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안 패권주의 막전막후

문재인 욕하더니 그대로 따라하기?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자신의 측근들을 당직에 전진 배치하면서 친안(친 안철수) 패권주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국민의당은 친노(친 노무현)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을 탈당한 인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당이라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친안 패권주의의 실체는 무엇일까?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을 탈당한 인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국민의당에서 친안 패권주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국민의당이 최근 당직 인선에서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측근들을 대거 핵심요직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우선 당의 조직과 인사, 자금과 공천 실무를 관장하는 핵심 당직인 사무총장에는 박선숙 전 의원이 임명됐다. 박 신임 사무총장은 지난 2012년 대선 때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안철수 후보의 ‘진심캠프’에 합류한 뒤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안 대표의 최측근이다. 또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박인복 전 공보특보를, 전략홍보본부장에 이태규 전 창당실무준비단장을 임명했다. 모두 안 대표의 최측근들이다.

김한길은 지금…
입원중? 농성중?

공천 심사의 실무를 맡게 될 전윤철 공직후보자격심사위원장의 경우도 박 신임 사무총장과 김대중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하며 호흡을 맞췄다는 점에서 역시 친안계 인사로 분류된다.

때문에 이번 인선 과정에서 잡음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창당 후 이번 인선까지 사흘이나 걸린 것은 당내 의견조율이 쉽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국민의당에서는 마라톤 회의가 이어졌다. 특히 김한길 선대위원장 측은 안 대표의 최측근인 박 전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을 경우 측근 그룹이 당을 사당화할 수 있다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문병호 의원, 김한길계인 최재천 의원 등이 사무총장 후보군에 올랐으나, 안 대표 측에서는 창당 작업을 주도한 박 전 의원이 계속 당무를 맡아 창당 작업을 실질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회의 막판에는 김한길 위원장 측 주승용 의원까지 참석해 중재를 시도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됐다.

친노 인사들 행태 비판하더니 판박이
주변 우려에도 측근들 전진배치 강행

결국 안 대표가 직접 나서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며 박선숙 사무총장 카드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내에서는 “더민주에서 친노 패권을 비판하며 신당을 창당한 안 대표가 오히려 새로운 패권을 휘두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안 의원 측은 “사무총장 자리는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자리지 패권을 휘두르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친안 패권주의 논란에 대해 일축했지만, 비노 진영 인사들은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자신의 측근인 최재성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하려 할 때 격렬하게 반대했었다. 어찌됐든 정치권에서는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박 사무총장 임명이 관철되자 안 대표의 당 장악력이 크게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당내 비난을 의식한 듯 국민의당은 계파 안배를 위해 김정현 전 더불어민주당 수석부대변인, 김재두 전 국민회의 공보팀장, 김희경 전 더민주당 부대변인 등 3명을 대변인에 추가 임명했다. 국민의당 측은 “총선을 앞둔 시점을 감안해 증원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들은 각각 구 민주계, 천정배 공동대표, 김한길 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들이다.
 

실제로 이들 중 일부는 부대변인으로 임명될 예정이었지만 특정 계파에서 반발하자 모두 대변인으로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당 내부의 계파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현역 국회의원이 17명인데 대변인은 6명이나 된다는 것은 보기 드문 경우”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인선에서 눈에 띄는 것은 천정배계 인사들의 약진이다.


천정배 공동대표가 당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을 맡았고 천 대표 측 박주현 최고위원이 당규제정 TF팀장을 맡았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와 천 대표가 손을 잡고 김한길계 인사들을 비롯해 현역 의원들을 물갈이 하려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하다.

당 장악력 강화
새정치는 퇴보

천 대표는 호남 개혁 공천을 주장하며 최근 시민사회 인사들을 공천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안 의원 측 역시 혁신 이미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현역 의원들이 일정부분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탈당파 의원들의 중심축 역할을 해온 김 위원장은 두 공동대표와 대립하게 되는 모양새가 됐다.

