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충격 탈당' 범야권 총선 포기론

기왕 망가질 거라면 철저히 망가지자?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의 창업주 격인 안철수 의원이 지난 13일 결국 탈당을 강행했다. 내년 총선이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야권의 상황은 암담하기만 하다. 상황이 이쯤 되자 야권 일각에서는 차라리 내년 총선을 포기하고 차기 대선을 위해 철저히 망가지는 정치실험을 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안 의원이 탈당을 강행한 것도 총선 포기론의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4년 7·30재보선 11:4 패배, 2015년 4·29재보선 3:0 패배, 2015년 10·28재보선 15:2 패배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박근혜정부 들어 치러진 재보선에서 연전연패하고 있다. 과거 재보선은 집권여당의 무덤으로 불렸다. 정부 실정에 분노한 민심이 재보선 결과에 대폭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은 박근혜정부 들어 치러지는 재보선에서 연전연패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단순히 패배한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에게 텃밭까지 빼앗기는 처참한 성적표를 매번 받아들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특히 문재인 대표는 취임 후 치러진 2차례 재보선에서 모두 일방적인 패배를 당했음에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연패 거듭해도
변화는 거부

새정치연합이 선거마다 연전연패하자 최근에는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이 73석 밖에 얻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본 시뮬레이션 결과가 언론을 통해 공개돼 당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표를 비롯한 친노 진영은 이 같은 경고음을 애써 무시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은 이 같은 시뮬레이션 결과에 대해 “내년 총선에 우리가 73석을 얻을 것이라는 괴문서는 시뮬레이션의 기초상식도 지키지 않은 것이고 결과적으로 당을 음해하는 보도의 소재가 되게 했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은 해당 괴문서를 작성한 사람을 찾아달라며 영등포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경찰이 해당 괴문서를 작성한 사람과 해당 문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 등을 밝혀내면 새정치연합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작성자를 고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현재 새정치연합의 상황은 총선 의석 73석도 과분한 상황”이라며 당 지도부를 에둘러 비판했다.

야권 휘감는 ‘총선 필패론’ 왜?
문재인은 새누리당 선대위원장?

현재 정치권에서 새정치연합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인사는 거의 없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내년 총선의 목표치를 총300석 중 180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공개 설정하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의 자신감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최근 지역구 행사에서 만난 새정치연합 관계자가 “의원님 축하드립니다. 내년 선거는 볼 것도 없이 이기실 테니까요”라고 말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안 의원의 탈당으로 선거 지형은 더욱 불리해졌다.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에서 180석을 얻으면 국회선진화법에도 불구하고 안건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새누리당이 180석을 차지하면 여당의 숙원인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목표치다. 일각에선 새누리당이 목표 의석을 180석으로 설정한 것은 그나마 최소치를 내세운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내심 200석 이상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새누리당은 이미 157석의 거대 여당이다. 그동안 고전한 수도권과 야권 우세 지역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충분히 180석은 가능하다는 자체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새정치연합의 상황은 암울하기만 하다. 1:1로 맞대결을 펼쳐도 어려운 싸움인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신당이 난립하고 있다. 선거 막판 야권연대로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유권자들은 선거마다 반복되는 야권연대에 피로감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몇몇 재보선에서 야권연대가 성사됐지만 새누리당 후보를 꺾지 못했다. 당내 비주류 인사들은 대부분 내년 총선에서 80~100석 정도를 얻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지만 친노 진영 인사들만 나홀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근혜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당내 갈등만 빨리 매듭짓고 힘을 모으면 140석까지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전투구 새정치
활짝웃는 새누리

