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선거조직 뒷거래 의혹 집중추적

당사자는 모르는데 보내기로 합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선거조직 뒷거래 의혹’이 다시 조명 받고 있다. 궁지에 몰린 하 의원은 거짓해명까지 하다 들통났다. 야권에서는 구설수에 휘말린 의원들이 잇달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쇄신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하 의원은 해당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총선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선거조직 뒷거래 의혹’이 다시 조명 받고 있다. 앞서 한 언론보도에 의하면 하 의원은 지난 1월 자신의 김모 보좌관을 윤상직 전 산업통상부 장관에게 선거운동원으로 파견하는 대신 1000만원을 받기로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해당 의혹이 사실이라면 선거운동과 관련해 금전적 이익을 주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선거법 위반?
출마는 강행

이에 대해 하 의원 측은 ‘1000만원을 윤 전 장관 측으로부터 받기로 한 것은 해당 보좌관의 급여 보조비 명목이었다’며 ‘4급 보좌관의 월급이 400만∼500만원에 이르는데, 선거캠프 일당은 하루 7만원, 한달에 200만원에 불과해 나머지 차액을 후원회를 통해 받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보좌관 임금 보전 차원에서 한 달에 200만원씩 5달을 보전하려면 1000만원이 필요한데, 그것을 후원금으로 지원받기로 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 의원과 윤 전 장관은 “하지만 해당 보좌관의 선거법 위반 전력 때문에 파견 계획을 취소하면서 후원 논의도 없었던 일이 됐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윤 전 장관은 최근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한 사람당 100만원씩 하 의원 후원회 계좌로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한 합법적으로 돈을 건네기 위해 하 의원의 후원회를 이용하기로 했고, 지인들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100만원씩 ‘쪼개기 후원’을 택한 것이다. 하 의원이 발표한 입장문에 따르면 보좌관 파견을 논의한 것은 지난 1월5일이고, 해당보좌관이 선거운동원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계획을 취소한 것은 1월6일이다.


보좌관 윤상직 선거캠프에 파견 약속?
대가로 1000만원 받기로 한 의혹 

하 의원의 해명대로라면 논의 하루 만에 해당 계획이 취소되었음에도 윤 전 장관이 왜 지인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요청했는지 의문이다. 일각에선 이미 윤 전 장관 측에서 하 의원의 후원금 계좌로 400여만원을 입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선관위 측은 후원금 내역 자료를 확보하고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 의원 측은 “실제 돈이 후원금 계좌에 들어 왔는지는 확인하지 않았으며, 들어왔다면 돌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윤 전 장관은 오는 4월에 치러질 20대 총선에서 하 의원의 지역구가 속해 있는 부산 기장군 출마를 준비 중이다. 하 의원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 기장을 지역은 기장군 전체와 해운대구 일부가 묶여 있는 곳이다. 그런데 하 의원의 지역구는 인구가 많아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기장군이 독립할 가능성이 크다. 하 의원의 입장에선 어차피 기장군 선거사무소나 선거조직을 정리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보좌관과 선거조직을 윤 전 장관에게 넘겨주는 대신 윤 전 장관에게 어떤 대가를 받기로 거래 했을 개연성이 큰 것이다.

입장문도 거짓?
거짓해명?

두 사람은 보좌관 지원을 논의만 했을 뿐 실제로는 아무런 거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하 의원은 자신이 쓰던 기장군 선거사무실을 최근 윤 전 장관 측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무실은 시당 연락사무소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물론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해당 지역구 출마자들은 ‘사람 주고 받기’ ‘사무실 주고 받기’ 등 편법으로 하 의원이 윤 전 장관을 지원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 의원은 지난 2012년 치러진 총선에서도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휘말린 전력이 있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김모 보좌관은 지난 총선 당시 하 의원의 선거사무장을 맡았었다. 당시 김모 보좌관은 선거사무소 인근에 90만 원을 주고 원룸 2개를 한 달간 빌린 뒤 선거운동 자원봉사자 4명에게 숙박을 제공한 혐의와 선거운동 대가로 200만원을 지급한 혐의 등으로 입건돼 지난 2013년 대법원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선거법상 선거사무장이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후보자의 당선이 무효가 되지만 김모 보좌관이 벌금 200만원 형을 받으면서 하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김모 보좌관은 해당 사건 이후 하 의원실 4급 보좌관으로 임명됐고 지금까지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당시 하 의원은 선거법 위반 사건을 제보한 제보자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해 ‘아들 때문에 주변 사람 20명이 조사를 받게 됐다’며 ‘결과야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이 OO이가 앞으로 사는 게 힘들어 지겠다는 생각도 자꾸 든다’며 사실상 협박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하 의원은 ‘제보자의 아버지와는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고 아버지가 해당 사건으로 아들을 걱정 하길래 인간적으로 걱정을 공유했던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야권에서는 구설수에 휘말린 의원들이 잇달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쇄신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하 의원은 이 같은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총선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 의원 측의 해명이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현역 국회의원이 특정 지역구에 출마할 후보자를 돕기 위해 물밑에서 협상을 벌였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공정경선 정신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하 의원은 그동안 안대희, 김만복 등 거물급 인사들이 자신의 지역구에 낙하산 공천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자 강하게 반발하며 공정경선을 거듭 주장해온 인물이다.

