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문제 긴급진단] 대한민국에서 노인으로 산다는 것

늙기도 서러운데…쪼들리고 병들고 외로워서 못 살겠네!


몇 해 전부터 노인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1960년 이후 국민소득 수준의 향상과 의학 발달, 보건위생의 개선 등으로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노인인구가 크게 증가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990년 214만4000명에서 2009년 526만7000명으로 두 배를 훌쩍 뛰어넘어 전인구의 10.6%에 이르게 됐다. 사회는 점점 고령화되고 있지만 이에 부합하지 않는 사회 시스템은 노인들의 3고(三苦)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노인의 3대 문제로 빈곤·질병·고독을 들 수 있는데, ‘빈곤’은 노인 일자리문제, ‘질병’은 노인 성병 증가, ‘고독’은 학대로 인한 자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노인으로 살아간다는 그 쓸쓸함에 대해 취재했다.

노인 고용 하락, 일하는 노인 그나마 비정규직 
자식 눈치 보느라 하루 종일 종묘 주변 ‘빙그르’


노인문제를 고민하는 전문가들은 노인문제 해결에 있어 ‘노인 일자리 창출’을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과제로 꼽는다. 존경받으며 편안한 노후를 보내야할 노인들이 눈치를 보고 괄시 속에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로 경제적 무능력을 들 수 있고, 혼자 사는 노인 역시 경제난에 고통 받는 이유에서다.

노인 일자리 창출
노인문제 해결의 기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이후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55~64세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율은 선진국과 달리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50대 이상 중·고령자의 고용 현황은 다른 연령대보다 열악해 높은 노인 빈곤율로 연결되고 있다.

지난 1일 고용노동부가 분석해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고용지표에 따르면 국내 55~64세 고령자의 고용률은 1994년 62.9%에서 2009년 60.4%로 하락한 반면 OECD 평균치는 46.1%에서 54.5%로 상승했다.

국내 55~64세 경제활동 참가율도 1994년 63.3%에서 지난해 61.8%로 낮아졌으나 OECD 평균치는 48.7%에서 57.8%로 높아졌다.
OECD 평균치보다 높은 수치이긴 하지만 고령자의 고용률과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는 선진국과는 달리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전문가들 역시 국내 고령자 고용지표가 OECD 평균치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이유는 일종의 착시현상에 불과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OECD 회원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사회보장제도는 턱없이 미흡하고, 노인인구 가운데 농림어업 종사자와 자영업주 비중이 높아 이들이 실업자로 전락할 확률이 낮은 이유에서다.

그런가 하면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0년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에 달하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데 이어 오는 2018년에는 노인인구 비중이 14%에 달하는 ‘고령사회’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어 2026년에는 그 비중이 20%에 이르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8년, 고령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 바뀌는데 불과 8년밖에 걸리지 않는 셈이다.

국내 노인 고용의 문제는 또 있다. 그들의 고용 질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고용부가 지난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 취업자 2명 중 1명(48.2%) 정도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제적인 이유로 짧은 시간을 일한 노동자 중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불완전 취업자’ 비율도 갈수록 늘고 있으며,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비임금근로자 비율 역시 48.6%로 모든 연령대 평균치 30%보다 높다.

노인 일자리는 단지 생계나 용돈벌이 욕구를 채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활동을 하다보면 정신적 안정과 신체적 건강에 도움이 되고, 집안의 어른으로서 가정 내 지위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대한민국은 매우 빠른 고령화 속도에도 불구하고 사회보장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에 노인 일자리 창출은 고령화 사회의 어떤 당면과제보다 중요하고 시급하다.

종묘공원은 마땅한 일거리가 없는 노인들의 유일한 해방구다. 혼자 사는 노인들은 물론 가족과 함께 사는 노인들 역시 자식들의 눈치와 괄시를 피해 종묘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노년층에게 이곳은 ‘마지막 남은 사교 공간’인 셈이다. 2007년 탑골공원이 사적지로 지정되기 전까지는 탑골공원으로 나오는 노인들이 많았지만 사적지 지정 이후 정부와 경찰의 단속·관리가 심해지면서 노인 대다수가 종묘공원으로 옮겨왔다.

종묘공원을 찾는 노인들의 하루 일과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단조롭다. 대부분 이른 아침 집을 나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종묘공원에 나온다. 벤치에 앉아서 햇볕을 쬐거나 신문을 읽으면서 오전 시간을 보내고, 점심때가 다가오면 인근 무료급식소를 찾아 공짜 점심을 얻어먹는다. 그리고는 다시 종묘공원으로 돌아와 벤치를 채우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운동 삼아 산책을 한다.

