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선거조직 뒷거래 의혹 집중추적

당사자는 모르는데 보내기로 합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선거조직 뒷거래 의혹’이 다시 조명 받고 있다. 궁지에 몰린 하 의원은 거짓해명까지 하다 들통났다. 야권에서는 구설수에 휘말린 의원들이 잇달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쇄신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하 의원은 해당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총선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선거조직 뒷거래 의혹’이 다시 조명 받고 있다. 앞서 한 언론보도에 의하면 하 의원은 지난 1월 자신의 김모 보좌관을 윤상직 전 산업통상부 장관에게 선거운동원으로 파견하는 대신 1000만원을 받기로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해당 의혹이 사실이라면 선거운동과 관련해 금전적 이익을 주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선거법 위반?
출마는 강행

이에 대해 하 의원 측은 ‘1000만원을 윤 전 장관 측으로부터 받기로 한 것은 해당 보좌관의 급여 보조비 명목이었다’며 ‘4급 보좌관의 월급이 400만∼500만원에 이르는데, 선거캠프 일당은 하루 7만원, 한달에 200만원에 불과해 나머지 차액을 후원회를 통해 받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보좌관 임금 보전 차원에서 한 달에 200만원씩 5달을 보전하려면 1000만원이 필요한데, 그것을 후원금으로 지원받기로 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 의원과 윤 전 장관은 “하지만 해당 보좌관의 선거법 위반 전력 때문에 파견 계획을 취소하면서 후원 논의도 없었던 일이 됐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윤 전 장관은 최근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한 사람당 100만원씩 하 의원 후원회 계좌로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한 합법적으로 돈을 건네기 위해 하 의원의 후원회를 이용하기로 했고, 지인들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100만원씩 ‘쪼개기 후원’을 택한 것이다. 하 의원이 발표한 입장문에 따르면 보좌관 파견을 논의한 것은 지난 1월5일이고, 해당보좌관이 선거운동원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계획을 취소한 것은 1월6일이다.


보좌관 윤상직 선거캠프에 파견 약속?
대가로 1000만원 받기로 한 의혹 

하 의원의 해명대로라면 논의 하루 만에 해당 계획이 취소되었음에도 윤 전 장관이 왜 지인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요청했는지 의문이다. 일각에선 이미 윤 전 장관 측에서 하 의원의 후원금 계좌로 400여만원을 입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선관위 측은 후원금 내역 자료를 확보하고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 의원 측은 “실제 돈이 후원금 계좌에 들어 왔는지는 확인하지 않았으며, 들어왔다면 돌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윤 전 장관은 오는 4월에 치러질 20대 총선에서 하 의원의 지역구가 속해 있는 부산 기장군 출마를 준비 중이다. 하 의원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 기장을 지역은 기장군 전체와 해운대구 일부가 묶여 있는 곳이다. 그런데 하 의원의 지역구는 인구가 많아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기장군이 독립할 가능성이 크다. 하 의원의 입장에선 어차피 기장군 선거사무소나 선거조직을 정리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보좌관과 선거조직을 윤 전 장관에게 넘겨주는 대신 윤 전 장관에게 어떤 대가를 받기로 거래 했을 개연성이 큰 것이다.

입장문도 거짓?
거짓해명?

두 사람은 보좌관 지원을 논의만 했을 뿐 실제로는 아무런 거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하 의원은 자신이 쓰던 기장군 선거사무실을 최근 윤 전 장관 측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무실은 시당 연락사무소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물론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해당 지역구 출마자들은 ‘사람 주고 받기’ ‘사무실 주고 받기’ 등 편법으로 하 의원이 윤 전 장관을 지원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 의원은 지난 2012년 치러진 총선에서도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휘말린 전력이 있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김모 보좌관은 지난 총선 당시 하 의원의 선거사무장을 맡았었다. 당시 김모 보좌관은 선거사무소 인근에 90만 원을 주고 원룸 2개를 한 달간 빌린 뒤 선거운동 자원봉사자 4명에게 숙박을 제공한 혐의와 선거운동 대가로 200만원을 지급한 혐의 등으로 입건돼 지난 2013년 대법원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선거법상 선거사무장이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후보자의 당선이 무효가 되지만 김모 보좌관이 벌금 200만원 형을 받으면서 하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김모 보좌관은 해당 사건 이후 하 의원실 4급 보좌관으로 임명됐고 지금까지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당시 하 의원은 선거법 위반 사건을 제보한 제보자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해 ‘아들 때문에 주변 사람 20명이 조사를 받게 됐다’며 ‘결과야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이 OO이가 앞으로 사는 게 힘들어 지겠다는 생각도 자꾸 든다’며 사실상 협박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하 의원은 ‘제보자의 아버지와는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고 아버지가 해당 사건으로 아들을 걱정 하길래 인간적으로 걱정을 공유했던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야권에서는 구설수에 휘말린 의원들이 잇달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쇄신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하 의원은 이 같은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총선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 의원 측의 해명이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현역 국회의원이 특정 지역구에 출마할 후보자를 돕기 위해 물밑에서 협상을 벌였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공정경선 정신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하 의원은 그동안 안대희, 김만복 등 거물급 인사들이 자신의 지역구에 낙하산 공천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자 강하게 반발하며 공정경선을 거듭 주장해온 인물이다.

