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판매 ‘발기부전 치료제’ 대해부

비아그라 부작용에 ‘토종’들 “우뚝 섰다”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불리는 ‘비아그라’가 올해로 국내 출시 11주년을 맞이했다. 다이아몬드 모양의 푸른색 알약 ‘비아그라’는 지난 1998년 미국에서 첫 발매됐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발기부전을 관리하고 치료할 수 있는 질병으로 기록함과 동시에 성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변화 등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아그라’의 잦은 부작용 보고로 인해 관련 분야의 연구는 더욱 활기를 띠었다.

현재 국내에서는 비아그라 외에도 ‘엠빅스(SK케미칼)’ ‘자이데나(동아제약)’ ‘시알리스(릴리)’ ‘야일라(종근당)’ ‘레비트라(바이엘)’ 등의 발기부전 치료제가 판매되고 있으며, ‘비아그라’ 도입 초반보다 국내 토종 발기부전 치료제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일요시사>는 ‘비아그라’ 국내 출시 11주년을 계기로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발기부전 치료제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비아그라’ 국내 출시 11주년… 세계적으로 20억정 판매 ‘기염’
‘자이데나’ ‘엠빅스’ 등 토종 발기부전 치료제 속속 등장 ‘눈길’

다이아몬드 모양의 푸른색 알약 ‘비아그라’는 출시 당시 ‘신의 선물’이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던 최초의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다.  ‘비아그라’가 원래 협심증 치료제로 연구 개발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원래 ‘비아그라’는 협심증 치료제로 연구 개발되다가 뜻밖의 부작용을 발견하면서 탄생했다.

비아그라 한국 상륙
벌써 11주년  


임상시험 도중 혈압상승과 발기개선이라는 효과를 발견한 것. 결국 ‘비아그라’는 본래의 개발목적과 다른 용도로 1998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았고, 이듬해 국내에 출시됐다. 이 푸른색의 알약은 발매 후 전 세계 120여 개국에서 시판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상품으로 등극했고, 논란과 관심 속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99년 국내에 첫 시판된 이후 비아그라는 2009년까지 10년 동안 3043만정이 팔려나갔고, 1998년 첫 시판된 이후 전 세계 판매량은 무려 20억정을 넘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아그라의 성공은 전 세계의 성문화를 바꿔 놓았고, ‘시알리스’ ‘레비트라’ 등의 경쟁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는 등 발기부전 치료제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됐다.

의약품 조사기관 IMS헬스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1999년 21억원에서 2007년 770억원으로 8년 사이 무려 37배 가까이 늘었고, 지난 2009년 시장규모 역시 862억원으로 전년도 780억원에 비해 10.3% 성장했다. 그 중에서도 ‘비아그라’는 11년 동안 판매율 1위를 고스란히 지켜냈다. 지금도 1초에 6명이 복용하고 있는, 가장 많이 처방되는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인 것.

출시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비아그라’가 이같이 사랑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동안 이뤄진 다양한 임상과 연구를 통해 탁월한 효과와 안정성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특히 성인병환자 대상의 여러 임상을 통해 고혈압·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발기부전 환자에게도 뛰어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하지만 부동의 판매율 1위에 빛나는 ‘비아그라’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복용 부작용이 바로 그것. 지난해 초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분석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비아그라가 국내 출시된 1999년 10월 이후 식약청에 보고된 부작용 건수는 모두 1386건에 달했다. 이 중 대부분은 이미 허가사항에 반영된 것들이지만 새롭게 보고된 부작용 사례도 상당수 발견돼 눈길을 끌었다.

보고된 부작용 중에는 안면홍조가 234건으로 가장 많았고, 건수는 많지 않았지만 녹내장(10건), 위암(4건), 음경장애(4건), 배뇨통증(3건), 결핵감염(2건), 간염바이러스 감염(2건), 다뇨증(2건)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결국 식약청은 이런 부작용들이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 허가사항에 반영하도록 판매사에 지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비아그라’가 국내 판매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국내에서도 ‘토종 발기부전 신약’들이 개발되면서 시장점유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현재 시판 중인 발기부전 치료제 가운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제품은 한국릴리의 ‘시알리스’와 동아제약의 ‘자이데나’ 등이 있다.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태동기에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 외국 제품이 득세를 이뤘지만 현재 동아제약의 ‘자이데나’가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동아제약의 ‘자이데나’는 ‘비아그라’와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한국릴리의 ‘시알리스’를 누르고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 2위를 차지하는 등 ‘비아그라와’ 격차를 줄였었다.

하지만 최근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에 의하면 한국릴리의 시알리스는 2010년 2분기에 31.2%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해 2009년 2분기까지만 해도 15.3% 차이가 났던 화이자제약의 ‘비아그라’와 격차를 7.8%로 좁혔다. 경쟁이 치열한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시알리스가 유일하게 큰 폭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들은 그 이유에 대해 2009년 상반기에 국내에 소개된 시알리스 5mg의 안정된 시장 장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릴리 ‘시알리스’ 성장세
동아제약도 바짝 추적

시알리스 5mg은 하루 한 알 매일 복용하는 유일한 발기부전 치료제로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성생활을 즐길 수 있어 발기부전을 겪기 전의 삶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평가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시알리스의 점유율은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스러운 성생활과 잦은 성관계를 추구하는 유럽과 남미 등 27개국에서는 시알리스 시장점유율이 이미 비아그라를 앞섰고, 특히 프랑스는 시알리스의 시장점유율이 약 62%를 차지했다.

