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사건 X파일>

유명호텔서 공짜 피서 ‘뻔뻔 가족’ 덜미
하루 44만원 ‘펑펑’ 계산은 “나몰라 패밀리”

하루 숙박비 24만원 한 끼 식사에 8만원
5인 가족 7일 호텔비 총 308만원 ‘허걱’

일가족 5명이 서울의 유명 호텔에 일주일간 투숙, 맘껏 편의시설을 즐기고 이용료를 내지 않고 도망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8월24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정모(44)씨는 같은 달 5일 부인과 자녀 3명과 함께 서울 중구에 위치한 모 호텔에 들어가 11일까지 7일간 객실과 편의시설 등을 이용했다.

정씨 가족이 머문 객실은 하루 숙박비가 24만원이었으며, 이들은 10만원 상당의 룸서비스를 수시로 주문하는가 하면 매일 아침 1인당 8만원짜리 조식 뷔페를 이용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 또 4만원의 이용금액이 필요한 호텔 수영장에서 두 차례에 걸쳐 물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호텔 서비스를 제대로 즐긴 정씨 가족의 일주일간 호텔 이용료는 총 308만7732원으로 하루 평균 약 44만원을 쓴 셈이었다.

정씨는 일주일간 호텔에 투숙하면서 매일 투숙 기간을 연장하는 방법으로 결제를 미뤘다. 하지만 날짜가 길어질수록 호텔 측은 이를 수상히 여겼고, 11일 ‘최후통첩’을 제시하자 정씨 가족은 호텔 비상계단을 통해 몰래 달아나려다 직원들에게 적발됐다. 경찰에서 정씨는 “미안하다. 이른 시일 내에 변제하겠다.”고 말했지만 조사 결과 정씨의 ‘무전취식’ 행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3년 전에도 같은 호텔에 투숙하고 몰래 나가려다 적발된 적이 있었던 것. 또 경찰은 정씨가 사기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전력이 있고, 벌금형도 6차례 선고받은 바 있다고 덧붙였다.

총각행세 국정원 직원 퇴출 내막
막 나가던 불륜남 집에선 ‘이혼’ 직장선 ‘퇴출’

결혼사실 속이고 불륜 저지르고도 아내 ‘폭행’
부적절한 만남 유지 위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결혼한 사실을 숨기고 총각으로 행세하며 불륜을 저지른 국가정보원 직원이 국정원에서 최종 퇴출됐다. 불륜 행각이 드러나 국정원에서 해임됐지만 이에 불복, 해임처분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가 원고 패소 판결을 받은 것.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하종대 부장판사)는 지난 8월25일 국정원 직원 이모(35)씨가 국정원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카페 여종업원 최모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져왔고, 이 때문에 부인과 이혼문제로 다투다가 부인을 폭행, 벌금형까지 선고받는 등 사적인 부분에서도 건실한 생활을 요구하는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씨는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국정원 직원으로 임용됐으며, 우수한 평정을 받아 승진을 하고 안보 수사 등을 담당하는 부서에 배치되는 등 순조로운 사회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이씨는 2008년 경기도 성남의 한 카페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최모씨를 알게 됐고, 최씨에게 매력을 느낀 이씨는 총각행세를 하며 최씨를 만났으며 두 사람은 곧 부적절한 관계로 발전했다. 부적절한 관계에 부담감을 느낀 이씨는 만남을 이어가는 도중, 최씨와 그의 아버지의 주민등록번호, 운전면허, 범죄경력, 출입국기록, 여권판독자료 등 개인정보를 수십 차례나 열람했다.

또 남을 피해 최씨와 연락하기 위해 이미 국정원이 지급한 휴대전화 외에 휴대전화를 따로 구입하기도 했다. 또 국정원에서 정보수집활동을 위한 지원금으로 준 돈으로 최씨 등과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으며, 이 금액만 무려 240만원에 이른다. 급기야 이씨의 아내 김모씨는 이씨의 불륜을 눈치채고, 국정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아내의 민원제기로 부부관계는 더더욱 멀어졌으며 이씨는 아내와 다투던 중 주먹을 휘둘러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이씨의 이 같은 파렴치한 행각이 드러나면서 국정원은 작년 7월 “국가정보원 규정이나 관련법 위반 혐의와 함께 직무를 게을리 했다”면서 이씨에 대해 해임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씨는 국정원의 처분에 불복종해 행정소송을 냈고, 법원 역시 이씨의 행동이 도를 넘었다고 보고 원고 패소로 판결 내렸다.

애인 명품 사준 카드빚에 ‘강도짓’
“카드빚만 남기고 떠난 사람…”

혼자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금품을 빼앗고 주차 차량을 상습적으로 턴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 결과 이 남성은 2년 전 여자 친구에게 명품 등을 선물하면서 4000만원의 카드빚을 졌고, 이를 갚기 위해 강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는 길가던 부녀자를 상대로 금품을 빼앗고 주차 차량을 상습적으로 턴 혐의로 김모(29)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같은 달 13일 오전 3시25분께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의 한 주차장에서 차안에 혼자 있던 김모(42·여)씨에게 길을 묻는 척하며 접근, 흉기로 위협하고 현금 80만원을 빼앗았다. 또 지난달에는 새벽시간대 자전거를 타고 가던 안모(37·여)씨를 미행해 핸드백과 목걸이 등 100여만 원 상당의 금품을 강취했다.

