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검찰공약 중간점검

개혁 약속해놓고 ‘길들이기’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검찰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었다. 검찰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검사 파견관행 개선’ ‘중앙수사부 폐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현 정부 출범 3년을 앞두고 있지만 이 공약들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검찰 개혁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이 가장 기대했던 정책분야였다. 무소불위의 ‘정치 검찰’ ‘비리 검사’라는 오명과 함께 국민의 지탄을 받아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호언장담했지만 현재까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믿었는데…
말짱 도루묵

지난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박 대통령 집권 3년차를 맞아 대선에서 공약한 20대 분야 674개 세부 공약에 대한 이행 수준을 평가했다. 이중 검찰 개혁 공약 이행률은 16%에 불과했는데, 박 대통령이 공약했던 정책 중 가장 저조하다.

최근 ‘미니 중수부’로 불리는 부패범죄수사단이 출범하면서 검찰 개혁의 성과로 폐지 됐던 중수부가 사실상 부활했다. 오히려 올해 검찰 개혁이 지난해보다 더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개혁이 이토록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정권에서는 집권 초기 이들 사정기관과 정보기관부터 장악하려 했다. 검찰 지휘부의 성향과 사정수사 방향에 따라 정권의 향배와 안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검찰 주요 요직에 포함되는 인사들이 정권과 결탁해 폐해가 일어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1997년 대선을 한달 앞두고 터진 김대중 후보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은 대선 이후를 기약하며 수사를 공개적으로 접었다. 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그는 총장을 거쳐 법무부 장관까지 올랐다. DJ정부 시절 김 대통령과 동향(전남)이었던 신승남 전 검찰총장은 전임자인 박순용 총장의 총장 임기 2년 동안에도 ‘실세 대검차장’으로 불리며 사실상 총장 역할을 해 논란의 대상이 됐다.

대선 때 호언장담 ‘얼만큼 지켰나’
독립성 강조했는데…결국 흐지부지

박 대통령은 검찰의 이런 태생적 배경 때문에 검찰 개혁을 부르짖었다. 그 핵심은 검찰 권력 축소와 독립성이다. 검찰 개혁의 세부 공약을 보면 ‘검찰 인사제도 개선’ ‘비리 검사 퇴출’ ‘검찰 권한의 축소 및 통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있다.

검찰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히는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 관행’은 개선될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우선 현직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하겠다는 공약은 빈말이 됐다. 참여연대가 법무부에서 받은 외부기관 파견검사 현황 자료 등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현재 정부기구나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국제기구 등에 파견돼 있는 현직 검사의 수는 총 69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2013년 62명, 2014년 63명에 비해 늘어난 것이다. 이명박정부 마지막 3년(2010∼2012년) 동안 해당 인원수가 68∼72명이었음을 고려할 때 사실상 ‘원상회복’된 셈이다.

검사가 파견되는 외부 기관의 수도 오히려 늘어났다. 2013년 32곳, 2014년 34곳에서 올해 42곳으로 늘어나 2010∼2012년 39∼46곳과 엇비슷한 수준이 됐다. 국민안전처와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 광주광역시, 국제개발은행, 주네덜란드대사관 등 6곳에 새로 검사가 파견됐다. 감사원(1명→4명)과 금융위원회(5명→7명), 국무총리실(1명→2명), 헌법재판소(3명→4명) 등은 인원이 증원됐다.
 


2012년 12월2일 박 대통령은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해 파견기관을 통한 정치권의 외압을 차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대선공약집에도 그대로 담겼다. 취임 직후인 2013년 5월 발표한 국정과제에서도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검사에 대한 인력 및 조직 진단을 통한 단계적 감축’을 공언한 바 있다. 결국 취임 1, 2년째에만 파견검사 수를 줄이는 시늉을 하다 도로 제자리로 간 것이다.

