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더민주 김종인 위원장 석좌교수 특혜 의혹

"여러 대학 돌며 강의도 안 하고 월급만 챙겨"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의 전권을 이양 받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 지금까지 여러 대학의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해당 대학들에서 연구나 강의도 하지 않았지만 급여는 매달 꼬박꼬박 지급 받았다. 진실은 무엇일까?
 

제1야당인 더민주는 지난 22일,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 이끄는 선대위를 출범시키고 당 지도부의 전권을 선대위에 이양하기 위한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더민주 문재인 대표는 지도부 전권을 김 위원장에게 이양하고 자신은 당헌·당규 절차에 따라 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김 위원장이 지금까지 여러 대학의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특혜 받았나?
이상한 예우

우선 김 위원장은 지난 해 3월부터 지금까지 건국대학교 경제학과의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하지만 현재 김 위원장이 건국대에서 공식적으로 하고 있는 일은 없다. 약 1년 동안 학교에서 특강 2번을 한 것이 공식적인 활동의 전부였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은 건국대로부터 매달 300만원의 급여를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타 대학 석좌교수의 경우 연구 활동이나 강의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급여를 지급받지 않는 명예직 교수도 아니고 매달 300만원의 급여를 지급받는 석좌교수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은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실도 없고 출근도 안해
"사실상 전관예우?"


이에 대해 건국대 측은 “김 위원장처럼 연세가 많은 분이 정규 강의를 맡거나 젊은 교수들처럼 연구 활동을 하기는 힘들다”며 “젊은 석박사들이 김 위원장을 찾아가서 자문을 구하거나 노하우를 전수받는 형태로 학교에 도움을 주셨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만 75세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김 위원장은 건국대에 연구실도 따로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에 전혀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교에 나오지도 않는 사람에게 어떻게 자문을 구하고 노하우를 전수 받을 수 있느냐고 묻자 건국대 측은 “주로 이메일이나 전화로 문의를 했다”며 “원로 학자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고 이해해 달라”고 대답했다.
 

건국대의 해명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학이 무슨 자선 단체냐”며 “나이가 많아 연구나 수업도 못하는 노교수를 단순히 예우 차원에서 매달 300만원의 급여를 주고 석좌교수로 임용했다는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실상 건국대 측이 정치권에 줄을 대기 위해 김 위원장과 관계를 맺어온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석좌교수 모시기
비리 의혹 탈출용?

실제로 지금까지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건국대는 부동산 개발사업 실패에 대한 논란이 일고, 이사장의 업무상 횡령과 배임수재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비슷한 시기에 전직 법조인과 정치인을 대거 석좌교수로 영입했다.

건국대는 지난 2014년 3월1일, 박모 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과 조모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석좌교수로 초빙하고 매월 300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당시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이 배임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는 도중에 영입됐다. 박 전 검사장과 조 전 지검장은 석좌교수로 초빙된 이후 정규 강의를 하지 않았다.

교육부가 건국대에 대해 감사를 벌이기 직전이었던 2013년 9월1일에는 교육부 전 차관이었던 이모씨를 석좌교수로 영입했다. 이모씨의 급여도 월 300만원으로 책정됐다. 당시는 감사를 앞두고 교육부의 현지조사가 진행되는 시점이었다. 총선 출마를 선언한 안대희 전 대법관도 2013년 2월 건국대 석좌교수로 임용됐다. 김진표 전 더민주 원내대표도 지난해 3월1일 석좌교수로 초빙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3년 3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약 2년간 가천대학교 경제학과 석좌교수로도 재직했다. 김 위원장은 가천대에서도 연구나 강의를 하지 않고 매달 급여를 받았다. 가천대에서 2년 동안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김 위원장은 딱 2번 특강을 했다.
 

김 위원장이 가천대에서 한 일에 대해 가천대 측은 “대학발전 계획이라던지 대학 미래 전략에 대해 자문을 하는 역할을 했다”고 대답했다.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김 위원장이 난데없이 대학발전 계획에 대한 자문을 했다니 다소 수상한 정황이었다. 사실상 대학발전을 위해 정치권에 줄을 놔주는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가능해진다.

