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허벌라이프 봐주기' 의혹

국민건강 외면하고 기업엔 서비스?

[일요시사 경제2팀] 임태균 기자 =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김승희, 이하 식약처)의 핵심임무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2016년 식약처는 기업들을 위한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김승희 처장이 신년사를 통해 직접 요청한 사항이다. 그래서일까?

이른바 ‘GMO’라고 불리는 유전자변형식품 관련분야에서 식약처는 ‘국민건강의 마지노선’이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포기했다는 평을 듣고 있고, 이는 스스로 자초한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허벌라이프의 GMO 표시위반 의혹'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그 실태를 엿볼 수 있었다.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지난해 9월, 국정감사 자리에서 허벌라이프 상품의 GMO 표시위반 의혹을 제기하며, 식약처에서 직접 허벌라이프 제품의 GMO 원료 사용 여부를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일요시사>가 공인된 검사기관을 통해 허벌라이프 '쉐이크 믹스'를 검사한 결과 주요 원재료인 분리대두단백에서 ‘제초제 내성 변형 유전자’가 검출되어 논란이 되었기 때문. 당시 남 의원은 “허벌라이프가 보유한 함량검사 자료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허벌라이프 현지 공장을 실사해 GMO 원료 사용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해당 질의에 대한 김승희 식약처장의 대답은 “허벌라이프 상품의 GMO 사용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점검하겠다”는 것이었다.

국회의원이
지적해도…


문제는 국정감사 이후 식약처가 허벌라이프 제품의 GMO 원료 사용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석연찮은 정황이 반복되었다는 점이다.

허벌라이프는 ‘제초제 내성 변형 유전자’가 검출된 원재료 분리대두단백을 사용하여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식약처는 허벌라이프의 GMO 원료 사용을 명확하게 점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일요시사>가 GMO 정성검사를 통해 문제를 제기한 '쉐이크 믹스' 단일상품만 조사대상으로 삼았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생산에 사용되는 주요 원재료에서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원재료가 아닌 생산 제품의 일부분만을 조사한 것은 한 곡의 노래를 듣고 해당 가수의 음악세계를 알았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히며 “이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해당하는 것으로 기존 식약처의 실태조사 계획과는 전혀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내츄럴엔도텍이 생산한 백수오 성분추출 원재료에서 이엽우피소 혼입 의혹이 제기되었을 당시 해당 원재료를 사용한 모든 제품을 전수조사 한 것과 대조되는 사항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정감사 당시 남 의원은 “원료 농산물은 시험검사로 구분유통증명서의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나, 가공식품은 실제 해당서류에 대한 시험적 진위여부 확인(GMO가 3% 이내 비의도적 혼입 여부)이 어렵기 때문에 식약처가 나서 사실여부를 확인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승희 처장 역시 이에 대해 직접 해당 조사를 실시할 것을 약속했지만, 구분유통증명서에 대한 진위여부 확인은 이뤄지지 않았다. 필요성을 언급한 허벌라이프의 미국 현지 공장에 대한 실사 역시 마찬가지다.

제초제 내성 변형유전자 검출
철저한 조치 약속하고도 어영부영


오랫동안 건강기능식품 수입을 담당했던 관계자는 “조사의 내용이 수입허가 단계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밝히며 “이정도 수준으로 GMO가 검출된다면 애당초 수입허가가 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분유통증명서를 제출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과학적 기법인 정성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의 반증인데 어떻게 정성검사를 실시한 결과 GMO가 검출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식약처의 정성검사에 의문을 제기했다. 애초에 정성검사를 통과하지 못해서 구분유통증명서를 제출한 것인데 제품에서 0.001%의 GMO도 검출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식약처 수입식품정책과의 김광수 사무관은 허벌라이프 관련 조사에 대해 "해당 제품(허벌라이프 쉐이크 믹스)을 수거하여 GMO 정성검사를 실시했으나 GMO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조사를 종결했다"고 답변한 바 있다.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번 식약처의 조사가 ‘날림’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는 이러한 정황들 때문이다.

사실 GMO 분야에서 식약처는 ‘국민건강의 마지노선’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고 기업들의 '서비스 기관'을 자처한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지난해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대표 김성훈)는 식약처를 상대로 제기한 GMO 수입현황 등의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해당 사항이 법정다툼으로 번진 이유는 식약처가 GMO 수입현황 등의 정보가 식품업계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3년 연속 정보공개를 거부해왔기 때문. 서울행정법원은 경실련의 손을 들어줬다. GMO 수입현황 등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정보공개의 원칙’에 더욱 부합한다는 것이 판결 내용이다.

그러나 식약처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해당 정보를 공개하면 식품업체들의 영업상 지위를 위협하고, 기업이미지 등 무형의 이익, 미래의 영업이익 등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 결국 해당 사항은 다시 법정 앞에 섰다.

GMO 이외의 분야에서 역시 식약처는 친 기업적인 석연찮은 행보를 반복했다. 지난해 8월 정부 산하 한국소비자원은 국내 허가된 모기 기피제 200여개의 안전성에 일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으나, 식약처는 시중 모기 기피제는 안전하다며 맞서 싸웠다.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는 직접 "국민생활용품의 유해성 여부에 대해 관련 기관이 서로 다른 내용을 발표해 혼란을 초래했다"며 이를 강하게 질타했다. 또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판매 중인 당면의 알루미늄 함량 분석 자료를 발표하자 이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미는 등 대립행보가 계속되었다.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 식약처는 기업들을 비호하는 형국이었다.

또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사례 신고의 명칭을 ‘업계에 대한 불신을 초례한다’는 이유로 부작용 추정사례 신고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부작용 추정사례가 과학적으로 규명된 것이 아님을 명시했다.

허벌라이프 관련 취재과정에서 만난 피해자는 “부작용 추정사례에 대한 신고를 했지만 아무런 대꾸도 돌아오지 않았다”며 “관련 기업에 사례를 전달했다는 내용을 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한 것이다. 더욱이 식약처는 추정사례에 대한 제품별 신고현황을 기업의 영업상 지위를 위협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농림부 장관을 지냈던 김성훈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대표는 칼럼을 통해 "GMO(유전자조작) 식품 및 외국산 농산물의 폐해 등을 지적하면 고위층이 적잖이 하급 담당자를 닥달하는 모양"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관계부처에서 자신이 칼럼을 연재하는 농어민신문사에게 이모저모 위협을 가하고 불이익을 주는 모양이라고 밝힌 것.

한편 김승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신년사를 통해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고, 어려운 규제는 지원하고, 필요한 규제는 만들어 기업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불만을 해소할 수 있도록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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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