이를 두고 당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정부는 임기 내내 실정을 했지만 우리가 재보선에서 한 번이라도 이긴 적이 있나? 박근혜정부가 잘못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우리 당을 뽑아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내년 총선에 임하려고 하니 70석도 과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지금 새정치연합은 경고등이 들어온 자동차 같다. 빨리 차를 세우고 정비해야 하는데 운전사는 별일 아니라며 계속 가속 페달만 밟고 있는 형국이다. 이대로 가단 큰 사고가 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야권 일각에서는 차라리 내년 총선을 포기하고 차기 대선을 위해 철저히 망가지는 정치실험을 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해 미봉책을 남발하기보다는 당의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의 멘토라 불리는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한 언론기고를 통해 “어차피 내년 총선은 틀린 것이고 다음 대선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제1야당을 일단 무너뜨려야 한다”는 주장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안 의원도 최근 대학 강연에서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이)망할 거라고 본다”고 까지 했다. 안 의원이 탈당까지 강행하며 문 대표를 세게 압박하는 것이 총선 이후 패배의 책임을 모두 문 대표에게 떠넘기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총선은 포기하고 총선 이후 패배 원인을 문 대표와 친노에게 돌려 그 이후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생각이 아니냐는 것이다.

총선보단 대선?
둘 다 놓칠라

실제로 비주류 일각에서는 차라리 이번 총선을 통해 패권주의적인 친노 세력을 야권에서 축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과격한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의원도 자신이 제안한 혁신 전당대회가 성사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솔직히 안 의원이 혁신전대를 하자고 요구한 것은 당을 살리려는 대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것이 아니냐”며 “만약 문 대표가 받아드릴 수 있는 제안을 했다가 문 대표가 덥석 받아버리면 어쩔 수 없이 총선 패배의 책임을 공동으로 나눠질 수밖에 없으니까 처음부터 문 대표가 받기 힘든 제안을 하고 제안을 받지 않았다는 명분으로 내년 총선에서 한 발 빼려는 전략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야권의 거물급 인사들도 총선 패배 이후를 준비하는 듯한 모습이다. 전남 강진 토굴에서 칩거 중인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주변의 권유에도 정치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이유도 야권에 불리한 총선 지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어차피 손 전 고문이 지금 나선다 해도 새정치연합의 상황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친노 진영이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손 전 고문의 활동반경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섣불리 등판했다가는 총선 패배 책임론만 나눠지고 쓸쓸한 퇴장을 맞이할 수도 있다.


차라리 총선 패배 이후 당의 내홍이 심각해지면 주변의 요구에 떠밀리는 모양새로 당에 복귀해 당의 내홍을 수습하면서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내년 총선은 시시할 것이고 더 재밌는 것은 총선 이후 야당의 당권 경쟁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선 위해 제1야당 무너뜨려야?
2보 전진 위한 1보 후퇴라고?

비주류의 한 관계자는 총선 포기론이 제기되는 이유에 대해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고 우리가 당의 본질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대충 내홍을 봉합하고 가면 100~130석 정도 얻어 현상 유지에 그칠 것”이라면서 “그래서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 늘 근소한 차이로 지는 길을 택하기보단 한번 크게 지더라도 다음에는 이길 수 있는 승부수를 던져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섣부른 총선 포기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아직 기회가 남았는데 벌써부터 선거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야권은 과거에도 선거 포기론에 휩싸였던 적이 있다. 지난 2007년 치러진 17대 대선 당시 야권 후보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자 야권 소속 의원들은 대선보다는 대선 이후 치러질 총선에 더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당시 야권은 대선에서도 지고 총선에서도 졌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우리도 내년 총선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야지 무조건 진다고 하면 어쩌나? 내년 총선을 포기하면 대선까지 밀릴 수밖에 없다. 지금은 일단 선거에 집중한 후 당의 체질 개선은 총선 이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친노 청산이 우선?
총선 승리가 우선?


하지만 비주류의 입장은 좀 더 단호하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당의 개혁에 가장 큰 걸림돌은 친노다. 내년 총선에서 어설프게 의석수를 유지한다면 친노에 인공호흡기를 달아주는 격밖에는 되지 않는다. 비주류의 요구사안은 하나도 받지 않으면서 어떻게 혁신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총선이 끝나고 나면 당의 체질 개선은 유야무야될 것이고 차기 대선에서도 필패할 수밖에 없다.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금 철저히 깨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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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