그런가 하면 올해 2분기 비아그라의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지난 1분기 39.8%에서 39%로 소폭 하락했으며,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동아제약의 ‘자이데나’는 지난 분기 대비 0.6% 성장한 20.5%를 기록, 평판을 이어가고 있다. ‘자이데나’는 보건복지부 중점연구과제의 지원을 받아 국산신약개발에 착수해 9년 만에 국내 최초, 세계 4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발기부전 치료제다.

특히 ‘자이데나’는 1일 1회 투여가 가능한 약동학적 특성을 갖고 있어 매일 복용해야 하는 발기부전 질환과 같은 치료에 경쟁력이 있다. ‘자이데나’는 발매 1년만에 매출액이 100억원을 넘어섰고, 지난 2008년에는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판매량 기준 약 24.8%의 점유율로 ‘시알리스’를 누르고 시장 2위에 오르는 등 부동의 판매율 1위 ‘비아그라’와의 격차를 줄이기도 했다.

이밖에 SK케미칼의 ‘엠빅스’와 바이엘헬스케어의 ‘레비트라’는 각각 3.5%, 3.1%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자이데나’ 외에도 국내 제약회사에서 판매되고 있는 발기부전 치료제는 종근당의 ‘야일라’와 지난 2007년 선보인 SK케미칼의 ‘엠빅스’가 있다. 엄밀히 따지면 종근당의 ‘야일라’는 국내 기술로 개발된 발기부전 치료제는 아니다.

다국적 제약업체인 바이엘헬스케어의 발기부전 치료제 ‘레비트라’를 수입, 종근당 제품으로 새롭게 출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근당의 ‘야일라’는 2007년 53억원에서 2008년 38억원, 2009년 28억3000만원으로 매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꾸준한 홍보와 제품 설명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야일라’의 특징은 음식물, 알코올과의 상호작용이 적어서 식사와 음주 후에 제품을 복용해도 강력한 발기효과를 나타낸다는 데 있다.

제품 선택폭 넓어져 ‘고개 숙인 남성’들 침실에서 큰소리 ‘뻥뻥’
중외제약도 내년 초 쯤 발기부전 치료제 ‘아바나필’ 내놓을 듯 


또 발기 강직도가 강력해 성관계 시 여성 파트너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근당 측은 “야일라를 처방받은 환자들은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야일라는 성행위 25~60분 전에 복용하는 것이 좋고, 복용 후 최소 4~5시간 후에도 성관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 마지막으로 발을 들여놓은 SK케미칼의 ‘엠빅스’ 역시 지지부진한 매출 성적을 만회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2007년 ‘엠빅스’를 처음으로 선보인 이후, 2009년 3월 발기부전 치료제 ‘엠빅스 100mg’의 저용량 제품인 엠빅스 50mg을 출시했고, 최근에는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마라톤’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한 번 출발선에 섰다. 당시 ‘엠빅스’는 절반 용량과 절반 가격을 선언한 엠빅스 50mg의 출시로 세계 1위의 발기력을 자랑하듯 국내 발기부전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여왔다.

사실상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막둥이 격이지만 국제발기력 지수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 엠빅스는 국제발기력 지수에서 30점 만점에 역대 최고 점수인 25.7점을 받아 동아제약 자이데나, 화이자 비아그라, 바이엘 레비트라, 릴리 시알리스를 앞섰다. 두통이 적게 나타나고 색각 장애가 보고되지 않는 등 부작용이 적은 것도 여전히 엠빅스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SK케미칼 관계자는 “알코올, 음식물, 고혈압치료제 등과의 상호작용을 밝히는 임상과 함께 당뇨, 고혈압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임상 결과에도 알 수 있듯 효과만큼이나 안정성 또한 충분히 입증됐다”고 자평했다. 현재 SK케미칼은 엠빅스의 부상을 위해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다. 올해 목표 매출액은 100억원대.

업계에서는 후발주자인 엠빅스가 빠른 시일 내 자리를 잡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지만 SK케미칼은 업계 판도를 뒤흔들 정도의 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단기적인 실적에 급급하지 않고 신뢰와 실력을 바탕으로 노력을 경주하다 보면 결국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동아제약의 ‘자이데나’와 SK케미칼의 ‘엠빅스’. 물론 현재로서는 ‘자이데나’가 월등한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두 제품 모두 한국인의 생활패턴에 맞는 적당한 지속시간과 강직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등으로 무장한 국내 토종 발기부전 치료제라는 점에서 이들의 성장에 귀추가 주목된다.

발기부전 치료제
국산 토종이 대세?

한편, 내년 초 쯤에는 발기부전 치료제 국내 신약 3호가 탄생할 전망이다. SK케미칼이 엠빅스를 내놓을 당시 라이벌로 꼽히던 중외제약 개발 발기부전 치료제가 식약청의 승인을 앞두고 있는 이유에서다.

중외제약은 지난 7월 자체 개발 중인 발기부전치료제 ‘아바나필’의 임상 실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8월 중으로 식약청에 안전성·유효성 심사를 신청하고 식약청 시판허가를 획득할 경우 내년 초에는 시장에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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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