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국민의당 정면충돌 시나리오

자멸이냐 공멸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4·13총선에서 정면대결을 앞두고 있다. 이번 대결의 승패에 따라 야권 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공동대표의 운명은 극과 극으로 갈릴 수밖에 없다. 과연 승자는 누가 될까? <일요시사>가 지금까지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두 사람의 운명을 미리 점쳐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과 국민의당이 4·13 총선에서 정면 대결을 앞두고 있다.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40여일. 이번 대결의 승패에 따라 야권 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공동대표의 운명은 극과 극으로 갈릴 수밖에 없다.

대권 분수령
살아남는 자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전체 지역구의 절반에 가까운 지역에서 맞붙을 전망이다. 국민의당이 전국정당을 목표로 전 지역구에 후보를 낼 계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현실화하면서 새누리당의 어부지리 승리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두 사람 중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차기 대권주자로 우뚝 설 인물은 누구일까? <일요시사>가 지금까지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두 사람의 운명을 미리 점쳐봤다.

일여다야 구도에서 현재 야권이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지역은 그리 많지 않다. 제3당인 국민의당의 경우에는 당장 안 대표 본인이 내년 총선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다. 안 대표는 현재 창당 작업과 타 후보들의 지원 유세를 다니느라 정작 본인 지역구를 돌볼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32세의 새누리당 이준석 예비후보의 기세가 대단하다.

최근 YTN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대표는 33.1%의 지지를 얻어 29.1%를 기록한 이 예비후보를 고작 4%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노회찬 전 의원이 경남으로 지역구를 옮겨 안 대표에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됐음에도 오차 범위 내 초접전이다.


이 예비후보가 그렇게 중량감 있는 후보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안 대표의 굴욕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더민주 이동학 예비후보는 13.2%의 지지도를 기록하며 상승세다. 이 예비후보는 앞으로 안 대표의 지지율을 더 많이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 이 지역은 전통적 야권 강세 지역이지만 현재로선 안 대표가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권 연대 없인 수도권 필패
서로 고집 부리다 공멸할까?

유일한 국민의당 경기권 현역의원인 김영환 의원도 새누리당 후보와 더민주 후보에게 밀려 3위를 기록했다. 김 의원의 지역구인 안산 상록을에서 새누리당 홍장표 예비후보가 31.4%로 1위를 차지했고, 더민주 김철민 후보는 27.7%로 2위, 김 의원은 18.7%로 3위에 머물렀다. 김 의원은 홍 예비후보와 양자대결을 벌일 경우에도 39.3% 대 30.8%로 8.5%나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안 대표의 최측근인 문병호 의원 역시 지역구에서 고전이 예상된다.

문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 당시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부평갑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고작 6295표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이성만 전 인천시의장이 더민주 소속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상태다. 인천부평갑에서는 아직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된 것이 없지만 1여2야 구도에서는 문 의원이 살아오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도권 바로미터로 불리는 인천 계양을에서도 국민의당 현역의원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지역구 현역의원인 최원식 의원은 최근 KBS와 <연합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더민주 송영길 전 인천시장과 새누리당 후보에게 밀려 3위에 머물렀다. 

수도권 전패
호남 빼고 전멸?


이 지역에 새누리당에서는 안덕수 전 의원과 윤형선 전 인천시 의사회장이 각각 도전장을 내밀었다. 새누리당에서 안덕수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송 전 시장이 34.6%를 차지해 1위, 안 전 의원은 23.5%로 2위, 최 의원은 12.5%로 3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윤형선 전 회장이 출마할 경우에도 송 전 시장이 34.2%로 1위, 윤 전 회장이 24.4%로 2위, 최 의원은 14.1%로 3위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일여다야 구도로 총선을 치른다면 국민의당의 수도권 선거는 절망적이다. 인지도가 높은 현역의원들조차 새누리당과 더민주 후보들에 밀려 3위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이번에 처음 선거를 치르는 정치 신인들의 상황은 더욱 암울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 비현역의원 중 수도권에서 그나마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인물은 김성식 최고위원이다. 서울 관악갑에 출마한 김 최고위원은 이 지역에서 18대 국회의원을 지내 나름 인지도가 높다. 하지만 상대도 만만치 않다. 관악갑 현역의원인 더민주 유기홍 의원은 지난 17대, 19대 총선에서 김 최고위원을 꺾고 당선된 바 있다. 유 의원과 김 최고위원은 서울대 77학번 동기다. 