수사권 조정
큰 변화 없어

특히 ‘법무부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호사 또는 일반직 공무원이 근무토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른바 ‘법무부의 비(非)검찰화’인데, 참여정부 시절 잠깐 시도됐을 뿐, 이후엔 여전히 법무부의 주요 국·실장과 과장 등을 거의 대부분 검사들이 맡고 있다. 법무부에서 근무하는 현직 검사들은 80∼90명으로, 전체 인원의 7분의 1 정도에 달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저해하는 대표적 요인으로 ‘청와대 편법 파견’ 관행도 여전했다.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금지하는 검찰청법에 따라 민정수석실 등에서 근무하는 검사들은 ‘사표 제출→청와대 근무→검찰 재임용’이라는 절차를 거친다. 이런 편법으로 청와대를 거친 검사들이 검찰 요직에 중용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법무부가 지난달 13일자로 단행한 560명의 고검검사급 인사에 따르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밑에서 근무한 권정훈(47·사법연수원 24기) 민정비서관이 법무부 인권국장에 임명됐다. 법무부 인권국장은 검사장 승진 1순위인 요직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이영상(43·29기) 검사는 범죄첩보를 수집하는 대검 범죄정보1담당관으로 임명됐다. 범정1담당관의 경우 각종 수사·범죄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청와대 민정수석 밑에서 일하던 검사가 곧바로 이 자리를 맡을 경우 청와대의 검찰 수사 통제와 정권 하명수사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청와대에서 근무한 박태호(43·32기), 박승환(39·32기) 검사도 각각 대검 검찰 연구관, 서울서부지검 검사로 보임됐다. 대검과 서울 일대 지검 역시 일선 검사들이 선호하는 근무지다.

이전에는 청와대에 파견됐다 복귀하는 검사들은 최소한 복귀 첫 인사에서는 한직으로 발령 나는 경우가 많았다. 2013년 초 검찰에 사표를 내고 청와대로 간 이중희(49·23기) 전 민정비서관도 2014년 5월 복귀하기는 했지만 서울고검으로 요직은 아니었다. 즉 이번 인사에서는 ‘청와대 파견 우대’가 더욱 노골화 된 셈이다.

법무부 파견 감축은 검사가 법무부의 주요 고위직 등을 장악토록 한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것이 핵심인데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이에 대한 개정 노력은 전혀 없었다. 여전히 법무부 장·차관을 비롯한 검찰국장, 법무실장, 기획조정실장, 감찰관 등 법무부 핵심직책을 비롯한 대부분의 직책을 검찰이 장악하고 있다.

‘검찰 권한의 축소·통제’ 분야의 가장 상징적인 공약이었던 대검 중수부 폐지는 잠시나마 실현되긴 했다.

1981년 설치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대검찰청의 공직자 비리수사처로 공안부와 함께 검찰의 양대 중핵을 이루어온 핵심 부서다. 검찰총장의 직할 수사조직으로, 청와대나 검찰총장의 하명 사건 수사를 담당해 오면서 이철희·장영자씨 부부 어음사기사건, 명성사건, 5공 비리사건, 수서사건, 율곡비리,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과 한보사건, 김현철씨 비리사건, 이용호게이트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획을 긋는 굵직한 사건들을 맡아왔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중 서거로 정권마다 편향 수사 논란이 일면서 존폐위기에 몰렸다.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중수부 폐지를 내세웠고, 2013년 4월 중수부를 폐지했다.


검공약 이행률
고작 16% 불과

그러나 올해 1월 ‘미니 중수부’라 할 수 있는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출범하면서 도루묵이 됐다. 전국 단위의 대형 사건 수사에 한계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물론 대선 공약에도 “예외적으로 관할이 전국에 걸쳐 있거나 일선 지검에서 수사하기 부적당한 사건은 고검에 TF 성격의 한시적인 수사팀을 만든다”는 단서가 있었던 만큼 공약 파기라고 몰아세우기는 무리지만, 과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두고 꾸려진 한시적 조직으로 볼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중요사건의 구속영장 청구나 기소 여부 등을 시민들이 직접 심의하는 검찰 시민위원회의 강화를 위해 관련 법령을 개정하겠다는 약속도 감감무소식이다.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2013년 6월 관련 법안을 제출하기만 했을 뿐, 실질적인 법제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수년째 논란이 되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한 채 답보 상태다. 임기 내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독립하겠다던 강신명 경찰청장의 공언은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수사 지휘권을 놓지 않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강한데다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분점을 공약하고도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 청와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다.