일례로 20대 총선을 고작 50여 일 남겨 둔 시점에서 국민의당은 ‘숙의선거인단’ 제도를 놓고 당 지도부와 현역 의원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숙의선거인단 제도는 선거인단을 구성해 자격심사위를 통과한 후보 간 토론회를 연 뒤 최종 후보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숙의선거인단 제도는 여론조사 방식에 비해 인지도가 미치는 영향력이 덜해 현역 의원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다른 후보자들이 토론회 과정에서 현역 의원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가능성도 커 현역 의원들에게는 불리한 제도로 평가된다. 당 지도부가 굳이 숙의선거인단 제도를 꺼내든 것은 결국 김한길계를 비롯한 현역 의원들을 쳐내기 위함이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친안계와 김한길 측 인사들의 갈등이 이처럼 본격화된 것은 지난 1월22일 벌어졌던 이른바 ‘김관영 문자 사건’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김관영 의원은 이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장면이 한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당지도부 분열
나 혼자 간다?

이 고문은 문자에서 ‘한상진 꺾고 안철수계 조용히 있으라 하고 소통공감위원장 받고 정리 쫘악 해 주고, 비례 받고’라고 했다. 김 의원은 ‘답 나왔네…그걸로 쭉’이라고 화답했다. 이 고문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국정기록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으며 김한길 위원장 측이 여성 1호 영입 대상으로 추천했던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안 대표 측에서 김 위원장 측 인사들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안 대표와 김 위원장의 갈등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안 대표와 김 위원장의 불화설은 오래전부터 정치권에 파다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21일 광주와 전남 보성에서 열린 국민의당 시당 창당대회에 불참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 측은 “중요한 인사를 갑자기 만나기로 했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주변에는 “(당원들에게) 할 말이 없어져서 갈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전날 밤까지도 연설문을 다듬는 등 참석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여러 인사를 영입하려고 했지만 일부 안 대표 측근들의 반대로 진행이 안 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광주와 전남 창당대회에 이어 지난 1월26일 부산광역시당 창당대회에도 불참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부터는 설 연휴 기간 아예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 입원해 1주일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도 했다. 김 위원장 측은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병원에 입원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기인 설 연휴에 당 지도부의 한 사람인 김 위원장이 자취를 감춘 것은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뿌리부터 흔들리는 당 정체성
“우린 들러리?” 계파갈등 고조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사실상 안 대표를 겨냥해 농성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지난 9일 김 위원장 지역구인 서울 광진구에 소재한 서울도시철도 대공원승무사업소를 방문했을 때도 참석하지 않고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인터넷 논객으로 유명한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면서 김한길을 비롯한 탈당 의원들의 입지가 흔들리는 모양”이라며 “창당 공신이었다가 졸지에 개혁을 위해 퇴출돼야 할 존재들로 전락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공천 전쟁 1라운드는 김한길 대 안철수-천정배 연합군의 대결이 될 것”이라며 “1라운드에선 안철수-천정배 연합군이 승기를 잡은 듯”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안 대표 주변에선 지난 대선부터 문고리 권력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문고리 권력 논란은 결국 특정계파 패권주의 논란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어 심각한 문제다.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선거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았던 금태섭 변호사는 지난 해 8월 대선 과정의 뒷이야기를 풀어 낸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라는 책을 통해 안 대표의 비선 전횡을 폭로했다. 당시 공식 선거조직에 들어와 있지도 않았던 박경철 안동신세계병원 원장 등 몇몇이 참여하는 모임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국민의당 부산시당 창당대회에서도 문고리 권력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창당대회에서 시당위원장 선출을 놓고 당원들끼리 몸싸움을 벌이는 등 소동이 일어났는데 배후에 한상진 위원장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소란은 임시의장이 구두 추천을 받아 김현옥 부산시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을 부산시당위원장으로 선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당원 수십 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게 민주주의냐” “절차도 없이 추대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고함을 쳤다. 고성과 욕설이 오가고 일부 당원 사이에 멱살잡이도 벌어졌다. 이날 항의했던 당원들은 시당위원장으로 김병원 경성대 교수를 지지하며 “단독 추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비선논란 재현?
정체성 모호

김 교수도 직접 의사진행 발언에 나서 “새정치를 하겠다고 시작한 첫날부터 편법과 구태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배후에 한상진 위원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속개된 대회에서 국민의당은 김 교수를 공동시당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신당 창당에 나선 안 대표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구태정치를 답습하고 있다”며 “왜 신당 창당에 나섰는지 정체성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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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