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북한 방문 계획 발표와 함께 반 총장을 지지하는 ‘친반연대’가 출범하자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반 총장이 사실상 대권플랜을 가동시킨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반 총장 측은 친반연대는 자신과 전혀 관련이 없는 단체라며 펄쩍 뛰고 있다. 한편 친반연대의 장기만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전직 국무총리를 비롯한 유력 정치인들도 친반연대에 참여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 향후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친반연대의 실체는 무엇일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북한 방문 계획 발표와 함께 반 총장을 지지하는 ‘친반연대’가 출범하자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친반’은 ‘친(親)반기문’의 약어로 친반연대는 ‘반기문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교감 있었나?
반 총장의 북한 방문 계획 발표와 맞물려 친반연대가 출범하자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이 사실상 대권플랜을 가동시킨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반 총장 측은 친반연대는 자신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단체라며 펄쩍 뛰고 있다.
반 총장의 동생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친반연대 관계자들과는 일면식도 없다”며 “일일이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반 총장의 이름을 팔아 총선에서 몇 석 얻어 보려는 꼼수가 아니겠냐고도 했다.
반 총장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친박계도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친박계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은 친반연대의 명칭 사용이 부적절하다면서 특정인의 지지를 표방하는 정당의 경우, 그 특정인의 동의를 명시적으로 받도록 하는 정당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어찌됐든 차기 대선을 2년 앞둔 시점에 반 총장의 지지자들이 처음으로 정치 세력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친반연대의 정치적 의미는 작지 않다. 그렇다면 친반연대의 실체는 무엇일까?
<일요시사>는 친반연대의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봤다. 친반연대 사무실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해 있다. 강남 한복판이지만 무척 허름한 주택가 골목 구석이었다. 외관은 일반 가정집과 별 차이가 없었다. 내부는 작은 사무실로 꾸며 놨다. 반 총장의 지지자들은 이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창당 발기인을 모으는 작업을 진행해 이번 창당신고에는 220명의 발기인이 참여했다.
친반연대를 이끄는 것은 장기만, 김윤한 두 공동대표다. 두 사람은 모두 경북 안동 출신으로 선후배 사이라고 한다. 장 대표는 지난 19대 총선 때 서울 강서갑에 국민행복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력이 있었다. 당시 서울신학대를 졸업하고 한마음교회 목사 등을 역임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2007년에는 17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하곤 “택시 5만 대, 선교사 10만 명을 통해 우리나라를 세계 일류국가로 만들겠다. 유엔을 한국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김 대표도 정치이력이 있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자유선진당 후보로 경북 안동에 출마했으며 안동시장선거에도 몇 번 도전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시사>는 친반연대 사무실에서 장 대표를 만났다. 가장 궁금한 것은 반 총장과의 관계. 장 대표는 “(반 총장 측과) 다 안다. 알지만 알아도 이야기를 하면 안된다. 작년에도 반사모(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니 뭐니 해서 반 총장이 곤혹을 치렀다”며 다소 애매모호한 대답을 했다.
장 대표는 최근 친반연대를 평가절하 하는 보도가 이어지자 다소 화가 난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친반연대에 전직 국무총리가 참여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히기도 했다. 장 대표는 “(친반연대에 참여하기로 한 사람들 중) 5선 의원도 있고 3선 의원도 있고 전직 국무총리도 있다. 하지만 누군지는 밝힐 수 없다. 참여하려는 사람이 많다. 다 때가 되면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이라면 정치적으로 큰 파장이 일수밖에 없다.
"반 총장 측과 교류 있지만 있다고 말 못해"
"수십만 당원 모아놓으면 반 총장 거절하겠나?"
그런데 이미 반 총장에게는 반사모라는 사조직이 있다. 반 총장은 지금도 반사모를 이끌었던 사람들과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이 신당 창당을 추진한다면 오히려 반사모를 중심으로 출범해야 하는데 너무 생뚱맞은 것 아니냐고 하자 장 대표는 “반사모 사람들과도 (친반연대는) 다 연결되어 있다. 연결되어 있지만 연결되어 있다 아니다 말을 안할 것”이라고 했다.
정말 반 총장 측과 교감이 있다면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상 고문이 ‘반 총장 이름 팔아서 총선에서 몇표 얻으려 한다’는 말까지 했겠느냐고 묻자 장 대표는 “반 총장이 해외에서 큰일을 하는 데 누가 될 수 있다. 정치는 원래 맞아도 맞다고, 틀려도 틀리다고 말을 하면 안 된다”며 “이렇게 시끄럽게 일을 벌일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친반연대 등록만 해놨지 1월까지는 조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실상 반 총장의 지시로 친반연대를 만든 것이냐고 물었지만 장 대표는 말을 아꼈다. 장 대표는 “내년 총선 이후 바로 다음 해가 대선”이라며 “친반세력을 키워놔야지 손 놓고 있으면 어떻게 되겠냐”고 했다.
반 총장이 설사 차기 대선에 출마한다고 해도 기존 새누리당이나 새정치연합 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 아니냐고 하자 장 대표는 “그런 썩은 정당들과 손을 잡으면 반 총장은 미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장 대표는 “국회가 국민들을 위한 법을 만드는 일을 해야 하는데 현재 국회의원들은 그런 거는 관심이 없고 선거에만 관심이 있다”며 “친반연대는 정말 국민들을 위해 일할 사람들만 모아 창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기존 썩은 정당들을 싹 밀어내고 제1당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내년 총선에서 대한민국을 ‘세계 모델국가’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200석을 확보 하겠다”고 자신했다.
반 총장이 충청 출신이고 공동대표인 김윤한 대표도 충청 기반의 자유선진당에서 활동했던 만큼 친반연대가 충청도 중심 정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친반연대는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전국정당으로 출범할 것”이라며 “보수와 진보 모두를 아우르는 중도정당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전국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낼 것이며 자신도 출마할 것이라고 했다. 공동대표인 김 대표가 오랫동안 정치를 했기 때문에 벌써 친반연대의 조직도까지 만들어 놨다고 했다.
친반연대는 2000만명의 당원을 모으겠다는 공약으로도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정당의 당원수를 다 합쳐도 500만명이 안 되는데 너무 비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냐고 묻자 장 대표는 계획이 있다고 했다.
친반연대는 창당신고 후 가장 먼저 반 총장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장 대표는 2000만명의 서명을 받아 반 총장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고 동시에 당원 가입을 유도해 내년 1월에 창당대회를 개최하겠다는 계획이다.
돌풍 일으킬까?
장 대표는 “우리나라 유엔 사무총장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자는 데 반대하는 국민이 어디 있겠나? 서명운동을 한 사람들이 잠재적인 (친반연대의) 당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먼저 배에 손님을 꽉 실어놓고 차기 대선 때 반 총장을 선장으로 모실 것”이라며 “반 총장의 지지자들이 친반연대에 수십만명 모여 있으면 반 총장이 우리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과연 친반연대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박근혜 대통령의 친박연대처럼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