘심각’
맞벌이 부부 자녀 도박중독 쉬워…지속적 관심 필요해

도박중독 환자들은 술이나 약물,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심해져 자살을 선택하기도 하는데, 도박중독을 병으로 인식하고 치료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 실제 강원랜드 개장 이후 2010년 8월까지 정선군 관내에서만 37명이 도박을 끊지 못하는 자신을 비관하거나 빚을 갚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집계돼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 한다.

전문가들은 도박이 원인이 되어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사회·경제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도박을 끊지 못하는 경우에는 강제로라도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도박에 대한 도박중독자들의 욕구는 상상 이상으로 크기 때문에 치료가 어려울 뿐 아니라 재발 위험도 크다. 때문에 치료 중 재발하더라도 좌절할 것이 아니라 빈도가 줄어드는 것 자체가 회복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마라톤 하듯 치료에 임해야 한다.

최근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을 방지하기 위해 심야 셧다운제, 피로도 시스템 등과 같은 처방이 도입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청소년 중 약 51만명은 게임 과몰입 상태로 추정되고 있다.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청소년 게임과몰입 현황 및 상담실적’을 분석한 결과, 게임과몰입 관련 상담을 받은 청소년은 2007년 3440명에서 2010년 8월 기준 4만4937명으로 약 1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청소년상담원 상담 현황이 가장 많은 지역은 9975건을 기록한 경기도로 전년대비 2.34배 증가했다. 이어 울산광역시가 5530건, 충청남도가 5209건, 강원도 4775건, 전라남도 2856건 순으로 조사됐다.

이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인식·행동 진단척도 연구’ 자료에 의하면 초등학생의 7.7%, 중학생의 7.0%, 고등학생의 6.7%로 전국적으로 초·중·고생 747만명의 약 7%에 해당하는 51만명은 게임과몰입 상태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청소년 게임중독의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는 원인이 연령대별로 다르다고 설명한다. 초등학생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의 아이들은 주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앓고 있는 아이들이 게임중독에 쉽게 빠진다고. 책상 앞에는 오래 앉아있지 못하는 아이들이지만 단순한 방식으로 집중만 하면 되는 게임에는 오히려 과잉 몰입하기 쉽다는 지적이다.

이어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는 ‘우울증’이 게임중독의 원인이 되는 사례가 많다. 학교나 가정에서의 고민을 게임을 함으로써 스스로 치료하는 것.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되고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이 되는 과정에서의 게임중독도 조심해야 한다. 인터넷중독 전문치료기관 ‘보라매 아이윌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까지는 고위험군 환자가 전체의 1.4%인 반면 중학생이 되는 만 13세 부터는 이 비율이 2.5%로 증가하고, 고등학생이 되는 만 16세에는 2.8%로 높아진다.

그런가 하면 아이들의 성격 자체보다 가정환경이 게임중독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특히 부모가 자녀에게 무심한 가정과 맞벌이 부모 밑에서 게임중독에 걸리는 아이가 쉽게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청소년 게임중독 심각
“당신의 자녀는?”

실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중학생 3201명과 고교생 329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소년 게임중독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가 맞벌이인 경우 게임중독 고위험 비율이 73.3%로 외벌이 자녀 비율(23.6%)의 3.1배에 달했다. 부모 모두 직장 생활을 하는 탓에 자녀와 같이 지내는 시간이 적은데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관리 역시 소홀할 수 밖에 없어 발생한 결과인 것으로 진단된다.

내 아이가 게임중독이라면 부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게임문제를 두고 아이들과 지나치게 감정 대립을 하거나 반대로 아예 방치하면 게임중독 증세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무조건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것보다 아이들 스스로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적으로 인터넷 사용시간을 줄이면 PC방에 가서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강압적 통제보다 자녀와 협의해 자율적으로 인터넷 사용시간을 정하는 것이 좋다.

부모와 자녀가 자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아이들이 게임의 어떤 부분에 매료되는지 부모가 알고 있어야 극단적인 대립을 피할 수 있다. 또 부모도 컴퓨터에 대해 알고 가족 공유 장소에서 인터넷을 활용하면서 긍정적인 사용을 권장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다못해 자녀에게 E메일로 편지 한 통을 보낸다면 자녀들은 부모의 다른 모습에 감동받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밖에 여가시간에 함께 독서나 운동, 등산 등 다른 취미생활을 하거나 자녀가 주로 하는 게임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자녀들의 게임중독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하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전문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평가를 받고 그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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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