때문에 당 내에서도 하 의원과 윤 전 장관을 공천 부적격 대상으로 분류해야 된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새누리당에서는 “공천 부적격 사유에는 부정범죄를 저지른 인사 외에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신망이 저하된 인사도 포함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해운대기장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은 침묵을 지키거나 전면에 나서길 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윤 전 장관 배후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기 때문에 다른 후보자들이 전면에 나서길 꺼려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윤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이 내려 꽂은 ‘진박’ 인사가 아니냐?”며 “다른 인사가 이런 문제를 일으켰다면 선거를 앞두고 엄청난 공격을 받았을텐데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조용한 반응이다. 괜히 진박 인사를 건드렸다가 청와대와 중앙당으로부터 찍히면 앞으로 정치 생활이 힘들어 질수 있기 때문에 다들 쉬쉬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을 조사해야 할 부산 기장군 선관위는 현재 검찰이 해당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는 이유로 하 의원의 후원금 내역을 확보하고도 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선관위 모르쇠
후원금 받았나?

게다가 하 의원은 해당 사건으로 궁지에 몰리자 거짓해명을 남발하고 있어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하 의원은 지난달 26일 한 언론사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과 윤 전 장관과의 ‘선거조직 뒷거래 의혹’에 대해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무혐의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심지어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가 자신의 사무실에 대한 현장조사를 거쳐 지난달 25일 무혐의 종결 처리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구체적인 정황까지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의혹에 대해 전혀 조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하 의원이 무혐의 통보를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조사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결정 역시 내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 의원이 왜 곧바로 들통 날 거짓말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또 해당 사건이 불거진 후 하 의원이 내놓은 입장문 역시 거짓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하 의원은 입장문에서 ‘윤 전 장관의 총선 출마 시 도움을 주는 방안을 상의한 것은 사실이나 해당 보좌관이 개인 사정상 선거사무원 자격이 없다는 것이 확인돼 없었던 일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작 당사자는 “그런 적 없다”
두 사람 공천 부적격 될 수도

하 의원은 해당 보좌관의 개인 사정에 대해 ‘과거 선거법 위반 전력이 있어 선거사무원으로 등록할 수 없다’고 언론에 설명했다.

해당 보좌관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난 총선 당시 하 의원 선거캠프에 사무장으로 있으면서 불법 선거운동을 벌여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정작 해당 보좌관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저는 (윤 전 장관 캠프에) 가기로 한 적이 없었다”며 “두 분이 어떤 논의를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방에서 구체적으로 가기로 했던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하 의원이 왜 이런 입장문을 발표한 것이냐고 묻자 “자신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해당 보좌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하 의원은 해당 보좌관의 의견도 묻지 않고 논의를 진행했거나, 실제로는 해당 보좌관을 파견하는 논의 자체를 하지 않았으나 뒤늦게 말을 짜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제기가 가능하다.


공천 부적격
총선 변수되나?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해당 보좌관이 선거법 위반으로 선거운동원 등록이 안 된다면 다른 보좌진을 보내면 될 일 아닌가? 겨우 그런 일 때문에 협상이 깨진 것이라는 두 사람의 주장은 믿기 힘들다”며 “협상이 중간에 깨지지 않고 지금까지 진행됐다고 하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으니까 협상이 중간에 깨져 아무런 거래가 없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하 의원 측은 “억측에 불과하다”며 “해당 보좌관이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보내려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과연 두 사람의 선거조직 뒷거래 의혹의 진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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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