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순댓국 열풍, 왜?

여기도 국밥집 저기도 국밥집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프랜차이즈 순댓국집 열풍이 매섭다. ‘할매순대국’으로 대표되는 프랜차이즈 순댓국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비약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할매순대국‘ 상호를 달고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매장이 각기 다른 4개의 회사 소유라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일요시사>는 최근 지속되고 있는 순댓국집의 인기와 프랜차이즈 순댓국집의 현황을 되짚어봤다.

2010년대 초반까지 순댓국 프랜차이즈의 전통적 강자는 ‘무봉리토종순대’였다. 2004년 무봉리 250호점을 개설한 데 이어 현재 전국에 287개의 매장을 두고 있다. 이처럼 무봉리토종순대가 주춤한 사이 ‘할매순대국’이 매섭게 순댓국 프랜차이즈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진짜 원조는?

‘할매순대국’ 상호는 손큰, 큰맘, 큰손, 통큰 등 총 4개의 순댓국집으로 나눌 수 있다. 2012년 2월 권익현 보광엔터테인먼트 대표와 당시 임모 보광식품 대표가 ‘손큰할매순대국’을 론칭하면서 ‘할매순대국’이라는 이름이 처음 쓰여졌다.

하지만 임모 대표가 사망하면서 두 회사 관계에 이상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실경영권을 위임받은 임 대표의 부인과 공동 상호를 등록하기로 했지만 수익금 배당문제에서 이견을 보여 결국 두 회사는 따로 브랜드를 등록하고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 탤런트 전원주씨는 두 업체 와 각각 모델 계약을 채결해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권씨는 “전원주씨가 계약만료일이 6개월이나 남아 있는 상태에서 동종업계에서 두 배가 넘는 출연료를 제의 받고 이중계약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후 지난 2014년 11월 임씨 측이 ‘손큰할매순대국’ 상표권 1심에서 승소하면서 현재 ‘손큰할매순대국’ 상호를 사용하고 있다.


권익현 보강엔터테인먼트 대표 측은 상호를 ‘손큰원조할매순대국’에서 ‘큰맘할매순대국’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법정공방에서의 패배로 큰맘 측은 상호를 변경하면서 사세의 위축을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준하를 광고모델로 내세운 큰맘할매순대국은 지난달 450호점을 돌파했다. 손큰할매순대국이 140여개의 매장을 보유하는 것에 비해 3배 가까운 차이다.
 

무봉리토종순대가 10여년 넘게 280여개의 체인점 숫자에 머문 것에 비해 큰맘은 4년 만에 450호점을 개설했다는 점에서 상승세가 돋보인다. 순댓국 프랜차이즈 시장이 크게 성장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격 경쟁력에 있다.

순댓국은 최근 10년 내 가격이 떨어진 몇 안 되는 음식중 하나로 업체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대량 공급 체제를 갖추게 되자 원가 비중이 크게 낮춰졌다. 양적 규모의 성장으로 물류비용도 줄면서 한 그릇에 5000원에 공급해도 이윤이 발생하게 됐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할매’ 브랜드
손큰·큰맘
·큰손·통근…헷갈리네

이 같은 성장에 힘입어 ‘할매순대국’ 시장에 큰손과 통큰이 뛰어들었다. ‘큰손할매순대국’은 DS푸드시스템의 브랜드로 ‘할매순대국’ 시장에 후발주자다.  ‘통큰할매토속순대국’은 세븐하베스트의 브랜드로 2013년 8월 론칭했다. 최근에 방영중인 tvN 10주년 기념 특별드라마 <시그널>에 제작지원에 나선 ‘통큰할매토속순대국’은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세븐하베스트 측은 “드라마 제작지원으로 본사와 가맹점 모두가 만족스러운 마케팅 효과를 거두게 되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브랜드 이미지 제고, 인지도 상승, 가맹점 매출 향상 등을 목표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4개 브랜드가 밝힌 프랜차이즈 수익구조는 상이하다. 먼저 큰맘의 경우 20평기준 월매출 3600만원, 식자재원가 1404만원, 인건비 950만원, 월 임대료 220만원, 일반관리비 230만원으로 월수익 760만원을 제시했다.


손큰의 경우 월매출 3100만원 식자재원가 1240만원, 인건비 720만원, 월 임대료 200만원, 광열비 250만원, 기타 90만원으로 월수익 600만원을 제시했다. 큰손의 경우는 월매출 3000만원, 매출원가 1050만원, 매출이익 1950만원, 임대료 210만원, 인건비 600만원, 수광비 150만원으로 월수익 990만원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통큰의 경우는 일반상권 기준 월매출 3000만원, 재료비 1050만원, 인건비 850만원, 임대료 250만원, 광열·수도비 200만원, 공과잡비 50만원으로 월수익 600만원을 제시했다. 회사 측에서 제시한 월 수익 순위를 놓고 보면 큰손이 990만원으로 가장 높은 수익액을 보였고 큰맘 760만원, 손큰과 통큰은 나란히 600만원의 수익액을 나타냈다.
 

회사가 별로 입지가 상권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3000만원 이상의 월 매출과 600만원 이상의 수익액을 제시한 점이 흥미롭다. 특히 가장 많은 990만원의 수익액을 제시한 큰손의 관계자는 “990만의 수익액은 예상치”라며 “확실한 수익액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똑같이 5000원

이처럼 4개의 브랜드는 수익액도 비슷하게 제시하고 ‘할매순대국’이라는 상호도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앞에 이름만 살짝 바꾸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4개 브랜드 모두 할매순대국이라는 이름을 빨간색으로 표시하고 간판의 대부분을 차지하도록 구성하고 있다.

회사가 다르고 유통구조가 다르지만 모두 동일하게 기본 순대국을 5000원에 판매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4개 브랜드 모두 이미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할매순대국’이라는 이미지 자체에 편승해 수익성을 높이려 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모습이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프랜차이즈 창업 주의점

프랜차이즈 창업시에는 매출액, 영업이익뿐만 아니라 가맹본부의 연혁을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평균 업력은 5.4년이다.

60% 이상이 5년 미만이고 1년 미만도 16% 수준이다. 최근에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창업했다가 가맹본부의 지원이 사라져 폐업 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믿을 만한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맹본부의 연혁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공하는 프랜차이즈 정보공개서를 확인하면 된다. 가맹사업법에 따라 가맹본부는 창업 희망자에게 구체적인 정보공개서를 제공해야한다.

정보공개서를 확인하면 그 브랜드의 자산, 자본, 매출액, 직원 수 , 가맹점 수, 가맹점사업자 매출액, 가맹점사업자의 부담금 등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예비 창업자는 총부채의 규모가 총자산보다 큰 상태인 ‘자본잠식’ 브랜드를 피할 수 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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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