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충격 탈당' 범야권 총선 포기론

기왕 망가질 거라면 철저히 망가지자?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의 창업주 격인 안철수 의원이 지난 13일 결국 탈당을 강행했다. 내년 총선이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야권의 상황은 암담하기만 하다. 상황이 이쯤 되자 야권 일각에서는 차라리 내년 총선을 포기하고 차기 대선을 위해 철저히 망가지는 정치실험을 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안 의원이 탈당을 강행한 것도 총선 포기론의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4년 7·30재보선 11:4 패배, 2015년 4·29재보선 3:0 패배, 2015년 10·28재보선 15:2 패배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박근혜정부 들어 치러진 재보선에서 연전연패하고 있다. 과거 재보선은 집권여당의 무덤으로 불렸다. 정부 실정에 분노한 민심이 재보선 결과에 대폭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은 박근혜정부 들어 치러지는 재보선에서 연전연패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단순히 패배한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에게 텃밭까지 빼앗기는 처참한 성적표를 매번 받아들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특히 문재인 대표는 취임 후 치러진 2차례 재보선에서 모두 일방적인 패배를 당했음에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연패 거듭해도
변화는 거부

새정치연합이 선거마다 연전연패하자 최근에는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이 73석 밖에 얻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본 시뮬레이션 결과가 언론을 통해 공개돼 당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표를 비롯한 친노 진영은 이 같은 경고음을 애써 무시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은 이 같은 시뮬레이션 결과에 대해 “내년 총선에 우리가 73석을 얻을 것이라는 괴문서는 시뮬레이션의 기초상식도 지키지 않은 것이고 결과적으로 당을 음해하는 보도의 소재가 되게 했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은 해당 괴문서를 작성한 사람을 찾아달라며 영등포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경찰이 해당 괴문서를 작성한 사람과 해당 문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 등을 밝혀내면 새정치연합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작성자를 고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현재 새정치연합의 상황은 총선 의석 73석도 과분한 상황”이라며 당 지도부를 에둘러 비판했다.

야권 휘감는 ‘총선 필패론’ 왜?
문재인은 새누리당 선대위원장?

현재 정치권에서 새정치연합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인사는 거의 없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내년 총선의 목표치를 총300석 중 180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공개 설정하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의 자신감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최근 지역구 행사에서 만난 새정치연합 관계자가 “의원님 축하드립니다. 내년 선거는 볼 것도 없이 이기실 테니까요”라고 말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안 의원의 탈당으로 선거 지형은 더욱 불리해졌다.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에서 180석을 얻으면 국회선진화법에도 불구하고 안건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새누리당이 180석을 차지하면 여당의 숙원인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목표치다. 일각에선 새누리당이 목표 의석을 180석으로 설정한 것은 그나마 최소치를 내세운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내심 200석 이상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새누리당은 이미 157석의 거대 여당이다. 그동안 고전한 수도권과 야권 우세 지역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충분히 180석은 가능하다는 자체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새정치연합의 상황은 암울하기만 하다. 1:1로 맞대결을 펼쳐도 어려운 싸움인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신당이 난립하고 있다. 선거 막판 야권연대로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유권자들은 선거마다 반복되는 야권연대에 피로감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몇몇 재보선에서 야권연대가 성사됐지만 새누리당 후보를 꺾지 못했다. 당내 비주류 인사들은 대부분 내년 총선에서 80~100석 정도를 얻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지만 친노 진영 인사들만 나홀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근혜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당내 갈등만 빨리 매듭짓고 힘을 모으면 140석까지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전투구 새정치
활짝웃는 새누리

