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고용 사상 최악 <긴급기획특집②> 학원가 취업과외 열풍

‘삼성반’ ‘LG반’? 취업도 입시처럼…

최근 14년 동안 청년고용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청년 고용률이 1995년 46.4%에서 지난해 40.5%까지 하락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고용률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40.6%보다 낮아 1982년 통계작성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해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일요시사>는 청년고용 사상 최악 특집을 구성, ② ‘학원가 취업과외 열풍’에 대해 알아봤다.


대입 못지 않은 대기업 취업특강에 취업생 몰려
1:1 맞춤 과외부터 대기업 겨냥한 특강까지 생겨


요즘 대학가는 취업 전쟁터가 돼 버렸다. 취업이 워낙 어렵다 보니 취업 준비가 마치 대학 입시를 방불케 한다는 이유에서다. 시험기간, 방학기간 할 것 없이 대학 도서관의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자리 쟁탈전에 나선 학생들 때문에 일부 대학에서는 번호표를 배부하고 졸업생들의 출입을 통제할 정도다. 이와 같이 극심해지는 취업난으로 인해 ‘취업과외’까지 등장했다.
 
특히 대기업이나 금융권 취업을 원하는 취업준비생이 늘어나면서 이를 겨냥한 ‘삼성반’ ‘LG반’ ‘금융과외’까지 등장했다. 서울 사립대에 재학중인 박모(27)씨는 중국인 교환학생에게 1:1 회화수업을 받고 있다. 학원 수강료에 비교했을 때 두 배 정도 비싸지만 시간을 맞추기도 편하고, 단기간 실력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다.
 
박씨는 “학원도 다녀봤지만 실제 학원에 가면 막상 말할 기회가 없어 효과가 적기 때문에 1:1 과외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박씨처럼 1:1 개인과외를 원하는 대학생을 위해 취업 과외를 알선해주는 인터넷 카페도 늘고 있다. 취업과외는 외국어 공부나 공무원, 임용고시 시험대비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대기업과 금융권으로 취업하기를 원하는 취업 준비생이 늘어나면서 대기업과 금융권 취업을 위한 학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취업도 입시처럼…

실제 해마다 삼성그룹 상·하반기 공채모집이 시작되는 3·9월이 되면 학원가는 이른바 ‘삼성고시’ 특수를 맞는다. 삼성그룹의 직무적성시험인 ‘SSAT’ 뿐 아니라 공채전형 과정 중 하나인 프리젠테이션, 면접요령 등을 지도하는 학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다. 최근에는 전문 교육업체나 사이트의 취업강좌에도 취업 준비생들이 몰리면서 ‘삼성반’ ‘LG반’처럼 희망하는 대기업별로 특성화한 맞춤형 강좌도 생겨났다.

그런가 하면 경영·경제학 전공자들에게 높은 연봉으로 인기가 많은 금융권이 꿈의 직장으로 불리면서 금융권 취업 희망자들은 투자상담사· 선물거래 상담사·자산관리사 등 3개의 자격증을 ‘금융권 입사 3종세트’라고 부른다. 애초에는 금융권의 현직 종사자들이 전문성 강화를 위해 따던 자격증이었지만 이제는 금융권 취업 희망자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조건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기자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모 금융전문 학원에 찾아가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학원 관계자는 “학원 내부 규정상 인터뷰에 응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학원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원생을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인천대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김모(25)씨는 “경영·경제 전공 학생들에게 금융권 취업은 최고로 꼽힌다. 때문에 방학마다 ‘3종세트’ 자격증을 따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는 대학생들로 학원은 북새통을 이룬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나도 많이 망설였지만 남보다 뒤쳐질 수 없다는 생각에 수강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씨는 끝내 수강료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로 일관했고 대신 “외국계 금융회사 취업에 필요한 과목의 1:1과외 수업료는 수십에서 수백만원에 이른다”고 귀띔했다. 한편, 지방 국립대를 졸업하고 서울 노량진에서 임용고시 전문학원에 다니고 있는 강모(27)씨는 “무조건 공부만 한다고 시험에 붙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지방대학 학생들은 학교나 그룹 위주로 정보 공유를 하지만 그마저도 서울 학생들에 비하면 부족하다”면서 “개개인이 달라진 시험의 동향을 일일이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공신력 있는 학원에 다니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실제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61.5%는 취업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코리아는 지난 6월, 국내 4년제 대학에 재(휴)학 중인 2, 3, 4학년 대학생 812명을 대상으로 ‘취업사교육 현황과 비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현재 취업을 위해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61.5%(499명)에 달했다. 이는 2년 전 동일 조사결과(52.9%)보다 8.6%P 증가한 수치다. 취업 사교육을 받는다고 응답한 학생은 남학생(67.6%)이 여학생(55.9%)보다 다소 높았고, 학년별로는 4학년 68.4%, 3학년 53.0%, 2학년 50.9% 순으로 조사돼 학년이 올라갈수록 취업 사교육을 받는 비중이 높았다.

취업 사교육을 받지 않는다고 응답한 학생은 38.5%(313명)인 것으로 조사됐지만 이들 중 ‘취업 사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은 17.9%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높은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 때문에’ 사교육을 받지 않는다는 응답이 56.5%로 높게 나타나 취업 사교육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여건 때문에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 사교육을 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물론 ‘취업 스펙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67.7%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진학(19.6%)이나 편입(8.4%)을 위해 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응답도 있었다. 취업 사교육 분야로는 ‘영어말하기’가 49.7%로 가장 높았고, 전공분야 자격증(42.5%), 영어문법(41.7%), 컴퓨터 활용 자격증(41.5%) 순으로 이어졌다.

그런가 하면 현재 취업 사교육을 받는 대학생들은 올해 한 해 동안 지출할 취업 사교육 비용이 연평균 265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2008년 연평균 193만원과 비교했을 때 37.3%로 크게 증가한 수준이다.

대학생 61.5% “취업과외 받아”

사교육비 역시 학년이 올라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전공계열별로는 인문계열 학생들이 연평균 286만원의 사교육비를 지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사회과학계열과 이공계열이 262만원으로 동일했고, 경상계열은 219만원으로 조사됐다. 한편, 현재 한 달 동안 취업 사교육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한 명당 평균 23만원으로 조사됐으며, 금액대별로는 약 30만원을 지출하는 응답자가 19.8%로 가장 많았고, 이어 약 10만원(17.6%), 약 20만원(15.6%) 순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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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