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한' 안철수 사람들 해부

새정치하겠다더니 낡은 인물만 잔뜩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신당이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신당의 상승세는 기존 정당들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 정서 때문이란 분석이다. 그런데 신당에 합류한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과연 새정치에 적합한 인물인지 의문이다. 신당 합류 인사들의 면면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신당의 지지율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더민주는 지난 달 28일 당명을 변경하고 총선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했지만 탈당러시는 끊이지 않고 있다. 안철수 신당의 무서운 상승세는 기존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 정서 때문이란 분석이다.

그런데 안철수 신당에 합류한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과연 안 의원이 평소 주창해온 새정치에 적합한 인물인지 의문이다. 안 의원은 인재 영입의 원칙으로 부패하거나, 막말하거나, 갑질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3가지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못 지킨 원칙
구태 인물 잔뜩

현재까지(지난 해 12월31일 기준) 안철수 신당에 합류한 현역 의원은 문병호, 유성엽, 임내현, 황주홍, 김동철 등 5명이다. 우선 유성엽 의원은 지난 해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쓴 여기자를 ‘쓰레기 기자’라고 지칭해 논란이 됐으며, 전북 의원 조찬 회동 중 탈당자 복당 문제를 논의 하면서 동료 의원에게 욕설을 하기도 했다.

당시 유 의원은 자신의 주장에 이견을 보인 한 초선의원에게 욕설이 섞인 막말을 했다. 한 간담회 참석 의원은 “욕설을 들은 초선의원이 탁자를 치면서 벌떡 일어나 항의했고 주변에서 말리지 않았으면 몸싸움으로 번졌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유 의원의 보좌진 중 한 사람은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 새정치연합을 ‘개정연’으로 비하하고 송하진 전북지사, 정세균 의원, 우원식 의원 등을 무차별적으로 비판해 논란이 됐다. 해당 보좌진은 유 의원의 자질론을 지적한 한국일보 ‘험한 입 유성엽’ 기사에 대해 “기레기 원조 한국일보야... 지난번 이완구 청문회 때 당한거 복수하냐? 추잡한 짓거리...”라고 댓글을 달았다.

오마이뉴스의 ‘유성엽 “쓰레기 같은 기자, 태풍에 쓸어버려야” 기사에는 ‘기술이나 배워라, 당장 기자 그만두고 실업급여나 받으라, 너 같은 기레기 하나 그만둬도 상관없다’등 모욕적인 댓글을 쏟아냈다.
 

임내현 의원 역시 2년 전 성희롱 발언 논란에 휘말린바 있다. 임 의원은 당시 출입기자들과 오찬에서 “카우보이가 총 맞아 죽고 붕어빵이 타고 처녀가 임신을 하는 공통적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며 “정답은 늦게 뺐다는 것”이라는 성희롱성 농담을 했다.

더민주 탈당 러시…참신한 인물 글쎄
새인물 찾아 삼만리, 새인물 후보는?

새누리당은 논란이 불거지자 국회 윤리위원회에 임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했고 현재까지도 위원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임 의원에 대해 ‘출석정지 30일’의 중징계 의견을 냈다. 진보논객인 진중권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안 의원이 막말하는 정치인을 배제하겠다고 했지만 이 정도의 성희롱은 새정치를 하는 데 큰 지장이 없나보다”라며 안 의원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임 의원은 “탈당과 동시에 이 같은 문제를 진 교수가 제기했다”며 자신을 흠집내기 위한 악의적인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새정치연합 내 친노 세력을 배후로 지목하는 등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임 의원은 “탈당하기 전에 ‘탈당시 이 문제로 발목을 잡겠다’는 비공식적 이야기들을 들은 적이 있다”며 “스스로 떳떳하다고 판단했기에 소신껏 행동해왔지만 새누리당도 아닌 몸 담았던 야권에서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의 한계?
새정치 실체 있나?

