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충격 탈당' 범야권 총선 포기론

기왕 망가질 거라면 철저히 망가지자?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의 창업주 격인 안철수 의원이 지난 13일 결국 탈당을 강행했다. 내년 총선이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야권의 상황은 암담하기만 하다. 상황이 이쯤 되자 야권 일각에서는 차라리 내년 총선을 포기하고 차기 대선을 위해 철저히 망가지는 정치실험을 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안 의원이 탈당을 강행한 것도 총선 포기론의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4년 7·30재보선 11:4 패배, 2015년 4·29재보선 3:0 패배, 2015년 10·28재보선 15:2 패배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박근혜정부 들어 치러진 재보선에서 연전연패하고 있다. 과거 재보선은 집권여당의 무덤으로 불렸다. 정부 실정에 분노한 민심이 재보선 결과에 대폭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은 박근혜정부 들어 치러지는 재보선에서 연전연패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단순히 패배한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에게 텃밭까지 빼앗기는 처참한 성적표를 매번 받아들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특히 문재인 대표는 취임 후 치러진 2차례 재보선에서 모두 일방적인 패배를 당했음에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연패 거듭해도
변화는 거부

새정치연합이 선거마다 연전연패하자 최근에는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이 73석 밖에 얻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본 시뮬레이션 결과가 언론을 통해 공개돼 당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표를 비롯한 친노 진영은 이 같은 경고음을 애써 무시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은 이 같은 시뮬레이션 결과에 대해 “내년 총선에 우리가 73석을 얻을 것이라는 괴문서는 시뮬레이션의 기초상식도 지키지 않은 것이고 결과적으로 당을 음해하는 보도의 소재가 되게 했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은 해당 괴문서를 작성한 사람을 찾아달라며 영등포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경찰이 해당 괴문서를 작성한 사람과 해당 문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 등을 밝혀내면 새정치연합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작성자를 고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현재 새정치연합의 상황은 총선 의석 73석도 과분한 상황”이라며 당 지도부를 에둘러 비판했다.

야권 휘감는 ‘총선 필패론’ 왜?
문재인은 새누리당 선대위원장?

현재 정치권에서 새정치연합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인사는 거의 없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내년 총선의 목표치를 총300석 중 180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공개 설정하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의 자신감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최근 지역구 행사에서 만난 새정치연합 관계자가 “의원님 축하드립니다. 내년 선거는 볼 것도 없이 이기실 테니까요”라고 말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안 의원의 탈당으로 선거 지형은 더욱 불리해졌다.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에서 180석을 얻으면 국회선진화법에도 불구하고 안건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새누리당이 180석을 차지하면 여당의 숙원인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목표치다. 일각에선 새누리당이 목표 의석을 180석으로 설정한 것은 그나마 최소치를 내세운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내심 200석 이상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새누리당은 이미 157석의 거대 여당이다. 그동안 고전한 수도권과 야권 우세 지역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충분히 180석은 가능하다는 자체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새정치연합의 상황은 암울하기만 하다. 1:1로 맞대결을 펼쳐도 어려운 싸움인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신당이 난립하고 있다. 선거 막판 야권연대로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유권자들은 선거마다 반복되는 야권연대에 피로감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몇몇 재보선에서 야권연대가 성사됐지만 새누리당 후보를 꺾지 못했다. 당내 비주류 인사들은 대부분 내년 총선에서 80~100석 정도를 얻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지만 친노 진영 인사들만 나홀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근혜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당내 갈등만 빨리 매듭짓고 힘을 모으면 140석까지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전투구 새정치
활짝웃는 새누리

