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화대 챙기는 남고생 원조교제 실태 고발

호기심에 끌린 10대 소년 ‘돈맛’ 들려 허우적

[일요시사 = 이보배 기자] ‘성매매자=여성’, ‘성매수자=남성’이라는 ‘성매매 공식’에 금이가기 시작했다. 화대를 지불하고 남성을 매수하는 여성과 화대를 받고 자신의 성을 매매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는 이유에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최근 성을 매매하는 남성의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 남자 고등학생 중 용돈벌이를 위해 성매매를 하는 학생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인터넷 채팅 사이트와 애인대행 사이트를 통해 공공연히 이뤄지는 남고생 원조교제의 실상을 알아보기 위해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는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접속해봤다.

10대 후반, 20대 초반이 강세

청소년 성매매가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퍼지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다. 하지만 성매매자와 성매수자의 성별이 뒤바뀐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본능적으로 여성의 상위에 있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해 화대를 받고 성관계를 갖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청소년들은 성인 여성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고 있다. 강한 호기심과 본능적인 욕구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여성 성매매자들과 다르지 않다. 바로 ‘돈’이다.

남성 성매매는 주로 20~40대 여성을 상대로 이뤄지고 그 연령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집중돼있다. 기자는 실상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17일, 국내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우위를 다투는 ‘ㅅ’ 사이트와 ‘ㅎ’ 사이트에 접속했다.


늦은 밤, ‘ㅎ’ 사이트는 북적이는 네티즌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개설되어 있는 대부분의 채팅방 제목은 ‘건전’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이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주인님의 착한 애완남”이 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지방 소재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황모(19)군은 당돌한 첫마디처럼 시종일관 당당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기자가 대화의 의도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는지, 케이블 채널에서 인기를 끌었던 ‘애완남 키우기’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이해시키려 애썼다.

그러면서 자신은 방송에는 나오지 않는 부분까지 채워줄 수 있다고 말했다.

좀 더 자세히 물어보니, 가격 흥정만 되면 잠자리도 가능하다는 대답과 함께 20대 혹은 30~40대 여성을 상대로 ‘원조교제’를 하고 있음을 털어놨다. 황군의 솔직함에 기자 역시 기자임을 밝히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황군이 원조교제를 처음 시작한 것은 지난해 수능을 앞둔 시기였다.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가끔 했던 채팅이 화근이었다.

황군은 채팅을 통해 27세의 학원강사인 ‘누나’를 알게 됐고, 수험생 신분이었던 황군은 학원강사라는 누나와 친하게 지내면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 ‘누나’는 황군에게 효과적인 학습법을 알려주는 등 매우 호의적으로 대했다.

한 달 가량 대화가 지속되면서 두 사람은 직접 만나게 됐고, 처음 만난 날 식사와 함께 간단히 술을 마신 뒤 모텔로 향했다. 황군은 그 누나가 첫 상대였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느꼈던 따뜻함과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황군과 성관계를 가진 누나는 모텔을 나서면서 황군에게 10만원을 건넸고, 그 뒤로 연락을 뚝 끊었다.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졸지에 성매매자가 된 황군은 당시 기분이 매우 나빴다고 고백했다.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누나였고, 그런식으로 연락을 끊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황군은 타락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인터넷 채팅 사이트 통해 남고생 원조교제 늘어나
‘원나잇 스탠드’에서 ‘애완남’으로 적극 나서기도

그 누나와 비슷한 방법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성들이 많았고, 그 중에는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하는 30대 이상의 아줌마들도 포함돼 있었다. 자책감과 자괴감은 회를 거듭할수록 ‘쾌감’으로 바뀌었고, 손에 쥐어지는 액수만큼 의미없는 만남의 횟수도 늘어갔다.

황군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이유는 또 있었다. 말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던 친구들 중에도 성매매로 용돈을 버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특유의 말투나 제스처만 봐도 어떤 친구들이 원조교제를 하는지 알 수 있었고, 황군의 그런 추측은 빗나간 적이 없었다. 대학에 진학한 뒤 황군은 점점 대담해졌다.

기자와의 만남이 그러했듯이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직접 상대를 구하기도 하고, 애인대행 사이트에 자신의 정보를 게재해 성매수자들로부터 연락을 유도하기도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상당수의 여성들이 황군에게 ‘콜’을 해왔고, 그때마다 황군은 5만~15만원의 화대를 챙겼다. 황군은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스트레스 해소와 함께 용돈까지 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군에게도 성매매의 불문율이 있다. 모든 성매매는 한 번에 끝내는 것이다.

두 번 세 번 만나다가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의미 없는 성관계 파트너를 길게 유지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이유는 지난해 수능 직후 만난 30대 후반의 아줌마가 “서울 소재 대학에 합격하면 방을 얻어주겠다”면서 동거를 종용한 데 있다. 적극적인 애정공세에 놀란 황군은 최고 고객이었던 이 아줌마를 끊어내면서 작업 전략(?)을 바꿨다. 이때부터 황군의 모든 성매매는 곧 원나잇 스탠드가 됐다. 

‘ㅅ’ 사이트 채팅방에서 만난 18세의 박모군은 더욱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현재 ‘ㅅ’ 사이트는 채팅 건전화의 일환으로 만 19세 미만이 개설한 채팅방은 성인에게 보이지 않으며, 성인이 개설한 채팅방 역시 만 19세 미만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1:1 대화와 방장이 초대하는 경우는 제외된다. 10대들과의 채팅이 쉽지 않게 된 기자는 주제별 키워드 ‘기타’에 채팅방을 개설해놓고 만남을 기다렸다.

‘기타’ 키워드에는 일명 ‘에써머’들이 많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에써머’는 하드코어 성관계를 일컫는 SM 마니아들을 지칭하는 말로 채팅방에 입장하는 네티즌들은 하나같이 ‘멜돔’ ‘멜섭’ ‘스위치’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자신의 나이와 지역, 성향을 설명하기 바빴다.

정신없이 글이 올라오는 상황에서 기자는 박 군과 1:1 대화를 시작했다. 박군은 지난해 애인대행 사이트에서 만난 30대 초반의 여성 때문에 에써머가 됐다고 털어놨다. 알바비나 벌어볼 작정으로 애인대행 사이트에 가입한 것이 화근이었다.

‘말 잘 듣는 동생 구해요’라는 소개글을 본 박군은 나이 차이가 많으니 잘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결국 변태적인 성관계의 희생양이 됐다.

‘자괴감’은 점점 ‘쾌감’으로

상대 여성은 가학적인 성관계를 즐기는 ‘펨돔’이었던 것. 첫 관계의 기억이 강했던 박군은 결국 피가학적인 성관계를 즐기는 ‘멜섭’이 돼버렸고, 이후 인터넷 채팅 사이트와 애인대행 사이트, 카페 등을 전전하며 성매매 상대를 구하기에 이르렀다.


잘못된 성관계의 첫 단추가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박군에게 그릇된 성의식을 심어준 것이다.

실제 황군과 박군의 경우처럼 이성이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성의식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치른 성관계로 인해 ‘원조교제’ ‘SM 마니아’가 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청소년을 향한 가족과 사회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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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