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성폭행 미수 사건의 진실

감춰진 부산 ‘도끼사건’ 네티즌 분노 ‘폭발’

하루아침에 한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 고모의 동거남이 대낮 집에 무단 침입해 어머니와 여동생의 손발을 묶어 폭행하고, 급기야 14세인 여동생을 성폭행하려 했다. 긴박한 순간에 아버지가 집안으로 들어갔지만 도끼를 휘두르는 가해자의 잔인함에 집안은 피바다가 됐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달 30일 대한민국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이다. 사건을 직접 겪은 당사자들은 경찰의 허술 대응이 가족의 피해를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서 시작된 이들의 주장은 다음 아고라 모금 청원으로 확대됐고, 8월11일 오후 5시 현재 980여 만원의 모금이 모아졌다. 이들이 말하는 진실을 찾아 사건 당시로 돌아가 봤다.


고모 동거남 도끼 들고 찾아와 대낮 난동
모녀 붙잡아 폭행하고 여중생 강간 시도
딸 구하려 달려온 아버지에 도끼 휘둘러


김길태 사건 발생 이후 부산 사상구에서 또 다시 여중생이 성폭행을 당할 뻔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김수철 사건으로 아동 성폭행에 대한 두려움이 하늘을 찌르던 7월30일의 일이다. 피의자는 여중생의 가족에게까지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까지가 당시 언론에 공개된 내용의 요지다. 하지만 사건 바로 다음날인 7월31일, 사건 피해자의 언니가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올렸고, 이를 통해 사건을 마주한 네티즌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성폭행 미수, 하지만…

사건은 지난달 30일 오후 2시50분께 시작됐다. 피의자 조모(41)씨는 자신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간 동거녀(44·여)의 행방을 묻기 위해 동거녀의 오빠 김모(50)씨가 운영하는 부산 사상구 모라동의 모 인테리어 가게를 찾았다. 하지만 평소 조씨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김씨는 동생의 행방을 알려주지 않은 채 조씨를 내쫓듯 가게에서 내보냈고, 얼마 후 만취한 상태의 조씨는 김씨의 집으로 향했다.

작은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씨의 아내(47)는 그날따라 몸이 좋지 않아 막내딸(14)과 함께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다짜고짜 집안에 침입한 조씨는 두 사람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도끼를 손에 쥐고 폭력을 휘두르는 통에 두 사람은 반항도 할 수 없었고, 급기야 조씨는 두 사람을 청테이프로 묶고, 약 2시간 동안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이성을 잃은 조씨는 급기야 막내딸을 작은 방으로 끌고 가 성폭행을 시도하려 했다.

막내딸이 알몸상태로 엎어져 있고, 조씨까지 알몸상태가 되자 김씨의 아내는 온몸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현관문까지 기어 나와 입으로 문을 열었다. 때마침 따로 살던 김씨의 아들(30)이 집을 찾았다가 집안에서 신음 소리가 들리자 112에 신고를 하고 김씨와 함께 집 앞에 있었고,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김씨는 집 앞으로 들어갔다.

불과 몇 시간 전 자신이 가게에서 쫓아낸 조씨가 알몸 상태로 도끼를 들고 무섭게 김씨의 가족을 쳐다보고 있었다. 김씨는 조용한 말투로 “너 왜 그러느냐”며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 찰나 조씨는 들고 있던 도끼로 김씨의 허리를 찍어버렸고, 김씨가 쓰러지자 그 상태에서 김씨의 머리를 여러 차례 내려찍었다.

김씨의 아들도 가세해 조씨를 말렸지만 이미 이성을 상실한 조씨를 말리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대낮 소란으로 이미 김씨의 집 밖에는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피투성이가 된 김씨와 알몸의 조씨, 김씨의 아들과 조씨의 몸싸움을 지켜볼 뿐 누구 하나 나서 가족을 도와주지 않았다. 그 순간 한 청년이 나타나 조씨를 제압했고, 조씨는 알몸 상태로 2층에서 뛰어내려 미친 듯이 도망갔다.

도로까지 나간 조씨는 택시를 잡아타고 도주하려 했지만 알몸 상태로 뛰는 사람을 태우려고 멈추는 택시는 다행히 없었다. 결국 도로에서 김씨의 아들과 조씨가 대치하고 있는 사이에 경찰이 도착했고, 조씨는 그 자리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어쨌든 조씨를 현장에서 검거했기 때문에 김씨 가족은 일단 한숨 돌리는 듯 했지만 김씨 부부가 입은 부상과 정신적 충격을 받은 막내딸의 상처는 생각보다 컸다.

이번 사건으로 김씨는 두개골이 함몰되고 갈비뼈 2대가 으스러졌으며 코 부분은 120바늘이나 꿰맸다. 김씨의 아내 역시 가슴과 어깨 등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성폭행을 당할 뻔한 김씨의 막내딸은 가족 앞에서는 애써 웃는 등 담담한 모습을 보이지만 혼자 있을 때면 몸을 심하게 떨고 풀린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보는 등 불안한 심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네티즌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것은 사건을 접수한 경찰의 태도다. 김씨의 가족들은 한 목소리로 “경찰의 늑장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집과 3분 거리에 파출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 후 20분이 지나서야 경찰이 도착했다는 주장이다. 또 김씨의 아들은 최초 112에 신고했을 당시, 다른 번호를 알려줬고, 조씨와 몸싸움 후 추격하는 과정에도 해당 번호로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씨의 가족들은 조씨가 성폭행 시도만 했을 뿐 직접 성폭행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이 사건을 단순 폭행사건으로 축소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와 아들이 집안에 들어갔을 당시 막내딸과 조씨 모두 알몸상태였던 점과 조씨가 막내딸에게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가족 모두를 죽이겠다”고 말한 점 등이 성폭행 의도가 분명히 있었음을 뒷받침 한다는 주장이다.

김씨 가족의 글을 읽은 네티즌들은 김씨 가족과 혼연일체가 되어 경찰과 가해자 조씨에게 분노를 표했고, 결국 아고라 모금청원까지 진행되고 있다. 당초 1000만원을 목표액으로 시작했던 모금 청원은 8월11일 오후 5시48분 현재 목표액을 훌쩍 넘겼다. 이에 목표액을 2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의 도움의 손길이 계속되고 있다.

아고라 모금 청원을 통해 모금된 금액은 김씨 가족의 이사비용 및 생계비로 지원될 예정이고, 부산 해바라기여성·아동센터를 통해 집행된다. 이처럼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자 부산 사상경찰서도 해명에 나섰다. 사건 발생 일주일 후인 지난 7일 부산 사상경찰서는 홈페이지 공지 글을 통해 “관련 범죄 피해자 가족들에게 있어서는 안 될 범죄로 상처를 입은 것에 대해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면서 “경찰서에서도 피해자 가족 등의 빠른 쾌유와 피해회복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경찰 늑장·허술 대처 논란

이어 김씨 가족이 주장하는 늑장·허술 대처에 대해서는 “위기상황에서 급하게 이루어진 신고로 지령실에서 신고자 측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아 집 주소를 오인, 지령이 됐지만 곧바로 확인하고 피해 현장으로 가던 중 도주하는 범인을 발견하고 이를 검거하는데 최초 신고 후 16분 정도가 소요됐다”고 해명했다.

또 사건축소 의혹 제기와 관련해서는 “현장에서 검거된 범인은 살인미수, 성폭력특별법위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등을 죄명으로 검거 당일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현재 검찰에 송치된 상태”라고 설명하고, “흉악한 범죄 행태로 중형을 처벌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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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