이를 두고 당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정부는 임기 내내 실정을 했지만 우리가 재보선에서 한 번이라도 이긴 적이 있나? 박근혜정부가 잘못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우리 당을 뽑아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내년 총선에 임하려고 하니 70석도 과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지금 새정치연합은 경고등이 들어온 자동차 같다. 빨리 차를 세우고 정비해야 하는데 운전사는 별일 아니라며 계속 가속 페달만 밟고 있는 형국이다. 이대로 가단 큰 사고가 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야권 일각에서는 차라리 내년 총선을 포기하고 차기 대선을 위해 철저히 망가지는 정치실험을 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해 미봉책을 남발하기보다는 당의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의 멘토라 불리는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한 언론기고를 통해 “어차피 내년 총선은 틀린 것이고 다음 대선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제1야당을 일단 무너뜨려야 한다”는 주장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안 의원도 최근 대학 강연에서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이)망할 거라고 본다”고 까지 했다. 안 의원이 탈당까지 강행하며 문 대표를 세게 압박하는 것이 총선 이후 패배의 책임을 모두 문 대표에게 떠넘기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총선은 포기하고 총선 이후 패배 원인을 문 대표와 친노에게 돌려 그 이후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생각이 아니냐는 것이다.

총선보단 대선?
둘 다 놓칠라

실제로 비주류 일각에서는 차라리 이번 총선을 통해 패권주의적인 친노 세력을 야권에서 축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과격한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의원도 자신이 제안한 혁신 전당대회가 성사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솔직히 안 의원이 혁신전대를 하자고 요구한 것은 당을 살리려는 대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것이 아니냐”며 “만약 문 대표가 받아드릴 수 있는 제안을 했다가 문 대표가 덥석 받아버리면 어쩔 수 없이 총선 패배의 책임을 공동으로 나눠질 수밖에 없으니까 처음부터 문 대표가 받기 힘든 제안을 하고 제안을 받지 않았다는 명분으로 내년 총선에서 한 발 빼려는 전략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야권의 거물급 인사들도 총선 패배 이후를 준비하는 듯한 모습이다. 전남 강진 토굴에서 칩거 중인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주변의 권유에도 정치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이유도 야권에 불리한 총선 지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어차피 손 전 고문이 지금 나선다 해도 새정치연합의 상황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친노 진영이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손 전 고문의 활동반경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섣불리 등판했다가는 총선 패배 책임론만 나눠지고 쓸쓸한 퇴장을 맞이할 수도 있다.


차라리 총선 패배 이후 당의 내홍이 심각해지면 주변의 요구에 떠밀리는 모양새로 당에 복귀해 당의 내홍을 수습하면서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내년 총선은 시시할 것이고 더 재밌는 것은 총선 이후 야당의 당권 경쟁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선 위해 제1야당 무너뜨려야?
2보 전진 위한 1보 후퇴라고?

비주류의 한 관계자는 총선 포기론이 제기되는 이유에 대해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고 우리가 당의 본질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대충 내홍을 봉합하고 가면 100~130석 정도 얻어 현상 유지에 그칠 것”이라면서 “그래서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 늘 근소한 차이로 지는 길을 택하기보단 한번 크게 지더라도 다음에는 이길 수 있는 승부수를 던져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섣부른 총선 포기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아직 기회가 남았는데 벌써부터 선거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야권은 과거에도 선거 포기론에 휩싸였던 적이 있다. 지난 2007년 치러진 17대 대선 당시 야권 후보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자 야권 소속 의원들은 대선보다는 대선 이후 치러질 총선에 더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당시 야권은 대선에서도 지고 총선에서도 졌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우리도 내년 총선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야지 무조건 진다고 하면 어쩌나? 내년 총선을 포기하면 대선까지 밀릴 수밖에 없다. 지금은 일단 선거에 집중한 후 당의 체질 개선은 총선 이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친노 청산이 우선?
총선 승리가 우선?


하지만 비주류의 입장은 좀 더 단호하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당의 개혁에 가장 큰 걸림돌은 친노다. 내년 총선에서 어설프게 의석수를 유지한다면 친노에 인공호흡기를 달아주는 격밖에는 되지 않는다. 비주류의 요구사안은 하나도 받지 않으면서 어떻게 혁신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총선이 끝나고 나면 당의 체질 개선은 유야무야될 것이고 차기 대선에서도 필패할 수밖에 없다.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금 철저히 깨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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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