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모처럼 아내와 함께 지인이 운영하는 야외 카페를 찾았었다. 한참 단풍에 취하며 가을 정취를 만끽하는 중에 옆이 소란스러웠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그리로 향했다. 참으로 기막힌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어림잡아 네댓 살은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가 장난감 총을 들고 어미와 아비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향해 총을 겨누며 ‘탕탕’ 소리를 내자 그 어미, 아비 되어 보이는 인간들은 그에 따라 그야말로 리얼하게 죽는 시늉을 연발하고 있었다.
일이 그 선에서 마무리되었으면 좋으련만 이 겁 대가리 상실한 녀석이 우리 테이블까지 와서 나와 아내에게 그 짓거리를 해댔다. 이거 저거 생각할 겨를도 없이 육두문자가 튀어 나갔고, 결국 모처럼의 데이트를 망친 적이 있었다.
너무 비약이라 평할지 모르나 정치판에 등장한 이후 안철수란 인간을 바라보면 장난감 총을 들고 설쳐대던 그 아이가 연상된다. 그렇게 자란 그 아이에게 온 세상은 저의 놀이터고 다른 사람들은 저의 놀이에 희생양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보인 안철수의 행동이 이와 한 치의 오차도 없다.
그러니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지지를 발표하고 제 멋대로 놀다가 투표 당일 미국으로 날아 가버렸고,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며 박원순 서울시장 찾아가 공갈과 협박으로 민주당 후보 사퇴시켰고 또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윤여준 전 장관, 김성식 전 의원 등에게 사기를 쳤고……
그런 연유로 일전에 <일요시사>를 통해 안철수는 정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그러니 기왕에 정치판을 떠나라고 했던 게다. 그런데 안철수는 정치판을 떠날 생각은 추호도 없는 듯 보인다. 탈당하자마자 지역을 돌며 쉼 없이 분탕질을 일삼고 급기야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고향인 부산을 찾아 “새정치민주연합은 평생 야당만 하기로 작정한 정당”이라며 “집권해서도 안 되는 당”이라 몰아세웠다. 나아가 “물이 천천히 뜨거워지면 따뜻해서 안락하게 있다가 물 온도가 올라가서 죽는 냄비 속 개구리가 되는 것은 아닌가”라고도 했다.
‘똥개도 제 집 마당에서는 50% 먹고 들어간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대목으로, 자신이 공동 창업주라고 까불던 때가 언제인데 그 당을 향해 저주를 퍼붓고 있으니 참으로 가당치 않다. 그런데 이 부분보다 더 심각한 부분이 있다. 부산에 이어 ‘호남의 사위’라며 광주를 찾아 토해놓은 발언이다.
그는 호남 차별을 거론하면서 “한을 가지고 계신 분들, 반드시 풀겠다는 약속을 드리겠다”며 지역정서를 자극하면서 “인사차별, 단순히 출신만으로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것, 경제적으로 제대로 관심 받지 못하는 것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에서 안철수의 행위를 살피면 이 인간이 정말 인간의 탈은 쓰고 있는가 하는 의심 지울 수 없다. 안철수의 발언은 명백한 지역감정 조장 더하여 서슴없이 호남사람들을 우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에게는 김종인, 최장집, 윤여준 등도 안중에 없다. 오로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그런데 그의 눈에 호남 사람들이 인간으로 보일까. 천만에다. 호남 사람들은 안철수에게는 그저 입신을 위한 한시적인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여하튼 탈당 이후 지방을 순회하고 신당 창당을 선언한 그의 행위를 바라보면 학습 능력은 대단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새 정치니 큰 정치니 하는 것들을 외쳐대던 그가 이전투구의 현장 깊숙이 빠져들어 낡은 정치꾼으로 전락했고 나아가 자신이 혁신하겠다고 한 혁신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했으니 말이다.
각설하고, 구역질을 유발시키는 행동으로 일관하는 안철수와 혁신을 입에 달고 있는 위정자들 모두에게 선조의 말씀 한 토막 전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이며 과학사상가인 최한기의 변이다. 그는 용인문(用人門, 오륜에 따른 도덕적 규범에 맞게 인물을 써야 한다는 내용)이란 작품에서 ‘혁신은 현준(賢俊, 어질고 훌륭함)한 사람의 몫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니 시건방진 인간들은 함부로 혁신을 언급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