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안 잡은' 문재인의 승부수

"제 발로 나가주니 오히려 고맙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당의 창업주 격인 안철수 의원의 탈당을 막지 못했다. 비노계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줄줄이 당직에서 사퇴하며 문 대표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문 대표는 요지부동이다. 문 대표가 숨겨놓은 승부수는 무엇일까?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의원을 ‘잡지 못한 것’이 아니고 ‘잡지 않은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향한 비노계의 공세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당의 창업주 격인 안철수 의원이 지난 13일 결국 탈당을 강행했다.

당초 친노계는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비노계의 집단행동을 ‘공천권 보장을 위한 협박정치’라고 평가절하 했었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문 대표가 사퇴하고 나면 당 전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흔들기
문재인의 버티기

그런데 비노계는 정말 끝장을 보자는 분위기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사실상 당무거부에 나섰고, 비노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줄줄이 당직에서 사퇴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도 결국 탈당을 강행했다. 친노계와 비노계의 살벌한 집안싸움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친노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처음에는 비노계가 단순히 차기 총선 공천 지분 확보를 위해 문 대표 흔들기에 나선 건 줄 알았다. 잘 달래서 함께 가면 될 줄 알았는데 비노계의 행동과 발언이 점점 과격해지고 있다.

비노계가 ‘문재인 흔들기’에서 ‘문재인 찍어내기’로 전략을 완전히 바꿨다”며 “정말 사생결단을 내자고 달려들면 우리가 어떤 제안을 하든 소용이 없는 것 아니냐? 문 대표도 자신이 사퇴한다고 해서 뭔가 달라질 수 있다면 얼마든지 자리를 내놓겠지만 마땅한 대안도 없으면서 무조건 사퇴하라고 하니 답답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당 인사 세력화 실패 장담
“안철수, 결국 또 실패할 것”

하지만 비노계의 입장은 단호하다. 현재 문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에서 필패라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의 측근인 문병호 의원은 최근 한 언론인터뷰에서 “바둑으로 치면 지금 현재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에게)20줄을 지고 있다. 그러면 그걸 뒤집기 위해서 승부수를 던져야 된다. 20줄을 지고 있는데 무난히 20줄을 지는 길을 가서는 안 된다”며 “문 대표가 사퇴하는 것만이 당의 큰 변화를 이룰 수 있고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당의 중진들은 중재안으로 문 대표와 안 의원 등이 모두 참여하는 비대위 체제 조기 구성을 제안했지만 안 의원이 이 같은 제안을 받아 드리지 않은 이유다.

이번에는 안 속아
연대 요청 거절

안 의원 측은 이 같은 제안이 미봉책에 불과하며 문병호 의원이 언급한 ‘20줄 지는 무난한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안 의원 측은 문 대표 측의 연대 제안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안 의원의 한 측근은 “연대하자고 해놓고 선거만 끝나면 번번이 약속을 깨버렸는데 어떻게 문 대표 측을 믿고 연대할 수 있겠나? 문 대표 측과 적당히 타협하고 연대하는 것은 내년 총선에서 또 한 번 이용당하는 꼴밖에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의 탈당 선언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는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야권 전체의 운명을 건 두 사람의 위험한 치킨게임(※ 두 대의 차가 마주 보고 돌진하다가 먼저 피하는 쪽이 패배하는 게임)이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 대표가 버티는 속내는 무엇일까? 우선 문 대표 측은 문 대표가 사퇴를 하고 나면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이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 대표의 측근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문 대표의 퇴진을 전제로 한 어떤 안이더라도 (문 대표가 사퇴하면)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막을 수 없다”며 “문 대표 없이는 총선 승리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친노로 분류되는 한 인사도 “지난 번 문 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당무위에서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갈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고작 10명 남짓 나가고 끝이었다. 그걸 보면서 ‘고작 저 정도 사람들이 문 대표를 그렇게 흔들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도 언론에선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의견이 대부분인 것처럼 비치지만 실제 여론은 문 대표가 사퇴하면 당이 더 큰 위기에 빠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부 사람들이 전체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비노 인사들은 “친노 진영이 오만한 생각에 빠져 있다. 왜 문 대표가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당에는 문 대표 외에도 훌륭한 분들이 많다”며 비판하고 있다.

