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야권 집권' 플랜

"죽을 고비 7번 넘겨야 집권 성공"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연합은 평생 야당하기로 작정한 정당 같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안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탈당을 강행한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새정치연합으로는 절대 집권할 수 없다는 것. 그렇다면 안 의원의 야권 집권 플랜은 무엇일까? 

“냄비 속 개구리는 물이 천천히 따뜻해지면 안락하게 있다가 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그냥 죽어버린다. 새정치연합은 냄비 속 개구리가 되어가고 있다.”

새정치연합을 전격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안 의원은 새정치연합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새정치연합은 평생 야당하기로 작정한 정당 같다”고 일갈했다. 새정치연합의 창업주 격인 안 의원이 탈당을 강행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현재의 새정치연합으로는 절대 집권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안 의원은 “지난 9월 당 상황이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 때였다면 11월은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문재인 대표는 겨우 항생제 처방(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을 했다. 이대로 가다간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은) 무난하게 패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안 의원의 야권 집권 플랜은 무엇일까?

신당 창당 박차
성공 가능성은?


안 의원이 야권 집권 플랜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내년 2월15일까지 탈당 인사들을 모아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해야만 한다. 현역 의원 20명을 확보해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하면 안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은 국고를 지원 받을 수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안 의원이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할 경우 안철수 신당은 총선 전 까지 최대 87억9000여만원에 달하는 국고보조금을 지급받게 될 것으로 추산됐다.

국고보조금은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50%를 우선 균등배분하고 그 외의 정당 중 5석 이상의 의석을 얻은 정당에 5%, 5석 미만의 의석을 얻은 정당에 2%를 각각 지급한다.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은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안 의원이 교섭단체 구성조차 성공하지 못할 정도로 세 규합에 실패하면 당장 ‘안철수의 집권 플랜’은 세간의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뭐 하나 쉬운 일이 없네…
뛰쳐나왔지만 현실은 막막

따라서 안 의원은 당분간 현역 의원 확보에 역점을 두고 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당내에서 문재인 대표를 성토하던 비주류 의원들이 안 의원의 선제 탈당에도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안 의원의 집권 플랜은 시작부터 꼬이는 모습이다. 심지어 안 의원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던 송호창 의원과 윤장현 광주시장 마저 탈당을 거부하면서 안 의원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의 최측근도 탈당을 거부하는 마당에 안 의원을 따라가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며 벌써부터 안철수 신당을 평가절하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게다가 안 의원은 새정치연합보다 훨씬 강도 높은 혁신을 약속한 상황이다. 안철수 신당에 합류하기를 원하는 일부 비주류 의원들 중에는 도덕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들도 많아 안 의원으로서는 이들을 무작정 다 받아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새정치 딜레마
실리? 명분?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과 새정치연합을 공동 창당했던 김한길 전 대표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김 전 대표가 당내에서 상당한 세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김 전 대표가 움직일 경우 비주류 의원들의 탈당이 본격화 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외에도 강진 토굴에서 칩거 중인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김부겸 전 의원, 박지원 의원,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의 움직임이 안철수 신당의 성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야당 인사 외에도 중도개혁 세력으로 분류되는 참신한 인물들을 얼마나 많이 영입할 수 있느냐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안철수 신당은 일단 야당 쪽의 탈당 인사들을 기반으로 창당의 첫발을 내딛고 이후 중도개혁 세력을 집중 영입해 신당의 외연을 넓혀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안 의원은 탈당 후 기자간담회에서 “YS도 3당 합당으로 집권하고 DJ도 JP와 연합해 집권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도 정몽준 후보와 손잡아 집권한 것처럼 야당은 혼자 집권한 적이 없는데 새정치연합은 생각이 다른 사람은 ‘새누리당’이라고 낙인찍고 적으로 배척한다”며 새정치연합의 폐쇄성을 비판한 바 있다.

