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향우회 민심 르포> 문재인 지지율 5%의 비밀

"등 돌린 호남민심, 문재인만 모른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야권의 핵심 지지층인 호남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불과 5%에 머물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9%)보다 낮은 수치였다. 문 대표가 지난 2012년 대선 때 호남에서 90%안팎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충격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호남이 문 대표를 외면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호남향우회를 찾아 회원들의 생생한 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야권의 핵심 지지층인 호남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신뢰도 95%, 오차범위 ±10%)에 따르면 문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5%에 불과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9%)보다 낮은 수치였다. 문 대표가 지난 2012년 대선 때 호남에서 90% 안팎의 압도적인 지지(광주 92.0%, 전남 89.3%, 전북 86.3% 등)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충격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돌아선 호남
뻔뻔한 친노

핵심 지지층인 호남이 흔들리면서 새정치연합은 곧장 위기를 맞고 있다. 일례로 지난 10·28재보선 서울 양천구 구의원선거에서 새정치연합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에게 고작 227표 차이로 졌다. 패배의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호남의 변심이었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은 해당 선거에 지원유세를 갔다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호남향우회 관계자들이 자신을 만나 “새정치연합 후보를 찍으면 문 대표를 도와주게 되니 아예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들은 그때 호남향우회만 움직여줬더라도 고작 227표 차이는 충분히 뒤집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한탄했다. 이 같은 호남의 반(反)친노정서는 점점 더 노골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지역 호남향우회에서 ‘친노 살생부’가 돌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해당 지역 호남향우회 회원들이 친노계 의원과 비노계 의원을 구분해 작성한 명단을 돌려보며 내년 총선에서 친노계로 분류되는 의원은 뽑아주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였다.

"자기(친노)들끼리만 다 해먹으려 해"
"친노 돕느니 차라리 새누리 돕겠다"


모 지역 호남향우회 회원 수천명은 최근 단합대회를 가서 해당 지역 국회의원이 범친노로 분류되는 인물이라며 성토하고, 공개적으로 낙선운동을 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전국 호남향우회중앙회 박광태 회장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호남향우회 차원에서 ‘친노 낙선운동’ 등의 단체행동에 나설 생각은 없다”면서도 “친노는 절대 지지하지 않겠다는 것이 호남의 대체적 정서인데 문 대표만 그것을 모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호남에서 시작된 반친노정서는 호남향우회를 통해 전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내년 총선 전망이 어두운 이유다. 호남향우회는 전국적으로 약 1300만 명에 달하는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호남향우회는 매달 모임을 갖기 때문에 여론의 파급속도가 무척 빠르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특히 수도권에서는 불과 5% 이내에서 승부가 갈리는 지역이 많기 때문에 호남이 우리당을 외면하면 내년 총선에서 참패할 수밖에 없다”며 우려했다.

늘 남 탓만
책임은 안 져

그렇다면 호남이 문 대표를 외면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호남향우회를 찾아 회원들의 생생한 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 회원은 문 대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언성이 높아졌다. 요즘 회원들이 모이면 문 대표에 대한 성토가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은 ‘자기(친노)들끼리만 다 해먹겠다는 심보’라고 했다. 친노가 선거 때마다 공천권을 독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원은 “경선이라도 공정하게 치르면 승복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사례는 지난 4·29재보선이다. 당시 호남인사로 분류되는 김희철 후보는 친노인사로 분류되는 정태호 후보와의 당내 경선에서 불과 0.6% 차이로 패했다.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김 후보가 앞섰으나 여론조사 결과에서 정 후보가 이를 뒤집었다. 그런데 이 여론조사 결과가 요상했다.

당시 한국리서치와 코리아리서치에서 동시에 여론조사를 했는데 한국리서치에서는 김 후보가 5%를 이겼지만, 코리아리서치에서는 반대로 정 후보가 10.4%를 이겼다. 양쪽 여론조사기관 간 조사 결과가 15%나 차이가 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동일지역, 동일시간에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15%나 차이가 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고작 ±5~6% 정도이기 때문이다.

김 후보 측은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당 지도부는 묵묵부답이었다. 한 회원은 “친노 XX들이 (당내 경선에서) 그런 식으로 (호남 사람들을) 제낀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국회의원 선거뿐만 아니라) 작은 기초의원 선거, 하다못해 당직자들까지 다 자기 사람들(친노)만 앉히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언급된 서울 양천구 구의원선거에 출마했던 새정치연합 후보도 범친노로 분류되는 김기준 의원의 보좌관 출신 인사였다.

