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요즘 잘나가는 A사. 정부 고위인사가 이 회사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사업 수주에 도움을 주고 검찰 수사도 막아줬다는 게 소문의 골자다. 말 그대로 루머일까, 아니면 사실일까. A사를 둘러싼 권력 비호설의 진실은 무엇일까.
A사가 이상한 구설에 휘말렸다. 정부 고위인사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소문이 증권가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비호 의혹은 정부기관에 투서가 접수됐다는 내용까지 더해져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수주에 입김”
A사를 둘러싼 권력 비호설은 일단 급성장한 실적에 기인한다. 창립 이후 한우물만 파온 A사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최근 몇년간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다. 2010년 전후를 비교하면 매출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면서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곤두박질쳤다. 적자에 허덕였다. 부채도 눈덩이처럼 쌓였다.
달라진 건 박근혜정부 들어서다. 2013년부터 기운을 내기 시작했다. 우선 알토란같은 자회사들을 매각했다. 이를 통해 재무 안정은 물론 적지 않은 차익까지 챙겼다. 이어 주력 사업에 집중해 바로 성과를 냈다. 특히 대형 수주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돈 되는 대박 사업을 잇달아 거머쥔 것.
업계 일각에선 “A사가 물량을 독점하고 있다”는 부러움 섞인 질투까지 나왔다. 국내 사업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해외 영업망을 강화하는 등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A사가 질주하자 현 정권 실세의 비호 의혹이 제기됐다. 힘 있는 특정 인사의 도움으로 갑자기 잘나가는 게 아니냐는 것. 실제 일부 수주사업엔 강한 의문이 달렸다. A사는 한 입찰에 참여해 품질, 가격, 기술 등 각 평가에서 참여 업체들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지만 일정 물량의 공급권을 부여받아 논란이 됐다. 발주사는 당초 A사를 사업자에서 배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가 막판에 뒤집었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경쟁 입찰에선 A사가 원가에도 훨씬 못 미치는 가격에 사업을 낙찰받아 말들이 많았다. 입찰 참가 업체들은 무효를 주장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거의 망해가던 회사가 기사회생해 승승장구하고 있다”며 “현 정권 들어 잘나가는 배경에 정부 실세가 있다는 소문이 있다. 그의 입김이 작용하는 등 여러 정황이 비호 의혹을 키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부 고위인사가 A사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은 또 있다. 검찰 수사도 막아줬다는 게 소문의 골자. 내용인 즉 이렇다.
A사는 횡령과 비자금 조성 혐의로 사정기관의 내사를 받았다. 타깃은 대주주인 오너일가. 검찰 사정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오너일가가 빼돌린 돈은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EO급 임원도 수십억원의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들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비밀 자회사를 통해 돈을 세탁했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포착됐다. 회사 자금을 해외법인으로 유출한 뒤 다시 국내로 반입하는 방법이 동원된 것. 당시 사정기관은 비자금 조성에 동원된 해외법인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내사를 진행했다.
승승장구 배경에 정부 고위인사?
“검 수사도 막아줬다” 익명 투서
법조계 관계자는 “정식으로 수사를 진행했다면 ‘사고’금액 규모가 100억원을 훨씬 상회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내사만 벌이다 흐지부지됐다”고 의아해했다.
내사는 A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의 폭로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사정기관은 해당 정보를 입수하고, 극비리에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촘촘한 내사가 진행된 만큼 조만간 본격적인 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오너일가의 기소 여부도 주목됐다.
이도 잠시. 사건은 이내 잠잠해졌다. 수사로 확대되지 않은 것. 폭로한 업계 관계자는 다시 투서를 뿌렸다. 이번엔 비호 의혹이 추가됐다. 여러 정부기관에 접수된 진정서엔 A사가 챙긴 일부 사업과 사정기관 내사에 고위 인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큰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비호설은 A사 오너와 정부 실세가 친인척 관계라 힘을 받는다. 더구나 A사가 실세의 가신이자 고위 관료 출신인 모 인사를 영입해 비호 의혹을 키우고 있다. 현재 A사는 전문경영인이 경영 중이다. 오너는 퇴진한 상태. 공교롭게도 내사 시기와 맞물린다. A사 오너는 대외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외부활동을 강화하면서 한창 경영보폭을 넓히다 조용히 스스로 물러났다. 다만 대주주 자격은 유지하고 있다.
A사 측은 비호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었다. 말도 안 되는 음해성 루머라고 일축했다. 회사 임원은 “특정 인사를 등에 업고 잘나간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한마디로 소설 같은 허무맹랑한 얘기”라며 “오너의 비자금·횡령과 사정기관의 내사 또한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 임원은 경쟁 업체들의 음해공작이라고 지적했다. 소문의 발원지를 동종업계의 다른 기업으로 지목한 것. 그도 그럴 게 A사가 속한 업계는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과열·출혈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 업체들이 대부분 대기업 계열사인 탓에 A사는 상당한 경계를 받을 수밖에 없다.
묻힌 비자금
그는 “일부 수주전에서 물 먹은 다른 기업들이 특정한 의도로 소문을 퍼트린 악성루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진원지를 색출하기 위해 수사를 의뢰하는 등 보이지 않는 세력을 끝까지 추적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계 사정’ 다음 타깃은?
재계 총수들에 대한 수사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모바일 메신저로 다음 수사가 예상되는 총수 실명이 빠르게 유포돼 주목된다. 효성그룹, 동국제강, CJ그룹, 포스코 등 한 기업, 한 기업씩 벤 사정 칼날은 잠시 칼집에 들어간 상태.
‘다음 타깃’에 시선이 쏠리고 있는 와중에 최근 메신저를 통해 ‘차기 학교(?)입학 예상후보’란 제목의 총수 실명이 돌아 시선을 끌었다. 주인공은 J부회장과 S회장. J부회장은 차명주식과 관련 검찰 수사가 임박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S회장은 전 정권 특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공교롭게도 두 회장은 모두 그동안 한 번도 검찰의 수사를 받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