자식 눈치만 ‘슬슬’
노인 학대 자살로 이어져

음주를 좋아하는 노인들은 잔 단위로 판매하는 막걸리나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여느 젊은이들이 그렇듯 이성에게 관심을 보이는 어르신도 있다. 그리고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돌아간 집이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자식들의 눈치가 이만저만이 아닌 탓에 집에 돌아가면 오히려 더 외롭고 고독하다는 노인이 많다. 이런 심리적 불안감이 노인자살로 이어지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노인자살은 더 이상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노인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얻었다. 지난 10년 사이 노인 자살이 3배나 늘었고, 65세 이상 자살률이 65세 미만 자살률보다 4배가 높다.

지난해 통계청의 ‘2009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노인 자살의 가장 큰 이유는 질환·장애(40.8%)였고, 29.3%는 경제적 어려움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외로움과 가정불화가 각각 14.2%, 10.4%를 차지했으며, 이성문제(0.7%)와 직장문제(0.6%)가 뒤를 이었다.

노인 학대 자살로 이어져 지난해 192명 극단적 선택
노인 50.2% 성생활 영위…3년간 성병 2만 건 급증


그런가 하면 노인학대가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 노인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켰다.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현희 의원에게 제출한 ‘노인 학대 상담·신고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 학대 상담건수는 4만6885건, 신고건수는 2674건으로 집계됐다.

노인 학대 유형은 ‘정서적 학대’가 1853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학대’가 1127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도 방임(806건), 경제적 학대(554건), 자기방임(129건) 등의 유형이 있었다.


전 의원은 “노인 학대 행위가 노인자살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1세 이상 노인자살자 4614명 중 192명이 ‘학대·폭력문제’로 자살했다”면서 “정부는 노인 학대 문제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노인 학대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문제도 노인들의 또 다른 고민거리다. 최근 노인의 성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망측하다’고만 여겼던 어르신들조차 56.2%가 성생활의 중요성에 동감하고 있으며, 26.4%의 노인은 월 1~2회 성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석대학교 나임순 교수는 지난 1일 2009년 보건복지부 자료와 2008년 노인실태보고서 등을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나 교수의 발표내용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들의 성생활 빈도를 조사한 결과 50.2%가 성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월 1~2회’ 성생활을 한다고 답한 노인이 26.4%로 가장 많았다. 이어 ‘3개월에 1~2회’ 11.3%, ‘6개월에 1~2회’ 7% 순이었고, ‘주 1회 이상’ 성생활을 한다는 노인도 5.6%를 차지했다.

스트레스 해소, 부부금실 회복 등 노인들의 성생활에 대한 긍정적인 점들이 부각되면서 실제 노부부들의 성생활이 활기를 띠고 있다.
반면, 배우자가 없는 노인의 경우 잘못된 경로로 성생활을 하게 되면서 성병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어 노인 성병 증가라는 또 다른 문제점을 양산하고 있다.

노인들의 아지트 종묘공원에는 일명 ‘박카스 아줌마’가 존재한다. 박카스를 들고 다니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그곳을 찾는 할아버지들에게 돈을 받고 성관계를 맺는다. 아줌마의 나이대별로 가격 또한 천차만별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근 여인숙이나 박카스 아줌마의 거주지에서 성매매가 이뤄진다.
노인에게도 성욕이 있기에 무턱대고 비난할 일은 아니지만 최근 3년 사이 65세 이상 노인 성병이 2만 건 이상 급증했다는 사실은 이를 간과할 수 없게 만든다.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한 바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들의 성병 진료 건수는 2007년 4만4000건에서 2009년 6만4000건으로 2만여 건(43%) 증가했다. 또 전체 성병 진료 중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2007년 4.0%에서 2010년 3월 통계 5.5%로 증가했다.

2007년부터 2010년 10월까지 누적된 주요 노인 성병을 질환별로 살펴보면 요도염 및 요도 증후군이 10만3683건으로 다수를 차지했고, 단순 헤르페스 감염이 5만8797건으로 뒤를 이었다. 단일 병종으로는 클라미디아성 질환이 1인당 3건으로 가장 많았고, 1인당 진료비는 만기 매독이 1만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노인도 성문제 고민
3년간 성병 2만건 급증

이와 관련 손 의원은 “지금까지 터부시 되어 왔던 노년기 성문제가 이제 개인적 차원을 벗어나 사회적 문제화 하고 있다”면서 “인간의 기본욕구인 성은 노년의 삶의 질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므로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가 도래하기 전에 시급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급속히 빨라지는 고령화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을 위한 사회·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가운데 노인문제 해결을 위해 지방사회, 나아가 정부의 대책마련도 중요하지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가족들의 사랑과 관심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감히 묻는다. “당신의 아버지는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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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