친노진영이 당내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율은 자꾸 줄이고 여론조사나 모바일투표의 비율을 늘리려고 시도하는 것도 호남인사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한 회원은 “우리 회원 중에는 민주당 시절부터 수십년간 (새정치연합)당원으로 활동해온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의 소중한 한 표는 무시하고 누군지도 알 수 없는 모바일투표나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겠다고 하니 무시당하는 느낌이고 억울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당원으로 수십 년 동안 활동해온 사람들은 다 무시하고 자기들끼리 정한 후보에게 무조건 투표하라고 하면 누가 가서 투표하고 싶겠나?”라고 말했다.

 

공천권 독식
못믿을 경선

사실 호남과 친노진영의 악연은 노무현정부 시절부터 시작됐다. 대북송금 특검, 열린우리당 창당, 노무현정부의 호남인사 홀대 등으로 인해 호남에서는 친노진영에 대한 거부감이 과거부터 상당했다. 그래도 호남은 ‘새누리보다는 우리 식구가 낫지 않겠냐’며 지난 대선에서 문 대표를 적극 지지해줬다. 그럼에도 친노진영의 호남 홀대가 계속되자 최근에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한 호남향우회의 회장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내년 총선에선 차라리 새누리 주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친노XX’들을 다 물갈이 해버려야 한다”는 발언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원은 “그것이 지금 호남인들의 정서”라며 “예전엔 아무리 미워도 새누리보단 우리 당이 낫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차라리 새누리를 찍는 한이 있어도 친노 잘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정서가 강하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반성할 줄 모르는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한 회원은 “안철수나 김한길은 선거에 한 번 지고도 (대표직 사퇴하고) 나갔는데 친노는 총선지고, 대선지고 재보선도 다 지고 버티니까 뭐 저런 인간들이 있나 싶다”며 “최소한 사과라도 하고 반성이라도 해야 하는데 (선거에서) 지고도 늘 핑계만 대는 모습이 싫다”고 말했다.

"문재인 늘 남 탓, 반성부터 해야"
"정통당원 무시하고 여론조사 목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도 이 같은 지적에 대해 “10·28재보선 참패 이후 당 지도부 인사들이 ‘투표율이 낮았다’ ‘노인들만 투표했다’ ‘신경 쓸 거 없다’는 반응을 보여 깜짝 놀랐다”며 “선거에서 진 것보다 반성할 줄도 모르는 ‘염치없음’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회원은 “문 대표는 늘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하는데 그럼 왜 선거마다 지는 것이냐?”며 “(문 대표가) 한 번이라도 속 시원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함에도 문 대표의 대응은 무척 안이하다. 문 대표는 최근 한 대학 강연에서 “요즘 호남에서 제 지지율이 좋지 않다고 하는데 이 지지도 조사가 들쭉날쭉하다”며 사실상 믿기 어렵다고 우회적으로 말해 호남인들의 심기를 또 한 번 건드렸다. 문 대표는 “함량 미달로 당에서 버림받은 일부 인사들이 호남민심을 왜곡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친노로 분류되는 한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원래 일부에서 시끄럽게 떠들면 그게 전체 의견인 것처럼 보인다”며 “대다수의 호남인들은 문 대표에 대해 우호적인데 요즘 자신이 호남사람이라면서 문 대표 씹고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쪽(신당) 사람들이다. 지난번 혁신안 의결하는 중앙위원회 때도 비노계 5명 나가고 끝인 것 봤지 않나?”고 말했다.

신당 추진세력?
일반 호남민심?

이처럼 친노진영에선 현재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인사들이 대부분 호남 출신이라서 이들이 호남민심을 왜곡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향우회 회원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했다. 한 회원은 “향우회 내에 신당에 참여하려는 인사들이 많고, 그 사람들이 (문 대표를) 노골적으로 자꾸 씹고 다니니까 향우회 내 여론도 그쪽으로 휩쓸려 가는 부분이 분명히 있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회원은 “그런 사람들이 향우회에서 공개적으로 반문(반문재인)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문 대표가 잘하고 있다면 그 사람들이 아무리 (문 대표를) 씹고 다녀도 사람들이 동조해주겠나? 문 대표는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통렬하게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소수 의견으로는 문 대표의 당 혁신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회원은 “문 대표가 혁신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했는데 새정치연합이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무능력한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길 수 있겠냐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