이외에도 문병호 의원은 ‘무종3월’로 병역을 면제받은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고, 김동철 의원은 무리한 해외 출장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 의원은 박기춘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되면서 국토교통위원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국토위원장으로서 남은 임기는 고작 4개월 가량이다.

그런데 김 의원은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 관련 사업을 점검하겠다며 나홀로 해외 출장을 떠났다. 당초 이번 출장은 김 의원을 포함해 3명의 의원이 함께 가기로 했지만 선거구 획정과 쟁점 법안 등을 놓고 정국이 어수선해 다른 의원들은 해외 출장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신당에 합류할 것이 유력해 보이는 인물들의 면면도 새정치에 적합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최근 더민주를 탈당한 권은희 의원은 안철수 신당행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런데 권 의원은 지난 재보선 공천 당시에도 표심에 악영향을 끼친 바 있다.

권 의원은 현재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위증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당시 권 의원 공천에 대해 여당은 위증에 따른 보은공천이 아니냐며 더민당을 맹비난했다.

게다가 권 의원은 변호사 시절 맡았던 사건 피고인의 아내가 위증 혐의로 처벌을 받았으며, 피고인의 아내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변호사가 시키는 대로 (법정에서) 말했다”는 진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보선 과정에서는 권 의원의 재산축소신고 의혹이 불거져 전체적인 선거 판세에 악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총선 코앞인데
실망감 커져

당시 더민주는 “현행 재산등록 제도상 비상장주식의 경우 액면가로 신고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산신고 누락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진보정당들조차도 “법적 하자가 없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국민들은 도덕적 불감증으로 받아들일까 걱정”이라고 더민주를 비판했다. 그런 권 의원을 안 의원이 받아준다면 또 한 번 엄청난 후폭풍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더민주 내에서 가장 탈당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되는 주승용 의원의 경우에는 너무 잦은 탈당 이력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주 의원은 2007년에는 6개월 사이에 당적을 4번이나 바꾸는 진기록을 세웠다. 주 의원은 이외에도 과거 3차례나 공천 경선 탈락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때문에 참여연대를 비롯한 전국 400여 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총선시민연대’는 지난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주 의원을 ‘낙선대상 후보자’에 선정하기도 했다. 시민연대는 주 의원이 경선불복 및 철새정치행태를 수없이 반복한 것이 선정 이유라고 밝혔다.

인재영입 3가지 원칙 완전히 무시
막말, 툭하면 탈당…새인물 맞아?

안 의원이 최근 지원을 요청한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역시 새정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권 고문은 조만간 탈당을 결행해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권 고문은 지난 2000년 정동영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이 주도한 정풍운동으로 이미 오래전 2선으로 물러났던 인물이다. 권 고문은 비록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긴 했지만 지난 2002년에는 이른바 진승현게이트에서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던 전력까지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열한 인물들을 영입하는 것이 당장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국민들의 실망감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당장 여권에서는 안철수 신당이 공천 탈락 대상자들의 집합소라고 비아냥되고 있다”며 “안철수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 전까지 참신한 인재 영입에 성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안철수 신당의 최대 경쟁자인 더민주는 외부인사로 표창원 범죄과학 연구소장 영입에 성공했다. 또 더민주는 정찬모 전 울산시의회 교육위원장에게 영입을 제의한 데 이어 이철희 두문정치전략 연구소장 영입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맞서 안 의원은 30∼40대 인재 영입론으로 맞불을 놨지만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 의원은 이들이 국회에 들어올 수 있도록 문턱을 최대한 낮춘다는 계획이다. 안 의원 측은 주로 경제계 학자나 벤처 기업인 등을 중심으로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재영입 경쟁
빈 수레 요란?

이외에도 현재 안철수 신당의 영입대상으로 거론되고 인물들은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전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등이 있다. 특히 한때 안 의원의 측근이었던 송호창 의원, 윤장현 광주시장, 김성식 전 의원, 윤여준 전 장관, 금태섭 변호사 등의 마음을 다시 되돌려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신선한 인재는 보이지 않는다. 과연 안철수 신당은 새인물 찾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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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