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국회의원 후원금 360억 완전해부

감시 사각지대, 사실상 로비창구?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모은 후원금 내역이 공개됐다.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2015년도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후원금 모금 총액은 362억2980만원이었다. 늘 문제가 되는 것은 신원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고액 기부다. 직업란에 자영업이나 회사원으로 적거나 아예 직업을 적지 않은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이들이 어떤 의도로 고액 기부를 했는지 검증할 방법이 없다.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수상한 국회의원 후원금을 <일요시사>가 전수조사 해봤다.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모은 후원금 내역이 공개됐다.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2015년도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후원금 모금 총액은 362억2980만원이었다. 국회의원 총원 300명 중 의원직을 상실했거나 후원회를 해산한 의원 9명은 모금액 산정 명단에서 제외됐다. 1인당 평균 모금액은 1억2450만원이었다.

이는 19대 국회가 출범한 지난 2012년 이후 가장 적은 액수다. 올해 총선을 앞두고 있어 각 의원실이 지난해 후원금 모금에 전력을 다했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다. 정치에 대한 국민적 혐오와 무관심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해 후원금 총액은 전년(2014년)의 504억1170만원과 비교하면 28.2% 줄었고, 평균 모금액은 전년(1억 6860만원)보다 26.2% 줄었다.

후원금 크게 줄어
커지는 정치혐오

정당별로는 정의당의 1인당 평균 모금액이 1억588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1억2680만원, 새누리당 1억2290만원, 무소속 1억980만원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가장 많이 후원금을 모금한 국회의원은 정의당 정진후 원내대표로 1억7340만원을 모금했고, 1260만원으로 가장 적게 후원금을 모금한 사람은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인 이한구 의원이었다.

정치권은 깨끗한 정치후원금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오래전부터 노력해왔지만 국민들은 좀처럼 정치후원금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19대 국회 들어 국회의원 후원금을 통한 입법로비 의혹이 잇따라 터져 나왔고, 이완구 의원은 국무총리 청문회 과정에서 지난 2013년 새누리당 공천 희망자들로부터 고액의 정치후원금을 받은 것이 논란이 됐다.


이 의원은 그들이 자신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이 의원에게 고액 후원금을 냈던 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천과 관련해 (잘 보이려는) 그런 점도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조폭 두목이 주고 의원끼리 상부상조
사연 없는 후원금 얼마나 될까?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난 2013년 고액 후원자 6명 중 무려 5명이 선거 출마 예정자였던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 발전을 위해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지만 현재 우리나라 여건상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거액의 후원금을 내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국회의원 후원금 중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신원이 불분명한 이들의 고액 기부다. 우리나라는 연간 300만원 이상 고액 후원자의 이름과 직업 등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직업 등을 누락시키는 경우가 많아 이름만으로는 이들이 어떤 의도로 해당 의원에게 고액 기부를 한 것인지 검증할 방법이 없다.

지난해에도 연간 300만원 이상의 고액을 후원하면서 직업을 불분명하게 적거나 주소·전화번호를 기재하지 않아 신원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상당수 있었다.

500만원 쾌척?
500만원 상납?


어찌됐든 고액 기부자 명단을 살펴보면 자신의 지역구 소속 지방의원이나 선거 출마예정자들에게 후원금을 받는 구태는 지난해에도 포착됐다. 국회의원은 지역 지방의원 공천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의당 임내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광주 북구 장영희 비례대표 구의원으로부터 500만원을 받았다.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 주석수 구의원에게 두 차례에 걸쳐 총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주 의원은 직업란에 구의원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기타'라고 적었다.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은 김영주 전 의원으로부터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두 사람은 과거 선진통일당에서 함께 활동했다. 지난 총선에서 이 의원은 선진통일당 대표를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했고 김 전 의원은 선진통일당 비례대표 2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당직자가 공천 대가로 요구한 50억원을 약속한 혐의로 실형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무직자나 주부가 고액의 기부를 하는 수상한 정황도 다수 포착됐다. 지난해 고액 기부자 명단에서 무직자는 9명이었고 직업란에 주부라고 적은 사람은 31명이나 됐다. 이들은 대부분 500만원씩 최대 한도액을 후원금으로 냈다. 보통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싶은 사람들이 부인을 통해 기부하는 경우가 많아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가장 많은 후원금을 모은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300만원 이상 고액 기부자가 단 2명뿐이었다. 그런데 정 의원의 고액기부자 중 한 사람은 지난해 12월4일 20만원을 기부한 후, 4일 후인 25일 300만원을 기부하고 또 4일 후 29일에 10만원을 기부하는 등 다소 특이한 패턴으로 기부를 해 눈길을 끌었다.

더민주 김광진 의원도 300만원 이상 고액 기부자가 2명밖에 없었지만 전체 국회의원 중 후원금 모금액 13위를 차지했다.

