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동교동계 부활 노림수

DJ파 원로들의 반란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의 가신 그룹인 동교동계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기지개를 펴고 있다. 권노갑 전 상임고문을 비롯한 동교동계는 지난 12일 집단 탈당을 선언했다. 권 전 고문은 탈당 직후 신당 추진 야권 인사들과 잇달아 접촉하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DJ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14년 만에 다시 정치적 기지개를 펴고 있는 동교동계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의 가신 그룹인 동교동계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기지개를 펴고 있다. 권노갑 전 상임고문은 지난 12일, 동교동계 인사 수십 명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을 집단 탈당했다. 안철수 의원이 탈당해 국민의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야당을 지탱해온 두 기둥인 운동권과 호남 가운데 한 축이 무너지면서 더민주는 총선을 앞두고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미 야권의 심장으로 불리는 광주에서는 현역의원들의 탈당 러시로 더민주가 국민의당에 밀려 소수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권 전 상임고문은 이날 탈당을 선언하면서 더민주를 선거 패배에 책임지지 않고, 정권교체의 희망도 주지 못하는 당이라고 규정했다. 동교동계의 목표는 제대로 된 야당을 부활시키고 정권교체를 성공시키기 위한 길에 미력이나마 혼신의 힘을 보태는 것이라고도 했다.

정권교체?
지분 요구?

호남과 친노의 결별은 친노의 집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인식이 야권 내에서 팽배해지면서 서서히 시작됐다. 지난 2007년 대선부터 최근 각종 재보선에 이르기까지 친노가 장악해온 야당은 참패를 이어왔다. 문재인 체제로는 내년 대선에서도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동교동계를 움직였다는 것이다.

권 전 고문은 탈당 후 곧바로 국민의당에 합류하는 대신 제3지대에서 신당 세력의 통합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고문은 탈당 다음날부터 무척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권 전 고문은 이미 탈당을 결심한 박지원 의원, 탈당 후 호남 독자 신당을 추진 중인 박주선 의원과 박준영 전 전남지사를 잇달아 만났다. 이어 국민의당에 합류한 김한길 의원과도 만났다.


김대중 가신들 친노와 완전 결별
신당 추진 야권 인사들과 접촉중

더민주를 제외한 야권 주요 세력을 대부분 만난 셈이다. 일각에선 권 전 고문의 동선을 보면 동교동계의 통합 시나리오를 엿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교동계의 탈당으로 야권은 문재인 대표를 축으로 한 친노·386·운동권 중심의 더민주와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비노·호남·중도의 국민의당으로 완벽하게 양분된 모양새가 됐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동교동계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탈당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동교동계의 ‘지분 요구설’이다. 동교동계가 야권 분열을 기회로 삼아 몸값을 높이고 지분을 요구하려는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권 전 고문은 지난해 4월, 새정치연합(현 더민주)의 재보선 지원을 약속하면서 “지금까지 당을 운영하면서 (지분을) 주류 60퍼센트, 비주류 40퍼센트로 나누는 관행을 지켜왔는데, 문재인 대표도 그 정신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동교동계가 재보선을 지원했음에도 문 대표 측의 아무런 배려가 없자 결국 탈당까지 강행하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친노와 악연
복수 위해?

최근에는 동교동계가 탈당 후 국민의당에 곧바로 합류하지 않은 이유가 안철수 의원 측과 지분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라는 의혹제기를 한 언론보도도 있었다. 동교동계의 지분 요구에 안 의원 측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물론 양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동교동계는 지난 19대 총선 당시 공천 문제로 집단 탈당한 전력도 있다. 동교동계 인사들은 당시 탈당을 하면서 ‘친노 패권주의로 불공정한 공천이 이뤄졌다’고 비판했는데 이후 친노 인사들에게는 ‘친노 패권주의’라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동교동계는 크게 신파와 구파로 나뉜다. 구파는 권노갑 고문을 중심으로 김옥두, 이훈평, 박양수 전 의원 등이 있고 신파는 한화갑, 한광옥, 김경재 전 의원 등이 주축이다. 동교동계 신파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친노 진영이 주도한 공천 과정에서 대거 탈락하자 탈당해 정통민주당을 창당한 후 총선에 나섰으나 대부분 낙선했다.

그러자 그해 12월 치러진 대선에서는 동교동계 신파 인사들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을 하며 여권 행을 택했다. 이후 한광옥 전 의원은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았으며 김경재 전 의원은 최근까지 청와대 홍보특보를 맡는 등 승승장구했다.

