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고용 사상 최악 <긴급기획특집①> 인터넷 달구는 황당 면접기

“백수 100년 해도 너희 회사는 안가”


최근 14년 동안 청년고용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청년 고용률이 1995년 46.4%에서 지난해 40.5%까지 하락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고용률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40.6%보다 낮아 1982년 통계작성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해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일요시사>는 청년고용 사상 최악 특집을 구성, ① ‘인터넷을 달구는 황당 면접기’에 대해 알아봤다.


일부 중소기업 뻔뻔한 면접 태도 도마 위
담배 피우며 반말, 조롱·비하하기도 해


청년고용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는 가운데 취업면접에서 ‘외모차별’과 ‘반말’ ‘조롱’ 등으로 가슴에 비수를 맞고 돌아오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다. 대학 4년생 A(22·여)씨는 최근 황당하고 불쾌한 면접을 치렀다. 체대를 다니던 A씨는 2년간 헬스 트레이너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병원에서 운동처방사를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면접을 보기 위해 병원으로 향했다.

처음으로 원무과장이라는 사람이 A씨를 맞았고, 그는 운동처방사는 구하지 않고 고주파실 직원을 뽑는다고 말을 바꿨다. A씨는 황당했지만 고주파실도 나중에 운동처방을 할때 도움이 될까 싶어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황당면접 천태만상

이력서를 찬찬히 살펴보던 원무과장은 취미와 특기를 물었고, A씨는 체대생답게 등산과 볼링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이때부터 원무과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변했다. “나는 볼링 에버리지가 60정도 나오는데 우리 술 내기로 볼링이나 치러 가자”고 말한 것. 당황한 A씨가 어색한 미소를 보이자 원무과장은 한술 더 떴다. 그는 “만약 여기 면접에 통과하지 못해도 전화할테니 나중에 둘이서 볼링치고 술이나 한잔 하자”는 망언을 쏟아냈다.

대학 1년을 마치고 휴학중인 B(20·여)씨는 면접관에게 더욱 집요한 작업을 받았다. B씨는 면접 당시를 생각하면 변태같이 능글거리던 면접관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아직도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취업을 위해 이곳저곳 이력서를 넣어둔 B씨에게 이름을 대면 알 만한 대기업에서 면접 연락이 온 것은 지난 3월이었다. B씨는 면접날에 맞춰 기분 좋게 화장을 하고 정장을 갖춰입고 면접장으로 향했다.

면접관으로 나온 C과장은 B씨를 보더니 대뜸 “이력서가 웃겨서 뽑았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이런 이력서를 넣을 수 있냐는 비웃음이 섞인 말투였다. 이어 C과장은 “B씨는 대기업에 올 실력은 전혀 안되는데 얼굴이 맘에 들어서 뽑았다”고 덧붙였다. 하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으니 못생긴 고학력자보다 예쁜 얼굴을 뽑는 게 좋다는 설명이다.

그러더니 급기아 C과장은 B씨에게 남자친구가 있느냐고 물었고, “있다”는 B씨의 대답에 급실망하면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없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다그쳤다. 황당한 면접을 마친 B씨는 찝찝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갔지만 C과장의 집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면접을 본 다음날 아침 C과장은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 너 때문에 속상해서 한잔 했다”는 이상한 말을 던졌다.

회사에 들어오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집에 가서 자기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 대충 마무리짓고 전화를 끊었지만 C과장은 이후에도 계속 전화를 걸어 술 한잔 같이 할 것을 권했고, C과장의 무서운 집착은 그 이후 한 달 간 지속됐다. 그런가 하면 대학생 D(27)씨도 최근 한 중소기업 면접 자리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서울지역 4년제 대학 졸업반인 D씨는 당초 대기업이 목표였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자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렸다.

비교적 탄탄하다고 소문난 기업에 면접을 보러간 D씨는 면접관이 자신에게 반말을 쓰며 담배를 피우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회사 임원으로 보이는 면접관은 시종일관 반말로 면접을 진행했고, D씨의 이력서를 훑어보더니 “외국에서 살다 왔는데 토익이 920점이야? 외화 낭비한 거 아냐?”라고 말했다. 이어 담배를 뻐끔거리는 채로 “D씨 스펙이 안 되니까 알아주는 대기업 못 간 거 아냐”라고 비아냥거렸다.

분한 마음이 든 D씨는 “회사내에서 흡연이 가능한가요?”라고 되물었고, 면접관은 천연덕스럽게 “원래 안 되는데 나는 사장이니까 피우는 거야”라고 답했다.
이밖에도 면접을 보는 내내 “중국인처럼 생겼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면접관에 빈정이 상한 구직자와, 모든 전형에 합격했지만 면접을 보는 자리에서 부모님의 이혼사실을 밝히자 돌연 합격을 취소당한 구직자들도 존재했다.

이런 ‘황당면접기’는 취업카페나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에 회자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구직자들이 기업 면접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가 악화되고 있다. 특히 일부 중소기업에서 황당 면접이 자주 발생하자, 대기업 선호인식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황당면접기를 접한 20대 중반 취업자들은 대부분 “이러니까 중소기업이지” “별 그지 같은 회사들 많네” “이러니까 누가 중소기업 가고 싶겠어요?” 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위와 같은 사례는 실제로 면접장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올 들어 면접시험을 본 구직자 10명 중 7명 이상은 위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면접관의 태도에 불쾌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취업포털업체 잡코리아는 올 들어 면접 경험이 있는 남녀 구직자 8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지난 1일 발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74.8%는 ‘면접관의 태도로 불쾌했던 적이 있다”고 답했고, 여성 구직자(78.1%)가 남성 구직자(71.7%)에 비해 불쾌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불쾌감을 주는 면접관의 태도로는 ‘무시하는 듯한 어투’가 47.7%로 가장 많았고, ‘면접장에서 이력서를 처음 검토하는 듯한 자세’가 23.3%로 그 뒤를 이었다. 이 밖에 반말(10.4%), 답변 중 다른 질문(9.8%), 흡연(4.5%) 등도 불쾌감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75% “면접관 태도 불쾌”

불쾌한 질문의 유형으로는 학벌·출신학교가 35.5%를 차지했고, 외모·신체사항은 15.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친구나 결혼여부라고 답한 구직자는 13.2%로 조사됐으며 부모직업 등 가족 관련 질문에 불쾌감을 느끼는 구직자는 12.8%였다. 기타 상세한 개인신상(7.1%), 주거형태(6.6%), 종교·개인취향(3.1%)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기업들의 압박면접이 강화되면서 구직자들 사이에서 이색 스터디그룹도 속속 생겼다. 일명 ‘모욕 스터디’로 불리는 이색 스터디그룹은 참가자끼리 서로 말 실수나 약점을 꼬집어내 모욕을 주는 학습 모임이다. 면접에 대비해 말실수나 신체적 약점을 집요하게 꼬집어 모욕감을 느낄 정도의 공격적인 질문으로 면접생의 ‘내성’을 키우기 위해 구성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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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