고액 기부자 2명 중 1명은 여운환 아름다운컨벤션 회장이다. 김 의원의 장인은 광주 남구 P호텔 사장이고, 여 회장은 장인의 친동생이다. 여 회장은 직업란에 기타라고 적고 김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여 회장은 지난 1991년 호남 최대 폭력조직 국제PJ파의 자금책 및 고문급 간부로 지목돼 4년을 옥살이했다.

김대중정부 시절 ‘이용호 게이트’에도 연루돼 3년형을 선고받았고, 복역 중 다른 죄가 추가돼 총 8년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여 회장이 연루된 사건은 인기드라마 <모래시계>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당시 여 회장을 검거한 검사가 홍준표 경남도지사다. 하지만 여 회장은 홍 지사가 공명심에서 누명을 씌웠고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 회장은 국민의당 박주선 의원에게도 400만원을 후원했다.

국회의원이 다른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는 일명 ‘품앗이 후원금’도 여전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친노인사가 비노인사에게 후원금을 내거나 친박인사가 비박인사에게 후원금을 내는 등 계파와 정당을 뛰어넘는 후원금들이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친노인사로 분류되는 한명숙 전 의원은 더민주를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합류한 박주선 의원에게 500만원을 기부했다. 박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전 대표가 아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려 하는 등 친노진영에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내온 인사다. 결국 당내에서 친노진영과 극심한 갈등을 겪다 지난해 9월 탈당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친박계 핵심으로 불리는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 대표의 최측근인 비박계 김영우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윤 의원이 김 의원에게 후원금을 기부했던 날은 하필 친박계와 비박계 간 갈등이 극에 달해 있던 시기였다. 두 사람은 이에 대해 지역구 간 자매결연을 맺는 등 평소부터 친분이 있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예비후보로 20대 총선에 출마하는 이계안 전 의원은 더민주 문 전 대표의 최측근인 이목희 정책위의장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이 전 의원은 동양피엔에프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데 동양피엔에프는 이목희 의원의 지역구인 금천구에 소재하고 있다.


노무현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에게 총 500만원을 후원했다. 이외에도 새누리당 류지영 의원이 같은 당 유의동 의원에게 500만원, 더민주 이상직 의원은 같은 당 우윤근 의원에게 500만원을 각각 후원했다.

기초의원 삥뜯기?
대가성 짙어

일부 의원들은 자신이 속한 상임위와 연관된 기업이나 이익단체로부터 고액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일례로 국토교통위에 소속되어 있는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은 (주)세광종합기술단 이재완 대표이사에게 500만원을,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은 건설업체 대표에게 500만원을 후원받았다. 더민주 박수현 의원도 우석건설 박해상 회장에게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매달 40만원씩 480만원을 후원받았다.

유명 기업인들의 고액 후원은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 회장은 2014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과 이종진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 최 회장은 윤재옥 의원에게 후원할 때는 직업란에 회장이라고 적시했으나, 이종진 의원을 후원할 때는 직업란에 자영업이라고 적었다. 손석효 전 아가방 회장도 2014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에게 총 500만원을 후원했다.

수상한 고액기부자 지난 해도 득실
상임위 관련 기업이 밀어주기도


이준호 포스코플랜텍 부사장은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는데 증권가에선 포스코플랜텍이 유승민 테마주로 불리고 있다. 박도문 대원그룹 회장은 정갑윤 국회부의장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300만원 이상 고액 후원금 모금액만 따져보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9950만원을 모아 1위를 차지했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은 9000만원으로 2위, 같은당 윤상현 의원과 이인제 의원은 각각 8500만원과 8480만원을 모금해 3, 4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모두 전체 후원금의 절반 이상을 300만원 이상 고액 후원금으로 채웠다. 윤상현 의원은 고액 후원자 17명이 모두 최대한도액인 500만원을 한번에 냈다. 지난해 최연소 고액 기부자는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한 1991년생 골프선수 조윤지씨다.

가장 통큰 고액 후원자는 박문수씨로 그는 직업란에 기타, 자영업 등이라고 적어 정확히 어떤 인물인지는 파악되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 9월23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에게 각각 500만원씩 1500만원을 한꺼번에 후원한 통 큰 후원자다.

이처럼 300만원 이상 고액 정치후원금 기부자는 그나마 명단이 공개되고 있지만 300만원 미만 기부자는 명단이 공개되지 않아 사실상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를 악용해 이른바 쪼개기 후원금이 로비 방법으로 종종 사용되고 있어 문제다. 또 연말이 되면 어차피 10만원 이하의 정치후원금은 환급이 된다는 이유로 회사 직원들에게 정치후원금을 강요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300만원 미만의 정치후원금 기부자에 대해서도 철저한 감시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본질적으로 정치후원금은 대가성이 포함돼 있다. 이른바 김영란법이 통과됐는데 정치후원금 제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중앙선관위가 후원금을 일괄적으로 모금해서 의정활동 실적에 따라 후원금을 배분한다든지 어떤 방식으로든 정치후원금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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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