이에 대해 가천대 측은 “가천대가 의대나 약대를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있는데 김 위원장이 지난 1989년에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 장관을 한 이력이 있다”며 “그래서 의료 분야에 대한 자문을 받기 위해 석좌교수로 임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 분야에 대한 자문을 받기 위해 거의 30년 전 보건사회부장관을 했던 인물을 석좌교수로 임용했다는 해명은 어딘가 어색했다. 김 위원장은 경제학자 출신이고 당시 보건사회부장관으로 고작 8개월 가량 재직했을 뿐이다. 거의 30년 전에 고작 8개월 가량 보건사회부장관으로 재직했던 경제학자가 의료 분야에 대해 어떤 자문을 해줄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새누리당 국민행복위원장으로 임명된 직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가천대에서 특강을 했던 것도 김 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유력한 대선 후보가 대선 기간 특정 대학에서 특강을 하면 홍보효과가 엄청나고 해당 대학에  여러 가지 면에서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대선 기간 박근혜 당시 후보에게는 여러 대학에서 특강 요청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그런데 당시 박 대통령이 여성 리더십 관련 특강을 하면서 여대나 서울 소재 유명 대학들을 제쳐두고 가천대를 방문하자 뒷말이 무성했었다. 대선기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던 김 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취임식 직후 가천대 석좌교수로 임용된다.
 

물론 김 위원장은 말도 안 되는 억측이란 입장이다. 가천대 측도 당시 박 후보가 여러 대학 가운데 가천대를 찾은 것은 강연 주제가 ‘여성 리더십’이었는데 마침 가천대 총장인 이길여 박사가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세계를 움직이는 여성 150인(2012 Women in the World 150)’에 선정됐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강 진실은?
홍보효과 톡톡

김 위원장은 지난 2011년 9월부터 2013년 2월까지는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석좌교수로도 재직했다. 역시 김 위원장은 한국외대에서도 연구를 하거나 강의를 하지는 않았다. 한국외대는 김 위원장이 특강은 가끔 했다면서도 몇 번이나 했는지 그 외 어떤 활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급여 지급 여부도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알려줄 수가 없다고 했다. 이처럼 김 위원장은 여러 대학의 석좌교수직을 거치며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급여만 받아 챙긴 것이다.

한편 김 위원장의 행태는 일종의 전관예우라고 볼 수도 있다. 총선에 출마한 안대희 전 대법관은 국무총리 후보자 시절 변호사로 있으면서 전관예우로 16억을 지급 받았다는 의혹으로 총리 후보자 자리에서 스스로 사퇴해야 했다. 물론 금액의 차이는 크지만 김 위원장 역시 전관예우를 받은 것이라면 과연 더민주의 전권을 이양 받는 선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건대 비리의혹 불거지자 석좌교수 대거 영입
박근혜 가천대 특강, 김종인 입김 있었나?


안대희 전 대법관 전관예우 논란이 벌어졌을 때 더민주는 “(현행법상) 안 전 대법관이 범죄자는 아니지만 곧 효력이 발휘될 김영란법(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공직자가 금품수수 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법안)에 따르면 유죄”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 당시 안 전 대법관을 맹렬하게 공격했던 더민주가 김 위원장의 사례를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더민주 선대위원장을 맡기 전까지는 오랫동안 공직에서 물러나 있었다. 아무런 힘도 없는 김 위원장에게 누가 로비를 하려고 석좌교수직을 맡기겠냐”며 “김 위원장의 학식과 경험이 대학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학 측에서 임용한 것이지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혜 없다?
진실 공방

하지만 김 위원장은 대선 이후에도 정치권에서 꾸준히 러브콜이 있었고, 심지어 김 위원장을 영입하기 위해 여야가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기도 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실제로 김 위원장은 현재 더민주의 선대위원장을 맡아 제1야당의 전권 가진 인사가 됐다. 당시 공직에서 물러나 있었기 때문에 대학 측이 로비를 할 이유가 없었다는 해명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학 시간강사들은 일주일에 수십 시간을 강의하고도 200만원이 채 안 되는 급여를 받는 경우도 수두룩하다”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매달 300만원의 급여를 타 갔으면서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일반 국민들이 보기엔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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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