당내 중진인 박지원 의원은 문 대표가 사퇴하고 나면 대안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꼭 (인기 있는) 대선주자만 당 대표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 대표보다 지지율이 낮은) 다른 당 대표가 당을 이끌었을 때는 오히려 당 안정을 기하고 선거에서도 다 이겼다“며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문 대표를) 엄호하는 것은 대안을 싹부터 짓밟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인사도 “(비주류의) 최근 움직임은 문 대표를 일방적으로 제외시키자는 것이 아니라 다 함께 상생하자는 것”이라며 “문 대표와 친노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모두가 함께 갈 수 있도록 양보하면 되는데 기득권을 조금도 놓지 않으려고 하니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가 버티는 이유는 또 있다. 만약 비노 진영이 집단 탈당을 감행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의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하지만 친노 진영에서는 비노 진영의 집단 탈당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또 설사 비노 진영이 집단 탈당을 감행한다고 해도 내년 총선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 야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신당 창당 움직임이 뭔가 대단한 일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사실 선거 때만 되면 공천 탈락이 예상되는 인사들의 신당 창당은 늘 있었던 일”이라며 “당권을 잡고 있는 친노 진영으로서는 별로 위기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19대 총선 당시에도 친노 진영이 주도한 민주통합당(현 새정치연합)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대거 탈당해 정통민주당을 창당하고 출마했지만 선거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당시 한광옥 현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과 김덕규 전 의원, 김영진 전 농림부장관 등 거물급 인사들이 창당을 주도했음에도 정통민주당 후보들은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정통민주당의 최종 정당 득표율은 고작 0.22%에 그쳤다.

이 관계자는 “친노 진영에서는 안철수는 절대 탈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상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도 지적했다. 실제로 문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표현이 좀 그렇지만, 안 의원은 ‘정치 기부자’의 행위를 계속해 왔다”며 “탈당이냐 아니냐 이런 고민보다는 자신을 또 한 번 버리고 내놓을 것이냐를 고민하고 있을 것 같다”고 주장했었다.
 

문 대표와 안 의원 측이 치킨게임을 벌여 야권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되면 안 의원이 또 한 번 양보할 것으로 착각하고 안 의원을 잡지 않은 것이란 주장이다. 안 의원이 탈당함으로써 내년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이 상당 부분 안 의원에게 전가돼 장기적으로 보면 문 대표로서는 잃을 것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치킨게임 승자는?
둘 다 죽을까?


안 의원의 탈당으로 궁지에 몰린 문 대표가 재신임 카드를 다시 한 번 꺼내들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번 재신임의 경우 비노 진영을 배제한 채 당무위원회에서 박수 의결로 통과시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이번엔 정식 투표를 통해 제대로 평가를 받아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가 또 한 번 재신임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면 예전처럼 재신임 룰을 가지고 싸워서는 안 된다. 설사 불리한 방법이라도 통 크게 받아주는 모습을 보여야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다”며 “그렇게 재신임을 통과하고 나면 비노 진영에서도 더 이상 문 대표를 흔들 명분을 잃어버릴 것이고 문 대표와 당의 지지율도 크게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신임카드 다시 꺼내 들까?
의석 적어도 친노끼리 뭉치자?

문 대표와 친노 진영이 총선 승리보다 당을 장악하는 데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도 야권은 81석밖에 얻지 못하며 참패했지만 친박연대 등과 연대해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했다. 당권만 장악하고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으니 야권 승리보다 자신들이 당권을 장악하느냐 못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을 이끌 시절에는 70~80석으로도 야당 구실을 했다. 구심점 없이 비노와 친노로 나뉘어 덩치만 큰 야당보다는 의석수가 적어도 친노끼리 뭉쳐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1야당을 만드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친노 당 장악
비주류만 외톨이


비주류 측 한 관계자는 “현재 문 대표의 행태를 보면 심지어 총선에서 패하고도 당 대표직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며 “당을 친노 진영이 완전히 장악하고 나면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총선에서 패해도 대선까지 시간이 촉박해 문 대표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버티면 우리가 어쩌겠나? 친노계가 60년 역사의 야당을 장악하고 독재를 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 된다”고 우려했다. 비노 진영의 총공세에도 버티는 문 대표의 마지막 승부수는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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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