때문에 당 내에서도 하 의원과 윤 전 장관을 공천 부적격 대상으로 분류해야 된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새누리당에서는 “공천 부적격 사유에는 부정범죄를 저지른 인사 외에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신망이 저하된 인사도 포함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해운대기장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은 침묵을 지키거나 전면에 나서길 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윤 전 장관 배후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기 때문에 다른 후보자들이 전면에 나서길 꺼려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윤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이 내려 꽂은 ‘진박’ 인사가 아니냐?”며 “다른 인사가 이런 문제를 일으켰다면 선거를 앞두고 엄청난 공격을 받았을텐데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조용한 반응이다. 괜히 진박 인사를 건드렸다가 청와대와 중앙당으로부터 찍히면 앞으로 정치 생활이 힘들어 질수 있기 때문에 다들 쉬쉬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을 조사해야 할 부산 기장군 선관위는 현재 검찰이 해당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는 이유로 하 의원의 후원금 내역을 확보하고도 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선관위 모르쇠
후원금 받았나?

게다가 하 의원은 해당 사건으로 궁지에 몰리자 거짓해명을 남발하고 있어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하 의원은 지난달 26일 한 언론사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과 윤 전 장관과의 ‘선거조직 뒷거래 의혹’에 대해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무혐의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심지어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가 자신의 사무실에 대한 현장조사를 거쳐 지난달 25일 무혐의 종결 처리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구체적인 정황까지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의혹에 대해 전혀 조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하 의원이 무혐의 통보를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조사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결정 역시 내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 의원이 왜 곧바로 들통 날 거짓말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또 해당 사건이 불거진 후 하 의원이 내놓은 입장문 역시 거짓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하 의원은 입장문에서 ‘윤 전 장관의 총선 출마 시 도움을 주는 방안을 상의한 것은 사실이나 해당 보좌관이 개인 사정상 선거사무원 자격이 없다는 것이 확인돼 없었던 일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작 당사자는 “그런 적 없다”
두 사람 공천 부적격 될 수도

하 의원은 해당 보좌관의 개인 사정에 대해 ‘과거 선거법 위반 전력이 있어 선거사무원으로 등록할 수 없다’고 언론에 설명했다.

해당 보좌관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난 총선 당시 하 의원 선거캠프에 사무장으로 있으면서 불법 선거운동을 벌여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정작 해당 보좌관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저는 (윤 전 장관 캠프에) 가기로 한 적이 없었다”며 “두 분이 어떤 논의를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방에서 구체적으로 가기로 했던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하 의원이 왜 이런 입장문을 발표한 것이냐고 묻자 “자신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해당 보좌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하 의원은 해당 보좌관의 의견도 묻지 않고 논의를 진행했거나, 실제로는 해당 보좌관을 파견하는 논의 자체를 하지 않았으나 뒤늦게 말을 짜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제기가 가능하다.


공천 부적격
총선 변수되나?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해당 보좌관이 선거법 위반으로 선거운동원 등록이 안 된다면 다른 보좌진을 보내면 될 일 아닌가? 겨우 그런 일 때문에 협상이 깨진 것이라는 두 사람의 주장은 믿기 힘들다”며 “협상이 중간에 깨지지 않고 지금까지 진행됐다고 하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으니까 협상이 중간에 깨져 아무런 거래가 없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하 의원 측은 “억측에 불과하다”며 “해당 보좌관이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보내려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과연 두 사람의 선거조직 뒷거래 의혹의 진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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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