이를 두고 당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정부는 임기 내내 실정을 했지만 우리가 재보선에서 한 번이라도 이긴 적이 있나? 박근혜정부가 잘못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우리 당을 뽑아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내년 총선에 임하려고 하니 70석도 과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지금 새정치연합은 경고등이 들어온 자동차 같다. 빨리 차를 세우고 정비해야 하는데 운전사는 별일 아니라며 계속 가속 페달만 밟고 있는 형국이다. 이대로 가단 큰 사고가 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야권 일각에서는 차라리 내년 총선을 포기하고 차기 대선을 위해 철저히 망가지는 정치실험을 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해 미봉책을 남발하기보다는 당의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의 멘토라 불리는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한 언론기고를 통해 “어차피 내년 총선은 틀린 것이고 다음 대선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제1야당을 일단 무너뜨려야 한다”는 주장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안 의원도 최근 대학 강연에서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이)망할 거라고 본다”고 까지 했다. 안 의원이 탈당까지 강행하며 문 대표를 세게 압박하는 것이 총선 이후 패배의 책임을 모두 문 대표에게 떠넘기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총선은 포기하고 총선 이후 패배 원인을 문 대표와 친노에게 돌려 그 이후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생각이 아니냐는 것이다.

총선보단 대선?
둘 다 놓칠라

실제로 비주류 일각에서는 차라리 이번 총선을 통해 패권주의적인 친노 세력을 야권에서 축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과격한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의원도 자신이 제안한 혁신 전당대회가 성사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솔직히 안 의원이 혁신전대를 하자고 요구한 것은 당을 살리려는 대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것이 아니냐”며 “만약 문 대표가 받아드릴 수 있는 제안을 했다가 문 대표가 덥석 받아버리면 어쩔 수 없이 총선 패배의 책임을 공동으로 나눠질 수밖에 없으니까 처음부터 문 대표가 받기 힘든 제안을 하고 제안을 받지 않았다는 명분으로 내년 총선에서 한 발 빼려는 전략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야권의 거물급 인사들도 총선 패배 이후를 준비하는 듯한 모습이다. 전남 강진 토굴에서 칩거 중인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주변의 권유에도 정치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이유도 야권에 불리한 총선 지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어차피 손 전 고문이 지금 나선다 해도 새정치연합의 상황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친노 진영이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손 전 고문의 활동반경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섣불리 등판했다가는 총선 패배 책임론만 나눠지고 쓸쓸한 퇴장을 맞이할 수도 있다.


차라리 총선 패배 이후 당의 내홍이 심각해지면 주변의 요구에 떠밀리는 모양새로 당에 복귀해 당의 내홍을 수습하면서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내년 총선은 시시할 것이고 더 재밌는 것은 총선 이후 야당의 당권 경쟁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선 위해 제1야당 무너뜨려야?
2보 전진 위한 1보 후퇴라고?

비주류의 한 관계자는 총선 포기론이 제기되는 이유에 대해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고 우리가 당의 본질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대충 내홍을 봉합하고 가면 100~130석 정도 얻어 현상 유지에 그칠 것”이라면서 “그래서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 늘 근소한 차이로 지는 길을 택하기보단 한번 크게 지더라도 다음에는 이길 수 있는 승부수를 던져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섣부른 총선 포기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아직 기회가 남았는데 벌써부터 선거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야권은 과거에도 선거 포기론에 휩싸였던 적이 있다. 지난 2007년 치러진 17대 대선 당시 야권 후보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자 야권 소속 의원들은 대선보다는 대선 이후 치러질 총선에 더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당시 야권은 대선에서도 지고 총선에서도 졌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우리도 내년 총선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야지 무조건 진다고 하면 어쩌나? 내년 총선을 포기하면 대선까지 밀릴 수밖에 없다. 지금은 일단 선거에 집중한 후 당의 체질 개선은 총선 이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친노 청산이 우선?
총선 승리가 우선?


하지만 비주류의 입장은 좀 더 단호하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당의 개혁에 가장 큰 걸림돌은 친노다. 내년 총선에서 어설프게 의석수를 유지한다면 친노에 인공호흡기를 달아주는 격밖에는 되지 않는다. 비주류의 요구사안은 하나도 받지 않으면서 어떻게 혁신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총선이 끝나고 나면 당의 체질 개선은 유야무야될 것이고 차기 대선에서도 필패할 수밖에 없다.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금 철저히 깨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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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