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무당’들의 천태만상 사건 속으로

‘불륜폭로’ 협박부터 ‘성추행’까지 “막 나가는 무당들”

무속인의 탈을 쓰고 자신을 찾아온 손님들의 불안감을 자극해 범죄를 저지르는 엽기무당이 늘고 있다. 사생활 폭로를 미끼로 굿 비용을 받아내는가 하면, 살풀이를 핑계로 10대 청소년을 성추행하기도 하고 “합방을 하지 않으면 신이 노한다”며 자신에게 신내림을 받은 제자를 상습 성폭행한 무속인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3월에는 일가족을 동원해 점을 보러 온 20대 여성을 협박, 6년간 점집에서 성매매를 시키고 화대를 가로챈 무속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에 <일요시사>는 엽기·변태 무당들의 천태만상을 취재했다.

불륜폭로 협박으로 굿 강요 수천만원 뜯어내
살풀이 미끼로 10대 성추행·여 제자 성폭행


점을 보러 온 주부에게 불륜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고액의 굿을 하게 한 여성 무속인 2명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창원지방법원 제5형사단독 김희수 판사는 지난 3일 부적절한 관계를 폭로하겠다면서 최모(39·여)씨를 감금·폭행하고 굿 비용 명목으로 돈을 뜯어낸 무속인 김모(29·여)씨와 박모(29·여)씨에 대해 공동공갈 및 공동감금죄 등을 적용해 징역 1년과 6월에 집행유예 2년씩을 선고했다. 또 이들과 함께 범행을 저지른 최씨의 내연남 이모(31)씨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불륜폭로 협박은 기본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 6월말 이모씨는 내연관계에 있던 주부 최씨와 함께 점을 보기 위해 무속인 김씨를 찾았다. 당시 이씨는 최씨에게 “당신이 김씨에게 액운을 묻혀 이씨가 잘 풀리지 않는 것”이라면서 “굿을 하지 않으면 두 사람의 내연관계를 남편에게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 남편에게 내연관계가 들킬까 노심초사했던 최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1650만원을 굿 비용으로 지불했다. 하지만 김씨 일당의 범죄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씨와 박씨는 발생하지도 않은 이씨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빌미로 합의금 2500만원을 요구했고, 이를 위해 최씨를 18시간 동안 감금·폭행했다. 결국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약점을 이용해 공동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등 죄질이 불량해 엄히 처벌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뒤늦게나마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와도 원만히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와 비슷한 사건은 매년 주기적으로 발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2월 울산에서는 굿을 거절하면 사생활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억대의 금품을 뜯어낸 사기꾼 무속인이 경찰에 붙잡힌 것. 울산지방경찰청 수사과에 따르면 무속인 한모(44·여)씨는 무속행위를 치르면서 알게 된 A(45·여)씨에게 “굿을 하지 않으면 결혼 전의 남자관계를 남편에게 알리겠다”고 협박, 4880만원을 뜯어냈다.

약 2년 동안 한씨가 이 같은 방법으로 4명의 여성들에게 뜯어낸 금액은 모두 1억74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3월 대구에서는 점을 보러 온 20대 여성에게 사채를 쓰도록 유도한 뒤 집안에 감금한 채 수년간 협박, 성매매를 강요한 엽기적인 무속인 일가가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 달서경찰서는 성매매알선 및 상습갈취 등의 혐의로 무속인 김모(34·여)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사채업을 하는 김씨의 어머니 이모(52·여)씨 등 일가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2002년 10월 당시 20세였던 박모(28·여)씨는 김씨가 운영하던 점집에 점을 보러 찾아갔다. 어린 나이의 박씨가 혼자서 점을 보러 온 것을 확인한 김씨는 순간적으로 나쁜 마음을 먹고 “무속인이 될 팔자니 내 제자가 돼라”고 운을 뗀 뒤, “집안에 사람이 계속 죽어나가는 액운이 끼었으니 굿을 해야 한다”고 박씨를 꼬드겼다.

6년간 점집 성노예

가족들이 죽어나간다는 말에 흔들린 박씨는 굿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김씨는 굿을 치르는 비용으로 500만원을 제안했다. 갓 20살을 넘긴 박씨에게 500만원이라는 큰 돈이 있을리 만무했고, 그녀는 굿을 치르기 위해 빚을 지고 말았다. 이후 박 씨가 빚 때문에 고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사채업을 하는 자신의 어머니 이씨를 슬쩍 소개했고, 결국 박씨는 김씨의 어머니로부터 사채를 쓰기 시작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할 수 없었던 박씨는 돌려막기를 계속 해야 했고, 급기야 김씨는 박씨가 빌린 사채 상환이 어렵게 됐다는 점을 악용, 6억 상당의 차용증을 작성하게 한 뒤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던 박씨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이때부터 김씨는 차용증을 빌미로 박씨에게 성매매를 강요, 자신의 어머니에게 빌린 사채 탕감 명목으로 화대를 가로챘다.

또 혹시 있을 수 있는 도주를 방지하고 박씨를 감시하기 위해 자신의 친언니와 친동생, 이종사촌 등 친인척을 동원했다. 결국 박씨는 하루에 7~8명의 남성과 성관계를 가져야 했고, 하루 일당이 시원치 않을 경우에는 몽둥이찜질을 감수해야 했다. 지난 2004년부터 2009년 1월까지 6년간 김씨 일가가 박씨에게 빼앗은 화대는 모두 10억3000만원에 이른다. 매달 1200만원에서 많게는 2500만원을 혼자 벌어 김씨에게 빼앗긴 것.
 
사채를 빌미로 박씨에게 몹쓸 짓을 해온 김씨 일가는 박씨의 화대를 갈취한 돈으로 67평형 고급 아파트를 구입하고 외제차 2대를 몰며 호화생활을 즐겼다. 이에 앞서 지난 2008년 10월 인천에서는 자신에게 ‘신내림’을 받은 제자를 상습 성폭행한 무속인 노모(71)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자신에게 ‘신내림’을 받아 무속인의 길을 걷고 있는 제자를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노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노씨는 자신의 제자인 김모(50·여)씨를 상대로 매달 1~2차례에 걸쳐 자신의 욕구를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노씨는 지난 2006년 3월부터 경찰에 붙잡히기 전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김씨를 성폭행했고, 그때마다 “합방을 해야 무속일이 번창한다”면서 “반항하면 신이 노한다”고 속인 뒤 범행을 저질렀다.

“합방 안하면 신이 노해”


한편, 한 60대 무속인은 “살풀이로 나쁜 살을 없애주겠다”면서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의 10대 아들 박모(18)군을 자신의 점집에서 성추행 했다. 무속인 김모(62)씨는 박군의 아버지에게 박군의 사주가 나빠 살을 없애야 한다면서 박군이 자신의 법당에 머무르며 기도하도록 허락을 얻었다. 그러던 중 김씨는 잠을 자고 있던 박군에게 다가가 속옷 차림으로 박군 옆에 누워 박군의 성기를 만졌다.

놀란 박군이 손을 뿌리치자 김씨는 “나라고 좋아서 이러는 줄 아느냐. 너의 나쁜 살을 풀어주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며 두 차례에 걸쳐 박군을 성추행했다. 결국 박군은 법당 출입을 끊고 부모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으며 김씨는 재판을 통해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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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