충청권에서도 국민의당의 고전이 예상된다. 국민의당은 이례적으로 서울이 아닌 대전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갖고 충청권에서부터 변화의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선언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충청권에 출마한 국민의당 후보자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중량감이 떨어지는 후보들뿐이라 총선 전망이 어둡다.

호남만 북적
안철수의 몰락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이 대전광역시를 비롯한 충청권에서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중원에서부터 변화의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며 대전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가졌던 국민의당이 충청권에서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한다면 큰 망신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국민의당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은 역시 호남이다. 때문에 현재 호남 지역에는 국민의당 공천 신청자가 대거 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전남지역 국민의당 평균 공천경쟁률은 3.37 대 1까지 치솟았다. 반면 타지역 공천경쟁률을 살펴보면 서울은 1.73 대 1, 경기도 1.37 대 1, 대전 1.5 대 1 등이다.

여론조사업체인 리얼미터가 발표한 2월 셋째 주 정당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전국 지지율은 11.7%에 머물렀다. 더민주 지지율 26.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광주·전남 등 호남지역에서는 국민의당 지지율이 33.7%로 더민주 25.4%를 8.3%나 앞서고 있다. 호남에만 국민의당 공천 신청자들이 몰리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신생정당인 국민의당으로서는 호남 역시 만만치가 않다. 당장 안철수 대표가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정동영 전 의원의 당선 여부가 불확실하다. 정 전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자신의 고향인 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했다. 일각에선 수도권에 여러 차례 출마했었고 대선후보까지 지낸 정 전 의원이 이제 와서 고향에 출마하는 것은 그저 국회의원에 또 한 번 당선되기 위한 비겁한 선택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정 전 의원은 이 같은 비판을 감수하고 고향에 출마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주 덕진 현역의원인 더민주 김성주 의원에게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은 40.3%의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정 전 의원은 31.4%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호남에선 국민의당 선전 중
호남당 머물면 대권 꿈 멀어져

정 전 의원이 출마선언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밖까지 벌어졌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만약 정 전 의원이 고향에서조차 낙선한다면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광주 광산을의 상황도 절망적이다. 더민주 이용섭 전 의원이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에 크게 앞서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SBS 여론조사에 따르면 권 의원은 현역의원임에도 28.1%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쳐 46%의 지지를 얻은 이 전 의원에게 크게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국민의당 우세 지역도 많다. 특히 더민주 3선의원인 강기정 의원이 버티고 있는 광주 북갑 지역에서 국민의당 정치신인이 선전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YTN이 여론조사기관인 엠브레인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당 김경진 예비후보는 52.3%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33.8%에 그친 더민주의 강기정 의원을 큰 차이로 앞서 이목을 끌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당이 호남지역에서 최소 5곳에서 최대 20곳 정도의 의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끝까지 야권연대를 거부할 경우 호남을 제외한 전국선거에서는 1~2석을 얻는 데 그치거나 전패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당이 결국 ‘호남당’에 머물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야권연대 할까?
또 말 바꾸기?

국민의당이 고전하고 있다고 해서 더민주가 마냥 웃을 수만도 없다. 국민의당이 자당 후보를 당선시키진 못해도 더민주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지역구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호남에선 야권이 경쟁을 하되 수도권 등 타 지역에선 연대를 하는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 지금은 안 대표 측이 야권연대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 지방선거 당시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철회했듯이 야권연대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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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