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인재 영입전쟁' 깜짝 카드 대예측

여럿 필요없다…한명만 잡으면 '전세역전'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총선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여야의 인재영입 쟁탈전이 과열되고 있다. 각 당이 어떤 인물을 영입하느냐에 따라 선거 판세가 단숨에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어떤 인물들이 깜짝 카드로 거론되고 있을까?

“누구 추천할 분 없어요?”

총선이 다가올수록 여야의 인재영입 쟁탈전이 과열되고 있다. 요즘 정치권 인사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꺼내는 말이 ‘혹시 추천할 사람이 없느냐’는 질문이다. 총선까지 채 3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라 각 당은 참신한 인재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각 당이 어떤 인물을 영입하느냐에 따라 선거 판세가 단숨에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과 신당 추진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이 김종인 위원장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의 멘토였으며, 경제민주화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인재영입 사활
어떻게 꼬실까?

일단 인재영입에 있어서만큼은 더민주가 가장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다. 더민주 문재인 대표는 당이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인재들을 끌어 모아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런 문 대표의 노력 때문인지 들불처럼 번지던 당내 비노 인사들의 탈당 러시는 일단 진정세로 접어든 모양새다.


최근 인재영입 트렌드는 ‘상대 진영 인사 빼오기’다. 유력 인사가 당을 이적한다면 상대 진영에는 큰 상처를 입힐 수 있고 동시에 중도층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기간 박 대통령을 도왔던 김종인 위원장의 더민주행은 그래서 큰 파괴력을 가질 수 있었다. 새누리당은 곧장 더민주 조경태 의원을 영입하며 맞불을 놨다. 조 의원은 야권 출신으로는 드물게 여당의 텃밭인 부산에서 3선에 성공한 상징적인 인물이다.

정치권에선 정의화 국회의장이 야권행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정 의장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을 거부하고 있다. 정 의장은 삼권분립 정신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정 의장이 사실상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정 의장의 직권상정 거부로 여권 내에서 정 의장은 외톨이가 되다시피했다. 따라서 정 의장이 야권행을 택하는 깜짝 이벤트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정 의장의 최측근인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의 국민의당(안철수신당) 입당 타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 의장의 야권행 소문에는 더욱 힘이 실렸다. 물론 정 의장 측은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상대 진영 빼오기
철새 정치 시작?

정홍원 전 국무총리의 더민주 영입설도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박근혜정부 초대 총리이자 최장수 총리인 정 전 총리는 퇴임 후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남몰래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행보를 순수하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상 내년 총선 출마 등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삐딱한 시선도 공존하고 있다. 특히 정 전 총리가 하필 더민주 노웅래 의원의 지역구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 더민주의 깜짝 영입인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노 의원이 정 전 총리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장면도 종종 목격됐다는 후문이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트 선수를 영입하려다 실패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스포츠 스타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새누리당에는 씨름선수 출신인 이만기씨가 경남 김해을에서 출사표를 던지고 4월 총선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 스타들은 인지도가 높고 건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영입대상으로 제격이다.


"어디 좋은 사람 없나요?"
인재 영입 쟁탈전 과열 양상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에서는 '태권도 영웅' 문대성 의원을 영입하기도 했다. 최근 체육계 내부의 부조리와 선수들의 복지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스포츠 스타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설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역도선수 장미란의 정치 입문설이 파다하게 번지기도 했다. 골프선수 출신 박세리나 메이저리거 출신 박찬호도 영입대상으로 거론된다. 두 사람 모두 IMF로 국민들이 시름에 빠져있을 때 희망과 기쁨을 줬던 스포츠 스타라는 공통점이 있다.

경제는 선거 때마다 최대 화두였던 만큼 경제전문가나 기업인 출신 인사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더민주는 경제전문가 인재영입에서도 단연 앞서가고 있다. 더민주는 ‘유능한 경제정당’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제통들이 기존에 출마를 했거나 전직 의원 출신인 것과 비교해 더민주는 정치권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그야말로 신선한 인물들을 영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먼저 문 대표는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 위원장으로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영입했다. 강 전 위원장은 지난 달 '공정한 경제와 포용적 성장'을 위한 비정규직 제도 4대 개혁안을 발표하며 적극적으로 유능한 경제정당의 면모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김병관 웹젠 의장이 인재영입 2호로 입당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PDA용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를 창업해 벤처신화의 주인공이 됐고, 40대에는 온라인·모바일 게임을 키워 개발자이자 경영자로 국내 상장주식 100대 부호에 들었다.

국가재정 전문가로서 발탁된 김정우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획재정부 국고국 계약제도과장을 역임하고 영국 브리스톨(Bristol) 대학에서 정책학 박사를 받았다. 동북아경제 전문 법률가인 오기형 변호사의 영입도 눈에 띈다. 더민주는 “경제통일, 투자유치, 통상교역 확대를 위한 제도적 틀을 새롭게 디자인할 최적인 인재”이라고 오 변호사를 소개했다.