최근 검·경의 조희팔 사건 수사와 경찰의 김진태 전 검찰총장 내사 의혹, 문재인 야당 대표의 환기 발언 등으로 수사권 조정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 차원의 의지부족으로 수사권 조정의 본질은 건드리지 못한 채 국정과제를 추진한다는 형식적인 구색만 맞추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검사 파견 제한? 도로 원상복귀
중수부 폐지? 이름만 바꿔 부활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잇따라 발의된 각종 법안들도 길게는 수년째 잠자고 있다. 총선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국회에서의 처리는 요원해 보인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검찰청법 개정안(의원 발의)은 모두 9건이고 이 가운데 검찰 개혁과 직결되는 법안은 내용이 겹치는 것을 포함해 모두 8건이다.

앞에서 언급한 검사가 청와대 보직을 겸직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인 '검사 편법파견 금지법'이 대표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임내현 의원, 정청래 의원 등이 2012∼2013년에 발의한 이 법안은 편법파견을 억제하기 위해 청와대에 몸담았던 검사의 재임용을 1∼3년간 금지하는 내용이다.

상급자에 대한 검사의 이의제기 권한을 현실화하고 이에 따른 불이익이 없도록 제도화하는 법안 또한 2013년 새정치연합 이춘석·이종걸 의원 등이 발의했으나 여전히 계류중이다. 이밖에 ▲피의사실 공표 등의 폐해를 없애기 위한 검찰 공보담당 검사 지정법 ▲검찰 정치중립을 위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 제한법 ▲내부감찰 기능 정상화를 위한 감찰인력 배치절차 개선법 등이 여전히 상임위에 묶여 있다.

비리검사 퇴출
사실상 무용지물

현재까지 어느 정도 실적을 보이는 개정안은 ‘비리검사 퇴출’ 항목이 유일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검사적격심사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사적격심사제는 평생검사제 도입으로 검사의 신분을 보장하는 대신 업무 실적이 좋지 않고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검사를 중간에 퇴출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제도다. ‘검사 징계 사유 명확화(향응, 금품수수 등) 및 처벌 수위 강화’는 2014년 5월 개정된 검사징계법에 반영됐다.

검사적격심사 제도는 ‘자격 미달’ 검사를 가려내기 위해 지난 2004년 도입됐지만, 도입 10년이 지나도록 심사위원회를 통해 검사가 면직된 사례가 없는 등 중간 평가 제도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 강압수사 증가?

 

최근 5년간 검찰 조사를 받던 도중 자살한 피의자나 참고인 등이 8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위원장(대전 유성구)이 제공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검찰 조사 도중 자살자는 ▲2010년 8명 ▲2011년 14명 ▲2012년 10명 ▲2013년 11명 ▲2014년 21명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6월까지 15명이 검찰 수사 중 목숨을 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받다 자살한 피의자는 전체 79명 중 19명(24%)으로 가장 많았다. 충청권에서는 ▲대전지검 4명 ▲대전고검 1명 ▲천안지청 2명 ▲홍성지청 2명 ▲청주지검 2명 ▲충주지청 1명 등 12명이었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원회가 제출한 최근 3년간 검찰 관련 인권침해 진정사건 접수 및 처리 현황을 보면 검찰 관련 인권 침해가 2012년 147건에서 2014년 190건으로 30%가량 늘어났다. 법무부와 검찰 관련 차별 진정사건도 2012년 8건에서 지난해 15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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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