그런가 하면 김씨는 주차 차량을 부수고 금품을 훔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지난 4월 말부터 모두 35차례에 걸쳐 주차 차량을 털었으며, 이를 통해 현금과 골프채, 카메라 등 21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2년 전 사귀던 여자 친구에게 명품 등을 사주면서 4000여 만원의 카드빚을 지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치매노인 폭행치사 간병인 쇠고랑
“잠 좀 자라” 발길질에 갈비뼈 ‘뚝’

80대 고령 치매환자 돌보던 간병인 ‘버럭’
우발적 폭행, 갈비뼈 골절 등으로 숨져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고령의 노인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간병인이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조한창)는 지난 8월24일 치매 노인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간병인 조모(54·여)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6월17일 치매를 앓는 우모(85·여)씨를 돌보다가 잠을 자지 않고 보채는 우씨에게 “잠 좀 자라”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씨가 더욱 거세게 반항, 밖으로 나가려는 행동을 보이자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한 조씨는 우씨의 가슴을 손과 발로 세게 밀쳐 갈비뼈 등의 골절을 유발했고, 고령의 우씨는 결국 숨을 거뒀다.

이와 관련 당시 조씨는 병간호로 인해 3일간 수면을 취하지 못해 화가 난 상태였음이 참작되긴 했지만 우씨가 결국 사망에 이른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우씨가 85세의 고령으로 정상적으로 생각하거나 행동할 수 없어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음에도 조씨가 과도한 물리력을 사용해 갈비뼈를 15개나 부러뜨리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불리한 양형 요소”라고 밝혔다.

교육청서 화투판 벌인 공무원 검거
‘고스톱’ 외치다가 철창으로 고고씽!

정신 나간 공무원들이 대낮 업무시간에 교육청에서 도박판을 벌이다가 경찰에게 적발됐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지난 8월24일 교육청에서 수백 만원대 도박판을 벌인 혐의로 손모(60) 과장 등 전남 나주교육청 공무원 4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오후 5시께 나주교육청 내 당직실에서 고스톱 도박판을 벌였으며, 경찰은 교육청 내부에서 도박판이 벌어진다는 첩보를 입수, 불시에 현장을 급습해 손 과장 등 4명을 연행하고 판돈 300만원 가량을 압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날은 교육장의 휴가 기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특히 검거된 직원 가운데 교육장 대신 교육청 행정을 책임져야 할 교육과장과 복무현황을 점검해야할 총무계장, 교육장 운전원 등 기능직 2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첩보 내용과 판돈 규모 등으로 미뤄봤을 때 상습적으로 도박판이 벌어졌을 것으로 보고 이들이 도박을 한 횟수와 추가 도박가담 직원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무너진 코리아 드림 성매매 강요당한 태국 여성
브로커 꾀임에 타국에서도 몸 장사

태국여성들을 속여 한국으로 불법 입국시킨 뒤 성매매를 강요하고 화대를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 8월24일 조직적으로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불법 성매매 영업을 한 혐의로 지모(40)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자금 관리책임 김모(46)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 4월 태국 방콕의 유흥가에서 일하는 태국인 S씨(20·여)를 알게 된 지씨는 솔깃한 제안을 했다.

한국에서 마사지 일을 하며 성매매까지 같이 하면 한 달에 최고 300여 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 지씨의 말을 믿은 S씨는 같은 달 28일 지씨의 도움으로 한국인 단체 관광객 틈에 끼어 국내에 입국했고,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S씨가 향한 곳은 서울 강북구에 있는 관광호텔과 유흥주점, 휴게텔 등 대형 업소 세 곳이었다.

결국 S씨는 이곳에서 60여 차례에 걸쳐 한국남성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했지만 월급 한 푼 받지 못했다. 업주 김모(49)씨가 S씨의 입국 비용에 300만원 가량이 쓰였다면서 이를 공제한 것. 또 김씨는 S씨의 도주를 우려, 그녀의 여권을 빼앗은 뒤 지하 업소에 S씨를 감금하고 생리 기간에도 성매매를 강요했다. 경찰 조사 결과 S씨처럼 태국 현지 브로커인 ‘마마상’과 지씨를 통해 국내에 입국한 태국 여성은 모두 20여 명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지씨는 태국 여성 소개 대가로 김씨 등 업주들에게 1건당 100~150만원을 받아 챙겼다.

한편, 지씨와 김씨 등은 수차례 경찰 단속에 적발됐음에도 불구하고 바지사장을 내세워 대신 처벌받게 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계속 해왔으며, 태국 여성을 국내로 입국시키는 과정에서 이메일로 여성들의 사진을 주고받으면서 외모에 따라 등급을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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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