동교동계의 집단 탈당에 대해 단지 친노 진영에 대한 복수의 일환이라며 평가절하하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동교동계 대부분이 90세를 바라보는 나이인데 지분을 챙겨주려고 해도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겠냐”며 “동교동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사건건 친노 진영에 시비를 걸어왔고 과거 쌓인 앙금이 해소되지 않아 탈당한 것뿐”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호남의 한 인사는 지난 해부터 이미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의석을)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친노를 싹 쓸어버려야 한다”고 공공연히 언급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동교동계와 친노 진영은 지독한 악연이다. 2002년 민주당의 대선 경선 때 동교동계가 노무현 후보를 배후에서 지원했다는 말도 있었지만 정작 노무현정부가 출범한 이후 동교동계는 줄곧 시련을 겪었다.

계획된 탈당
친노 고립작전?

특히 지난 2003년 대북송금 특검이 시작되자 동교동계는 참여정부가 DJ의 최대 치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깎아내리려 한다고 반발했고, 수사 과정에서 권 전 고문과 박지원 의원 등 동교동계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어 그해 11월 친노 진영이 당시 민주당을 구태 정치세력으로 몰면서 열린우리당을 창당하자 동교동계의 친노에 대한 반감은 극에 달했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호남이)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이회창이 될까 봐 찍었지”라며 동교동계와 호남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했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표의 “우리는 부산 정권”이라는 발언도 논란이 됐다. 동교동계의 이훈평 전 의원은 “50년 만에 정권 창출하고 재창출해줬는데, 친노 패거리들이 망쳐버렸다”고 비판했을 정도다. 특히 노무현정부의 대북송금 특검은 이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아픈 상처다.

동교동계 인사들은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모이면 “(대북송금 현대 비자금 사건 때) 언론 보도로만 치면 동교동계 인사들은 재벌인데 이 나이에도 식당 등을 운영하며 먹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친노 진영을 비판할 정도다.

게다가 지난 2012년 총선 이후에도 동교동계 인사들은 당내 경선에서 친노 진영 인사들에게 번번이 밀렸다. 지난해 4월 재보선 당시 관악을에 출마했던 동교동계 김희철 전 의원이 친노로 분류되는 정태호 후보에게 당내 경선에서 밀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탈당 시나리오 오래전부터 준비
지분 요구? 앞으로 행보 주목

당시 국민경선 여론조사에서 두 곳의 여론조사 기관이 동시에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양 기관 간 조사 결과가 15%나 차이가 나 논란이 됐었다. 일반적인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5∼6% 정도다. 김 전 의원 측이 항의했지만 당 지도부는 항의를 묵살해버렸다. 당내 경선 때마다 이 같은 일이 잦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동교동계가 오래전부터 친노 고립작전을 치밀하게 준비해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권 전 고문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와 손잡고 국민동행이라는 정치 결사체를 만들어 오래 전부터 신당 추진 작업을 해온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국민동행은 상도동계 좌장 역할을 했던 김덕룡 전 의원과 권 전 고문이 주축으로 만든 단체다. 국민동행에는 상도동계 김덕룡 전 의원과 함께 문정수 전 부산시장, 심완구 전 울산시장이, 동교동계는 권노갑 전 고문과 정대철 전 상임고문 등이 참여했었다.
 

국민동행 발족 당시부터 정가에서는 안철수 의원의 측근인 김성식 전 의원이 국민동행 발족에 적극 관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었다. 안 의원 측이 안 의원에게 힘을 실어 줄 여야 원로 인사들을 규합하고 있다는 설이었다. 지난 2014년에는 동교동계 정대철 전상임고문이 주축이 돼 구당구국 모임을 결성하기도 했다. 이 모임에는 지금은 더민주를 탈당한 정동영 전 상임고문, 천정배 의원 등이 참여했었다. 정대철 전 고문도 지난 15일 탈당을 선언한 상태다.

순수성 의심
진짜 목적은?

당시부터 구당구국 모임이 사실상 중도, 온건파 성향의 정치인들을 규합해 신당 창당을 추진하려는 단체가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2년이 지난 지금 구당구국 모임에 참여했던 인사들 중 상당수가 신당행을 선택하면서 소문은 어느 정도 사실이 됐다. 그러나 동교동계의 탈당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발휘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동교동계가 DJ의 가신그룹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은 지니고 있지만 현역 의원이라고는 박지원 의원이 유일하다.

이미 90세를 바라보는 고령의 인사들이 민심을 대표하거나 좌지우지할 만한 힘을 지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다만 호남 내 반 친노 정서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교동계의 이탈은 호남의 반 친노 정서를 더욱 부채질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호남 출신의 한 인사는 “동교동계는 DJ와 험난한 한국 정치사를 함께한 민주화의 산 증인들”이라며 “당의 어른들도 제대로 못 챙기는 정당이 누굴 챙기겠느냐”고 비난했다.


한편 이 같은 정치권의 풍문들에 대해 동교동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무슨 욕심이 있겠나? 집권 가능한 야당을 만들기 위해 헌신하겠다는 것인데 벌써부터 우리를 깎아내리려는 공작이 시작된 것 같다”며 “그런 허무맹랑한 목소리엔 신경 쓰지 않고 정권 교체를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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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