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서열 2위' 정의화 대권플랜 가동설 추적

대통령과 각세운 이유 있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정의화 국회의장이 연일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국회의장은 우리나라 의전서열 2위지만 사실상 명예직과 같은 자리였다. 의장 임기가 끝난 후엔 정계를 은퇴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정 의장은 달랐다. 의장직에 오른 뒤 오히려 정치적 보폭을 크게 넓히고 있다. 정 의장의 대권 도전설이 불거지고 있는 이유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연일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오래 전부터 삐걱거렸다. 정 의장은 ‘장준하 선생 타살 발언’등으로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고, 청와대는 정 의장이 추진하던 남북국회의장 회담 등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자 정 의장은 보복이라도 하듯 박 대통령이 임명한 현직 국회의원 청와대 정무특보들에 대해 원칙에 따라 겸직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사사건건 부딪히던 두 사람의 갈등은 노동 개혁법 직권상정 거부로 최고조에 올랐다. 요즘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정 의장일 것”이라는 농담이 공공연히 떠돌고 있을 정도다. 

호남서 승부수?

정 의장의 노동 개혁법 직권상정 거부는 입법부가 행정부의 요구에 따라 ‘통법부’ 역할을 수행했던 과거의 수직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균형을 되찾겠다는 정치적 의지가 담겨 있다. 국회의장은 우리나라 의전서열 2위지만 사실상 명예직과 같은 자리였다.

의장 임기가 끝난 후엔 정계를 은퇴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정 의장은 달랐다. 의장직에 오른 뒤 오히려 정치적 보폭을 크게 넓히고 있다. 과거 국회의장들은 대부분 관리형이었는데 정 의장은 취임 초부터 적극적인 혁신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정 의장의 대권 도전설이 불거지고 있는 이유다.

물론 정 의장은 대권 도전설이 불거질 때마다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그의 행보를 살펴보면 여전히 대권 도전설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 의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대선 출마가) 하늘의 뜻이라면 받아들이지 못할 것도 없다”고 밝혀 심경의 변화도 읽혀진다.

정 의장은 내년 20대 총선에서 내리 5선을 한 부산을 떠나 다른 지역구에 출마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본인은 현재 지역구 재출마를 원하고 있지만 당 안팎의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정 의장의 지역구는 선거구 재획정 기준에 따르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나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친박 핵심 유기준 의원의 지역구와 합구를 해야 한다.
 

내리 5선을 하긴 했지만 내년 총선에선 여권 거물들과의 경쟁이 불가피 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호남 출마로 승부수를 던져볼만하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부산에서 낙선한다면 정치적 생명이 끝나는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호남에선 낙선한다고 해도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헌신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혹시 당선이라도 된다면 정치적 입지가 크게 넓어진다.

명예직 의장 관행 깨고 혁신 작업  
호남에 내미는 손…진짜 노림수는?


또 당내에서는 거물 인사들의 험지 출마 요구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인 데다 국회의장의 총선 불출마는 여의도 정가의 불문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의장이 여당의 텃밭인 부산에 출마하려고 하면 반발이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박계에서는 정 의장이 사사건건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의장 해임건의안을 내자는 의견까지 나온 상황이다. 정 의장이 부산 출마 선언을 한다면 친박계의 본격적인 정 의장 흔들기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 의장으로서는 마지막 승부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 의장은 평소 호남과의 관계회복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왔던 여당 인사이기 때문에 당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부산 출신인 정 의장은 지역주의 타파에 앞장서며 광주와 전북에서 각각 명예 시·도민증을 받기도 했다. 예산배정 등에서도 그동안 호남지역에 상당한 배려를 해왔다는 평가다.

의사 출신인 정 의장은 전북 전주예수병원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하기도 했다. 정 의장은 최근 호남을 자주 방문하는 등 호남권 인사들과도 인맥을 넓혀가며 유독 호남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정 의장이 대권출마를 염두에 두고 호남 출마 승부수를 던지는 것 아니냐고 분석하기도 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 의장이 이미 5선에 국회의장까지 지낸 만큼 부산에서 한 번 더 당선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며 “반면 국회의장까지 지낸 여권의 거물급 인사가 호남에 출마하는 것은 지든 이기든 큰 의미가 있다. 만약 정 의장이 대권에 도전할 생각이 있다면 부산에서 출마하는 것보단 호남에서 출마하는 것이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작 정 의장 측에서는 선거구 재획정으로 정 의장과 경쟁하게 된 인사 쪽에서 정 의장의 호남 출마설을 의도적으로 퍼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아직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호남 출마설이 나오는 것은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정 의장이 청와대의 직권상정 요구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도 대권 플랜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직권상정을 점점 더 강하게 압박해오면 정 의장이 의장직 사퇴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의장직 사퇴 카드를 꺼내면 정 의장은  정치적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각인 시킬 수 있다.

박 대통령과 대립했던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직 사퇴 후 대권 지지율이 크게 올랐듯이 정 의장도 단숨에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 의장이 의장직 사퇴 카드를 꺼내면 청와대가 한 발 물러서면서 사태가 일단락 될 가능성이 크지만 양측이 끝까지 대립하면서 의장직을 실제로 내려놓게 되더라도 문제는 없다. 이미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까지 끝난 상황임으로 정 의장은 아쉬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의장직 사퇴카드?

이런 사태를 겪고 나면 현재는 순위권 밖에 머물고 있는 정 의장의 대선 지지율이 최소 3∼5위까지 치고 올라갈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른바 정의화 키즈들이 대거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것도 눈길을 끈다. 정치권에서는 정 의장과 친분이 깊은 이수원 의장 비서실장, 최형욱 당협위원장 직무대행,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 최형두 전 대변인, 이윤생 전 정무기획비서관 등의 출마설이 유력하다. 정 의장의 측근들이 내년 총선에서 여의도 입성에 대거 성공한다면 정 의장의 대권 플랜도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과연 정 의장의 대권 플랜은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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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