따라서 새누리당의 비대위원을 역임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성식 전 한나라당 의원,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을 비롯해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여권 내 개혁 성향의 인사까지 안철수 신당의 영입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 의원이 이들의 영입에 성공할 경우 확실한 3당 구도로 정계개편이 이뤄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내년 총선 이전에 안 의원이 인재 영입에 실패할 경우 결국 외곽에서 신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박주선 의원이나 박준영 전 전남지사 등과의 연대에 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선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전 장관이 합류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던 신당 추진 세력인 ‘국민모임’이 결국 정의당에 흡수되다시피 한 것처럼 안철수 신당도 인재 영입에 실패하면 차기 대권 플랜은커녕 총선에서 야권의 발목만 잡았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게다가 안 의원의 최측근인 문병호 의원은 “시기가 문제일 뿐 (천정배 신당 등과) 같이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으나 안 의원이 정치 공학적 선거연대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어 이들과의 연대 성사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연대 불투명
자기 모순

안 의원으로서는 당장 자신의 발등에 떨어진 불도 있다. 바로 다음 총선에서 자신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과제다. 야권의 집권을 성공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힌 인사가 고작 총선에서 낙선한다면 체면을 구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안 의원의 지역구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안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병에는 현재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와 새누리당 이준석 전 위원장의 출마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노 전 대표는 이미 해당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고 인지도도 높은 편이다. 두 사람의 대결로 야권표가 갈릴 경우 이 전 위원장이 어부지리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또 지역구 주민들 사이에서는 안 의원이 중앙정치에 몰두하면서 지역구 관리에 소홀했다는 원성도 높아 내년 총선에서 안 의원이 무난히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철수 신당이 총선을 앞두고 얼마나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안 의원은 탈당을 결심한 또 다른 이유로 새정치연합이 자신의 혁신 제안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당, 총선서 돌풍 예고?
실패한 제3당 역사 반복?

그랬던 안 의원이 기존 정치권과 확실히 다른 파격적인 혁신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고작 그러려고 야권 분열을 일으키며 탈당한 것’이냐는 비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까지 안 의원이 생각하는 구체적인 혁신이 무엇인지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


진보 정치평론가인 진중권 교수는 안 의원이 정계입문 3주년 기자회견에서 ‘낡은 진보 청산’ ‘당내 부패 척결’ ‘새로운 인재 영입’ 등 3대 혁신안을 제안한 것에 대해 “고작 부패 척결이 새정치냐”며 “그런 건 혁신안 속 한 항목으로 제안해도 충분했을 것”이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린바 있다. 따라서 안 의원이 앞으로 어떤 혁신 행보를 펼쳐나갈지, 안 의원이 혁신행보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지 여부가 안철수 신당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 전 까지 이 모든 과정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나면 최종 과제는 안철수 신당이 총선에서 얼마나 좋은 성적을 거두느냐가 된다. 안 의원이 전국 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에서 의석 획득에 실패 하고 호남에서 몇석 얻는 것에 그친다면 안철수 신당은 ‘호남판 자민련’이라 불리며 초라한 지역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정권교체라는 당초의 목표는 요원해지고 야권 분열 책임론으로 안 의원의 정치적 입지만 좁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안철수 신당이 내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20석 이상 차지한다면 안 의원의 대권 플랜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총선 돌풍
대권 직행

최근에는 고무적인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중앙일보>가 안 의원 탈당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일이 총선이라면 어느 당에 투표하겠느냐’의 질문에 응답자의 30.2%가 새누리당이라고 답했지만 새정치연합(23%)과 안철수 신당(18%)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들의 비율을 합하면 새누리당 보다 높은 것으로 나온 것이다.

야권 분열이 오히려 새누리당을 지지하던 중도층을 야권으로 끌어들이며 야권의 파이를 키워주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것에 실패할 경우 안 의원의 주가는 더욱 상승할 것이고, 안 의원은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 성공한다고 해도 안 의원이 집권에 성공하려면 새정치연합이라는 거대 야당과의 단일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미 감동적인 단일화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안 의원으로서는 여전히 풀기 힘든 문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표가 자신은 3번의 죽을 고비를 넘겨야 한다고 했는데 안 의원은 7번의 죽을 고비를 넘겨야 하는 셈”이라며 “측근조차 안 의원을 따르지 않는 판국에 안 의원이 무사히 죽을 고비를 넘기고 야권 집권 플랜을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누구나 신당을 창당하기 전에는 그럴듯한 계획이 있지만 실제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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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