또 국회에는 그동안 많은 법조계 인사들이 진입했는데 ‘비행 청소년의 대부’ ‘호통판사’로 잘 알려진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도 정치권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인물이다. 천 판사는 SBS <학교의 눈물>, KBS <두드림>, tvn <리틀 빅 히어로> 등에 출연해 인지도가 비교적 높은 인물이다.

가정법원에서 오랫동안 소년재판을 담당했던 천 판사는 한 방송에서 학교폭력 가해 청소년과 부모에게 호통을 치며 재판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 유명인이 됐다. 천 판사는 지난해 대법원에서 열린 1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대법원장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천 판사는 전국 법관 중 유일하게 표창을 받았으며 대법관들이 만장일치로 천 판사를 표창 수상자로 선정했다.

복지 화두
여성 모시기

아주대 의대 이국종 교수도 영입대상으로 거론된다. 이 교수는 MBC 드라마 <골든타임>의 실제 모델로, 지난 2011년 '아덴만여명 작전' 당시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총을 맞고 생명이 위태로웠던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정부에서 석 선장을 살리기 위해 여러 의사들에게 연락을 했지만 응한 것은 이 교수뿐이었다.
 

석 선장 치료 중 석 선장을 한국으로 이송해야했을 때 에어 앰뷸런스의 비용이 무려 40만달러(당시 약4억8000만원)였는데 정부에서 이 돈 때문에 망설일 때 이 교수가 자비를 들여도 좋으니 당장 옮겨야한다고 말해 결국 정부의 협조를 이끌어 낸 일화도 유명하다.


외과는 환자의 목숨을 살리는 중요한 분야지만 대부분의 유능한 의사들은 돈이 되는 치과나 성형외과, 안과로 빠지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이 교수는  한국전쟁 당시 지뢰를 밟아 장애 2급 국가 유공자가 된 부친 같은 사람들을 치료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외과를 선택했다고. 이 교수는 중증외상환자를 위한 전문 인력과 시설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꼬집어 왔다.

송파 세 모녀 사건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 박근혜정부 들어 보건복지부문에서 잇따라 허점을 드러난 만큼 여야는 보건복지 전문가 영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더민주는 복지전문가인 양봉민 교수 영입에 성공했고, 국민의당도 아동복지 전문가인 천근아 교수를 영입한 상태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이 야권보다 한 발 앞서기 위해 동물복지전문가를 영입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명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복지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특정인 따라 선거 판세 달라진다?
김연아도 영입시도…정책은 없고 인물만?

이제 막 동물복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만큼 새누리당이 동물복지 전문가를 영입함으로써 혁신 이미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 총선 당시 다문화 출신 이자스민 의원을 영입함으로써 야권보다도 오히려 혁신적으로 다문화 이슈 선점에 나섰던 사례와 비슷하다.

정치권에서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전 정책국장을 역임한 이혜원 수의학박사가 적임자라는 평이 나온다. 이 박사는 한국과 독일에서 수의사 면허를 취득했고, 독일에서는 동물복지를 공부했다. 딱히 전문가를 찾기 어려운 국내에서 주목받는 동물복지 전문가다.


문화 관련 정책을 주도할 인물로 쌀집아저씨로 유명한 김영희 전 MBC PD를 영입하자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에서 모래시계 연출자로 유명한 박창식 의원을 영입한 바 있다. 김 전 PD는 <양심냉장고> <나는 가수다> 등 실험적인 예능을 주로 연출해왔다. 최근에는 중국으로 건너가 제작한 예능이 현지에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다.

가능성은 낮지만 이부진 신라 호텔 사장도 영입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이건희 회장의 장녀이고, 오빠는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이다. 이 사장은 재벌가 맏딸답지 않게 소탈한 모습으로 유명하다.
 

이 사장은 임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는 편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사장은 현장 직원들과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여 식사하기도 하고, 노래방에도 종종 함께 간다고 한다. 이 사장은 지난 2014년 이른바 ‘택시기사 선처 사건’으로 미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가능성 낮지만
찔러나 볼까?

당시 고령의 택시기사가 신라호텔 출입문을 들이받아 승객과 호텔직원 등 4명이 다치고 회전문이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택시기사는 4억원이 넘는 금액을 호텔에 변상해야 했다. 하지만 이 사장은 사고를 보고받은 후 택시기사의 경제 상황이 어떤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조사 결과 택시기사는 경제적으로 매우 열악한 상황임을 알게 됐고 이 사장은 변상 신청을 철회했다.

한편 이 같은 정치권의 인재영입 경쟁이 정치혁신에 큰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있지만 정책 개발보다는 뜨는 인물을 데려와 표만 얻으려는 저급한 전략이라는 비판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그래도 영입한 인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철저한 계획 하에 인재 영입을 했지만 요새는 그저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거 같으면 무조건 영입하고 보는 것 같다”며 “이래서는 정치 쇼에 불과하고 진정한 정치 혁신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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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